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의 땅을 찾아 떠나는 여정" - 인터스텔라 프리뷰
함선 엑소더스 헌법
인간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는 협상할 수 없다.
a. 이념: 임무를 수행함에 있어 다양성과 포용성은 가장 중요한 가치이므로 함선은 항상 6가지 기본 이념을 포함하고 보존해야 한다.
b. 생활 공간의 권리: 각 이념은 사이보그 또는 아바타 중 한 번에 단 1명의 일꾼만 깨어 있을 수 있다.
c. 질량의 권리: 각 이념은 우주선의 건질량에 대한 자신의 몫(24톤)에 대해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갖는다.
d. 함장의 규제: 서구 사회에서 당연시 되는 자유가, 절박한 상황의 우주선내에서는 위험하게 작용할 수 있다. 자유의 정도는 함장의 이념에 따라 달라지며, 자유주의가 가장 자유롭고 권위주의가 가장 많은 규제를 한다.
(...하략...)
- 인터스텔라 규칙서 중 'A3. 함선 엑소더스의 헌법'에서 발췌
드디어 오랫동안 기다렸던 인터스텔라가 왔습니다!!
영롱한 함선 엑소더스
아직까지 플레이도 안 해봤는데 갑작스럽게 무슨 프리뷰인가 하면, 기쁜 마음에 인터스텔라 개봉을 하고 규칙서를 읽던 중 다짜고짜 함선 엑소더스의 헌법부터 시작하는 이 게임의 스케일에 너무 가슴이 웅장해져서 도저히 프리뷰를 쓰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습니다.ㅠㅠ
인터스텔라는 하이 프론티어 사가에서 태양계를 벗어나 인류가 정착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성을 찾아 나서는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참고로 하이 프론티어 사가는 다음과 같습니다.
하이 프론티어는 우주로 첫 발을 내딛는 인류의 초기 태양계 개척 시대를 다루고 있죠.
모듈 1 테라와트와 퓨처에서 테라와트 기술과 화물선 개발로 인류는 본격적인 태양계 개발에 나서고
모듈 2 콜로니제이션에서는 궤도 콜로니 건설로 조금씩 지구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모듈 3 충돌에서는 지구 의존도가 낮아짐에 따라 인류는 충성파와 독립파로 분열하여 충돌하고
모듈 4 엑소더스에서는 신체의 일부를 기계로 대체 강화한 하이브리드형 신인류가 등장하면서 항성간 우주여행이 가능하게 됩니다.
하이 프론티어에서 인터스텔라까지
인터스텔라에서는 항성간 우주 여행 기술과 하이브리드형 신인류 탄생을 바탕으로 함선 엑소더스 호를 타고 약속의 땅을 찾아 머나먼 여정을 떠나게 되는 것이지요.
게임의 목표는 인류가 정착할 수 있는 골디락스 행성을 찾아 무사히 착륙하면 됩니다. 6가지 이념 중 하나에서 함장을 선출하고 이 함장의 지휘와 그 소속 이념의 규제 하에 약속의 땅을 찾아 방랑을 합니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연료 수급 및 유지 보수, 다양한 개발 실험 및 인적 자원 수급을 위한 출산 등은 일꾼 놓기 방식을 이용하여 처리하지요.
게임은 어찌 보면 흔한 일꾼 놓기 게임인데 규칙 사이 사이에 녹여 놓은 진한 테마들로 인해 규칙서를 읽는 내내 SF 창작물 어딘가의 한 장면들이 떠오르더군요.
인간의 배아를 싣고 항성간 우주 여행길에 오르는 함선의 모습이라든가,
2001 스페이스 판타지아 다섯 번째 밤 '스타 차일드' 중
제한된 연료로 필요한 모든 곳에 다 갈 수 없어 크루의 일부만 실어 포드를 날리는 장면이라든가,
영화 인터스텔라 중에서
희망을 품고 어렵게 도달한 행성이 죽음의 땅임을 깨달았을 때 절망하는 장면이라든가,
여기가 아닌가벼 ㅠㅠ
함선 내의 분열로 반란이 일어나는 장면, 무모한 실험의 결과로 인간이면서 인간이 아닌 존재가 등장하는 장면 등등...(관련 이미지는 구글링 실력이 부족해서 다 못 찾아 넣겠습니다. ㅠㅠ)
규칙서를 읽는 동안 이런 장면들이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플레이 중 이것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현될지 너무나도 기대가 되더군요.
그리고 인터스텔라는 우주의 실체에 관한 굉장히 근본적인 질문을 담고 있습니다.
엑소더스가 특정한 위험 지역을 지나가면 함선의 선수 부분이 부식되어 날아가고, 특이 입자인 '너겟'이라는 물질이 선수에 남게 되는데 이 너겟에는 우주가 실재하느냐, 시뮬레이션이냐에 대한 해답이 들어 있습니다.
우주의 실체는 관념적인가 실재적인가
이렇듯 규칙을 읽으면서 놀라운 부분이 많았지만 마냥 재미 있을거라 기대되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게임은 일종의 세미 협력 게임입니다. 처음에는 6가지 이념이 골디락스 행성을 찾아 무사히 착륙하는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출발하는 협력 게임이죠. 그러다가 특정한 실험에 의한 결과로, 또는 과도한 강화로 새로운 포스트 휴먼이 탄생하게 되면 경쟁 게임으로 전환됩니다.
사실 세미 협력 게임들은 대부분 죄수의 딜레마적인 한계를 가져서 모두가 서로를 신뢰하고 합리적으로 사고하지 못하면 다 같이 망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그래서 유쾌한 플레이 경험이 많지 않은데 이 게임에서는 이 부분이 어떻게 전개될지 염려도 되고 궁금하기도 하네요.
이제 엑소더스는 연료를 채우고 태양계를 떠나 약속의 땅으로 떠날 채비를 마쳤습니다.
광막한 우주 가운데에서 고민 중인 함선 엑소더스
이 여정의 끝은 어떻게 될까요?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만나게 될까요?
아니면 영화 인터스텔라의 주인공처럼 과거의 자신을 향해 'Stay!'를 외치게 될까요?
언젠가 그 끝을 만나게 되면 그 여정을 담은 승무 일지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아차차! 그리고 다들 새해 보드게임 많이 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