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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글) 저는 시각 장애인입니다

3,148 조회

2019.05.17 16:41

우울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건 아니구요 ㅎㅎ

그냥 뻘글이니 아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고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보드게임을 취미로 하고 있는 시각 3급 장애를 가진 30대 청년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시력을 좀 요구하는(?) 보드게임을 취미로 삼고 있는데요 ㅎㅎ

카드 텍스트를 읽거나 처음 해보는 게임에 적응하는 것이 무척이나 힘들지만

꼭 카드 텍스트를 읽어가면서 하는 게임만 있는 것도 아니고

계속 보다보면 감각적으로나마 시력을 어느정도 커버할 수 있는 거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다양한 형태의 보드게임들이 있어서 크게 불편함없이 즐기고 있습니다

보드게임은 참 깊이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깊은 재미와 감동을 주는 거 같아요.

본론으로 들어가서,

저에게는 2년정도 함께 해 온 단짝이 있습니다.

그 친구는 만나기전부터 저의 사정을 잘 알고 제가 근근히 보드게임을 즐긴다는 것도 알았고 궁금해했었어요.

작년 봄이었나?

우연히 보드카페를 가게 되었고 소위 영업용 보드게임이라 할만한 몇가지를 해보았습니다.

아무래도 보드게임뿐만아니라 게임도 즐겨온 저와는 달리 그런 것 하고는 거리가 먼 이 친구는

적응을 잘 못해서인지

계속 지기바빴는데(절대 제가 이기려고 들지 않았어요 ㅠㅠ) 재밌다며 계속 한판 더를 외치더군요.

항상 보드게임 영업에 눈치를 좀 보던 저라, 의외의 반응에 좀 놀랐습니다.

그러고 부터 한달 뒤쯤 용기내어 저를 입문하게 만들어주었던 아그리콜라 개정판을 사들고

테이블이 좀 널찍한 인적드문 조용한 카페에서 꺼내들고 아그리콜라 룰 설명을 했었습니다.

근데 반응이 재미는 있어하는데... 좀 생각외로 복잡했다고 생각을 했는지 금방 지쳐하더라구요.

저도 무리해서 하자고 하기도 그렇고 또 서로 부모님과 살다보니 이 놈의 무거운 보드게임을 들고

밖에서 만나기가 참 그랬습니다.

올 봄,

정말 오랜만에 보드카페를 가게 되었어요. 해본지가 너무 오래됐다던 스플렌더를 꺼내들고

잊었던 룰을 다시 알려주었습니다.

오랜만에 해서 그랬는지 둘이 정말 재밌게 즐겼어요. 한창 어플로 즐겼던 저는 질릴만큼 해서

더이상 꼴도 보기 싫었던 스플렌더였는데, 역시 보드게임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해야

진가를 발휘하는구나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며칠 뒤,

'스플렌더 어디서 사야 싸게 사?' 대뜸 묻는 카톡에 정신이 혼미...

이유를 물으니 친구들과 함께 즐겨보고 싶어서 구매하려 한다는 말에 판매처를 알려주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얼마지나지 않아 같이 즐겼던 친구 3명 모두 스플렌더를 각자 구매했다면서 나에게 새로운 취미가

생긴 거 같다며 무척이나 기뻐했습니다.

엉겹결에 저도 같이 들뜬 마음에

'우리 이번 보드게임페스타에 한번 같이 가보자!'해서

이번 페스타까지 함께 다녀왔고 각자 사고 싶었던 게임들을 양손 가득들고 집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요즘,

보드라이프 자주 들어오게 됩니다.

보라 커뮤니티글을 보면 모임글이 종종 보입니다. 제가 거주한 지역 보드게임모임도 있더군요.

같이하고 싶지만 참 끼기가 그렇습니다. 민폐가 될 거 같거든요.

보드게임 즐기는 분들은 참 너그럽고 배려심 많은 분들이 많으십니다. 커뮤니티글만 봐도

팍팍 느껴져요. 저도 보드게임 내적 재미와는 별개로 참 이런 훈훈한 문화때문에라도

더 보드게임문화에 이끌려지는 거 같거든요.

분명 모임에 나가면 저의 사정을 말하고 게임을 하게 되면 많이 배려해주시고 챙겨주시겠지요.

하지만 그게 참 죄송스러우면서도 폐끼치는 거 같아 조심스럽습니다.

고민입니다...

두서없이 적은 뻘글입니다.

그냥 매일 눈팅만 하고 가끔 댓글이나 쓰고 그랬던 저인데 한번 쯤 이렇게 글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ㅎㅎ

끝까지 읽어주신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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