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진, 내가 해본 게임들을 정리해보자 32
311. 뱅! 주사위 게임
뱅!은 원래부터 좋아하는 편이었고, 이게 충분한 대체제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서 구입했다. 주사위가 있는 게임을 좋아하는데, 많이 굴리니까 호쾌한 맛이 있다. 근본적으로는 야찌라서 테마가 살짝 무뎌지는 감이 있다. 같이 했던 친구도 뱅!의 총 쏘는 맛이 안 난다고 하더라. 그래도 원조 뱅!보다도 초보자에게 가르쳐주기 쉬운 거 같다. 쉽고 휴대도 편하고 빠르게 할 수 있어서 특정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좋은 게임 같다. 원래 뱅도 사람이 많을 수록 재밌지만, 이것도 5인 이상 돼야 더 재미가 있었다. 3인은 좀 별로였고, 4인은 재미가 있긴 한데 아쉽다. 정체도 금방 보이고 부관이 없기 때문에 배신자와 부관을 구별 못하면서 헷갈려하는 지점이 없어서 아쉽다.
[게임평]
테마적으로는 뱅!의 맛이 전부 우러나진 않지만, 빠르고 경쾌하고 유쾌한 게임. 내 맘대로 안 되는 주사위도 즐겁고, 주사위가 묵직한 게 손맛이 좋다.
312. 워체스트
서울 워게임 캠프에 가서 돌렸다. 워게임 캠프라고 상상 초월하는 것만 돌아가는 거 아니니 관심 있는 사람은 많이 와보시길, 서로 전투/역사적인 테마만 있으면 돌아간다. (이거랑 같은 날에 돌렸던 것은 마레 노스트룸.) 물론 톡방에서는 평소에 듣지 못하던 게임들 이야기하는 걸 많이 들을 테지만, 캠프에서 뭐 하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그거 하려는 다른 사람이 있기만 하면 돌아간다.
그런데, 워게임 캠프에서 한 게 에러플인 걸 게임 다 끝나갈 때야 알았다. 행동을 하나씩 해야하는 걸 연속으로 다 하면서 돌아가면서 했다. 의도치 않게 호쾌한 게임을 해버렸는데, 말이 많아서 헷갈리지 않을지, 너무 장기류처럼 느껴지진 않을지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더 좋았다. 엄청난 테마가 느껴지진 않지만 다양한 병종이 있어서 이리저리 사용하고 싶어진다. 우리편의 말과 어떤 상승작용을 일으킬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도 즐겁니다. 일대일보다 여러명이서 같이 대화하면서 하면 더 좋을 거 같다.
[게임평]
말을 판에 놓느냐 주머니에 넣느냐로 더 강하게 할지/더 잘 움직이게 할지 고민하게 하는 재미와 여러 효과를 이용한 전술적 고민이 즐겁다. 말을 주머니에서 뽑아야해서, 운 요소도 있는 것이 추상전략과 다른 느낌을 줘서 좋았다. 전쟁게임은 큰 틀의 계획과 어쩔 수 없는 운 요소를 임기응변으로 막는 점이 재미를 준다. 말들의 묵직한 손맛도 좋다. 스플랜더 보석의 손맛 좋아하는 사람들은 좋아할 거다.
313. 다섯 부족
명성이 어마어마한 것 치곤 큰 재미는 아니었다. 같이 하신 분... 뭘 그리 암살자를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이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은 만칼라 길을 찾아보는 재미로 하겠지. 따다닥 해서 엄청난 길을 만들어서 큰 효과를 거뒀을 때 쾌감을 느낄 거 같다.
[게임평]
테마가 아주 쏙 빠진 느낌이다. 말을 만지는 손맛이 좋은 시스템이 멋들어진 유로게임. 테마를 중시하는 나는 별로 좋아할 게임이 아니지만, 만칼라가 모든 게임에 다 쓰이는 건 아니니 다른 유로게임에 비해서는 독특한 느낌을 줘서 다른 사람이 하고 싶다면 같이 할 거 같다.
314. 사그라다
이런 거 가지고 멋진 궁전을 꾸민다는 둥 안 했으면 좋겠다. 그냥 시스템만 가지고 있고 테마는 색종이 붙여놓은 수준이면서 테마 있는 것 처럼 말하지 마라! 차라리 주사위 빙고라고 하면 이해하겠다.
게임이 이상하다는 게 아니고, 테마충들은 유로게이머가 이 정도로 테마 있다고 하면 절레절레하고 싶다. 주사위가 좀 더 컸으면 시원시원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평]
주사위의 다양한 색과 눈을 정해진대로 잘 맞춰서 배치하는 게임. 운요소도 있고 머리쓸 부분도 꽤 되면서 시간도 오래 안 걸린다. 아기자기한 것 좋아하고 퍼즐류를 좋아하면서 너무 어려운 건 싫은 사람이라면 재미있어할 거 같다.
315. 알함브라
고전 명작이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막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카르카손은 다시 해봐도 좋은데, 얘는 뭐가 모자랐지....? 2인만 해봐서 그런가? 개인적으로 그림이 좀 아쉽긴 했다.
다양한 색의 카드(서로 다른 종류의 화폐)를 나눠서 사용해 타일을 챙겨간다는 점이 재미있다. 게임을 다채롭게 만들어줬다고 생각한다.
[게임평]
벽 그림이 좀 아쉽다. 아름답게 연결되는 느낌이 아니다. 개인적으론 중간중간 점수 계산 단계가 있는 것이 살짝 맥빠지는 느낌이 있었는데,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단기 목표를 주는 느낌이라 좋을 수 있을 거 같다. 어떤 카드를 쓸까와 어떤 타일을 가져올까의 이중고민을 하게 만드는 재미를 추구한다.
316. 아줄
아는 사람 중에는 엄청 예뻐서 바로 샀다는 사람도 있는데, 난 별로 예뻐보이진 않았다. 규칙이 직관적이진 않는데 (특히 다섯줄 다 채우면 옆으로 옮기고, 등등) 간단하긴 했다. 스플랜더, 센추리보다는 좋게 느껴졌다.
[게임평]
맨들맨들한 타일 손맛은 아주 좋다. 간단한 규칙으로 가져갈래 말래를 고민하게 만든 건 탁월했다고 생각한다.
317. 드랍 잇
테트리스 같은 게임. 모양이나 색이 같은 것끼리 닿으면 안 돼서 아슬아슬함을 느끼면서 판에다가 조각을 넣는다. 유쾌한 결과들이 따른다. 내 취향에 완전 부합하는 게임은 아니지만, 나름의 영역에서 나름의 재미를 추구한 이런 게임들을 좋게 생각한다.
[게임평]
참신하고, 이런 맛 다른 데서 못 느끼는 게임이다. 요즘 유행하는 수박 게임 같기도 하다. 사람들 너무한다, 내가 넣을 때만 조각이 이상한 데 들어간다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318. 스타트업스
주식 게임 좋아하는 편인데, 가볍게 잘 만들었다. 주식차액 투자보다는 지분율을 두고 경쟁하는 느낌이다 카드 하나하나가 중요하다. 서로서로 상호작용 많아서 좋았다.
[게임평]
오잉크 게임 중에는 마무리가 제일 깔끔한 느낌. 적은 구성물로 꽤 재밌는 것을 뽑아냈다. 들어갈 때와 멈출 때를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
319. 케자오
은근히 나 이런 거에 재능이 있었다...... 하지만 순발력 쓰기 힘들어 ㅎㅎ 이런 거 별로 안 할래. 주사위가 있다는 점으 +점수.
[게임평]
같은 색을 빠르게 찾아내기. 주사위 굴린 숫간이 시작 시점으로 잡히는 점이 신호를 기다리는 거 같아 긴장되는 재미가 있다.
320. 에어라인즈 유럽
여담으로.... 이거 사러 중고거래 장소 가는 중에 사고가 나서ㅠㅠ 마음 아픔 게임이다.
티켓 투 라이드+살짝의 추가 요소라고 생각해서 구했는데, 잘 돌아가질 않는다. 미묘한 난이도가 초보자한테는 좀 부담될 거 같고, 옛날 게임이라고 막 밀리기도 하고. 겨우겨우 한 번 돌려봤고, 이번 주에 또 돌릴 예정인데, 과연 어떤 새로운 느낌을 줄 것인가.
은근히 좋아할 거 같으면 아주 빠져들어서 할 요소가 있다. 눈치 요소도 있고, 견제도 할 수 있고, 구성물 품질도 아주 좋다.
팟캐스트 보톡스를 듣다가 유니온퍼시픽을 극찬하신 가이오트님의 영향을 받아서 산 것도 있는데 (이 게임이 유니온 퍼시픽의 리테마 재판) 이것에 대한 평가는 어떠실지 궁금하기도 하다.
[게임평]
타이밍을 잘 노려서 포트폴리오를 잘 꾸려야하는 게임. 타이밍을 계속 지켜보고 적절한 행동을 해야한다. 은근 손에 땀을 쥐게하는 요소가 있다. 가볍게 숟가락만 얹고 큰 점수 가져가는 것이 일품인 게임.
번외. 뱅! 확장 - 닷지 시티, 골드러시, 확장판 모음
그래도 보드게임 마니아인데 뱅! 정도는 수집품으로 모아도 되겠지 해서 확장들을 사 모았는데, 오늘 새 확장 소식을 들었다. (한글판 확장만 모으기로 했다.) 어서 나오면 좋겠다.
닷지 시티는 들은대로 그냥 볼륨이 풍성해지는 확장이라 항상 끼고 하면 될 거 같고, 골드러시는 게임이 더 경쾌해져서 좋고 그림자 총잡이였나 죽어도 다시 하는 규칙이 참 좋은 거 같다. (닷지 시티 유령 카드와는 다르다). 제일 좋은 확장팩이 골드러시 같다. 확장판 모음의 카드들을 약간 쓰기가 어려운데 다 합쳐서 좀 많이 즐기고 싶다. 오래된 게임이라고 잘 안 해주고 사람 많아야 돼서 하기 힘든 뱅! 확장 다 넣고 스무판 정도는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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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의 글을 봤는데 먼저 게임에 대한 주관적인 경험이나 생각을 쓰고 게임평에는 게임에 대한 정보, 분석 등을 길게 썼더라. 근데 언제부터인지 게임평은 한줄평처럼 쓰고 짧게 줄이려고 노력한 것 같다.
흠... 예전처럼 길게길게 가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