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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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3 16:03

(뻘글 주의) 저는 얼마 전까지 저 스스로가 장고러라고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어쩌다 한 번씩 켠켠형 오래 걸려~라는 말을 듣다 보니 내가 진짜 생각이 긴가 되짚어보게 되더라구요. 친구들이 액션을 하는 동안 미리 딱 생각을 해놨다가 한 3초만에 액션하고 턴 넘기고 그럴 때도 많다 보니, 빨리 빨리 했던 몇몇 기억의 미화랄까, 내 플레이의 장점만 생각하는 자뻑이랄까, 실제 플레이보다도 나 스스로 스피드 게이머라고 착각한 감도 없잖아 있었나 봅니다. 이후로 장고에 대해 의식을 좀 하면서 하다 보니 빼도박도 못하게 제가 장고를 하는 턴들이 생기더라구요. 누구나 그렇겠지만, 계획한 액션이 탁탁 맞아서 진행되면야 시간 끌릴 게 없을 텐데, 앞의 친구들이 내가 생각한 거랑 다른 액션을 하거나 내가 액션 수를 잘못 계산했거나 등등의 경우에는 어쩔 수없이 제 턴에서 오래 머물게 됩니다. 헉, 그 카드 다 나온 거 아니었어? 왜 네 손에서 그게 나와? 헉, 대출 종료가 다다음 라운드인 줄 알았는데 다음 라운드였네! 보통 이런 식이죠.. 그럴 때면 입버릇처럼 이야기를 하게 돼요. 잠깐만 잠깐만, 미안해, 남은 액션들 생각 좀 할게 쏘리 쏘리. 미리 양해를 구한답시고 말을 한 다음에, 저 혼자 중얼중얼 거립니다. 이번 라운드에 이걸 여기 놓고 이걸 여기 놓고, 다음 라운드에 그럼 이게 두 개 생기니까 한꺼번에 이랑 이걸 처리하고, 그 다음엔 돈이 얼만 남으니까 이거랑 저거랑 하면 점수가 제일 높이 나오겠지, 맞나? 이게 최선인가? 이렇게 중얼중얼거리는 건 내가 열심히 생각 중이야, 허튼 시간 끄는 게 아니라 최고의 플레이를 하기 위한 거란다, 라고 어느 정도 광고를 하는 거에 가깝습니다. 물론 그렇게 찾은 수가 최선이 아닐 때가 훨씬 많은 건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저도 이렇게 장고가 왕왕 생기는데, 다른 장고러들을 비판이랄까, 손가락질이랄까, 아무튼 안 좋게 생각할 마음은 1도 없습니다. 물론 저는 즐겜러라, 즐겁게 게임하는 게 최우선 목표인데, 정상적인 룰을 지키면서 최선의 수를 생각하는 게 즐거운 게임의 기본 전제이니까, 장고도 그에 따라 충분히 생길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한 게임에서 다들 장고를 해서 다른 게임할 시간이 줄어든다면 그건 너무나 아쉽지만… 유부남으로서 정해진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게임을 하고 싶으니까요. 장고가 막 싫은 건 아니지만 시간이 금이긴 금이다보니, 반대로 시간 룰을 만들어서 그 시간 안에 턴을 넘기는 식으로 게임을 해보는 건 어떨까? 생각도 해봤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보드게임용 큐브형 타이머도 샀어요! 큐브 면마다 디지털시계가 있는데, 플레이어별로 큐브의 한 면씩을 선택해서 본인 턴에서는 본인 면이 위로 올라오게 해 놓으면 그 면만 시간이 가는 거죠. 바둑처럼 한 사람이 게임에서 쓸 수 있는 총 시간을 정한 다음에, 그 시간을 다 소모하면 턴당 무조건 1분씩, 뭐 이런 식으로 하면 어떨까! 다들 같은 조건이니까 공평하기도 하고! 하지만 이게 또 사 놓긴 했지만 활용하려니 좀 애매하고 어렵더라구요 ㅋ 턴 넘어갈 때마다 시계 뒤집는 거도 생각보다 일이고. 그래서 결국 그냥 보드게임장에 장식품처럼 있습니다. 이번 주말에 또 8시간 정도 게임할 시간을 얻었는데, 목표가 전략게임 3개 하는 거에요. 아마도 초플인 멤버 껴있는 게임들을 4인으로 돌리게 될 텐데… 너무 큰 욕심이려나 싶기도 하지만… 부디 하기로 한 게임들 다 돌릴 수 있길 기원합니다 ㅎ 하, 빨리 일꾼을 놓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