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 75 미니어처 도료 소개
이번에 새로운 도료 세트를 입수히게 되서 자랑 겸 소개글을 올립니다(입수를 도와주신 게임 아카이브에 다시 한번 감사를)
보통 보라에서는 워해머 언더윌드로 입문하시는 분들이 많아 시타델 도료를 많이 사용하시는데, 제 경우는 용량대비 가격이 높고 사용하기 어려운 항아리 타입의 병, 에어브러쉬용으로 희석하기 어려운 점, 주변분들이 공식 판매처와 겪은 불쾌한 일들이 선뜻 사용을 꺼리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제 경우는 바예호 라인을 주력으로 사용하다가 점점 에어브러쉬와 글레이즈 효과를 많이 사용하게 되면서 기존 라인업으로는 조금 모자라는 느낌을 받았다가 마침 비싸지 않은 가격에 이 도료를 손에 넣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입수해 보았습니다.
(위쪽 5줄이 스케일 75, 아래 5줄이 바예호.)
스케일 75는 세트 구성이고 바예호는 그때그때 필요한걸 샀기에 색상의 그리데이션 점수가 애초에 다를 수밖에 없지만 바예호는 브라운 계통과 녹색 계통에서 색분리가 일어났습니다. 반면 스케일75는 그런 현상이 하나도 없습니다.
색감 부분에 있어서 둘의 차이는 좀 더 명확한데, 같은 게임용 도료 라인업임에도 바예호는 광택 있는 원색에 가까운 느낌이고 스케일75는 무광 파스텔 느낌에 원색을 벗어난 색상을 갖고 있어서 미니어처를 칠하던 분이라면 매우 근사하게 느껴집니다.
도료를 짯을때도 바예호는 쉐이커를 이용해 매우 많이 흔들어야 의도한 점도를 가질 수 있지만 스케일 75는 사실상 그냥 사용해도 점도에서 큰 치이가 없고 색분리 현상도 없습니다.
이야기만 들어보면 스케일75의 성능이 압도적일 거 같습니다만, 안타깝게도 그건 아닙니다. 스케일 75의 가장 큰 문제(특징)는 바로 차폐력 문제에 있습니다(이 문제는 킥스타터용 스케일 아티스트 컬러에서 큰 폭으로 개선됩니다만 역시 기존의 물성과 차이를 가지게 됩니다). 처음 칠하시는 분들은 대체 도료가 왜 안 발리는지 답답할 정도의 투명도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이 높은 투명도가 해외 유튜버들에게 스케일 75가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가 됩니다.
미나어처를 포함한 미술의 고급 기술은 대부분 색변화의 자연스러운 경계를 형성하기 위한 것에 맞춰져 있습니다. 아크릴 물감의 경우 매우 빨리 마르는 특징이 있기에 글레이즈라는 테크닉에 강점이 있는데, 이는 기존의 도료가 마르고 난 다음에 그 위에 아랫면이 비치는 도료를 덮어서 마치 셀로판지를 덧대어 색 경계를 누그러뜨리는 효과를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스케일 75는 그야말로 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탄생한 도료인 것입니다.
다만 문제는 그러한 강점을 살리는 기법은 매우 많은 시간이 소요되게 됩니다. 한 두개의 모델을 칠하면 모를까 2,300개씩 되는 모델을 하나하나 몇번씩 바르고 말리고를 반복하며 칠하는 것은 꽤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따라서 처음 입문하시는 분들께는 추천드리지 않고 이제 도색 기법을 좀 익혀서 속도도 붙고 더 높은 경지를 노리시는 분이 계시다면 한번쯤 사용해보시기를 권힙니다. 스케일75의 색상 매력에 푹 빠지시게 될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