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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동료들과 노는 것은 생각보다 인내심이 필요하군요

1,513 조회

2024.01.23 15:52

안녕하세요

먼저, 의식의 흐름대로 막 쓰는 글이면서 가끔씩 재미로 올리는 간단후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제는 지난번에 캐스캐디아, 스플렌더 포켓몬을 함께한 외국 동료 두 명(H 와 T), 당근맨, 그리고 이제 B까지 합류해서 5인 모임을 가졌습니다.

지난번, T는 룰 이해가 빠르고 나름 자신만의 전략도 보여주는 반면에 H는 '점수를 받든 말든 그냥 즐거우면 되었지~' 하다가 포켓몬 스플렌더는 갑자기 이겨버리는 신기한 결과가 나왔었습니다..

빨리 뭔가 조금 더 어려운 것도 같이 해보고 싶지만...!

그래도 천천히 쉬운 것부터 시작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파티파티 게임으로 카탄, 딕싯, 스위스 사는 스미스 씨, 이지컴 이지고, 트롤리에 의한 판결, 포레스트 셔플을 챙겨갔습니다.

친구가 말해주길, 지난번에 포켓몬 스플렌더 하면서 외국 동료들이 카드를 구부려가며 내려놓았다고 하더군요 ㅠㅠ

손톱으로 톡톡 찍는 것도 그렇고 다른 사람 게임을 할 때도 손상시키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조심을 시키는 편인 만큼 저는 좀 그런 거에 민감한 편입니다.

외국 동료가 갑자기 캐스캐디아 주머니를 들고 앞이 열린 채로 쉐이크 하다가 토큰들이 막 날아가고 바닥에 떨어지고 그런 일도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주울 생각도 안 하고 자기 게임도 아니면서 "It's okay~"이러던... 세상에 진짜 다시 생각하니 또 "와! 아.름.답.다!"

그래서 게임 소중히 다뤄주길 바라는 마음에 톡에 공지도 자세히 적어놨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방금 밥 먹었는데 카페 도착하자마자 크림이 잔뜩 올라가는 빵을 한 명이 시켜 먹더니, 다 기다리니까 또 다른 한 명이 자기도 먹고 싶다고 뒤늦게 또 사 오고, 주어진 시간은 3시간 미만인데 게임 소개와 룰 설명은 점점 잊혀가고 그냥 먹자 파티가 되어버린 것... 왜 항상 한 명이 먹고 나면 다른 애가 또 시켜오는가... 같이 시키고 동시에 먹고 끝내면 안 되겠니...

그러다가 B가 칠칠맞지 못하게 입에서 나온 크림을 카드 위에 떨어뜨린 것...

슬리브 안으로 크림이 들어가서 카드 끝이 울어버렸습니다. 😱 카드도 울고 나도 울고... 😭

평소에도 인내심이 너무나 필요한 일을 하는데 퇴근해서까지 어른들 때문에 인내심 테스트를 해야 하다니!

2015년쯤에도 참가비 없이 항상 제가 게임을 제공하는 모임을 하다가 어떤 분이 6만원쯤 하던 게임을 망가뜨리고 사과도 안 하는 바람에 (그리고 많은 이상한 사람들, 다단계 침투 등 복합적인 이유 들로) 보드게임을 하려고 사람을 모으고 노력하는 것에 질려서 접었었던 기억이 나네요.

아 아무래도 이 모임은 두 번 만에 이제 그만해야 할 것 같습니다.

-The End-

-사실 안 끝남-

아... 혹시 외국인 세명이 모이면 유리잔이 다 깨진다고 하던가요 으으

다른 사람들도 많은데 조용한 카페에서 울려 퍼지는 큰 말소리와 웃음소리...ㅠㅠ

조용히 시켜도 눈치가 너무 없어서 그냥 포기했습니다. 공공장소 예절이나 배려라는 거... 거기선 안 배우니 얘들아...? ㅠㅠ

아무튼 쿵푸팬더에 나오는 것처럼 Inner Peace.... Inner Peace.... 내면의 평화...를 찾으면서 진행을 했습니다.

-이제부터 즐거운 이야기 (아마도)-

다 한글을 읽을 줄 안다고 해보고 싶다고 하길래 실제로 해보았습니다.

스위스 사는 스미스씨! 외국인들이 하는 한글 잰말놀이! (동영상 못 올리는 게 아쉽군용... 방법 모름ㅠㅠ)

T와 H는 한국어부심(?)이 있는 만큼 나름 수월하게 잘 읽는데

B는 우~~~왕왕왕 삼소크송그싸리 철쭈크꾸 웅송송송 맹바다닥 (그런데 이걸 카페가 떠나가라 크게 읽음 ㅠㅠ)

치르그! 즙! 단단단당근! 초초초코칩! 고리고고고고복!

B의 멘붕 시작 - 봐주면서 했으나 (사실 제대로 읽은 카드가 거의 없음) 예상대로 그의 패배가 되었습니다.

다 같이 모이지 않고 누군가 중간에 온다고 하면 불편할 수도 있는 점은 아무래도 게임 끝-시작 시간 맞추기일 수 있겠네요.

4인이다가 5인이 되어버리면 4인 게임을 하지 못한다는 점도...

하지만 더 많을수록 좋고 즐겁다! 다다익선! The more the merrier! (아마도)

기다리면서 짧게 할 수 있는 주사위 게임 이지 컴 이지 고를 했습니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게임!

이날따라 왜케 주사위 운이 좋은지... 제 앞에 자꾸 세 개가 되어가지구 '어서 뺏어가...' 하며 플레이를 했습니다.

하지만 이겨버렸습니다. 왠지 기쁘지 않다...

당근맨이 도착하여

세 번째 게임은 Trial by Trolley (트롤리에 의한 판결)

한국 분들이랑 구글 렌즈 돌려가며 해도 재밌다고 하는 게임입니다.

양쪽 팀 수가 같아지기 때문에 홀수일 때가 더 좋은 게임!

왼쪽은 3학년 체스 경기 파이널 라운드 (그런데 이제 5년 안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물을 멸종되게 만들 놈), 멸종 위기에 처한 거북이가 길을 건너게 도와주고 있는 공원 관리인, 내 모든 불운의 원인인 사악한 영혼(그런데 사실은 변장한 신이고 옳은 선택을 한다면 혜택을 줄 것임)

오른쪽은 나랑 닮은 부두 돌(저주 인형), 우리 가족, 내 사악한 쌍둥이 ㅋㅋㅋㅋ

어떤 쪽을 치시겠습니까?

와 호그와트 입학 허가서를 물고 온 올빼미를 치는 사람이 있다?! 자기 차도 그냥 갈아버림! 새 차를 뽑을 때가 왔다면서...

역시 따라다니며 침 뱉기를 멈추지 않는 낙타는 어쩔 수 없었던 건가....

한 번씩 차장을 한 후 딕싯을 했는데 너무 재밌다고 해서 한 판을 더했습니다.

키워드 "Red!"를 외치면서 카드를 앞면이 보이게 내려놓은 B... 카드는 온통 빨간색 ㅋㅋㅋ 뻘쭘 플레이

다른 사람들 마음을 너무 잘 맞혀서 자꾸 이기길래 점수 퍼주려고 제가 스토리텔러일 때는 쉽게 냈지만...

최대한 지려고 했는데 웃기려고 고른 카드가 사실 막 정답이고....

이겨버려따용..

두 번째 판에는 조절 잘해서 뒷 순위에 잘 안착했습니다.

확장이 많다 보니 아직 카드 일러스트를 다 보지도 못했습니다옹.

아무도 모르고 자기만 아는 드라마/영화만 자꾸 키워드로 내는 다른 세계에서 온 B...

다행히 외국 동료들은 재미있었다고 하는데
저는 뭔가 이 저녁이 생각보다 그렇게 유쾌하고 즐겁고 그렇지는 않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접대라는 것, 어렵구나...

같은 게임도 다른 인원이랑 할 때 더 웃기고 재미있었는데...

인내심 테스트로 가득한 저녁이었다...

(게임 나잇이라고 모였지만 오랜 시간 먹는 것에만 너무 집중하던 그들 모두...)

(자꾸 Uno를 하고 싶어 한 H... 다른 사람들은 다행히 그렇지 않았지만)

(미리 조심하라고 했음에도 카드를 망가뜨리고 아무도 모르는 드라마들이랑 "라떼는" 이야기 계속하고 시끄럽게 굴던 B)

게다가 T 빼면 항상 파티 게임만 하고 싶어 할 만한 인원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주 간단한 룰 (예를 들어 덱 맨 위에 보이는 카드의 화살표 방향을 따라서 카드를 읽는 것)도 계속계속 이야기해주어야 할만큼 이해가 어려운 몇몇 ㅠㅠ

이 동네에서 유일하게 10시까지 여는 지금 모이는 카페의 음료가 비싼 것도 있고, 굳이 이렇게 게임 제공에, 시간 써가며, 지출 늘려가며, 보드게임이 망가지는 것을 감수해가며 놀만큼 내가 보람이나 재미를 느끼나 하면 그렇지 않기 때문에 두 번만에 벌써 지쳐버린 나...

밤 10시까지 베이비시팅하다 온 기분이 들어버렸습니다.

얼른 이사 가서 기존 모임의 사람들, 새로운 사람들을 발굴해서 홈 파티를 인원 선별해서 하고 싶습니다.

평소와 다르게 밝은 글은 아니지만 주절주절 써보고 마음을 풀고 싶었습니다. 흑흑

(그러고 보니 당근맨은 재미있었는지 물어보지도 못했군요...)

Long story short,

결론: 역시 보드게임은 게임도 게임이지만 사람이 중요한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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