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이머가 디자이너가 되기까지 01-첫 출발
반갑습니다. 보드게임 트레비 디자이너인 세하입니다.
요즘 제가 보드게임디자이너로서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지고, 할 일도 많아지는 가운데,
(자유게시판을 빌어 일기를 쓰듯) 한국에서의 개인창작자로 활동하기까지 개인적 경험에 대한 이런저런 썰을 풀어보고자 합니다.
가능하면 시리즈로 글을 이어서 연재할 생각인데, 저의 이런 글이 다른 개인창작자에게는 경험의 비교,
또 누군가에게는 디자이너의 시작에 대한 간접정보도 되면 좋겠습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나 읽을거리가 되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을 갖고 시작해보는데, 관점에 따라 이런 글들이 불편하신(?) 분들은 패스하셔도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
오늘은 그 시작으로서 저의 첫 출판작품인 트레비를 출판하기까지에 이른 과정을 조금씩 쪼개어 소개해볼까 합니다.
또한 글을 올리는 것이 익숙치 않아서 읽기 불편을 초래하거나 편집이 용이하지 않을 수 있으니 미리 양해바랍니다.
긴 글은 읽기에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최대한 짧은 분량이 되도록 조절해 보겠습니다. 시작합니다.
01. 첫 출발
저는 항상 보드게이머는 잠재적인 보드게임 개발자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보드게임이 재미있어서 열심히 즐기다가, 다양한 게임을 해보고 싶어서 정보를 찾아다니다가,
의외로 다양한 보드게임의 세계를 알게 되면서 점점 사서 모으다가,
웬만한 게임에 단련된 탓에 게임에 대한 나름의 평가를 내리다가,
게임 규칙을 이리저리 바꿔 보면서 스스로 감탄하다가,
결국 내가 직접 재미난 게임을 만들어서 다른 사람과 함께 하고 싶어지기 때문입니다.
이즈음에서 보드게임을 개발하게 된 계기도 짧게나마 읊어보겠습니다.
저도 시작은 위와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린 시절, 저렴하면서도 다양한 주제로 나를 즐겁게 했던 졸리게임을 사서 모을 때부터 조짐은 엿보였습니다.
중학생 시절엔 유격대의 전투를 다룬 스트라테고 같은 게임을 직접 만들어 가방에 갖고 다니기도 했었죠.
(물론 제대로 구현하기에는 규칙에 허점이 있었습니다만...^^;;;)
나이가 들어 직장생활을 하게 되었는데, 바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직업을 갖게 된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함께 놀 거리를 찾게 되었고, 뢰벤헤르츠, 스코틀랜드 야드, D&D TRPG 등과 같은 보드게임을 구매하여 같이 플레이하며 즐거워했습니다.
<뢰벤헤르츠-도마이네란 이름으로 재판되기도 했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결혼과 함께 아내와 의기투합하여 다양한 게임을 사다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로스트 시티, 푸에르토리코, 아그리콜라, 도미니언, 알함브라, 석기시대 등 아내, 지인들과 함께 수없이 많은 밤을 보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나도 이런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고, 내가 만든 게임으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즐겁게 놀고 싶은 생각이 가득해졌습니다.
급기야 시간을 내어 조금씩 구상을 하기 시작했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직업적 특성 상 이왕이면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내용이면
더 좋겠다는 생각으로 창작의 고통으로 스스로를 채찍질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가 2009년이었으니 올해로 10년을 맞이했네요. 보드게임이 그저 좋았을 뿐인데, 창작의 길로 자연스럽게 들어서게 되었네요.
그 때 구상했던 게임은 제 취미인 음악활동과 관련지어서 작곡관련 보드게임 '내가 작곡가라니'이었습니다.
자신이 유명한 작곡가가 되어 다양한 조성 카드와 화음 카드를 조성에 맞게 모으는 셋콜렉션 게임이었습니다.
<대충 이런 카드들로만 구성된 게임입니다.>
나름 유명음악가의 발자취에 맞추어 특수능력을 부가했으며, 음악적 이론과 게임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는 고민의 결과였지요.
하지만 이 때만해도 게임규칙이 새롭거나 창의적이지 못해서 그 당시 참 재미있게 즐겼던 게임 '와이어트 어프'의 룰을 일부 차용한 게임이었습니다.
하여간 이렇게 게임을 만들고 나니 점점 내 게임이 출판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출판을 하기위한 방법을 여기저기 알아보았습니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출판사에서 퍼블리싱을 해주는 것이더군요. 그래서 이곳저곳 기웃거려봤습니다만, 결과는 좋지 못했습니다. ^^;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런 준비(?)도 없이 맨땅에 해딩을 한 상태라 안되는 게 당연하다면 당연한 상황이였죠.
그래도 그 열의가 있기에 지금에까지 온 것이라 제게는 참 고마운 경험입니다.
이 때가 2009년이었으니까 벌써 10년 전의 머나먼 첫출발이네요.
글이 너무 길어질까 조심스러워 오늘은 이만 가름하겠습니다. 혹시나 이어질 내용에 관심이 가신다면, 다음 글에서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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