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일에 도전하는 것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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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9 16:38

(뻘글 주의) 세상의 수많은 월급쟁이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머리에 퇴사를 하루에 열 번씩 썼다 지웠다하며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현실적인 이유로 제가 사랑하고 아끼던 전공 공부와는 전혀 다른 업계, 업무로 오랜 시간 일을 하고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일이 익숙해지는 건 다행이지만, 나는 내 일을 사랑하지 않는구나 라는 사실 또한 점점 더 명확히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좋아하던 공부를 계속 했으면 어땠을까? 현실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어서 공부에 집중했다면 지금보다 과연 행복했을까? 라고 생각해보면, 거기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대답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아요. 흔히들 좋아하는 게 일이 되는 순간 더 이상 좋아할 수 없게 된다고 말하잖아요. 작년은 입사 이래로 최대의 스트레스를 받는 시기였는데, 정말 진지하게 다시 공부하러 돌아가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20대에 전공했던 공부와는 다른, 30대가 되면서 관심을 가지게 된 분야를 퇴사 후 제대로 공부해보는 건 어떨까 몇 개월을 고민했었어요. 그러는 동안 기계적으로 스트레스만 흡수하며 살던 스폰지같던 일상이 어째 어째 다시 조금의 생기를 가지게 되기도 했었습니다. 결국 어찌 보면 해피 엔딩도 배드 엔딩도 아닌 상황이 됐습니다. 퇴사하고 학교를 들어가 새로운 분야에서 대단한 재능과 통찰을 발견하고 인생의 성공적 대전환을 맞은 것도 아니고, 퇴사하고 지지부진하게 공부하다 아무런 성과도 성공도 못 얻고 돈도 직장도 다 잃은 건 아니니. 다시, 그리고 여전히 회사원으로 살고 있습니다. 결국엔 현실과의 타협을 넘어설 용기를 못 낸 탓/덕입니다. 다시 지겹고도 지난한 회사원 생활 중 우연히 작년말부터 보드게임이라는 새로운 취미를 가지게 되면서 재미있고 신기한 경험들을 많이 하게 됐습니다. 물론 지금 제 삶의 활력은 많은 부분 보드게임에서 나오고 있기도 하구요. 어찌보면 덕의 영역에 발을 담근 게 제 인생 처음이다 보니 단기간에 깊이 빠져든 거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보드게임 뿐만 아니라 보드게이머들에 대한 매력도 참 대단한 것 같아요. 같이 게임을 즐기는 친구들의 열정도 같은 맥락이지만, 보드라이프에서 유명하신 몇몇 분들이나, 유투브에서 보게 된 분들을 보면 와 이런 게 정말 열정과 용기이구나 싶습니다. 수학 강사를 하다가 프로 보드게임 유투버가 되신 곰잼님이나, 돈은 별로 안 되지만 보드게임 카페 운영이 너무 너무 행복하고 즐겁다고 하신 김찰스님이나, 좋은 게임들을 더 좋은 환경으로 즐기길 바라는 마음에서 일을 시작하신 부르심님이나, 지역 소도시에 보드게임 문화을 알려보고 싶어 카페 창업을 시작하신 발로님, 그리고 많은 보드게임 업체들의 선구자적인 대표님들 등등, 짧은 시간 동안 보드라이프에서 봐온 분들을 짧게만 떠올려봐도 참 대단한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가장 존경스러운 건 용기인 것 같아요. 제가 제일 부족한 자원이 용기인 것 같기도 하구요. 시간과 건강과 에너지를 팔아 월급으로 교환해 먹고 사는 입장에서 행복 자원은 정말 업라이징 단계로 가냐 마냐 사이에 간당간당하게 있다 보니, 용감하게 행복테크 타신 분들이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물론 고민과 현실은 다를 수 있을 겁니다. 제 짐작보다도 훨씬 스트레스받으실 수도 있을 거고, 반대로 훨씬 더 행복하게 사는 분들도 있을 거구요. 저는 단지 이런 덕업일치를 이룬 분들의 열정과 애정, 용기가 폄훼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생각만 하는 것과 몸을 움직여 실천하는 것과의 차이는 0과 1의 차이만큼 분명하니까요. 아, 오늘은 그런 의미에서 퇴근길에 쓰루 앱으로 성베드로성당을 지어야겠습니다. 안 되면 공중정원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