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S게임즈] 망자의 "보드게임 블러드본" 체험 리뷰
해당 글은 2024년 3월 MTS게임즈에서 펀딩 예정인 "블러드본 보드게임"의 체험회 행사를 토대로 리뷰로 작성되었습니다.
"야수 사냥의 밤이 다시 시작된다."
2015년 프롬소프트웨어는 종전에 발매해오던 소울시리즈와는 별도로 소니 산하의 재팬스튜디오와 함께 블러드본을 제작하게 되었고, 이후 이 게임은 콘솔게임계에 큰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러브 크래프트를 모티브로 한 코즈믹 호러, 음산하고 스산한 분위기, 불친절한 스토리텔링, 극악의 난이도 등 이 게임에 대한 찬사만으로도 수십장은 써내려 갈 수 있을만큼 수작을 넘어 명작으로 기록된 게임이다.
필자는 블러드본으로 소울라이크 장르를 시작한 콘솔게이머였으며, 이후 프롬소프트의 노예가 되어 망자화를 거듭해왔다.
<필자가 보유중인 컬렉션이다. 스콜라와 세키로도 물론 DL로 보유중이다.>
소울라이크게임이 그러하겠지만, 매콤하지만 중독성있는 그맛을 한번 맛본 이후에는 헤어나올 수 없게 빠져들게 된다. 마치 동대문엽기떡볶이나 마라탕의 맛과 유사할 것이다. 감히 내가 엄두도 못낼 것 같은 무시무시한 보스를 쓰러뜨렸을때의 카타르시스는 그 어떤 게임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유니크함을 가지고 있다.
2018년 블러드본의 인기를 반영해 CMON에서는 보드게임으로 개발되었고, 킥스타터를 통해 영문으로 발매되었다. 게임은 수작정도로 평가되었으며, 게임성보다는 게임에 포함된 피규어 때문에 많은 블러드본 게임팬들이 구매를 하였다. 구매한 사람들이 보드게임을 즐겼는가는 의문스럽지만, 피규어에 대한 수집욕구는 충분히 충족되었으리라.
으래 대형 IP에 기대어 나오는 서브굿즈들이 그러하듯, 처음부터 "보드게임"으로서 게임성은 평가할 필요조차도 없다고 가정한다. 특히 SFG에서 만들었던, 몬스터헌터나 호라이즌 제로던만 하더라도 원작은 명작 반열에 올라있는데 보드게임은 게임성을 평가할 가치가 없는 피규어 상품으로 판단한다. 즉, 피규어가 메인이고, 게임은 거기 포함된 작은 컨텐츠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블러드본은 수준 높은 보드게임을 제작한바 있는 CMON에서 소니엔터테이먼트와 협업해 개발자들이 직접 제작에 참여해 시쳇말로 각을 잡고 만든 게임이다.
2024년 3월 이 게임을 MTS게임즈에서 한국어화하여, 펀딩하기로 했고, 체험회 행사를 진행하였다. 2015년 그저 "망자"에 불과했던 나는 그사이에 "보드게임을 할 줄 아는 망자"로 성장하였기에, 이 게임을 경험해보고 이를 게임성만을 토대로 리뷰를 작성해 보았다. 보드게임의 세부적인 메커니즘에 대한 내용보다, 그매콤하고 맛있었던, 루드비히 머리를 발로 차고 놀던 그때의 콘솔게이머의 감각으로 서술해 보고자 한다. 망자에게 사냥의 밤이 다시 시작되었다.
<목걸이에 삽입된 문구를 보니, MTS 기획자중 분명 보라돌이 망자가 있을것으로 보인다>
블러드본을 충분히 즐겨보고, 보드게임을 구매할까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블러드본 보드게임이 원작 경험을 보드게임으로 잘 비틀어내어 그만한 감동과 경험을 줄 수 있느냐는 궁금증이 들 것이다. 그러면 소울류 게임의 특징과 공식을 어떻게 구현해 내고 있는지를 보아야 할 것이다. 소울류게임의 특징은 1.극복가능한 높은 난이도, 2.재도전 경험을 토대로한 성장, 3.사망에 대한 낮은 리스크, 4.퍼즐같지만 서로 연결된 세계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여러 장점이 많은 게임이지만, "블러드본 보드게임"이 소울라이크게임의 재미를 어떻게 구현하고 보여주는지를 톺아보도록 하겠다.
1. 극복가능한 높은난이도
블러드본 보드게임의 난이도는 아컴호러 시리즈와 유사하다. 게임의 많은 부분에서 "광기의 저택"이나 "아컴호러"가 느껴졌다. 익숙한 매운맛이었다. 한 번의 판단으로 게임이 망가질수도 있고, 조금만 잘 극복하면 적을 죽이고 앞으로 나아갈 것 같았다. 적이 강한공격을 할지 기본공격을 할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내 공격이 들어갈지 말지에 대한 도박이 반복적으로 강요되었다. 이 경험은 보드게임을 조금 즐겨본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경험일 것이다. 그래서 이 게임만의 특별함은 없지만, "매콤한 맛"을 느끼기엔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한번의 실수로 유지를 모두 날리고 사냥꾼의 꿈으로 소환될지 모른다.>
2. 재도전 경험을 토대로한 성장.
블러드본은 악명높은 보스가 많은 게임이다. 그중 "저주받은 루드비히"는 블러드본 DLC의 꽃으로 불리운다.
필자는 루드비히를 만나고 클리어까지 몇번이나 죽는지 세어보기 위해 핸드폰 카운트기를 켜고 유다희를 만날때마다 세어보았다. 결국 80번째 재도전에서 루드비히의 목을 잘라낼 수 있었다. 웅장하고, 음침한 분위기에서 루드비히에 마지막 일격을 가할때의 카타르시스는 지금까지 인생에서 해본 그 어떤 게임에서도 주지 못한 쾌락이었다.
<장엄하게 들려오는 배경음악, 꿈도 희망도 없어보이는 분위기, 극악한 난이도의 루드비히는 강렬한 경험이었다.>
소울라이크의 성장은 캐릭터의 성장과 함께, 이를 경험하는 유저도 함께 성장한다. 똑같은 맵, 똑같은 패턴의 적과 보스로 인한 경험에 의한 성장인 것이다.
"블러드본 보드게임"은 이러한 재도전의 경험에 의한 성장을 단순히 맛만 볼수 있게 해두었다. 어느정도 게임을 재도전하다보면, 어떤맵들이 등장할지 예견이 되고, 어떤 이벤트가 일어날지 미리 알수 있게 된다. 하지만 콘솔게임의 경험과 달리 맛보기에 그치는것은 아쉬울 따름이다. 특히, 로그라이크식 맵구성은 소울라이크와는 어울리지 않는 선택이었다.
<맵은 플레이 할때마다, 더미에서 뽑히면서 로그라이크식으로 조금씩 바뀐다.>
"경험으로 익힌 실력"을 보드게임에서 구현해낼 창의적인 방법은 필자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나 개발자 입장에서 너무 쉬운 방향으로 시스템을 설계한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프롬소프트는 새로운 시리즈와 게임마다 새로운 전투경험을 주었지만, 블러드본 보드게임의 전투경험은 다소 익숙한 것들이었다.
3. 사망에 대한 낮은 리스크
블러드본 보드게임은 사망리스크가 원작에 비해 크며, 다인플인 경우 훨씬 강력하게 다가온다. 즉, 죽음으로 배우려고 돌격했다간, 게임자체를 재도전해야할 수 있다.
게임내에 타이머적 요소가 있으며, 사망할때마다 이 타이머가 조금씩 앞당겨지는 시스템이다. 원작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죽어가며 배웠다면, 보드게임에서는 조금씩 조여오는 한정된 시간내에서 챕터를 클리어 해 나가야하는 챕터식 구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일단 죽으면서 배워보자고 돌진했다간 타이머를 모두 소진하고 2시간을 넘게 끌고온 진행사항을 날려버릴수도 있다.
이는 여러 던전크롤식 보드게임에서 이미 답습했던 방식이고, 블러드본 보드게임은 그대로 차용했을 뿐이다. 그러다보니 게임 중에 여러번이나 "광기의 저택"의 짙은 향수가 뭍어났다.
"100번이 되더라도 죽어가며 실력으로 돌파할 수 있는 무서운 던전 또는 보스" 그런것은 블러드본 보드게임에 존재하지 않았다.
등불, 일정 시간이 지나면 리젠되는 적들이 "어때요 소울라이크 같지않나요?"하고 느낌만 줄 뿐이었다.
<원작처럼 유다희로 들이 받다간 게임이 터진다.>
4. 퍼즐같지만 연결된 세계
소울라이크의 맵은 퍼즐같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고, 각 장소들은 전혀 다른 장소 같으면서도 하나의 세계관을 구성하고 있다. 원작도 성당구역을 중심으로, 신시가지, 구시가지, 금단의 숲, 성당상층 등 다양한 지역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지역간에는 오픈월드게임처럼 심리스로 연결되어 있다.
이는 콘솔게임이기에 구현가능하며, 테이블의 한계가 정해져있는 보드게임에서는 구현이 불가능할 것이다.
<구역마다 보스가 있고, 다른분위기를 내지만 하나의 유기적 심리스 공간으로 구현되어 있는것이 소울라이크 게임의 매력이다>
그러나, 이러한 맵의 연결은 물리적으로 못하더라도 블러드본 보드게임은 모든 구역을 쪼개 별개의 확장팩으로 만들었으며, 한 구역에서 행한 이벤트가 다른 확장팩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원작에서는 듀라를 죽였느냐, 살려두고 친해졌냐가 게임종료까지 영향을 미치지만, 보드게임은 구역내에 존재하는 이벤트가 다른구역으로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이유는 모든 확장팩을 새로 시작하는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한 탓일 것이다.
<모든 확장팩이 하나의 큰 스토리를 따라가는것이 아니라, 그저 별개의 확장팩이다. 하나가 비어도 게임에 지장이 없다.>
게임간에 유기적으로 연결할 시스템은 블러드본 보드게임이 개발되었을 당시에도, 이미 다른 보드게임에서 보여준적이 있으며, 여러개의 챕터에서 선택에 따라 유기적으로 영향을 주기도 받기도 하도록 많은 게임에서 구현한적이 있다. 그러나 블러드본 보드게임은 개별판매를 고려하였는지 너무 편한 선택을 하고 말았다. 이미 소울라이크를 즐기는 게이머는 코어게이머인데, 보드게임은 지역별로 맛보기 형태로 구성하고 말았다. 그럼으로 인해서 내 캐릭터가 지역을 오가면 계속해서 성장하는것이 아니라 새로운 확장때마다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해서 다시 시작한다.
<아컴호러 카드게임은 캠페인이 유기적으로 동작하며 하나의 결정이 결말까지 쫒아오기도 한다.>
개별판매를 위한 어른들의 사정이 있었을것이라 예상은 되나, 판매대상이 프롬의 망자들이었다면, 수많은 고통끝에 모든지역을 순차적 또는 선별적으로 거친 후에 플레이타임 100시간이 되어서야 최종보스인 "달의 존재"와 마주하는것이 훨씬 좋은 판단이었을 것이다. 확장을 별개의 게임처럼 칼로 잘라낸 것은 블러드본 보드게임의 가장 치명적인 실수인 것으로 보인다.
그덕분에 게임은 라이트해졌으나, 도전욕구가 꿈틀대지 않는 것은 어쩔수 없을 것이다.
5. 살거야 말거야.
필자는 블러드본의 팬심으로 해당 펀딩을 들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내가 과연 원작을 즐기지 않았다면 이게임을 구매할까?
<망자가 되어 본적없는 라마나타님은 리뷰중에 사냥꾼의 꿈에 왜 가냐며 '?'를 3개나 박아 넣었다. 망자가 보기에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블러드본 보드게임" 콘솔게이머가 보드게임으로 즐기기에는, 소울라이크의 재미도 주지 못할뿐더러, 하비게임의 웨이트를 가지고 있어서 접근이 쉽지 않고, 보드게이머가 보드게임으로 접근하더라도 이보다 괜찮고 좋은 게임이 너무나도 많다. 당장 "광기의 저택"만 하더라도 이 게임과 수평선상에 두기 어렵다. 참 묘한 교집합 사이에 머물러 있는 게임이다.
그래서 주요 수요층은 피규어가 목적인 콘솔게이머나, 나와 같이 망자 경험이 다분한 보드게이머가 아닐까한다.
잘 깎아 만들었지만, 덜 다듬어진 아까운 수작. 그정도의 느낌이었다.
그러나 이 보드게임은 2018년에도 무려 350달러로 펀딩을 했던 제품인지라, 몇년째 지속되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펀딩가격이 결코 만만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공간부피도 상당한 편이라 수납할 방법에 대한 고민없이 무턱대고 사기도 어려운 제품이다.
필자는 블러드본의 팬으로서 구매 하겠지만, 그저 보드게임만 즐기고 소울라이크에 관심이 없는 게이머라면, 이 작품을 사는건 추천하지 않는다. 소울라이크의 특징도 두드러지지 않으면서도, 원작을 반영하려한 여러 요소들이 이해도 되지 않고, 불합리해 보일 요소가 다분하다. 이보다 더 저렴하고 좋은게임이 이제는 너무나도 많다.
한편, 블러드본 콘솔게임을 즐겨본 유저라면 10년전의 그 감동이 여기저기서 뭍어남을 느낄 수 있을것이다. 해마다 들리는 리메이크, PC버전 이식, 60프레임패치, 블러드본2편 개발에 숨넘어갈 것 같으면서도 이 게임은 망자가된 사냥꾼들의 마음을 조금은 달래준다. 익숙하지만 다른기능을 하는 아이템과 웅장하고 멋들어진 보스몬스터는 망자들의 심장을 다시금 셀레게 하기엔 충분하다. 예전의 데드스페이스 아이폰버전이 떠오른다. 원작에 한참 미치지 못하지만, 데드스페이스 향기는 물씬 풍기는 그 중간쯤 어딘가.
<잠시만요 선생님.. 저 아직 못간다구요..>
"Farewll, good hunter."
게르만 선생은 작별을 고했지만, 사냥꾼 망자들의 한켠에는 아직도 야수사냥의 밤만을 기다리고 있다.
블러드본을 보내기에 원작은 너무나도 명작이고, 보드게임은 부족하지만 수작은 된다.
부디 MTS에서 성공적으로 펀딩해서 많은 망자들이 잠시나마 굶주린 피들을 채우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