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 다이나믹 보드게임 로빈슨 크루소 비글호 항해기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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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31 02:46

어느 섬 원주민들과의 교류를 마치고 본국으로 향한 항해가 몇달간 지속되었다. 5년동안의 너무나 기나긴 여정, 그리고 거기에 더해 충분치 못한 보급품들 탓에 우리는 조금씩 조금씩 쇠약해져갔다. 곳곳에서 사람들이 병에 걸리기 시작했고, 우리가 본국으로 싣고 가고 있는 각종 희귀 동식물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대로면 아무런 본북에 도착했을때쯤이면 이 희귀 동식물들이 모두 죽어있는 상태가 될 것이다. 우리는 지도에 표시되지 않은 섬을 발견하고 이 곳에서 치료제로 쓸 각종 약초와 식량들을 얻고자 섬에 정박했다.

날씨가 좋지 않아 오두막을 아직 세우지 못한 우리는 처음부터 많은 고통을 겪어야 했다. 빨리 통나무들을 구해서 오두막을 먼저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전에 우선은 많이 굶주린 동물들을 살리고자 식량부터 구해야만 했다.

일단 동물들에 대한 처치가 끝나고 오두막을 세우려 나무를 구하려다가 식물들에 대한 조치도 시급히 이루어져야 했기에 그냥 탐험을 하며 적당히 쉴만한 장소를 물색해보기로 한다. 다행이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누군가가 이미 지어놓은 오두막을 발견했다. 여기도 원주민이 살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 이 섬에 왔던 것일까? 어쨌든 횡재했다. 오두막을 짓기 위한 시간을 아낀 우리들은 희귀 식물에 영양을 공급해줄 수 있을만한 허브들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정작 우리 탐험대원들이 충분이 먹을 만한 식량은 얻지를 못해 리라 목수가 굶는날이 잦았다.

리라 목수 뿐 아니라 H 선교사도 빈혈이 생겼다보다. 먹기는 잘 먹고 있는데.... 일지가 없어서인가?

우리가 정박한 해변가에 지금까지의 여정에서 발견하지 못했던 또다른 희귀생물들이 곳곳에 보였다. 다윈 학자는 이에 욕심이 생겨서 이것도 좀 가져가자고 한다. 우리에게 구급물자 확보외에도 한가지 임무가 더 생겨버렸다.

어느날 아침, 우리의 선원들중 한명이 해변가에 죽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최근 병에 걸려 급속히 몸이 쇠약해진 선원이었다. 수년간 함께 생활해온 동료 선원이었기에 장례식이라도 치러줘야 했으나... 삽이 없었다. 대신 H 선교사가 기도를 올리며 명복을 달래주었기에 그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그날 밤 동료 선원의 사망때문에 감성적이 된 우리는 밤새 몇년간 고생했던 이야기들, 고국에 대한 그리움들을 얘기하며 쉽게 잠들지를 못했다. 전체적으로 선원들의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았다. 한편 나는 무기도 충분히 만들어졌기에 사냥을 나갔고 멕이라는 동물을 잡아왔다. 멕의 가죽은 쓸모가 없어서 버리려고 했으나, 주변에서 누군가 H 선교사의 일지를 만드는데에 가죽이 필요할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아 맞다, 일지를 잊고 있었다. 버렸으면 큰일날 뻔했다.

리라 목수가 많이 굶어서일까.. 편투동이 생겼다고 한다.

그로인해 자연스럽게 체력저하까지... 이러다가 돌아가시는거 아닌가 모르겠다. 우리는 그동안 모은 허브 약초들을 조합하여 희귀식물들에게 양분을 공급할수 있는 거름들을 만들어 조치를 취했다. 나는 굶어서 몸이 많이 안좋아진 리라 목수를 위해 정말 열심히 사냥을 하고 다녔다. 어느날은 거미 원숭이를 만났는데, 손에 손도끼를 들고 있는 무시무시한 놈이었다. 세상에 손도끼를 소지하고 있는 원숭이라니! 힘겨운 전투였고, 나도 좀 상처를 입었지만 많은 식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음식을 풍족히 먹은 H 선교사는 빈혈이 해결되고, 해변가를 놀러다니며 희귀 식물을 채집하는데 열을 올렸다.

리라 목수는 너무 오랫만에 마음껏 음식을 먹은 탓인지 다음날 복통이 왔다.... 역시 사람은 하던데로 해야.... 당분간 음식을 먹지 않을테니 자기몫의 음식은 구해올 필요가 없다고 한다.

순조롭게 일이 잘 진행되어 가는 중, 어느날 갑자기 폭우때문에 산사태가 발생하여 한밤에 급히 피신을 해야만 했다. 까딱하면 모두 죽을 뻔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H 선교사의 신통한 능력이 잘 듣지를 않게 되었다. 이상하게 여긴 제임스 요리사가 무슨일 있는거냐며 H 선교사에게 물었다. H 선교사도 잘 모르겠다고 하였으나, 제임스는 수차례 H 선교사에게 왜 신통방통 마술을 더 이상 써주지 않냐며 계속해서 나무랐다. H 선교사에게 약간은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이 섬에 정박한지 6개월이 지나면서 H 선교사의 기도도 더 이상 아무런 효능이 없어져 버렸다. H 선교사뿐만 아니라 모두들 자기가 잘 하던 자신의 특기들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이 섬에 무슨 저주가 있는 모양이었다. 이제 보급품도 많이 확보했기에 슬슬 떠나야 할것 같다. 더 이상 이 섬에 있다가는 위험한 일이 생길 것 같다.

떠나기로 결정한 다음날 우리는 음식을 잘못 먹은 탓에 하루를 전원 푹 쉬며 휴식을 취했다. 다음날 몸이 회복된 우리는 드디어 이 섬을 떠나 고국으로 향했다. 다윈은 인류의 진화에 대한 어떠한 이론을 펼칠만한 수준의 성과는 얻지 못하였으나 그래도 나름 만족해하는 듯 했다.

5년간의 긴 여정끝에 국가로부터 포상도 두둑히 받았고 이제 평화로운 삶을 보낼수 있게 되었다. 가끔 H 선교사를 찾아가 행운의 기도나 빌어달라고 해야겠다. 제임스 요리사가 운영하는 식당은... 꿀꿀이죽 외에 뭘 팔고 있는지 궁금해서 한번은 가봐야겠다. 물론 맛은 기대되지 않지만.. 리라 목수는 주위에 집수리가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적극 홍보좀 해줘야겠다. 아, 이제 돈 많이 벌었으니 목수일은 안하시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