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노트] 확장팩을 기획하며 느낀 점

하인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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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9 오전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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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확장팩을 기획하며 느낀 점을 적어 보았습니다.

제 경우를 적은 것이지만, 게임 제작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도 여러가지 도움이 될 수 있으니 많은 참고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

서론부터 1.3번 단락까지 정보글로 이루어져 있고, 2번 부터는 제 개인적인 감상이 들어가 있습니다

(입장상 공개적인 글에 제작 단가 등을 자세히 적을 수는 없지만, 쪽지나 카톡등 개인적 연락으로 물어봐 주신다면 알려 드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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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보드게임의 확장팩

예전에 온라인 게임, 비디오(콘솔) 게임에서는 "확장팩"이 인기 있는 콘텐츠였습니다.

본판 플레이어들에겐 색다른 즐거움을 주고, 제작사에는 추가 수익과 게임의 흥행을 지속할 수 있는 요소였죠.

게임을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효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거의 DLC(Downloadable Content)로 대체되는 추세죠.

별도의 패키지를 만들어야 하고 판매시 여러가지 유통 단계를 거쳐야 하는 확장팩과 달리, DLC는 게임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으면 끝! 이기 때문입니다.

제작자 입장에서도 좋고, 번거로움을 피하고 싶은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도 좋은 방법이죠. (패키지를 소장하는 즐거움은 얻을 수 없지만)

하지만 보드게임은 매체 특성상, 확장팩이 꾸준히 그리고 활발히 나오고 있습니다.

기본판을 자주 돌리다 보면 생기는 아쉬움을 채워주기도 하고, 탕! 처럼 본래 기획단계에서 하나의 게임이었던 요소를 쪼개서 내기도 합니다. 애초에 확장팩/프로모 요소가 필수적인 TCG는 말할 것도 없죠 :)

다른 매체와 달리 보드게임은 패키지를 소장/수집하는 데서 오는 재미가 더욱 각별하기에, 확장팩 구입 그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라는 느낌도 듭니다.

레인 오브 다이스의 경우는 애초부터 확장팩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게임이었습니다.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며 영웅, 카드, 시나리오 요소를 추가하는 것뿐 아니라, 얼마전 기획했던 "아이템"처럼 신규 요소를 도입하고 싶었죠.

출시 직전까지 제게는 무척 다양한 아이디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넣고 싶은 걸 다 넣으면 볼륨이 지나치게 커지고(제작비도 덩달아 커지고), 게임 정체성이 흐릿해질 수 있죠.

맨 처음에는 본판에 버금가는 규모의 확장팩을 만들려고 했습니다만 이제 생각을 바꿔서 작게 확장팩을 내려 하고 있어요. 플레이어들이 적응할 시간도 필요할 테고, 한번에 비싼 비용을 내고 구입하려면 부담도 큰 법이니까요.

최근 일러스트레이터 분과 매직빈 게임즈에 확실한 견적을 받아보고 느낀 점이 있습니다.

1. 단가와의 전쟁

소규모 확장팩의 경우 필연적으로 판매가가 낮아야 합니다. 판매가를 비싸게 내면 규모를 낮추는 의미가 없거든요.

하지만 보드게임의 경우는 소량 제작이라고 해서 싸지는 것만이 아닙니다.

- 인쇄

모든 인쇄 분야는 소량보다는 대량이 훨씬 더 저렴해지기 마련입니다.

특히 보드게임에 필요한 카드 같은 경우, 예를 들어 100장만 주문한다고 해서 딱 100장만 인쇄하는 것은 아닙니다. 인쇄 기계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테스트를 위해 추가 인쇄하는 수량은 있고, 불량을 대비해 더욱 많이 인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처음 인쇄하는 사이즈라면 목형 비용도 추가!

"그럼 대량으로 주문하면 되지 않나?"는 생각이 들겠지만, 보통 인쇄 주문을 할 땐 기본 단위가 500~1,000 입니다.

너무 많이 만들면 재고를 감당할 수가 없죠 OTL

보드게임용 카드, 맵 등을 인쇄하는 기계들은 일반 프린터기와는 많은 차이점이 있습니다.

근처 복사집에서는 100원 내고 a4 한 장을 인쇄할 수 있지만(흑백), 보드게임용 컴포는 그런 식으로 만들 수 없다는 게 문제!

특히 박스는 제작에 많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박스 디자인에 들어가는 비용도 크고, 재질에 따라 인쇄 비용이 껑충 오르죠.

그래서 저는 이번에 벨벳 주머니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들어가는 구성품 부피가 크지 않다면 벨벳 주머니도 고려해 보세요!

- 편집

디자인을 직접하시는 분이라면 상관 없습니다. 하지만 저처럼 미적감각이 없는 똥손의 경우는, 편집 작업을 의뢰해야만 하죠 :(

편집 작업의 경우, 작업자에 따라 비용을 정산하는 방법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소량을 주문한다 해도 보통 일정 이상의 금액이 듭니다. 택시비의 기본 요금을 생각해 주시면 편하겠습니다.

제 경우에는 본판의 편집 비용과, 확장팩의 편집 비용이 사실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편집할 내용의 양은 많은 차이가 있지만요!

- 일러스트

일러스트 외주 비용은 그래도 좀 낫습니다! "장당 n원"식이거든요. 적게 그리면 적게 듭니다!

물론 대량 외주를 할 경우 일러스트레이터 분과 적절히 조율을 해서 장당 단가를 조금 낮출 수는 있습니다.

1.1 적자라니...?

첫 번째 확장팩 [두 갈래 바다]의 후원가는 14,800원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배송비를 3,000원으로 잡는다고 생각하면, 구성품 자체 가격은 11,800원이 되는 거죠.

거기서 텀블벅 수수료로 모인 금액의 10%가 빠져나간다고 생각하면 실제로 들어오는 돈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현재 레오다는 펀딩을 포함해 200박스 정도가 판매된 상황입니다. (선물/기부 포함)

행복 회로를 열심히 돌려, 확장팩 후원자를 그 절반인 100명으로 잡아 보겠습니다. (50명도 안 될지, 150명이 될지는 저도 모릅니다. 뚜껑을 열어봐야 하거든요!)

배송비와 수수료를 빼고 생각해 봐도,

14,800 x 100 = 148만원

이 됩니다.

제작 비용 (영웅/스킬 아이콘 일러스트 비용, 인쇄 비용, 편집 비용, 포장 비용)과 배송비+수수료를 합치면 저 금액을 아득히 뛰어 넘습니다.

저 100명이라는 것도 행복회로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 이하가 되면 어떻게 될지는...?!

1.2 틀렸어... 꿈도 희망도 없...지는 않아!

하지만 희망이 하나 있으니...!

끼워팔기(?)로 넣는 레오다 본판입니다. 확장팩을 펀딩하면, 기본판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도 유입되기 마련입니다.

저도 어떤 게임의 확장팩 펀딩을 보고 기본판을 같이 구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텀블벅의 여러 확장팩 프로젝트를 보면, 본판을 함께 후원한 분이 무척 많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죠?

1. 본판 펀딩을 봤으나, 여러가지 불안 요소 때문에 펀딩을 하지 않았다

: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특성상,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와 결과물의 품질은 보장할 수 없습니다. 안전한 것을 좋아하는 분들은 결과물이 세상에 나온 뒤, 여러 후기나 평을 보고 구매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2. 확장팩 페이지를 통해 게임을 알게 되었다

: 확장팩을 플레이하려면 대게 본판이 있어야 합니다. 물론 본판 없이 확장팩만으로 플레이하는 "스탠드 얼론" 게임도 있지만, 보드게임의 경우에는 흔하지 않죠.

확장팩을 보고 게임에 대한 흥미를 가지고, 본판과 함께 구매하는 경우가 가장 이상적이지만

"일단 본판부터 먼저 해 보고 결정해야지"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가장 이상적인 본판+확장팩 합본 패키지를 판매하기 위해선, 합본의 가격을 상당히 낮출 필요가 있습니다.

3. 기존 구매자가 다시 사는 경우

: 지인들에게 선물하기 위해서, 모임에 사람이 많아 한 박스로는 플레이하기 힘든 이유 등등...

물론! 저의 경우 (다른 분들도 대게 그렇겠지만)

본판을 판매해 생기는 수익은 고스란히 확장팩 제작비용 충당에 쓰이기 마련입니다. 하하하

본판이 얼마나 팔려나갈지도 모르고요. 제가 생각한 손익분기점을 넘지 않으면 얄짤없이 확장팩은 실패입니다.

그 손익분기점이란 것도 사실 "돌려막기"에 가깝죠. 본판 판매 이익을 제작 비용으로 쓰는 거니까요ㅠ

1.3 그럼 일러스트를 준비 안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좋은 포인트입니다!

펀딩의 특성상 프로젝트가 실패해도 창작자에겐 어떤 금전적 손해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원래는요

하지만 현재 텀블벅을 비롯한 펀딩 시장은 사실, 아이디어 공개-> 후원보다는 "선주문" 혹은 "예약 판매"에 가까운 시장논리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겉보기에 매력적인 요소가 없거나 일정 이상의 완성도가 갖춰져 있지 않으면 프로젝트는 외면받기 마련입니다.

물론! 레인 오브 다이스는 이미 한 차례 펀딩을 했고, 지금도 적지 않은 플레이어들이 즐겨 주고 계십니다.

기존 플레이어들중엔 설령 일러스트등이 공개되지 않더라도 기꺼이 확장팩을 후원할 분들이 많죠!

38명의 기존 유저들에게 설문 조사를 해 보았습니다.

"확장팩 영웅/카드 일러스트가 하나도 공개되지 않아도 후원하겠는가?"

(구성품 정보는 올라와있다는 전제)

38명중 30명이 후원한다고 응답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게임이 재밌어서, 이미 한 차례 게임이 나왔으니 믿을 수 있어서 등등...

펀딩을 성공해 결과물을 내 놓은 창작자라면, 이처럼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당연히 그 반대의 경우도 존재합니다. 펀딩에는 성공했지만 결과물을 내놓지 않고 미루는 경우등)

여러번 프로젝트를 성공한 창작자라면 일종의 "브랜드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아, 그 작가!"하면 생각나는 느낌이요.

다만! 8명은 후원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것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그분들의 이유는 뭘까요?

"나중에 보니 영웅 일러스트가 취향에 안 맞을 수도 있어서"

였습니다. ~~다행히 "제작자가 먹튀할까봐"는 없었습니다~~

이미 게임을 하는 분들도 이런 반응을 보이기도 하는데, 게임을 처음 접하는 분들에겐 더욱더 그러하겠죠?

2. 그럼 왜 만들죠?

좋은 질문입니다!

사실 개인 제작자가 확장팩으로 수입을 내기는 정말 쉽지 않습니다. 일러스트/디자인을 직접 해결할 수 있는 분이라면 좀 낫겠지만, 그것도 결국 자신의 인건비를 생각해 보면 너무나 고달픈 과정이죠.

돈을 벌려면 보드게임을 만드는 것보다, 일을 하는 게 더욱 쉽습니다 :)

그런데 왜 만들까요?

2.1 재밌으니까!

하나의 작품에 안주하면 질리는 창작자들에게 있어, 확장팩은 아주 매력적인 요소입니다.

신작을 만드는 데는 아주 큰 리스크가 따라옵니다. 흥행 여부도 알 수 없고, 제작 비용도 크니까요.

하지만 확장팩은 그래도, 기본 유저층이 받쳐주기에 (상대적으로) 여건이 좋지요!

게임 기획을 하는 것은 정말 재미있는 일입니다.

저는 요즘 새로운 영웅/카드 아이디어 등을 연구하는 즐거움에 빠져 있습니다.

게임을 처음 만들 때와 비슷한 느낌이에요.

결국 "내가 재미를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내가 재미를 느끼지 못 하면서 억지로 만들면 작품의 퀄리티도 낮아지고, 의욕도 없어지겠죠.

2.2 유저들이 원하니까!

레오다는 펀딩을 준비하는 동안 많은 테스트 플레이를 해 왔습니다. 공식카페를 만들고 적게나마 마니아 층을 형성했죠.

본판 펀딩이 끝나는 시점부터 "확장팩은 언제 만드나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유저들이 확장팩을 원한다는 것은,

사업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는 "수요"이며 창작자로서 바라볼 때는 "성원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 마련입니다.\

위에서 적었듯 제게 있어서 확장팩 펀딩 자체로 얻을 수 있는 금전적 이득은 마이너스이기에 후자쪽의 비중이 절대적이군요.

지인들에게 요리를 해 주거나, 뭔가를 만들어 주신 분들은 아마 아실 겁니다. 내가 만든 요리를 소중한 사람이 맛있게 먹어줄 때의 기쁨을!

2.3 "유저 참여 이벤트"를 만든다고 약속했으니까!

레오다는 게임내 완성도가 잘 갖춰져 있고, 코어룰이 무척 쉬운 게임입니다. 공들인 세계관 덕분인지, 스토리와 설정 그리고 캐릭터 그 자체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도 많죠.

그렇기에 유저들은 지금까지 많은 "자작 영웅", "자작 카드" 아이디어를 내 놓고 있습니다.

실제로도 히든영웅 [잔 마르닥], [카터 진]은 유저 공모전을 통해 만든 영웅이며, 카드들도 유저 아이디어를 받아들인 게 꽤 되죠.

예전에 즐긴 온라인 게임들에도, 늘 "자작 캐릭터 게시판"같은 것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구색 갖추기뿐이었죠. 유저들은 팬심으로 열심히 아이디어를 만들어 올리지만, 그 아이디어들이 채택된 적은 없었습니다. 이벤트를 연 거나 한 것도 아니었고요.

(물론 개발사의 사정이 있으니 그렇겠지만요)

그렇기에 저는 "유저들과 소통하며 만들어 나가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내가 만든 아이디어가 게임에 반영되는 것은 정말로 즐겁고 보람찬 일이거든요!

~~(기획만 재밌게 하고, 각종 비용 및 귀찮음은 제작자가 해결해줄 수 있으니 바람직)~~

약속을 했으면 지키려 노력해야 하는 법...!

3 앞으로는...?

요새 생업도 바쁘고, 소설도 쓰고 있으며 아이도 곧 태어나기에 정말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게임을 출시한 지 몇 달 되지도 않아 확장팩을 서두르는 것은 바로 그때문입니다. 더 바빠지면 엄두를 못 낼 것 같아서죠.

추후에 어떤 확장팩을 언제 낼지 저도 알 수가 없습니다. 해마다 하나씩은 내 보려 하는데 잘 될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를 응원해 주시고, 게임을 재밌게 해 주시는 분들이 많기에 힘을 내 보려고 합니다 :)

~~로또에 걸렸으면 좋겠습니다... 2등이라도 제발... 2등이라도 걸리면 그냥 1000원에 펀딩해 버립니다~~

4 제작자들을 위한 작은 도움

다음번에 이 주제로 칼럼글을 자세히 써 볼까 합니다만, 보드게임 제작은 매우 고되고 힘든 길입니다.

저처럼 자본도 능력도 없는 사람이 도전했다간 피를 토하기 십상입니다 ㅠㅠ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죠!

최근 보드라이프에도 많은 제작 모임글이 올라오고 있고,

사람들이 관심을 잘 안 가져주시지만 자작 보드게임 게시판에도 꾸준히 글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게임 제작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 thenine6으로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세요 :) 손 닿는 데까지 열심히 알려 드리겠습니다.

예시 :

일러스트 단가가 궁금해요

인쇄비용이 정확히 얼마나 들어가요?

인쇄는 어디에다 맡기는 게 좋을까요?

게임 만들어서 살림살이 좀 피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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