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랑 함께한 푸에르토리코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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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2 00:00

저번에 가이오트 클럽에서 한 번 플레이해보고 일반인 지인이랑 해도 좋을 것 같고 가족이랑 하면 재밌을 것 같아 사두었다가 어제 해봤습니다.

상호작용이 강하기도 하고 여러모로 검증된 게임이기 때문에 별 고민없이 가족이랑 하면 재밌을 거라 생각하고 본가로 가져왔습니다. 저번에 업세션도 재밌게 하셨거든요.

같이 저녁을 먹고 살짝 취한 상태로 꺼냈는데 역시나 어머님이 좀 취하셔서 걱정을 했습니다. 다행히 게임이 잘 만들어져 있어서 그런지 별 룰 설명 없이 종료 조건 3개, 점수 요소 3개만 알려드리고 건물이나 행동들은 게임중에 설명하며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순서가 중요한 게임이라는 것도 알려드렸습니다.

처음에는 어머님이 많이 취하셔서 밭 일꾼과 공장 일꾼 1대 1 대응을 잘 이해 못하시길래 오늘은 날이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역시나 명작은 명작인지 순서를 돌려가며 남은 행동을 하나씩 돌려가며 한다는 쉬운 룰 덕분에 문제없이 돌릴 수 있었습니다.

아버님은 착실히 밭과 공장을 지어 최다생산 최다이득 작전을 하시는 듯 하셨습니다 ㅎㅎ 보드가 밭과 건물로 쌓이니 부모님이 이 게임의 백미인 상인 행동과 선적 행동에 관심을 가지시더라구요. 어머님은 옥수수가 0원이라는 것에 실망하셨고 아버님은 커피와 담배 등 비싼 작물만 취급하셨기 때문에 꽤 돈을 모으셨습니다.

그러나 제가 선적 행동을 했고 옥수수, 과일, 설탕 때문에 배에 다른 생산품을 위한 공간이 없자 아버님은 멀쩡한 담배와 커피를 바다에 버리게 되었다고 흥분하며 두고보자 하셨습니다 ㅎㅎ 그래도 이런 상호작용에 익숙하지 않으셨던 아버지는(저도 마찬가지지만) 어머니에 의해 한번 더 아껴 모은 비싼 작물들을 바다에 버리게 되며 저희를 해적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이때가 가장 재밌었던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ㅋㅋㅋㅋㅋ

아버님도 끝내 커피와 담배 선적에 성공하시고(대형 창고를 사시고 이제 안 버려도 된다고 매우 만족해 하시더라구요 ㅋㅋㅋ)건물도 막짓다가 게임 종료 점수 건물을 살 시점이 되자 큰 건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셨습니다. 아버님은 일꾼이 많으셨기에 일꾼당 점수를 주는 건물, 어머니는 상업 건물당 점수를 주는 건물, 저는 밭을 다 채울 계획으로 밭 수에 따라 점수를 주는 건물을 노렸지만, 어머님만 큰 건물에 일꾼을 놓은 상태로 남은 건물칸에 건물을 다 지으셔서 게임이 끝났습니다.

아버님은 정확한 점수 계산을 위해 계산기를 꺼냈고 어머님의 승점칩이 다 1점이었다는 것을 보고 웃으셨습니다. 점수 정리가 다 끝나고 그 결과는.. 어머님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아무도 예상 못했지만, 종료 점수 차이가 꽤 컸던 것 같습니다. 아버님은 계속 저희 때문에 멀쩡한 커피와 담배를 버려서 그런 거라고 하시며 커피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셨습니다 ㅋㅋㅋㅋㅋ

부모님 두분 다 정말 재밌어 하셨고 아버님은 이게 지금까지 해본 보드게임 중에 최고라고 하시며 내일도 하기로 했습니다. 어머님은 업세션 때는 아버님이 두판 다 이기셔서 얄미워 하셨는데 이번에는 아버지를 이기자 이게 더 좋은 게임이라면서 기뻐하셨습니다 ㅎㅎㅎㅎㅎ

저는 가족이랑 시간 보낼 때 주로 맛있는 것 먹거나 티비 보는 것이 대부분인데 보드게임은 가족이랑 상호작용 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되는 것 같습니다(물론 처음에는 귀찮아 하십니다). 술마시면서 누구보다 편한 가족들이랑 게임하며 노니 즐겁고 행복하네요.

처음에는 귀찮아 하셔서 정말 싫으신건가하며 굳이 같이 해달라고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오히려 제가 놀아달라고 부탁하면 아들을 놀아준다는 명분으로 재밌게 즐기시는것 같아 이제는 귀찮아 하셔도 최대한 부탁해 보는게 좋겠다하는 생각을 합니다.

아버님이 계속 새로운 보드게임 가져 오라고 하셔서 다음에는 르아브르를 가져갈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카네기를 가져오기 위해 푸에르토리코를 먼저 가져온 저의 치밀함을 뒤로하며.. 좋은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