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트나 호라 : 은의 도시」 초회플 소감
3인플, 이벤트 카드 미사용.
길드 설정 1번, 광산 설정 5번 사용.
게임 종료 시 세 플레이어 모두 점수는 85~90점 정도였습니다. 당연히 세 명 모두 초회플이고요.
새벽에 다소 두서 없이 적은 글임을 감안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게임은 「푸에르토 리코」처럼 치밀한 수싸움 후 한 끗차이로 앞서가거나 「위대한 로렌초」처럼 콤보를 빵 터트리 게임은 아닙니다. 「테라포밍 마스」처럼 엔진빌딩 요소라 할 것도 없고요.
플레이어의 행동에 따라 자원의 시세가 바뀌고, 자원을 비싸게 팔거나 싸게 사면 좋고 그 반대는 아쉬운 요소가 주가 되는 게임이에요.
다만, 일반적으로 모든 플레이어가 모든 자원에 접근 가능한 게임들과 달리, 이 게임은 게임 준비 과정에서 본인이 가져가는 길드에 해당하는 건물만 지을 수 있고 자원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과 같은 길드를 가져간 플레이어가 있는지, 있다면 누군지가 꽤 신경쓰이는 영역입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2, 3, 4인플의 느낌은 다소 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2인플 시 6개 길드를 세 개씩 나눠가지고, 4인플 시 각 길드가 항상 두 명의 플레이어에게 걸쳐 있게 되는데, 3인플 시에는 세 개의 길드는 각각 한 사람이 독점하고, 세 개의 길드는 각각 두 사람이 같이 사용하게 되어요. 또 2인플 시에는 맵이 작아지지만, 3, 4인플은 사용하는 맵의 넓이가 같고요. 3인플만 해봤고 내일도 3인플을 해볼 것 같은데, 후일 2인플이나 4인플도 해보고 싶긴 하네요.
여기서 중요한 건, 모든 자원이 색깔만 다르고 대칭적으로 다른 것도 아닙니다. 게임 내 기능이 조금씩 달라요. (「테라포밍 마스」에서 '식물'과 '에너지'가 하는 일이 다른 것처럼요.)
따라서 (이벤트를 적용하지 않은) 각 게임의 차이는, 자신이 게임 시작 시 받은 세 개의 길드가 어떤 조합이냐가 크게 결정하고, 거기에 추가로 각 자원을 담당하는 플레이어가 어떤 행동을 통해 어떤 가격대를 형성시키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러므로 플레이 횟수가 쌓이는 동안 이 차이가 너무 작은 차이라고 느낀다면 게임을 몇 번 플레이하고 나면 이후로는 다 비슷하다고 느낄 수 있겠고, 그 작은 차이에서 오는 게임 흐름의 변화가 만족스럽다면 꽤 오래 즐길 수 있지 싶습니다.
플레이 경험을 다양화하기 위한 변주 요소로는 '이벤트 카드'가 있습니다. 2인플 시에는 반드시 사용해야 하고, 3-4인플에서는 선택이에요. 이벤트 카드를 사용할 경우 라운드 시작 시 이벤트를 공개하고 라운드 끝날 때 적용하는 식입니다. 세금 압박이 다소 심화되는 대신 게임의 변주도 생길 것 같아 기대되지만, 이벤트 카드의 수는 프로모 카드를 합쳐도 많지 않아서, 경우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하긴 어렵긴 합니다.
게임의 재미가 자원 시세 원툴인 건 아닙니다.
건물 건설 시 인접한 건물들의 아이콘에 따라 점수가 달라지고, 건설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주변 건물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광산 개발을 많이 하면 끝나고 받을 수 있는 광산 점수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고요.
저는 다른 요소는 (세부 분야의 차이일 뿐) 다른 플레이어들과 비슷했는데, 평판 점수가 높아서 딱 그 차이만큼 앞서서 승리한 것 같습니다.
플레이어가 사용하는 액션 카드는 카드마다 두 가지 액션이 그려져 있고 각 카드를 둘 중 하나로 써야 하는 시스템은 단순하면서도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와일드 액션이 있긴 하지만 비용이 다소 높은 편이라서 쉽지 않아요. 다른 플레이어가 앞으로 할 수 있는 행동이 어떤 조합이 있는지 예측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요.
각 액션은 카드 두 장에 한 번씩 등장해서 와일드까지 합친다면 한 라운드에 같은 행동은 세 번까지 가능하지만... 같은 행동을 많이 해서 이득을 보는 상황은 거의 없긴 합니다. 자신의 이전 행동이 무언가 도시의 수요/공급에 변화를 주어서 같인 행동을 반복하면 이득이 줄어드는 편이라서요.
하지만 성당 건설에 참여하는 행동은 예외입니다. 성당 건설 쪽 행동은 신기할 정도로 밸류가 높아서 「위대한 로렌초」나 「버라지」의 몇몇 엄청난 콤보가 생각날 정도라서요. 심지어 성당 건설은 와일드 없이는 한 라운드에 한 번만 가능하기도 하고요.
엔진과 그나마 유사한 느낌을 내는 건 귀족입니다. 플레이어의 소유가 되지 않는 공공건물을 지으면 귀족이 공급처에 추가되고, 누구든 수입 행동으로 귀족을 활성화시킬 수 있어요. 압도적인 생산량을 보여주는 건 아니지만, 만약 맘 먹고 제대로 세팅을 한다면 다른 플레이어를 압설 수 있습니다. 저도 다음 게임의 목표는 제 건물만 챙기기보단 공공건물을 지을 적당한 타이밍을 찾는 거기도 하고요.
결과적으로, 초회플의 재미는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제가 어떤 부분에서 재미를 느꼈는지도 확실히 알겠고요. 이 재미가 새로운 장난감이 주는 재미인지 꾸준히 갈 재미인지를 궁금해하며 내일...아니 오늘 모임을 준비해야겠어요.
p.s. 1
개인 구성물은 질감이 특이합니다. 좀비사이드 피규어 비슷한 느낌인 것 같다가도 좀 다르네요.
박스는 약간 얇고 약한 느낌입니다. 하지만 펀치보드 두께나 퀄리티는 맘에 드네요. 펀치보드 두께가 너무 좋아서 카드 거치대 조립이 힘들 정도였어요.
카드의 경우 인구/광석 카드는 슬리브를 안 씌우셔야 가격 표시용 거치대에 들어갑니다.
같이 넣어준 지퍼백은 너무 흐물거려서 못 쓰겠어서 버렸어요...
p.s. 2 - 각 자원 분석 및 각 자원이 저에게 준 느낌
광석과 은은 서로의 가격이 연동되어 있어서 한 쪽이 가격이 오르면 다른쪽 가격이 내려갑니다.
허가증과 나무는 플레이어가 게임 중 구입하여 사용할 일이 많은 자원이라 모든 플레이어가 가격에 주목하게 되는데, 허가증은 광석 생산량에 대응하는 카드 진행과, 나무는 인구 증가에 대응하는 카드 진행과 연계되어 변화합니다.
식량과 술이 인구 증가에 대응하는 카드와 연동된다는 점에서 조금 비슷하지만, 식량보단 술이 약간 더 고급재에 해당한다는 기분이네요. 이 둘의 차이는(혹시 유사함은) 게임을 더 해봐야지 느껴질 것 같습니다.
목재 자원의 경우, 목재를 10여개씩 쓰는 건물이 있어서, 가격이 변할 경우 체감이 상당히 큰 편입니다. 이에 따라 계획을 급히 수정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 경험을 불쾌하게 받아들일지 아니면 즐겁게 받아들일지도 이 게임의 호불호를 가를 요인이라 보구요. (나무의 가격을 내리는 건 나무 길드를 건설할 수 있는 플레이어(들)로 국한되지만, 나무 가격을 올리는 건 인구 증가를 통해 모든 플레이어가 가능합니다. 따라서 전략의 영역으로 볼 수 있는 행동이라는 점도 적어둡니다.)
허가증은 사용하는 경우도, 한 번에 사용하는 수량도 나무보다 적어서 가격의 변화에 둔감한 편이긴 했네요.
제가 했던 게임에서 저는 나무도 허가증도 생산할 수 없는 쪽이었던지라, 제가 생산 가능한 입장이라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긴 하네요.
p.s.3.
전 이번 콘에서 「가이아 프로젝트 : 잃어버린 함대」, 「쿠트나 호라 : 은의 도시」, 「피라미도」, 「넥스트 스테이션 파리」 사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