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굴너굴의 2023 Top 100 - #70~61

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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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2 오전 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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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글은 1화에서 볼 수 있어요-!

2023년 100-91위 - https://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24840&id=raccoon&tb=community_post&game_category=

2023년 90-81위 - https://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24862&id=raccoon&tb=community_post&game_category=

2023년 80-71위 - https://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24879&id=raccoon&tb=community_post&game_category=

70. 디크립토

2018년 - 67위
2019년 - 76위
2020년 - 78위
2021년 - 85위

플레이어들은 두 팀으로 나뉘어 서로 상대팀을 마주보고 앉습니다 (마블의 시빌워 포스터를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각 팀은 4개의 단어를 받게 됩니다. 팀원끼리 나란히 앉기 때문에 자기 팀에 배정된 단어를 함께 볼 수 있죠. 이제 각 팀에서 문제 출제자로 선정된 사람은 번호 카드를 뽑는데요. 여기엔 무작위 숫자 3개가 적혀있습니다. 124. 321. 234. 이런식이죠. 이것은 팀원들이 맞추어야 하는 단어의 순서를 뜻합니다. 2-3-4라면 2번 3번 4번 단어를 순서대로 맞춰야 한다. 이런 의미예요.

이제 문제 출제자는 숫자 코드를 알려주기 위해 단어 카드와 관련된 힌트를 큰소리로 알려주어야 합니다. 1-2-3-4 순서대로 단어카드가 대학교, 인어공주, 대한민국, 인터넷이라면 2-3-4에 해당하는 힌트는 '세바스찬-김치-유튜브' 이런식이죠.

그럼 우리팀은 '세바스찬-김치-유튜브'를 듣고 2-3-4를 맞춰야 해요. 상대방은 우리팀의 단어가 무엇인진 모르지만, 힌트가 쌓여갈 수록 점점 관련 단어를 묶어가며 번호를 추리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 팀원이 2번 실수하면 즉시 패배하기 때문에 팀원이 잘 맞출 수 있도록 충분히 쉬운 힌트를 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상대편도 우리 팀의 문제를 2번 맞추면 승리하기 때문에 너무 쉬운 힌트는 주지 않아야 하죠.

우리팀이 맞추기 쉽게 내면서 동시에 상대팀은 맞출 수 없도록 꼬아내야 하는 점이 재밌습니다.

게임 설명이 다소 어려운 것을 빼면 정말 재미난 게임입니다. 인원이 많은 모임이라면 강력 추천하는 게임 중 하나예요.

지니 >> 재밌긴 한데 묘하게 직관적이지 않은 점이 설명을 어렵게 해서, 차라리 코드네임이나 다른 신작들을 찾아 해보는 거 같아요

69. 레터잼

2020년 - 22위
2021년 - 47위
2022년 - 35위

플레이어는 다른 플레이어로부터 무작위로 섞인 5개의 알파벳 카드를 받습니다. 이 5개의 알파벳 카드는 다른 플레이어가 직접 고른 것으로, 원래는 하나의 단어를 이루고 있습니다. APPLE 같은 단어죠.

이제 모든 플레이어는 무작위로 섞은 5장을 엎어서 뒤 다 함께 한장을 우리 팀원들이 볼 수 있도록 공개합니다. 당연히 본인은 모르겠죠? 이제 라운드가 시작됩니다.

팀원들이 공개한 알파벳 + 바닥에 깔린 기본 알파벳 조합하여 누가 가장 좋은 힌트를 줄 수 있는지 협의합니다. 가장 좋은 힌트를 줄 수 있다고 판단된 사람은 숫자토큰을 가져와 자신이 만들 수 있는 단어를 숫자토큰으로 표현합니다.

예를 들어 현재 공개된 알파벳 P, L, E, A 이고 이 알파벳으로 Apple라는 힌트를 주고 싶다면. A를 가진 플레이어에게 1 토큰을. P를 가진 플레이어에게 2와 3 토큰을. L을 가진 플레이어에게 4. E를 가진 플레이어에게는 5를 줍니다.

그럼 A 입장에선 이런식으로 보입니다.

12345
?PPLE

이제 A는 높은 확률로 자신이 가진 것이 A임을 알 수 있습니다.

B입장에선 이렇게 보입니다.

12345
A??LE

아마 B또한 자신의 타일이 P라는걸 눈치 챌 겁니다. A - LE 사이에 연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알파벳이 그렇게 많진 않거든요.

알파벳이 무엇인지 정확히 맞출 필요는 없습니다. 답을 안다고 생각하면 다음 카드로 원할 때 넘어가도 되거든요.

게임이 끝났을 때 알파벳 카드를 뒷면이 보이게 재정렬하여 다른 플레이어가 의도한 단어만 맞추면 됩니다. 알파벳을 애매하게 알고 넘어갔다면 여기에서 망하게 되죠.

영어라는 거대한 장벽 떄문에 한국에서는 인기가 매우 없지만 저는 너무 재밌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영어를 잘해도 이 게임을 못하는 사람은 정말 못하더라고요 ㅋㅋㅋ 좋은 힌트래서 양보했더니 엉망진창인 힌트를 주면 주면 여기저기에서 욕이 날아옵니다 ㅋㅋ

지니 >> 단어 게임으로 알고 있지만 영어 단어를 만드는 게임에 재미를 느끼기엔 저는 한계가 있는 거 같아요 ㅠㅠ

너굴 >> 아무래도 영단어 게임의 치명적인 단점이예요 ㅠㅠ

68. 웰컴 투 더 문

[신규입성]

드디어 나왔습니다!

제게 있어 롤앤라이츠 삼신기는 간츠숀클레버(aka 영리한 여우)-세자매-웰컴투더문 이예요. 웰컴 투 더 문을 끝으로 다른 롤앤라이츠 류에는 거의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죠.

이 작품은 리뷰도 썼는데요. 작은 박스 안에 무려 8가지 다른 롤앤라이츠 게임이 담겨있습니다. 혼자하는 모듈은 물론이요. 옆사람과 함께 하는 모듈도 있죠. 게다가 각 모듈마다 점수를 획득 할 수 있는 루트도 제법 다양해요.

그냥 박스를 열어서 그 날하고 싶은 모듈을 고르셔도 되고요. 고정 멤버가 있다면 캠페인을 따라가며 시나리오가 흘러가는 방향에 따라 소소한 차별점도 생기는 등 처음부터 끝까지 스토리를 따라가며 즐기는 방법도 있습니다. 사실 시나리오 기반의 게임이 대부분 그렇지만 보통은 자주하는 모듈을 꾸준하게 하게 되지만요...ㅋㅋ

이 게임의 소유자는 8개의 모듈을 다 알아야 하거나, 최소한 게임 전마다 모듈 규칙을 매번 읽어야 하는 저주에 빠지게 되는 큰 단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플레이어는 행복할테니, 그것도 나쁘진 않죠!

정말 추천하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또 하나의 스포를 던지자면, 간츠숀클레버는 Top100 에는 없지만 여전히 좋아합니다. 그리고 웰컴 투 더 문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롤앤라이츠류의 게임은 순위에 없습니다.

지니 >> 으아 작년 저의 최애 드로우 앤 라이트입니다. 제 목록에서도 조만간 보실 수 있을거에요

67. 실버

2022년 - 87위

다른 사람들보다 손패의 합이 낮아야 하는 골프류 게임입니다. 카드를 쓰기도 하고, 교환하기도 하고, 엎기도 하고, 뒤집어 공개하기도 하고, 서로 바꿔치는 등 다양한 상황이 벌어지는데요. 이 게임의 묘미는 세 가지를 꼽고 싶어요.

1. 똑같은 카드 여러개를 한장과 바꿀 수 있다는 규칙 (카드가 압축 되기 때문에 낮은 합을 유지하기 쉬워요)
2. 만약 실수하면 카드가 되려 늘어나는 페널티(되려 카드가 늘어나기 때문에 위험해져요)
3. 그리고 '스톱'을 외치면 마지막으로 한바퀴 더 기회를 주기 때문에 생각치 못한 반전이 터질 수 있다는 규칙

그래서 충분히 숫자가 낮다고 판단되어 스톱을 외치려는데 상대방이 갑자기 3장을 1장으로 바꿔버리면 벌벌 떨게 됩니다 ㅋㅋㅋ 이때의 쫄림이 진짜 재밌어요.

처음엔 다양한 능력 때문에 꽤 가르치기 까다롭지만 익숙해지면 재밌게 치고박고 즐길 수 있습니다.

다만 2라운드부터 투표 성공자에게 주어지는 실버아뮬렛은 번거로운 느낌이 너무 강해요. 카드를 없는 것처럼 처리한다는 둥 자질구레한 룰이 달라붙는 느낌이라 별로 안좋아합니다.

그런데요. 이 회사는 온갖 장르의 게임에 늑대인간류 테마/아트워크를 가져다 붙이는데... 이게 은근 잘 어울린단 말이죠. 참 신기합니다.

지니 >> 저도 참 좋아하는 게임입니다 골프류의 게임 중에서 가장 좋아해요. 골프류 게임들은 좋은 게임들이 많지만 제 입장에선 전략 게이머들이랑 하기엔 실버가 가장 좋은 거 같더라구요. 다양한 능력 카드들때문에요.

66. 쉽렉아르카나

2021년 - 64위
2022년 - 89위

여러분과 동료들이 함께 탔던 배가 좌초되고 어느 이상한 세계로 빠져들게 됩니다. 그 곳에서 다양한 마법의 힘과 지혜를 활용하여 서로의 운명을 예측하고 그 곳에서 탈출한다는 내용의 추리 게임- 이지만 솔직히 게임과 아무상관 없습니다.

테이블 중앙에는 4개의 힌트카드가 무작위로 깔립니다. '두 수의 합이 홀수다' '숫자가 연결 되어 있다.' '두 숫자 중 낮은 것을 놓아라' 등 다양한 지시사항이 적혀 있어요. 각 플레이어는 돌아가면서 1에서 7까지 3개씩 들어있는 주머니에서 숫자 두 개를 뽑고 혼자 확인합니다. 그리고 어떤 숫자를 동료들이 맞춰야 할 지 정한 뒤 나머지 타일을 적합한 힌트 카드에 놓아두어야 해요.

플레이어들은 바닥에 놓인 힌트와 타일을 보고 팀원이 가진 숫자가 무엇인지 맞추어야 합니다. 턴이 끝날 때마다 일부 힌트카드가 소멸되고 새로운 카드가 뽑히는 등 자잘한 규칙이 더 있지만 기본적으로 성큼성큼 진행되는 죽음의 턴보다 더 빨리 정해진만큼 성공하는게 목적인 협력 게임이예요.

주어진 조건 속에서 하나의 답을 찾아야 하기에 논리력을 요하는 꽤 재밌는 게임이예요.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동료의 의중을 꿰뚫고 정답을 한번에 맞출 땐 정말 기분 좋습니다. 다만 이런 논리적인 사고가 필요한 퍼즐 같은건 저만 좋아하다보니 주변의 반응은 미묘합니다.

참, 논리게임이라는 말이 나온 김에 살짝 스포를 하자면, 비슷한 계열의 게임 하나가 상당히 높은 위치에 올해 추가 되었답니다!

지니 >> 오랜만이네요! 너굴너굴님 덕분에 예전에 했던 게임 기억도 나고 추억상자 꺼내는 기분. ㅋㅋㅋㅋ 다른 플레이어의 카드를 맞춰야 하는 협력게임으로 기억하는데 굉장히 추리해야 하는 부분이 있던 걸로 기억해요. 상대방이 준 제한적인 정보를 이용해서 말이죠. 아트웍도 예뻐서 기억에 남아요

너굴 >> 후후후 요거 이쁘고 재밌죠.

65. 다운포스

[신규입성]

경매와 레이싱이 오묘하게 합쳐진 경매(?) 레이싱 게임입니다.

분명 레이스 게임이니까 내 차를 1등으로 만드는게 중요할 것 같지만, 그것보단 1등으로 들어올 것 같은 차를 맞추는게 더 중요합니다.

분명 레이스 게임이니까 아주 신나게 질주하는 게임일 것 같지만, 누군가 앞쪽에서 좁근 길목을 틀어막으면 동맥경화라는 단어가 생각날 정도로 "아 좀 꺼지라고 비키라고 ㅠㅠㅠ!!!" 라는 절규가 절로 나옵니다. 자신의 이득에 따라 길목을 틀어막으려는 자, 길목을 뚫으려는 자, 무시하고 능력으로 상황을 벗어나는 자. 난리가 나죠.

분명 레이스 게임이니까 신경써야 할 요소가 많고 진행이 느릴 것 같지만, 실제로 게임은 아주 빠르게 진행됩니다. 카드 한장으로 다수의 차량이 이동하기 때문이죠.

빡침과 빵터짐이 공존하는 게임이 매력적이라 순위에 넣었습니다. 특히 카드로 운영하다보니 차를 통제하는 느낌이 있어서 좋았어요. 주사위를 굴리는 레이스 게임은 의지와 상관없이 빌빌 기어다니는걸 보면 고구마를 먹은 듯 답답하거든요.

65위를 주긴 했지만 이 이상으로 순위가 대폭 올라갈 것 같진 않아요.

"그 레이싱 게임"을 올해 접해봤기 때문이죠. 다운포스랑 결이 달라서 두 게임을 직접적으로 비교하긴 어렵지만... 다운포스에겐 좀 불운이라 볼 수도 있겠네요.

그 레이싱 게임이 나오면 한번 더 다운포스를 언급하겠습니다!

지니 >> 경매, 레이싱, 베팅이 들어가있는 게임이라고 알고 있는데 나중에 게임을 안 시점에서 좀 투박한 일러+컴포+별로 선호하지 않은 경매 시스템때문에 해보진 않았어요. 요즘 좋은 레이싱 게임 많은데.. 그래도 해볼만한 가치는 있겠죠?

너굴 >> 생각보다 경매 비중은 크지 않을텐데요. 초반에 드라이버 색상이랑 특수능력 정하기 정도?

64. 타이니타운

2019년 - 48위
2020년 - 35위
2021년 - 63위
2022년 - 85위

작은 16칸 짜리 보드 위에서 티격태격 다투는 퍼즐 게임, 타이니타운 입니다.

일반적으로 건물이나 타일을 가져와 배치하는 놓기류 게임과는 달리, 타이니타운은 미리 공개된 건물을 짓기 위해 필요한 특정한 패턴으로 큐브를 먼저 놓아야 해요. 그렇게 하고나서야 그 큐브를 치우며 그 장소에 건물을 배치할 수 있죠. 당연히 건물마다 점수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손익을 따지며 건물을 배치해야 합니다.

하지만 원하는 큐브를 가져올 수 있는건 자신의 차례 뿐입니다. 나머지는 다른 사람들이 호명한 큐브를 다 같이 하나씩 가져와야 하기 때문에 원하는 큐브를 얻기 힘들어요. 게다가 대놓고 다른 마을을 망치려고 엉뚱한 큐브를 부르는 일이 비일비재 해서 좁은 공간에 쓸모없는 큐브를 꾸역꾸역 배치하며 버티기도 해야 합니다. 생각보다 거친 퍼즐 게임이예요.

확장 2개나 있긴 합니다만 본판 자체의 볼륨도 상당히 좋아서 필수는 아니라 생각합니다.

내게 필요한 큐브와 나도 망하지만 상대방을 엿 먹일 수 있는 큐브. 둘 중 어떤걸 부르시겠어요?

만약 후자라면 당신은 진정한 타이니타운 플레이어의 자격이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니 >> 이것도 좋아하는 게임인데 6인까지 지원하는 것도 장점이구요. 남들 망하라구 계속 같은 색만 골라 본 적도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너굴 >> 순수악 타입이군요(정색)

63. 레즈 아르카나

2019년 - 59위
2020년 - 37위
2021년 - 26위
2022년 - 59위

엔진빌딩류의 게임은 후반으로 갈수록 카드가 너무 깔려서 복잡해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하지만 레즈 아르카나는 그렇지 않아요. 처음부터 끝까지 단 8장. 초반에 드래프팅하는 그 8장만 가지고 다른 사람들보다 10점을 먼저 따야하는 엔진빌딩 + 레이스 게임입니다.

레즈 아르카나의 드래프팅은 시작과 끝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카드 간의 시너지가 중요합니다. 별 생각없이 골랐던 두어장의 카드가 계속 발목을 잡는가 하면, 신경써서 고른 카드가 잘 굴러가며 자원을 펌핑하듯 뽑아내는 경험도 할 수 있습니다. 초보자와 숙련자의 격차를 벌리는 단점이긴 해요. 하지만 제겐 카드의 시너지를 계속 고민하게 만들 수 있는 파고들기 요소로 다가와서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확장을 넣으니 더 생각할거리가 많아지며 재밌더군요. 좀처럼 확장을 잘 안사는 편인데, 레즈 아르카나는 자꾸만 사고 싶어져요.

지니 >> 아 오랜만이네요. 처음 나왔을 때 재밌게 했는데. 굉장히 적은 카드를 계속 순환해서 돌리는 재미가 있긴 했는데 거기에 리플레이성도 같이 줄어드는 거 같더라구요. 확장까지 넣어서 해보긴 했지만 결국 방출했어요

너굴 >> 저랑 완전히 반대군요 ㅋㅋ 전 너무 많은 새로운 카드가 계속 나오는 게임을 하다보면 깊이보단 그 날의 운 & 상황에 따라 즉흥적으로 전략을 짜야하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을 때가 있더라구요.

62. 업세션

[신규입성]

제 지인이 이걸 해보자고 말했을 땐... 솔직히 말해서 첫인상이 나빴어요.

정확히는 현실적인 사진이 담긴 카드를 보고 O_o 와아! 멋진 카드 뒷면 디자인을 보고 우와! 하며 감탄했습니다. 건물(?) 타일을 보고 입을 틀어 막았습니다. 디자이너가 중도하차 한건가? 임금 때문에 트러블이 생겼나? 멋진 카드 디자인과 덜 완성된 듯한 건물 타일의 간극은 뭐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혼자 동떨어진 유니버스에 있는 느낌...

사실 첫게임도 "손님들을 많이 유치하며 명성을 올린다 + 건물을 쓰려면 손패에 있는 게스트를 성별/명성에 맞춰 보내야 한다" 정도의 흐름만 이해한 채 진행 했습니다.

그렇다보니 손에 사람은 많은데 쓸모는 없고, 돈은 없어서 빌빌대고, 쓸모 없는 일꾼은 남아나고, 건물 점수는 상대방에게 다 밀리고, 중간 점검시 방문하는 게스트도 놓치고, 패스 타이밍 잘못 잡아 손패는 다 말렸고... 아주 엉망진창으로 당했죠. 그런데 그렇게 엉망진창으로 당해보니 어떤 게임인지 보이더라고요.

그 이후에 혼자 해보니 "아- 이런거구나" 하고 감이 왔어요. 생각보다 간단한 규칙을 바탕으로 섬세하게 운영하는 게임이구나- 일꾼+타일+카드란 세 요소를 동시에 유연하게 관리하는게 핵심인 게임이구나- 그 꼼꼼한 운영에서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는거구나- 하는 느낌? 쉽지만 마스터하기 힘든 게임을 좋아하는데, 딱 그런 느낌이었어요.

좀 더 높은 순위를 줄까 생각도 해봤지만, 몇차례 더 즐기고 업세션의 이해가 더 깊어진다면 그때 올리기로 하고 올해는 62위에서 타협 했습니다.

지니 >> 제 순위에서도 나온 업세션이네요. 너굴님과 평이 얼마나 다를지 궁금해요.

61. 포가튼 워터스

2022년 - 31위

플레이어들은 바다를 떠도는 선장 및 선원이 되어 다양한 시나리오를 진행하게 됩니다. 망망대해를 떠돌며 주워들은 정보를 가지고 조사를 하기도 하고, 정박한 곳에서 다양한 행동을 통해 자원을 수급하고, 폭풍우 속에서 배를 몰며 수선도 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를 겪으며 함께 모험을 하게 되죠.

각자의 캐릭터 시트에 단어를 채워넣가며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 점도 재밌고, 지도가 펼쳐지며 다양한 이야기가 벌어지는 것도 재밌고, 똑같은 이벤트 번호를 누를 때 "어차피 본 내용인데..." 라고 생각하던 찰나, 아까 본 이야기에서 좀 더 이어지는 내용이 나오는걸 보고 놀라기도 했어요.

이벤트마다 팀원들이 분주하게 다양한 액션칸에 들어가 팀의 목표를 위해 행동하는 척 개인 승리를 노리고 움직이는 은밀함도 재밌더라구요. 팀폭망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요 ㅋㅋ

가끔 긴 호흡의 이야기가 나와서 읽기 힘을 때가 있는데 그것 말고는 재밌는 아이디어가 많아서 참 마음에 듭니다. 순위가 떨어진 이유는 게임 자체의 문제보단 사람이 많을수록 재밌는 게임인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올해만 순위를 미뤄두었어요.

아, 스토리텔링 게임이 아예 취향에 안맞으시는 분들은 이것도 안맞을거예요. 그러니 시간 아끼셔서 다른 게임을 살펴보세요!

지니 >> 이거 한글판은 살짝 비운의 게임..나중에 파주슈필에서 무료로 나눠줬던걸로 기억하는데.. 그때 받아서 찍먹이라도 해볼걸 조금 아쉬운 기억은 있네요. Trpg를 좋아하느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게임이라고만 들었어요

너굴 >> 살짝 비운이라요...? 무료 방출 당할정도라면 제겐 비극적인 소식인데요...!!! ㅠㅠㅠㅠㅠ 재밌는 게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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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의 자투리 글은 Top100에 관한 여러가지 Q&A 입니다. 주변에서 이런걸 하고 있다고 공개할 때가 있는데, 그 때마다 공통적으로 나왔던 질문들이예요.

1. 언제 시작했고 왜 시작했나요?

최초의 Top 100은 2015년에 올렸어요. 당시 다이스타워의 톰 바셀이 혼자서 Top100을 진행하는걸 보고 "나는 어떤 게임을 좋아할까? 나도 해보고 싶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당시엔 이런걸 하는 사람이 거의 없던걸로 기억해요. (지금 생각해보면 있긴 했나? 싶기도 하네요)

벌써 이걸 8년째 하고 있네요. 이게 꽤 고된 작업인데다 글 쓰는것도 시간을 많이 잡아 먹어서 중간중간 "아- 그냥 하지 말까?" 라는 생각도 들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작은 축제(?) 같은게 된거 같고...

이제와서 멈추기엔 너무 먼 길을 걸어온거 같아요 ㅋㅋ 소중한 기억이 쌓이는 것도 좋구요.

2. 게스트는 왜 부르는 거예요? 초대 게스트는 누구예요?

이것도 톰 바셀의 영향을 받았던걸로 기억합니다.

서로의 Top 100을 공유하며 자유로운 토론과 피드백을 받는 것을 보고 저 또한 누군가와 함께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초대 게스트(?)가 2018년도의 지니님인걸로 기억합니다.

게임에 대한 경험 & 지식도 풍부하고, 그 때도 제 취향을 한결 같이 (장난으로) 까셨거든요. 지금도 까시는 걸 보면 참 소나무처럼 한결 같은 게이머 입니다 ㅋㅋㅋ

서로 의견차이로 티격태격 하는게 재밌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도 일부러 저랑 취향이 반대인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1. 제가 좋아하는 게임을 색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고,

2. 제가 무관심하거나 인연이 닿지 않은 게임에 대해 공부하고 후기를 볼 수 있고,

3. 글을 읽는 사람이 좀 더 넓은 스펙트럼의 게임을 접하길 바라거든요.

특히 분명 좋은 게임을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인데 글을 자주 안쓰거나, 제가 개인적으로 궁금한 고인물 분들을 매의 눈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참, 저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건데, 이렇게 다들 하나둘씩 올리니까 "나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드시는건지 평소에 조용하시던 분들도 갑자기 Top 30, Top 50 식으로 올리시더라고요.

읽으면서 새로운 것도 많이 배우고, 제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선순환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3. 부르고 싶은 사람 있어요?

많아요.

그런데 말도 제대로 못 섞어본 분들도 많아서 제안하기도 민망하고... 취향차이가 태양계만큼 나서 어마어마해서 초대 했다간 연말 내내 게임 100개를 새로 배울 것 같은 압박감이 드는 분도 계시고... 엄청난 연륜을 가진 기라성 같은 대선배님이라 그 리스트에 비하면 제 리스트가 오합지졸처럼 느껴질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약간 쭈굴쭈굴한 느낌으로 글을 살피며 온라인 너머로 온화한 성품이 느껴지면 슬며시 찔러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4. 어떤식으로 준비해요?

a. 보통 10월쯔음 되면 슬슬 Top100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여기저기 콕콕 질러보며 Top100에 관심 있는 사람을 찾아요.

b.일정을 맞출 수 있는 인재를 발견하면 확답을 얻어내고 11월 동안 리스트를 짭니다. 생각나는 게임 130개 정도를 기록하고, 지난해 리스트를 보며 당연히 있어야 하는데 놓친건 없는지 한번 더 확인해요.

다양한 Top100러들이 제각기 맞는 방법을 쓰겠지만... 전 단순하게 텍스트 에디터에 주루룩 나열하고 위아래로 게임을 움직이며 순위를 정합니다.

전 보통 명백한 1위부터 20위까지 정하고, 80위에서 100위까지 정한 뒤 혼돈의 중간구간을 오랜 시간 정리하는 편입니다.

c. 리스트 공개는 11월 20-30일 쯤에 하는 편인데요, 보통 하나라도 더 많이 해보고 리스트를 확정 지으려 하다보니 30일쯤에 하게 됩니다. 너무 당연한거지만 서로의 리스트는 누구에게도 공유하지 않습니다.

d. 서로가 가져온 100개의 리스트를 보며 코멘트를 답니다. 모르는 게임 / 미발매 게임은 알아서 조사하고, 공부하고, 리뷰를 찾아본 뒤 자신의 생각을 적습니다. 의문이 생기면 상대방에게 연락하여 코멘트가 유효한지 혹은 뻘소리를 하고 있는지 확인 할 때도 있죠.

(뭐 대충 이런 느낌이죠.)

e. 12월 업로드 계획을 짠 뒤에 각자 일정에 맞추어 글을 임시저장 해둡니다. 상대방의 코멘트에 답변/반박/동의를 하고 싶다면 이 때 추가하는 편이죠. 이때 코멘트에 오류가 발견되면 연락을 취하여 수정본을 받아냅니다.

f. 그리고 업로드 당일이 되면 시간에 맞추어 동시에 업로드 하죠. 누군가 일정을 맞출 수 없으면 재조정 합니다.

g. 서로의 글을 한번 더 읽으며 오타, 오해, 룰 설명 미스, 미묘한 뉘앙스 같은 부분을 찾아내고 알려줍니다. 재미로 쓰긴 하지만 정보 글이기도 하니깐요.

h. 끝날 때까지 e,f,g를 반복합니다.

i. 1위까지 올리고 나면 다들 수고했다고 말하며 손을 흔들어 줍니다.

5. 한편 올리는데 얼마나 걸려요?

글 작성, 다듬기, 확인, 코멘트 옮겨오기, 지난 순위 가져오기, 뻘글 쓰기 등 잡다한걸 다 하면 편당 2시간-3시간 정도 걸립니다.

그나마 전 지난 글이 많이 쌓인데다 작성 패턴이 잡혀서 내용을 가감하기 편한데...

새로 하시는 분들이나 신작이 많으신 분들은 여기에서 많이 고통 받으세요.

제 기준 10개씩 10편을 올리니까 약 20-30시간. 준비 기간까지 하면 총 40-50시간 되려나요?

처음에 틀이 잡히지 않았을 땐 자료 수집부터 완료까지 80여 시간 정도 걸렸던 듯 해요.

6. 순위 중간에 바꾸고 싶지 않아요?

실제로 리스트를 작성하는 도중에 순위를 바꾸고 싶은 충동이 많이 들어요. 그런데 바꿔봤자 어차피 또 바꾸고 싶어질거라... 이젠 그냥 첫 느낌대로 갑니다.

중간에 Top100에 넣었어도 좋았을 정도로 괜찮은 게임을 발견하면, 자투리 글에 살며시 소개하기도 해요.

애초에 자투리 글이 그런 용도로 태어났던거예요. 지금은 뻘소리를 더 많이 하다보니 오늘의 뻘소리라고 부르곤 하지만...

7. 무엇을 기준으로 매겨요?

이건 매해 달라요. 주변 환경에 따라 다인플 게임이 우세할 때도. 2인플 게임이 우세할 때도 있고요.

특정 장르에 꽂혔을 땐 그런 게임 위주로. 특정 테마에 꽂혔을 땐 그런 테마 위주로... 그런거죠.

올해는 아이들 때문에 게임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한을 담아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게임" 정도로 순위를 잡았습니다.

그래서 같은 게임이어도 순위가 해에 따라 올라갔다 내려갔다 해요.

8. 왜 너굴님 순위는 과거 게임에 머물러 있나요? 왜 게스트의 목록에 신작이 더 많아요?

처음에 이 질문을 듣고 엄청 웃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네! 싶더라구요.

제게 처음으로 이 말을 한 사람도 기억하고 있어요. 그 때도 엄청 웃었던걸로 기억합니다. (물어보니 본인은 기억 못하고 있더군요)

여기엔 나름의 사정이 있습니다!

싱글, 커플, 결혼 초창기 당시 나름 Top100 리스트에 신작도 있었고 유행과 겹치는 부분이 있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다보니 자의반, 타의반 많은게 바뀌었습니다.

a.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며 중요한 것이 보드게임 경험에서 가족의 안전 / 행복으로 크게 옮겨갔습니다.

그래서 보드게임을 할 시간, 후기를 쓸 시간에 가족과 좀 더 시간을 보내려 해요. 보드게임에 투자할 돈이 있어도 가족을 위해 쓰고, 남은 몇푼으로 정말정말 하고 싶었던 중고게임을 구하죠.

그렇다보니 요즘엔 최전방에서 뛰는 분들에 비해 업데이트가 늦은 편이예요.

b. 캐나다에 살다보니 장소적 제약 때문에 모임에 지원되는 리뷰 이벤트 / 홍보용 카피 같은건 거의 받을 수 없습니다. 성격상 그런걸 요청한 적도 없고, 받고 싶다면 글실력으로 받아내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고지식한 편이예요.

c. 주변에 자유롭게 보드게임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많이 없는 것도, 그 분들의 보드게임력이 낮은 편인 이유도 있습니다. 그 분들을 자연스레 심도 있는 게임으로 끌어오려면 제가 잘 가르칠 수 있는, 즉 좋아하는 게임으로 유인하는게 제일 효과가 좋죠. 그래서 자연스레 제가 좋아하고 아는 게임을 자주 하게 돼요.

d. 리스트 확정일이 11월 말일. 업로드 시작일이 12월 초에서 10일경이기 때문에 다른 게이머의 리스트에 올라온 게임을 해볼 시간이 너무 촉박해요. 실제로 해볼 수 있는건 3-4개도 안됩니다.

e.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게임을 나열하고 싶어서 시작한 Top100이고 지금도 거기에 충실하다보니 신작/구작 상관없이 게임만 두고 생각하려 합니다. "신작이니까 순위 더 준다!" 같은 생각은 목적에 안맞는거 같더라구요. 되려 신작일수록 여러번 생각한 뒤 최대한 보수적인 순위에 매겨놓고, 한 해동안 틈나는 대로 해본 뒤 정말 마음에 들면 다음 해부터 순위를 쑥쑥 높혀갑니다.

처음엔 '나도 신작을 일부러 많이 해봐야 하는걸까? 그래야 글이 더 재밌어 지는걸까?' 라는 고민도 해봤지만 게스트님들의 리스트가 반짝반짝 빛나며 역할을 아주 잘 수행하고 있죠.

애초에 그런 목적으로 협업을 요청하는거고요.

그래서 "게스트님이 잘해주시니까 나는 나대로 꾸준하게 좋아하는걸 써내려가며 바닥을 깔아주는 역할을 맡아야겠다" 라고 스스로 역할을 이해하고 지금은 글 쓰는 그 자체를 재밌게 즐기고 있습니다.

장인초대석? 같은 느낌이라 봐도 되겠네요 ㅋㅋ 덕분에 신작-구작이 공존하는 Top100 리스트가 만들어지는 것 같고요.

살짝 스포를 하자면 아이러니하게도(?) 올해 제 리스트 상위권에 새로운 게임이 제법 몰려있는데요.

스스로 작성하고도 이게 맞나? 신작이라고 충동적으로 넣은건 아닌가? 싶은 생각에 2-3일간 고민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맞는 것 같아 확정 지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조금 예외인 해가 되겠네요.

9. 소개해준 게임 순위가 낮으면 친구들이 뭐라고 해요?

네. 자기가 소개한 갓겜이 순위가 왜 그리 낮냐고 뭐라고 할 때가 간혹 있는데요.

어쩌라고- 억울하면 직접 Top 100 올리시던가-!

라고 응수하며 또 한명의 Top100러를 만들어내려고 노리고 있습니다.

일단 생각나는건 여기까지! 그럼 다음 글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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