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포터즈 뻘글) 가장 방탈출과 비슷한 보드게임은?
저번에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방탈출 보드게임 두 개를 리뷰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댓글을 보며 가장 인상깊었던 내용이 하나 있었는데요, 바로 오프라인 방탈출을 해본 사람과 안해본 사람의 평가가 갈린다는 것입니다.
여담이지만 저는 Samiya라는 닉네임을 가지고 방탈출 커뮤니티에도 활동을 했을 정도로 방탈출에 대한 애정이 깊은 편입니다.
실제로 오프라인 방탈출 서로 다른 테마로 300회 가량 해보았죠. (우와.. 하시겠지만 진짜 하드 방탈출러들에 비하면 많은 수치는 아닙니다.)
그래서 간단하게 오프라인 방탈출을 취미로 가진 사람으로서 가장 오프라인 방탈출에 가까운 게임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1. 오프라인 방탈출의 재미 요소
(제가 가장 재밌게 플레이한, Escapers의 싸이코메트리 테마 포스터 사진, 사진 출처 http://www.escapers.or.kr/)
오프라인 방탈출에는 아주 다양한 테마가 있습니다.
직접 세본 것은 아니지만 전국적으로 약 2천여개의 서로 다른 방탈출 테마가 있을 것으로 추산이 됩니다.
이 모든 방탈출에는 공통점이 있죠.
바로 '문제'를 풀어서 제한 시간 내에 '미션 해결'을 시도해야한다는 것입니다.
미션 해결에는 다양한 것이 있습니다. 추리 테마의 경우 범인을 찾아낸다거나, 사랑 테마의 경우 누구와 결혼한다거나.
공포 테마의 경우 귀신을 퇴치한다거나, 아주 다양한 목적이 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탈출'이 목적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게 중요합니다. 방탈출은 최근 들어 제한 시간 내에 문제를 다 풀어서 방에서 나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주어진 스토리의 흐름에 따라 문제를 풀면서 스토리를 진행하며 그 스토리를 끝맺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요즘 방탈출은 사실 클리어가 어렵지 않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난이도가 2~3년 전에 비해서 전반적으로 쉬워졌으며 탈출 인정과는 무관하게 힌트를 무제한으로 주는 곳도 생겼습니다.
방탈출은 두뇌 게임이 아니라 한 시간짜리 체험형 컨텐츠로 변했으며, 사실상 책이나 영화 속에 들어가서 체험하는 것과 같습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진행을 위해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문제나 지령에 따라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는 점이겠네요.
하지만 요즘 방탈출 문제는 머리를 쓰는 문제보다는 간단하게 풀 수 있는 문제로 변했습니다.
심지어 문제의 상당수는 '지령'으로서 시키는대로 무언가를 하는 것으로 변했죠.
더 이상 '문제풀이'는 방탈출의 재미요소가 아닙니다. 흔히 말하는 고인물들은 문제풀이를 좋아하긴 하지만..
실제 제작에서 문제풀이는 크게 고려하는 요소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요즘 방탈출의 재미 요소는 스토리와 스토리를 풀어내는 연출에 있습니다.
같은 스토리를 쓰더라도 더 명료하고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스토리를 풀어나가고
스토리에 플레이어들이 더 몰입할 수 있도록 인테리어와 테마 연출에 신경을 많이 쓰는 추세입니다.
실제로 플레이어들도 그걸 더 좋아하기 때문에 요즘 방탈출은 그렇게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2. 가장 방탈출과 비슷했던 방탈출 보드게임
제가 느끼기에 가장 오프라인 방탈출과 비슷했던 방탈출 보드게임은 이스케이프룸 VR입니다.
제가 오프라인 방탈출처럼 많은 보드게임을 플레이해본 것은 아니라 굉장히 조심스럽습니다만
적어도 언락과 이스케이프덱은 방탈출보다는 보드게임 느낌이 강했습니다.
얼마 전 썼던 후기에 이스케이프룸 VR을 신랄하게 깠지만, 그래도 가장 오프라인 방탈출과 유사한 게임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위에 썼던 '스토리에 따라 진행되는 체험형 컨텐츠'라는 점에서였죠.
(그렇게 만들어놨는데 퀄리티가 너무 개판이라 제가 실망을 많이 했고, 그런 리뷰가 나왔던 것 같습니다.)
언락이나 이스케이프룸 (VR 말고), 이스케이프 덱 중에서는 그나마 이스케이프 덱이 좀 오프라인 방탈출 느낌이 나긴 했으나
전반적으로 보드게임의 성향이 짙다고 느꼈습니다.
그 중 특히 언락은 보드게임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부분이 있었죠.
하지만 대체로 방탈출 문제라기보단 머리 쓰는 퍼즐 문제가 많고 숨은그림찾기 문제가 있다는 점을 보면 방탈출 문제와는 느낌이 전혀 달랐습니다.
3. 가장 방탈출과 비슷했던 보드게임
가장 방탈출과 비슷했던 보드게임이라니, 2번과는 뭔가 다르죠?
그렇습니다. 실제로 방탈출과 가장 비슷했던 보드게임은 '방탈출' 게임이 아닙니다.
문제를 푸는 느낌은 아니지만 스토리에 맞게 자신이 해야할 행동을 하고, 그 행동에 의해 스토리가 진행되며
무언가 할 때마다 새로운 스토리가 공개되고 그 스토리를 끝 맺는 것이 목적인 이 게임.
그 게임은 바로 팬데믹 레거시였습니다. 팬데믹 레거시야말로 진짜 방탈출과 가장 흡사한 보드게임이었습니다.
방탈출도 팬데믹도 스포일러가 금지되어있어 자세한 서술은 힘들지만, 볼드체로 표시된 부분이 방탈출과 매우 유사했죠.
또한 실제 방탈출처럼 퍼즐을 푸는 것은 아니고 스토리에 맞는 행동을 하는 것 마저도 저는 방탈출이랑 유사하게 느꼈습니다.
물론 이 게임이 아니더라도 수많은 스토리형 보드게임, 왓슨앤 홈즈, 타임 스토리즈 등도 방탈출과 유사한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팬데믹 레거시야말로 진짜로 가장 방탈출과 비슷했던 보드게임이었던 것 같습니다.
4. 마치며
간단하게 뻘글을 써보았습니다. 뭐.. 보드라이프라는 보드게임 커뮤니티에 이런 글을 올리는 기분은 또 특이하네요.
보드게임에 관련된 글을 쓴 것이긴 하지만 방탈출에 너무 치중해서 쓰지 않았나 하는 느낌도 듭니다.
이 점에 조금 조심스러워지긴 합니다만, 그래도 너그럽게 글을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