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여자친구와 함께한 게임 후기
1. 쓰루 디 에이지스
제가 심심할 때마다 어플로 돌리고 좋아하는 게임 탑3 안에 드는 게임이라고 말했더니 여자친구도 어플을 구매하고 컴퓨터에게 지고나서는 분하다고 룰 이해가 잘 안되는 것도 있다고 하여 토요일에 기쁜 마음으로 2인플을 진행하였습니다. 본판 지도자, 문화유산만 사용하였고 저는 당연히 침략, 전쟁은 봉인하고 진행.. 4시대까지 잘 끝마쳤습니다.
여자친구는 함무라비-다빈치-뉴턴-아인슈타인으로 과학빌드를 탔고 저는 호메로스-징기즈칸-제임스쿡-빌게이츠로 잡빌드를 탔습니다. 중간에 에펠탑을 지을 기회가 있었지만 크렘린궁전이 더 이쁘다며 짓고 싶다하고서는 대륙횡단철도를 집어서 완성하는(?!) 모습이 넘 귀여웠습니다ㅋㅋㅋㅋ
빌드도 어느 정도 알려주었으니 조만간 여자친구가 컴퓨터를 이겨서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싶네용.
2. 전지적 추리시점
오늘 후기를 쓰게 된 계기인 게임입니다. 긱 4인 베스트이지만 2인 추천도 나쁘지 않기에 일요일에 돌려보았는데 정말 재밌었습니다. 튜토리얼을 할 때까지만 해도 고개를 갸웃했지만 사건1을 다 하고나니 우리커플과 완전 찰떡인 갓갓 추리 게임이었습니다.
보통 추리 게임은 단서를 다 알려주고 풀라고 하면 너무 쉬워지기 때문에 모든 단서 중 일부는 못 보게 해서 그 난이도를 조절합니다. 그리고 대개는 머리가 좋거나 추리력이 좋은 사람이 방향을 이끌어나가게 되죠.
그런데 이 게임은 모든 단서를 주되 그것들을 개인들에게 공평하게 배분하여 공개하지 않고 서로 의사소통을 통해 설명할 수 있게끔 함으로써 그 난이도를 조절했다는 점이 참신하고 정말 좋았던 부분이었습니다. 이렇게 하니 서로 설명만 잘하면 모든 정보를 취합할 수 있어서 비약적인 추리가 없어지고 제가 보는 정보와 상대방이 보는 정보가 합쳐져야 진정한 정보가 되기 때문에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게임을 이끌어나가는게 아닌 서로 힘을 합쳐 사건을 풀어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사건들이 전부 논리적으로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게임흐름이 사건의 큰 질문을 먼저 보고 단서들을 살펴본다음 추가적인 질문에도 답을 하는 구조인데 큰 질문을 논리적으로 답하려고 사건을 관찰하다보면 추가적인 질문들은 자연스럽게 해결이 되도록 질문 구성이 잘 짜여 있습니다. 그리고 일부 단서들은 수학적으로 딱딱 떨어지게끔 해놓았는데 이는 현실성은 조금 떨어질 수 있지만 올바른 추리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데 큰 도움을 줍니다.
그래서 사건을 풀고나서 설명을 보았을 때 우리가 생각한 것과 하나하나 일치할 때마다 짝꿍과 서로 "그러취~~!!" 하면서 손뼉을 치며 좋아했답니다. 한편, 한쪽이 설명을 잘못해서 답이 완전히 빗나갔을 때에는 서로 빵터져서 웃기도 했습니다. 16점을 맞아서 홈즈와 친구먹은 적도 있었고 9점을 맞아서 아쉬운 적도 있었네요. ^○^
전지적 추리시점은 사건이 1, 2, 3으로 나뉘어져 있고 한 사건은 다시 4개의 일련의 작은 챕터들로 구성되어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한 사건의 4번째 챕터는 1, 2, 3챕터의 모든 단서들을 종합해 답을 찾는 방식이라는 것입니다. 하나의 큰 사건을 전체적으로 다시 되돌아보고 정리하는 방식이라 그런지 한 편의 추리소설을 읽는 느낌이 들어 너무 좋았습니다.
이 게임의 단점이라면 그래도 어느정도의 가격대가 있는 것과 튜토리얼 정도라 볼 수 있겠네요. 어쨌거나 저희 커플한테는 너무나 멋진 경험을 준 게임이었습니다.
요즘 타지역에 여행을 많이 다녀 오랜만에 보드게임으로 주말을 채웠는데 알차고 재밌었습니다. 다음에 또 후기로 찾아뵐 게임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