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을 하고 싶지만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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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7 17:24

(뻘글주의) 보드게임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크게 몇 가지로 정리가 되는 것 같아요. 같이 할 사람, 보드게임, 시간, 장소 정도? 이 중에서 난이도가 제일 낮은 게 아무래도 게임과 장소 정도겠죠? 게임은 내가 사든 가지고 있는 사람과 하든 보드게임 카페에 가든 하면 대부분 해결이 되니까요. 물론 엄청 구하기 힘든 게임이라면 말이 다르지만… 장소도 보드게임 카페에서든 일반 카페에서든 해결은 비교적 쉽게 되고, 정 없으면 공간을 빌리든 역시 돈으로 해결이 가능한 부분이니까요. 아무래도 해결 난이도가 높은 요소가 사람과 시간일 텐데, 제 경우에는 운이 좋게도 언제든 하려고 할 때 같이 할 사람은 수가 적든 많은 항상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몸담고 있는 모임이 보드게임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찾아 온 모임인데, 친구들 다 똑똑하고 착한데다가 게임 열정도 많아서, 언제든 하자고 하면 할 사람들이 모입니다. 사람들 각자 상황에 따라 다 각 조건들에 대한 체감 난이도가 다르겠지만, 배우자가 있는 30대 중반 남자인 제 입장에선 역시나 시간이 제일 문제네요. 회사 일 하면서도 온통 머릿속엔 집에 사놓고 아직 한 번도 못 돌린 비딸 게임들은 언제 돌리지 하는 걱정과, 지난 번에 랭커셔 마지막 라운드에서 길을 놓지 말고 조커 카드를 써서 배를 지었어야 하는데 하는 후회만 맴돌고 있는데, 아무리 게임 시간을 빼봤자 일 주일에 하루 정도밖에 빼지를 못하니, 이게 참 고역입니다. 어쨌든 평일 저녁 7시까지는 회사에 묶여 있어야 하고, 야근이 있으면 야근이다, 술자리가 있으면 술자리다 해서 저녁에 일찍 들어갈 수 있는 날도 적은데, 칼퇴를 한다 해도 오늘은 칼퇴라 게임하러 간다는 말은 쉽게 꺼내질 못하겠네요. 먼저 퇴근해서 집에서 혼자 저녁 먹고 혼자 티비보고 하고 있을 배우자 생각에 미안해서 말이죠. 간다 그러면 가라고 하긴 할 텐데, 배우자는 보드게임은커녕 밖에서 사람들 만나서 활동하고 이런 걸 많이 즐기는 편이 아니라 저만 밖에서 놀기 미안해서… 그래서 그에 대한 부작용으로 계속 게임을 사는 거 같습니다… 게임은 하고 싶은데 할 시간은 없으니 마음이 허하고, 그 허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서 게임을 사는 게 일이 되었어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저희 부부는 딩크에 경제권을 누가 혼자 가지고 있는 상황이 아니고, 그래서 서로의 소비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보니, 집에 밀봉으로 쌓여가는 게임만 들어나고 있네요. 딱히 컬렉팅이 목적은 아니라 한 두 판 해보고 내 취향이 아니다 싶은 건 바로 중고로 팔려고 하고 있고, 소장 가치가 있겠다 싶은 게임은 상태 크게 상관 없이 중고로 구매하려고 하는 편인데, 게임 돌릴 시간 자체가 절대적으로 적다 보니 쌓이는 속도가 훨씬 빠릅니다 ㅠ 보드라이프 글 보다 보면 많은 분들이 저와 같으신 거 같아요. 이번 주는 주말에 가족 일정이 있어서 보드게임하러 못 나갈 텐데, 평일 저녁에도 시간이 도저히 나기 힘든 주네요. 이런 헛헛한 마음에 어젯밤 아나크로니 킥스를 들어갔네요. 퇴근 길에는 리스보아 룰영상을 찾아 봐야겠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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