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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키가하라 후기(장문 주의)
이 후기는 과거 플레이 양상을 일지 형식으로 기술한 글 입니다.
엄청난 장문이니 읽으실 때 유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실제 세키가하라 전투와 양상이 다르며,
이름은 성으로, 병과 또한 간단히 표기할 예정이니 미리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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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600년 여름이 지나자 히데요리의 구원을 기치로 한 도쿠가와군이 소집되었다.
각각의 수장의 아래에 모여 정확히 집결된 지역도 있었으나, 맹약을 위해 집결했던 다테의 군사가 오카자키 성 근교에 대기하고 있다든지 하는 혼란도 있었다. 도쿠가와 입장에서도 지휘체계가 허물어지는 것은 탐탁지 않았지만 그건 서군도 마찬가지일 뿐더러, 지금은 8만 여명의 군사가 동시에 일어난 사상 최대의 거병이니 이는 자신의 용병술로 극복해가야 할 과제라고 생각했다.
척후의 보고로는 오사카성 근교에 이시다의 서군 또한 필적하는 군세를 모았다고 하니 짐짓 막막한 생각도 들었지만, 이 또한 넘어야 할 산 이리라 다짐했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이시다 진영 측에서는 내부 분열이 있었는지, 총대장으로 옹립된 모리의 정예 군사 약 2만 5천의 병력이 오사카 성에 틀어박혀 나오지를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들이 모두 전투에 참가한다면 꽤나 골치 아플 일이기에, 도쿠가와는 서군을 최대한 자극하지 않고 신속하게 이시다를 처리하자는 생각이었다.
1. 위험한 시작
처음 군사들이 이동한 장소는 다테가 수장으로 있는 센다이 지방이었다. 우에스기가 있는 아이즈 지방에서 에도로 진격할 경우 오사카로 진격할 병사들이 분산되어 궤멸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먼저 아이즈성에서 남쪽으로 향하는 교두보인 시라카와 지방을 지켜낼 생각이었다.
도쿠가와는 다테에게 우에스기 군이 에도로 남하하지 못하게 저지할 것을 명령했고, 혹여 우에스기 병력과 부딪힐 경우, 반드시 승리를 가져다 줄 것을 주문하였다. 만일 다테가 우에스기를 상대로 대승을 거둘 경우에는 바람과 같이 아이즈성을 점령하고 북쪽의 교두보인 니가타 지역까지 점령할 요량이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에 약간 걸리는 것은 다테의 병력이 우에스기보다는 약간 열세라는 점이었다. 일전에 아이즈 지방을 지날 때, 우에스기의 병력을 마주친 적이 있었는데, 그들의 성에는 잘 훈련된 철포병이 주둔하고 있었고, 잘 훈련된 병졸들이 독기를 품은 얼굴을 하고 있는것을 목격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쿠가와는 차라리 다테의 후위 2만 병력을 본 우에스기가 겁을 먹고 침공하지 않아주길 기대했다. 만일 그것이 가능하다면 도쿠가와 본대는 오사카 성으로 빠르게 전진하여, 이시다의 머리속에 서쪽 전황만을 신경 쓰게 만들 요량이었다. 때문에 동쪽의 우에스기에게 전갈이 미치지 않기를, 혹여 최악의 상황이 오더라도 다테가 잘 버텨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다테에게 이동 명령을 전한 파발을 보낸 이후, 도쿠가와는 지체하지 않고 에도의 본대를 서쪽으로 진격시켰다. 최대한 신속하게 서쪽을 제압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그런데, 도쿠가와가 상상하지 못했던 서군의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우에스기 군사 2만여명이 즉각 아이즈성에서 기습적으로 남하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다.
최소한 도쿠가와 본대가 증원될때까지만이라도 다테와 대치하는 상황을 바랐던 도쿠가와 입장에서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다.
(시라카와 지방에서의 혈투)
이윽고 비보가 전해졌다. 다테군이 우에스기군에 패배를 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물론 다테군도 마냥 손을 놓고만 있지는 않았다고 했다. 끝까지 저항하여 우에스기군 5천을 무찔렀지만, 다테군은 2만명의 병력 중 무려 1만 5천의 손실을 입었다는 소식.
허나 호기롭게 시라카와 지방을 사수하려던 다테가 이 전투에서 허무하게 전사했다는 소식이 도쿠가와를 더욱 가슴 아프게 했다.
(후퇴한 다테의 잔존병력)
다테의 잔존 병력은 에도와 가까운 우츠노미야 지방으로 후퇴를 했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다테가 열심히 전투에 임해주었기 때문에 우에스기 병력에 압도될 정도는 아니라는 점이었다.
(서쪽으로 향하는 도쿠가와군. 다테군이 궤멸되었다는 비보를 들었지만, 발길을 돌릴 수는 없었다.)
도쿠가와군은 다테의 희생을 가슴으로 삼키고 진격할 수 밖에 없었다. 허나 전투를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동쪽의 큰 축을 잃어버렸으니, 최대한 이 전투를 빨리 끝내야겠다는 조급함이 생기기 시작했다.
(오사카성에서 이동하는 서군)
그 사이, 서군이 주둔하는 오사카 성에서는 3만여명의 병사들이 교토지방으로 진출하고 있었다. 도쿠가와는 이러한 병력 이동으로 남쪽에 있는 동군 휘하의 두 성이 위험에 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5천의 선봉대를 아노츠 성으로 강행하여 충원하는 강수를 두었다.
이 무렵 아이즈성에 있던 우에스기의 잔존 병력은 북쪽 니가타 지방으로 진출하여 교두보를 확보하는데 성공하였다. 다테가 살아있었다면, 그가 필히 탈환할 수 있었을거라 생각하니 안타까웠다.
아마도 도쿠가와의 동군 입장에서는 다테를 잃은 이상 극동지방을 탈환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리라.
2. 연속되는 참패
다테를 잃은 슬픔도 잠시, 오사카로 진격하던 도쿠가와 군은 충격적인 소식을 하나 더 들어야 했다. 호기롭게 출발한 선봉장 이이 나오마사와 합류했던 후쿠시마 가문의 수장이 전멸했다는 전갈이 도착했기 때문이다.
오사카에서 막 진격했던 서군을 단순한 허세라고 판단했던 도쿠가와는 자신을 자책했다. 이시다를 너무 우습게 보고 있었다. 이전에 몇번 마주친 적 있었지만, 자신이 계획한대로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편견이 은연중에 있었기 때문이다. 함부로 진격하지 않을것이라는 속단, 그로 인해 이번 대참사는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건 순전히 대비를 하지 않았던 도쿠가와의 책임이었다.
(후쿠시마, 이이의 선봉대가 코바야카와, 우키타 연합군을 상대로 분전하다 전사)
이이는 명성대로 분전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후쿠시마의 기병대는 기습으로 인해 미처 준비되지 못한 상태였고, 우키타가 자랑하는 철포병의 기세 앞에 무력하게 쓰러져갔다.
후쿠시마는 혼전 속에서도 계책을 내세워 우키타군과 코바야카와 사이를 이간질 시킬 계획이었으나, 서군 연합병력은 생각보다 칼을 벼르고 전장으로 나선 모양이었다. 도쿠가와군의 예봉을 확실하게 부러뜨리려는 듯, 끈끈한 결속력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키요스 지방의 선봉대는 허무하게 전멸하고 말았다. 이 참사가 일어난 것은, 도쿠가와의 본대가 도착하기 하루 전 일이었다.
도쿠가와는 자신이 조금만 일찍 도착했다면, 이 둘이 이렇게 허무하게 전사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자책했다.
(후쿠시마의 계책에 넘어가지 않는 이시다군)
늦었지만 도쿠가와의 본대가 오카자키 성에 도착했기 때문에, 이시다군의 남하를 저지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도쿠가와가 오카자키성에 도달하기까지 벌써 두 명의 장수가 별다른 활약 없이 전사하고 말았다. 이는 앞으로 요긴히 쓰여야 할 도쿠가와의 한 팔을 잃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오카자키성에 입성하는 도쿠가와 휘하 3만여의 병력, 북쪽에는 마에다가 3만 5천의 병력 중 2만의 병졸을 이끌고 조심스럽게 오사카 지방으로 향하는 중이다.)
(단기로 타카사키 지방을 점령하는 마에다 기병 결사대. 우측에도 에도 길목을 방어하는 도쿠가와 방어군 5천기의 모습이 보인다. 이 둘의 방어선이 무너질 경우, 에도와 하코네성이 무방비로 노출된다.)
도쿠가와도 거병한 이상 마냥 침통해있을 수는 없었다. 지금은 이시다군이 보급로를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증원이 제대로 되지 않는 약점이 있었다. 다행히 동쪽은 압도되지 않을 정도의 병력밖에 없었기 때문에, 도쿠가와는 에도를 비우기로 단행했다.
한편 에도를 지키고있던 마에다 가문의 기병대 5천은 결기로 뭉쳐있었다. 이윽고 그들은 한 마음으로 성문을 열어젖히기 시작했다. 쏜살같은 움직임, 후방에서나마 동군에 힘을 실어주려는 듯 바람처럼 달려 우에다지방 근교의 타카사키 지방으로 진격, 이내 보급로를 확보하는데 성공하였다.
하지만 그들의 의지와는 달리 손에는 날카로운 병장기도 없었고, 제대로 된 명령하달 체계도 존재하지 않았다.
에도를 사수하기 위한 병력을 최대한 끌어모아 불리한 상황을 어떻게든 타개하기 위한 무리수의 느낌이 강해 보였다.
하지만 역시 이시다는 더이상 도쿠가와의 손바닥 안에 있던 그 이시다가 아니었다. 별다른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눈치를 챈 이시다측에서는 급히 우에다성의 병력을 출진시켜 이를 제압하려 하였다.
도쿠가와군에는 이제 희망이 없어보였다.
3. 반격의 시작
에도를 사수하던 기마부대 5천기가 타카사키 지방을 점령했다는 소식을 들은 우에다성에서는 곧바로 출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시다측에서도 이 전갈을 받자마자 무릎을 치며, 우에다성의 방어병력을 전진시켜 도쿠가와군의 사기를 완전히 꺾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이시다도 그 의견에 동의하였다. 이시다는 곧바로 우에다성에 출진전갈을 보냈고 상부의 허가를 받은 우에다성에서도 지체하지 않고 도쿠가와군을 향해 전진했다. 우에다성을 방어하던 1만 5천의 병력은 간단한 병장기만을 쥐어든 채 타카사키 지방에 주둔하던 도쿠가와군 5천기를 향해 바람처럼 돌진했다. 그 곳을 사수하던 마에다 가문의 기병 5천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봉착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도쿠가와의 계책이었다. 분명 도쿠가와군은 아무런 전투준비도 되어있지 않았지만, 그것은 모두 그들이 꾸며낸 계략이었다.
(마에다의 5천이 계책으로 우에다성에서 출발한 1만 5천명의 병력 중, 우키타 기병대 5천의 돌진을 막아냄)
도쿠가와는 오사카 출진 직전 잔존하던 마에다군에 에도를 사수하라는 명령을 내렸을때, 마에다 방어대의 수장에게 조그마한 주머니를 쥐어주고 떠났다. 그리고 그 주머니 안에는 우에다성 내에 손을 써두었으니 적절한 때에 보급로를 공격하라는 쪽지가 남겨져 있었다. 오히려 준비되지 않은 쪽은, 5천의 병력만 궤멸시키면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무모한 돌진을 감행한 이시다의 병력이었다.
이 신묘한 전투로, 5천의 마에다 기병대는 전투도 치르지 않고, 이시다 진영의 1만 5천 중 5천을 물리치고 1만명을 퇴각시키는 전과를 세웠다.
(교토로 기습한 마에다 본대)
마에다의 기병대가 동쪽에서 엄청난 성과를 거두는 사이, 마에다는 직접 2만의 정예군을 이끌고 교토를 직접 공습하는 강수를 두었다. 이 공격으로 오사카와 쿠와나 지방이 양분될 뿐더러, 보급을 좀 더 원활하게 만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이 진격으로 인해, 공세에 있던 서군의 연합군은 오히려 도쿠가와 본대와 마에다 기동대 중간에 고립되어있는 형세가 되었다. 또한 아노츠성은 1만 병력이 굳건하게 지키고 있기 때문에, 퇴각방향은 이제 기후성으로 한정되었다.
마에다 기병대가 타카사키에서 대승을 거둔 사이, 에도 지방에서는 드디어 도쿠가와의 별동대가 증원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다테의 희생과 마에다 기병대의 활약덕에 증원 시간을 벌 수 있었고, 그 귀중한 시간 덕에 동쪽의 병력 열세가 점차 극복되는 순간이었다.
같은 시각, 마에다군 1만 5천여명의 병력은 타케다 지역으로 진군하여 보급로를 확보하는데 성공하였다. 불리하던 도쿠가와의 동쪽 지역은 점차 군세가 확장되기 시작했다.
4. 일진일퇴
그 무렵 서군에서는 증원된 모리의 군사 1만 5천명이 미야즈성으로 진격하여, 수성하던 도쿠가와의 5천의 군사를 물리쳤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동쪽에서의 패배를 만회하려는 듯, 이시다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도쿠가와가 아니었다. 도쿠가와 본대 3만 중, 1만은 오카자키성을 사수하라는 명령을 내린 후 정예 2만을 추스려 기후성으로 즉각 침공을 단행, 성을 지키던 서군의 1만 병력을 순식간에 궤멸시켜 기후성을 점령하는데 성공하였다.
이에 질세라 코바야카와, 우키타 연합군은 아노츠성으로 진격하였다. 다만 이번에는 아노츠성의 도쿠가와군이 격렬히 저항하여, 수성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하지만 그렇게 오래 버틸 수 있을만한 형국은 아니었기 때문에, 서둘러 증원이 필요한 상황으로 보였다.
(5천의 군사를 잃었지만, 필사적으로 수성중인 5천의 도쿠가와군과 공성을 위해 대치중인 2만 5천의 서군)
동쪽에서는 도쿠가와의 승전보가 들려오고 있었지만, 서쪽지역에서는 서로 일진일퇴를 거듭하였다. 이러한 결과로 성의 주인이 뒤바뀌는 형국이 되었다. 도쿠가와군은 비록 미야즈성을 잃었지만, 기후성을 점령했기 때문에 아직은 힘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사이 다시 동쪽에서는 마에다의 1만 5천 병력이 우에다성으로 진격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에다성에는 사나다라는 수성의 달인이 있었다.
우에다성에서의 지리한 대치 사이 서군은 끝내 도쿠가와군을 물리치고 아노츠성을 점령하는데 성공했다. 이대로라면, 성의 지배력이 낮아져서, 더욱 전황이 불리해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고심한 도쿠가와는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그는 서둘러 이시다를 공격하려는 계획을 접고, 전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선회하였다.
그가 눈길을 돌린 곳은 동쪽의 아이즈성.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서서히 움직이던 동쪽의 도쿠가와군은 성 밖에 주둔하고 있던 우에스기 병력을 기습하는데 성공했다.
우에다성과, 서쪽 기후성에 정신이 팔려있던 서군은 동쪽의 급습에 미처 준비되지 못한 모양새였다. 초반의 대승으로 사기가 오를대로 올라 느슨해졌던 우에스기 본대는 에도에서 증원되어 전진하던 도쿠가와 본대의 동태를 제대로 살피지 못했고, 그대로 급습을 당하고 말았다. 비록 우에스기군의 기강이 해이했다지만, 다테를 무찌른 전과가 있는 정예병이었기 때문에 급습한 도쿠가와군을 상대로 계책을 구사할 여력은 있었다. 하지만 만반의 준비를 완료한 도쿠가와군에는 그러한 계책이 통하지 않았다.
도쿠가와 별동대는 순식간에 우에스기의 병력 1만 5천명을 전멸시키는 데 성공한 후, 무주공산이 된 아이즈성으로 곧바로 진격하였다.
도쿠가와군이 아이즈성을 점령한 순간, 마에다군은 우에다성을 공략하기로 결정했다. 사나다가 버티고 있기에 한번에 함락시키기는 힘들었지만, 간헐적으로 공격하며 에도의 증원군으로 점차 세력을 확장 하여 사나다의 목을 조이는 동시에, 마에다 기마대는 키소 지역을 점령하여 전장의 우위를 확보하기로 하였다.
이와 동시에 교토에 주둔했던 마에다 별동대는 기지를 발휘했다. 상대가 병력을 집결시키기 위해 잠시 미야즈 성을 비워두었을때, 재빨리 진군하여 미야즈성을 재탈환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전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완전히 기울었다 싶었던 전황을 다시 자신의 흐름으로 돌린 도쿠가와의 기지가 눈부시게 빛나기 시작했다. 전장에 나선 서군의 눈빛에서도 더이상 승리로 인한 자신감을 읽을 수 없었다. 도쿠가와는 이대로 흘러간다면 자신이 승리할 수 있다고 자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방심한 탓이었을까?
이시다의 서군이 최후의 반격을 위해 도쿠가와가 자리잡고 있는 기후성으로 침공한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기후성에 주둔한 도쿠가와 본대 2만명 병력에 맞서는 서군의 3만명의 병력. 병력은 도쿠가와의 열세였지만, 도쿠가와는 그다지 패배에 대한 생각을 가지지 않았다. 그는 준비가 되어있었고, 승리에 대한 자신감도 있는 상태였다.
사기가 충천한 도쿠가와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돌격을 감행한 이시다군. 이 두 진영이 세키가하라 지역에서 거대한 결투를 시작하였다.
5. 세키가하라 전투
(도쿠가와 2만과, 서군 연합 3만이 세키가하라에서 만나 코바야카와가 선봉으로 나서며 전투의 시작을 알렸다. 왼쪽 위에 마에다가문이 미야즈성을 점령한 모습이 보인다.)
서군의 선봉장은 코바야카와였다. 여기서 도쿠가와는 많은 고심을 했다. 도쿠가와 자신이 직접 출진한다면 패배할 경우 퇴각이 힘들지만, 자신이 여기서 싸우지 않았다가 이 전투에서 패배하여 전멸할 경우 자신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까지 미쳤다.
여러 생각이 교차한 끝에, 도쿠가와는 전면전으로 상대를 제압해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도쿠가와도 참전하여, 이시다의 서군의 최후 병력까지 꺾어놓아야겠다는 생각.
도쿠가와가 직접 참전한 이후, 서군에서는 우키타까지 출진하였다. 상대도 필사즉생의 각오로 결전을 준비한 것 같았다.
전투에 병사들이 참전할때마다 일진일퇴를 거듭하던 양측의 군사들.
서로의 사상자가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도쿠가와가 예상한 것 보다 상대는 더욱 치열하게 공격을 감행하였다.
상대의 병력 1만이 동시에 맹공을 나선 순간, 도쿠가와는 생각에 잠겼다. 여기서 상대의 배신을 종용하면 우리쪽이 큰 피해없이 상대를 전멸시킬 수 있을거라는 달콤한 유혹.
상대는 선봉장이 코바야카와였지만, 우키타의 직속부대만이 배치되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부대는 코바야카와군일 수도 있다는 생각 등이 머리속에 스쳤다.
대승을 향한 달콤한 유혹을 이기지 못한 도쿠가와는 결국 배신을 종용하였지만, 상대는 단단히 대비가 되어있었다.
이 섣부른 판단 착오가 두 장수를 잃고 성을 잃은 것은 하찮은 일로 만들어버릴 정도로, 대업을 이루는데 가장 큰 실수가 될 줄이야.
모든 병력을 출진시켜 결과를 바라보던 도쿠가와는 자책하고 말았다.
이시다의 서군은 3만의 모든 병력이 출진하였고, 16대 21로 패배를 맛보아야 했다. 도쿠가와의 2만 병력이 한순간의 판단 착오로 전멸하고 말았던 것이다. 승리를 자만한 결과가 그의 발목을 잡고, 대세를 그르칠 실수를 저지르게 될줄은 꿈에도 몰랐다. 배신의 종용을 조금 늦은 타이밍에 했다면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이미 도쿠가와의 시간은 지나버리고 말았다.
도쿠가와의 야망은 좌절되었고,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일곱살 난 어린 아들 히데요리가 새로운 쇼군이되는 새 역사를 맞이하게 되었다.
만일 배신 종용을 조금 기다린 이후에 했다면, 우키타의 기마대가 도쿠가와군에 합류했을것이고, 도쿠가와가 17대 16으로 승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랴.
이렇게 한시간의 승부는 이시다의 서군이 승리하는 것으로 막을 내리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