아내와 함께하는 보드라이프 2015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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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15 14:38

아기가 태어나면서 보드게임을 즐기는 일은 매우 힘들꺼라 생각했습니다. 커뮤니티에 올라와 있는 많은 글에서 아기를 키워본 경험이 있는 많은 분들이 그렇게 이야기하셨죠. 머리로는 그렇게 되는구나 생각했지만 막상 아기가 태어나니 상상했던 그 이상의 혼돈이었습니다. 보드게임은 커녕 잠도 제대로 못자는 그런 하루 하루가 계속되었죠. 그런데 아내가 아기 수면 교육을 시작하고부터 조금씩 생활에 패턴이라고 할지 리듬이라고 할지 뭐 그런게 생겼습니다. 지금은 저녁 8시 (대충) 이후부터 정상적인 일상 생활이 가능해진거죠.

아기 낳기 전에는 제가 게임 한 번 하자고 해야 같이 해주던 아내가 아기를 낳은 이후 (정확히는 수면 교육 이후) 게임을 하자고 이야기할 때가 종종 생겼습니다. 하루 종일 말도 안통하는 아기랑 있다가 저녁에 여유가 생기면 뭐라도 이야기하고 말이 통하는 "사람"과 이야기하고 놀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차도 마시고 가볍게 맥주도 같이 한 잔 마시고, 이따금씩 게임도 한 두 게임 즐기며 이전과 다른 여유를 즐기고 있습니다. 이게 다 착한 아들 덕분이지요. ^^

패치워크는 우베 아저씨가 디자인하신 2인 전용 게임입니다. 화사한 아트웍이 매력적이고 게임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아 짧은 여유 시간에 즐기기 딱 좋은 게임이죠.

결혼 전에는 평점 좋고 인기 있는 게임들 위주로 구매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게임들은 대부분 세팅이 오래 걸리고 룰 설명도 복잡하고 2인이 즐기기엔 뭔가 약간 부족한 게임들이었죠. 그래서 한번 꺼내서 플레이하는게 부담스러웠습니다. 아기가 태어나고는 더 심해졌죠. 언제 울지 모르는 긴장된 상황에서 쓰루나 촐킨 등을 즐기는건 좀 어렵습니다. 일단 게임에 집중하기가 힘들거든요.

이 게임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게임 초반 패치 타일을 늘어놓는데 필요한 공간이 꽤 크다는 점입니다.

아기가 태어난 이후 구입하는 게임들은 카드 게임이나 2인 전용 게임들이 많습니다. 시작은 현실에 타협했다고 보는게 정확하겠습니다만 의외로 이렇게 선택한 게임들이 대박을 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우선 세팅이 간편하고 룰이 간단해서 설명하기 좋고 게임 시간이 짧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컸죠. 그래서인지 아내가 먼저 게임을 하자거나 게임이 끝난 뒤 아쉬운 마음에 한 게임 더를 외치는 횟수가 늘어났답니다.

아내는 지난번 패배를 만회하고자 단추가 있는 패치 위주로 빠르게 채워갑니다.

패치워크도 그렇게 구입한 게임 중 하나인데 아트웍이 매우 훌륭해 단번에 아내의 관심을 끌게 되었습니다. 저는 승부보다는 게임 자체를 즐기는 편이고(라고 쓰고 게임 센스가 없다고 읽습니다) 아내는 승부욕이 강하다(라고 쓰고 발군의 게임 센스라고 읽죠)보니 게임 룰 설명하고 진행하는 첫 게임에서도 아내의 승리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이후에도 제가 이기는 경우는 매우 드물죠. 하지만 패치워크는 이상하게 아내가 이기는 경우가 드물었습니다. 그래서 아내는 이 게임이 자기랑 스타일이 안맞는거 같다며 불만을 이야기하곤 했죠. 그래도 가끔 '이거 해보자'는걸 보면 꽤 맘에 드는 모양입니다.

단추 관리를 잘못한 저는 계속 단추 없는 패치들만 채워넣게 되네요.

이번에는 오랜만에 플레이해서인지 저는 완전 감을 못잡고 보너스 단추없는 패치들만 겨우겨우 구입해 채워갔습니다. 반면에 아내는 착실하게 보너스 단추가 있는 패치를 챙겨가더군요. 중반 이전에 이미 전 승부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게임을 진행해 나갔습니다. 알록달록 패치를 이리 저리 끼워 맞추며 즐기는거죠. ^^;

아내의 최종 개인 보드판 상황, 빈 곳은 많지만 보너스 단추도 잘 챙긴 모습이네요.

종료 이후 점수 계산을 해보니 볼 것 없이 저의 참패였네요. 무려 마이너스 점수라는... 하하하하하... ㅠㅠ

게임을 발로하면 이런 결과를 볼 수 있는걸까요? 쩝~

얼마전 아내는 보드게임이 참 좋은 취미 생활이라고 이야기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아내는 아기가 커가면서 세 식구가 함께 게임을 즐기는 순간을 상상하기 시작했죠. 저도 요즘은 어린 자녀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는 후기 글을 더 관심을 가지고 챙겨보는 편입니다. 아내와 같은 상상을 하는거죠.

이불을 다 걷어차고 자다가 아침에 일어났다고 칭얼거리는 이제 만 5개월된 아들, 언제 같이 게임하지? ㅋㅋㅋ

얼마 전에 AOS를 중고 판매했는데 그 분이 '재밌게 즐기던 게임을 예전에 정리했는데 이제 딸이 어느 정도 성장했기 때문에 같이 할 게임을 다시 모으는 중'이라고 하시더군요. 저도 몇 년 후에 아들 녀석과 함께 3인플을 즐기고 싶네요. 아내의 마지막 질문을 끝으로 길고 긴 '간단후기'를 마무리해 봅니다.

"자기야, 서바이브는 몇 살부터 할 수 있는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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