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 체급 "

Alex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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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 오후 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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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게임에도 `체급`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권투에 보면 페더급, 라이트급, 헤비급.. 이런 게 있잖아요. 덩치에 따라 나눠서 붙어라 이거죠. 페더급 챔피언과 헤비급 그저 그런 선수가 붙으면... 아마 헤비급이 이기지 않을까 싶은데요. 혹은, 초딩 6학년 짱 먹는 애와 대학생 보통 학생과 둘이 싸우라고 하면 누가 이길까요? 그만큼 `급`을 일단 나눠서 `비교`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됩니다.

이것은 `카테고리` 나누기와는 조금 다른 성격인데요. 카테고리는 전략게임은 전략게임끼리, 추상전략은 추상전략끼리, 혹은 카드게임은 카드게임끼리 비교해보자. 이런 개념이겠죠.더 들어가면 트릭 테이킹 게임끼리 비교해보는 것, 철도 관련 게임끼리 비교해보는 것, 주식 관련 게임끼리 비교해보는 것. 그런 개념입니다.

서론이 길었는데요. 저는 2인용 게임이 마치 `페더급`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4~5인에서 가장 재밌는 게임이 헤비급 같고요. 3~4인에서 가장 재밌는 게임은 라이트급 정도 될려나요. 2인용이 재밌다는 것과 4인용 게임이 재밌다는 것. 그 차원이 다릅니다. 보드게임에서 가장 재밌는 것은 사실 " 사람 " 입니다. 사람과 사람끼리의 화학 작용, 사람이 만들어 내는 `말들`. 재치. 위트. 연합, 동맹. 배신...사람이 한명이 추가되면서 늘어나는 재미는 정말 체급을 나눠야 할 정도로 중요하지요. ( 물론 3명 이상이 안되면 불가능한 게임들도 수두룩 하죠 )

예를 들어서, 레지스탕스 쿠 는 2명이서도 가능한 게임이지만, 3명이서 하는 게 5배쯤 더 재밌고, 4명이서 하는게 또 5배쯤 재밌는 게임이죠. 사람 한명의 역할이 그렇게 큽니다. 그래서 저는 게임의 급을 몇명이서 하는 게임인가 ( 혹은 몇명이서 하면 가장 재미있는 게임인가 ) 로 나누는 것입니다. 그래서! 2인용 게임을 보면서 4인용 게임 어떤 것보다 재미 없다고 하면, 저는 그게 옳지 않은 비교로 보입니다. 사람 한두명 늘어나서 게임 벌이는 게 얼마나 큰데요. 사실, 2인용 보드 게임은 (다인용에 비교하자면) 별로 재미 없습니다. 물론 다인용을 두명이서 하면 더 재미 없고요.

제가 2인용 게임을 많이 해봤지만, 그저 그런 게임도 3명 4명이서 하면 훨씬 재밌습니다. 2인용 게임에서 재밌었던 게임은 3인용 게임에서 훨씬 더 재밌구요. ( 보드게임 긱의 상위권 절대 대다수가 다인용입니다. ) 그래서 어떤 게임을 평가할 때, 같은 인원에서 하는 게임으로 비교를 하든 평가를 하든 해야지 2인용 게임더러 3인용 혹은 4인용 게임보다 재미 없다고 하면 그건 초딩 누구는 대학생 누구보다 수학을 못한다 이런 식의 비교로 들리는 것입니다.

2인용 게임은 힘듭니다. 사람 그 자체들이 만들어내는 화학작용이 없고 오로지 두명이서 치고 박고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견제도 없고, 경매도 거의 불가능하고, 주식도 안되고, 블러핑도 힘들고, 마피아 게임도 안되며, 두명이서 말을 많이 하기도 힘듭니다. 동맹도 없고 배신도 없고 영향력 게임도 힘듭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메커니즘 또한 많이 제한되는 2인용 게임은 힘듭니다(?). 2인용 게임을 주로 플레이하고 ( 혹은 다인용 게임도 2인용으로밖에 못하고 ) 리뷰하는 입장에서 다인용 게임을 들어서 `그건 다른 다인용게임보단 재미 없어`라고 말하면... 체급 비교가 잘못되었다는 생각뿐이 안들어요.

저도 다인용 게임이 더 재밌다는 건 아주 잘 압니다. 하지만 저로서는 2인용 게임은 살 수 있지만 사람은 사올 수가 없어요. 부담없이 한겜 하고 다시 티비 보고 싶을 때, 어디선가 뿅 하고 나타났다가 겜 끝나면 뿅 하고 사라져 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조금이라도 더 재밌는 2인용 게임을 찾기 위해 노력할 뿐이죠. ( 여기서 다른 다인용 게임을 언급하면서 그게 더 재밌다고 말해봐야 저에겐 전혀 도움이 안되는 힘 빠지는 소리일 뿐인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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