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국의 수도 프라하 - 아들과 2인플 간단 후기
출시 때 샀다가 수많은 펀칭타일을 보고는 아무래도 당장 돌릴 수 없을 것 같은 무언의 압박감에 고이 전시해두고 있던 프라하. 그사이 후기들도 참 많이 올라왔는데 아이도 아직 어리고해서 꽤 오랜시간 전시용이 되었던 상태.
이후 코보게 떨이 상품으로 전락해버리고, 게임이 그렇게 별로였나? 후기가 나쁘진 않았는데..하는 생각과 함께 더더욱 돌릴 생각을 접어두고 있던 중, 올해 아들이 커가면서 그동안 못돌리고 방치한 게임들을 하나 둘씩 플레이하다가 드디어 프라하를 2인으로 돌려보았습니다.
사실 여러 신작들로 공간의 압박이 지속되어 기존의 것들을 빠르게 체험해서 방출할 요량도 생각하던 중이라 타이밍이 맞아서 돌려봤네요.
근데 왠걸?
결론만 말씀드리면, 조심스럽지만 블라디미르 수치 게임중에서 제 마음속 1위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뭐 앞으로 더 스펙타클한 게임을 내줄지도 모르지만요.
사실 수많은 펀칭타일과 깨알같은 룰북을 펼쳐서 읽어보니 뭔가 복잡하고, 시스템이 얽히고 설키지 않았을까해서 굉장한 TMI 에 파묻힌 게임이 되지 않을까 했었는데
막상 돌려보니 수치 작가 게임들 중에 가장 플레이가 직관적이고, 쉽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정도였습니다. 뭐 그동안 펄서, 라스트윌, 언더워터 시티즈 정도만 경험해보았지만요.
이 작가의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느끼는 점이 다른 이름있는 작가들이 본인만의 아이덴티티가 잘 느껴지는 게임들을 만드는 것에 비해(대표적으로 비딸, 우베등) 상대적으로 매번 출시하는 게임마다 전혀 다른 느낌의 작품들을 맛깔나게 만든다는 거네요.
그나마 특징으로 느껴지는 것은 게임내의 텍스트를 최소화하고, 포인트샐러드 시스템을 맛깔나게 구현한다는 것일까요?
아무튼 이 프라하 게임에 텍스트가 없어서 왠지 아들과 돌릴 수 있을 것 같아서 룰북을 읽고, 드디어 돌려보게 됐습니다.
근데 참 신기한게 가끔 룰북을 읽을때의 상상되는 플레이와 실제 플레이 할때의 느낌이 매우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저한테는 이 프라하가 그랬습니다. 펀칭타일과 룰북을 읽을때만해도 이거 복잡해서 이거 돌리다가 뚝뚝 끊기고, 잔룰 못챙겨서 재미가 반감되지 않을까했는데 막상 플레이해보니, 플레이가 너무 간단합니다. 라스트윌, 언더워터, 펄서 등에 비해서 훨씬 직관적으로 다가옵니다.
코보게 홈피에 설명되어있듯 휠에서 행동타일을 선택해서, 선택한 행동하고, 휠 한칸돌리고 턴마무리. 이걸 서로 16번인가 하면 끝납니다. 이게 이 프라하 플레이의 전부에요. 룰북에 자세히 써있던 것들이 선택한 행동에 대한 룰이었는데 이것도 막상 서로 2~3턴만 해보면 전체 흐름이 확 보이더라구요.
또 괜찮았던 아이디어가 위의 휠에서 땅콩모양의 행동액션 타일을 선택할 때, 선택한 타일 위에 그려져 있는 바퀴보너스를 같이 받게되는데 이게 매번, 매턴 다르게 조합되기 때문에 필승 루트가 존재하기 힘들다는 것, 그때그때마다 순발력이 어느정도 요구된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또한 원해서 빨리하고 싶은 타일은 돈을 내고 구매하게끔하고, 선택되지 않아 계속 남아있는 행동타일은 어드밴티지를 받게 해놓아서 1등과 꼴등이 덜 벌어지게끔 밸런스를 어느정도 유지하게 만들어 놓았구요.
이렇게 휠에서 선택한 땅콩모양의 헥사타일은 위나 아래에 그려진 액션행동 중 하나를 골라사용할 수 있으며, 액션은 개인판에 그려진 6가지 행동으로 되어있습니다.
(빨강, 노랑, 회색) 타일을 배치하는 액션 3개와 이 게임의 2가지 자원인 금과 돌을 생산하는 액션 2개, 그리고, 왕의 길을 따라 행동하는 다리 액션으로 되어있죠. 액션의 내용이 핵심이지만, 이것까지 소개하면 상당히 글이 길어질 것 같아서 생략하겠습니다.
(이 게임의 보드판, 이게 펼치면 상당히 커서 작은 테이블로 돌리기 쉽지는 않습니다.)
사실 게임 액션이 쉽다고 했지만, 각각의 액션에 대한 설명이 꽤 있기 때문에 룰마가 습득해야하는 행동액션 정보가 적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한명의 룰마가 희생(?)해 준다면, 나머지 플레이어들이 상당히 쉽게 따라올 수 있습니다. 막상 플레이 해보면, 플레이가 상당히 직관적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2~3턴만 돌아가보면, 게임의 흐름이 보입니다.
그리고, 샐러드포인트 형태로 되어있어 내가 어떻게 점수를 먹어나갈까에 대한 재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의 특징이 한우물을 파기 쉽게 되어있지는 않기 때문에 2~3군데 정도 주요루트를 생각하고 이 루트에서 점수를 높게 먹어서 이기는 전략을 써야합니다.
아들과 돌렸을 때 제가 먼저 1~2턴 돌리면서 흐름을 익히고, 아들에게 1~2턴정도 어드바이스를 해주니 금방 익히면서 본인만의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하더군요. 물론 아무래도 룰마보다는 게임의 흐름을 좀 덜 파악했기 때문에 중후반부에 무엇이 더 좋을지 아직 와닿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래도 저도 닿지 못한 왕의 길 5단계도 아들은 밟고, 저는 성당 전진도 못했는데 아들은 성벽과 성당 둘다 전진하면서 나름 본인만의 루트를 타면서 잘 즐기더라구요. 후반부로 갈수록 어떤 기본타일과 보너스 조합을 선택할지 상당히 고심하는 모습도 보이구요.
아마 첫판이라 어떤 루트가 최적인지 감이 오지 않아서 이것저것 해보았는데 다음에는 좀 더 강화된 나만의 루트를 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재미가 있던 프라하였습니다.
보드게임을 접해본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 아이가 있다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중급 전략게임이 되지 않을까 하네요.
방출하려고 돌렸다가 오히려 오거나이저까지 사게 만드는? 프라하였습니다. 왠만하면 다이소로 정리하는데 이게임은 오거나이저가 거의 필수인 듯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