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워게임을 향한 열망 - 독일전차군단 1편

예테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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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30 오후 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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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의 경험으로 보았을 때 '워게임은 쉽다!' 라고 말하면 제 주변의 반응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제가 하자고 들이미는 게임은 대부분 '최소' 2~3시간이 기본이었으니 그런 반응이 나올 수밖에요! 그래서 오랫동안 고민했습니다. 좋지만 쉬운 워게임이란 무엇인가? 대체로 이 정도의 조건을 충족하면 될 것 같았습니다.

1) 플레이시간이 짧아야 한다 - 열정이 있다면 초플부터 5~6시간짜리 게임을 돌릴 수도 있겠지만 사람은 보통 자기 취향인지 알지 못하는 것에 오랜 시간을 쓰기 선뜻 꺼려지는 게 일반적입니다.

2) 너무 조악하지 않아야 한다 - 칙칙한 디자인(..)과 허접한 컴포넌트(..)를 가지고 테마와 시스템으로 승부하는 게임도 많습니다만 적어도 심미적인 면에서 최소한의 기준치는 충족해야 진입장벽이 덜어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대부분의 PNP 게임은 탈락하는 것으로... 물론 PNP 게임이 허접하다는 일반화는 아닙니다)

3) 익숙한 테마여야 한다 - 합리적 메커니즘과 좋은 시스템을 갖춘 게임이라도 테마가 익숙하지 않다면 진입장벽이 있으니까요!

4) 규칙이 많지 않아야 한다 - '쉬운 게임'을 찾으니 당연합니다. 워게임 규칙서들은 가뜩이나 빽빽한지라 10페이지를 읽어도 20페이지분의 피로가 몰려오니까요...

그래서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는 게임이 없을까... 하고 고민하다가 드디어 어느 정도 만족하는 녀석을 찾았습니다! 그것이 오늘 후기를 올리는 '독일전차군단'입니다. (이전 개봉기 링크는 다음과 같습니다 - 링크)

독일전차군단은 4개의 게임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엘 알라메인, 덩케르크, 하르코프, 오퍼레이션 컴퍼스... 전부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것입니다. 원래는 하르코프까지만 있었는데 컴퍼스는 최근에(최근이라 해도 10년은 됐지만) 새로 추가된 것입니다. 각 게임은 선형적인 난이도입니다. 즉 엘 알라메인이 가장 쉽고 하르코프가 가장 어렵습니다.

이 게임의 매력 포인트는 워게임의 핵심 시스템을 담아냈으면서도 굉장히 간소화됐다는 점입니다. 첫 게임인 엘 알라메인의 경우 이동, 공격, ZOC, CRT 네 가지 개념만 알면 바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엘 알라메인의 지형표입니다. 고지로 이동할 때는 이동력을 2 소모한다는 뜻입니다. 고지/집락/영군진지의 경우 방어자의 전투력이 2배가 됩니다.

전투력을 비교한 다음 주사위를 던지고 CRT의 결과에 따라 AE(공격자 제거) AR(공격자 후퇴) DR(방어자 후퇴) DE(방어자 제거) 중 하나의 액션을 실행하면 됩니다. 참고로 전투력은 방어자에게 유리하게 계산합니다. 가령 공격자가 14, 방어자가 4일 경우 3.5:1의 비율이 되어 소수점 아래를 버림하고 3:1로 계산하는 것입니다.

엘 알라메인은 독일군 이동 - 독일군 공격 - 영국군 이동 - 영국군 공격으로 시작합니다. 독일군은 게임이 끝날 때까지 (1) 엘 알라메인과 그 다음 도시 사이의 도로가 위치한 헥스에 올라가거나 (2) 중간의 고지(영국군진지 2칸짜리)에 올라가면 승리합니다. 영국군은 독일군이 목표를 이루지 못하게 하거나 게임판 최서단 헥스에서 '탈출' 하면 승리합니다. 1턴의 독일군이 이동해서 공격을 시작한 모습입니다. 유닛의 좌측 숫자는 전투력, 우측 숫자는 이동력인데 숫자를 봐서 위쪽이 모루로 버티고 아랫쪽이 망치로 영국군을 때려눕히면서 이동 경로를 확보하는 게임 흐름을 의도한 것 같습니다.

3턴 독일군의 차례가 끝나고 나타난 모습입니다. 솔플이라서 혼자 최대한 왼쪽 머리와 오른쪽 머리를 식탁에 박아가며 멀티플레이를 의도해보았지만 쉽지 않더군요... 좌측 영국군이 헥스를 탈출하기 직전이고, 반대로 알람 엘 할파의 기지도 다소 위험하네요.

좌뇌와 우뇌가 게임을 하다보면 가끔 '이걸 왜 못 봤지...?' 하는 상황이 나오는데, 가만 보다보니까 기지를 무조건 점령할 필요가 없이 독일군이 그냥 올라가면 되더라고요-_-;; 허망하게 게임이 끝났습니다. 약 30~40분 정도 플레이한 것 같습니다.

(사실 주사위도 영국에 훨씬 유리하게 굴렀는데...)

엘 알라메인의 장점은 보급과 스택(더미)을 전혀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입니다. 여기서는 둘 다 구현되어있지 않습니다. 반면 앞서 보았듯이 CRT(Combat Result Table - 주사위 결과를 보정해주는 표입니다)가 있고, ZOC(Zone of Control)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ZOC(=통제영역)는 간단하게 말하면 특정 유닛이 있는 주변 6개의 헥스에는 그 유닛의 영향력이 미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적의 ZOC(=EZOC)에 들어가면 (=적과 인접한 헥스에 들어가면) 무조건 멈춰야 하고, EZOC로 퇴각할 수 없고, EZOC에서 EZOC로는 바로 이동할 수 없습니다. 대부분의 워게임에서 적용되는 개념인 만큼 숙지해두면 좋겠지요.

다음 게임은 덩케르크입니다. 전멸한 프랑스-영국-벨기에 연합군의 전투력을 합산해 35점 이상이면 독일군 승리, 34점 이하면 연합군이 승리하는 조건입니다. (독일은 대신 독일군 하나가 없어질 때마다 -2점의 페널티를 먹습니다) 이번 맵에서는 하천과 도시가 추가되어 하천을 건너서 공격하거나 도시에 있는 유닛을 공격하면 방어력이 2배가 됩니다 (합산하지 않습니다) 덩케르크에서는 '보급'의 개념이 드디어 추가됐습니다. 맵 서쪽이나 남쪽에서 선을 그어 EZOC를 지나지 않으면 (혹은 한 항구에서 선을 그어 전투력 5까지 보급받을 수 있다면) 살아남은 유닛으로 칩니다. 반대로 포위되어 그런 선이 없다면? 게임이 끝나고 자동으로 제거됩니다.

6턴까지 진행하고 2턴에는 원군 1, 3~5턴에는 원군 2가 연합군 플레이어가 원하는 남쪽 아무 헥스에서나 튀어나옵니다. 원군은 다 능력치가 다릅니다만 섞어서 사용하도록 되어있습니다. 시간이 늦어서 더 게임을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전날에 게임했던 사진을 가져와보겠습니다.

제 여자친구는 보드게임을 안 좋아하고 이런 테마는 더더욱 안 좋아하는데, 이 날은 조물딱거리고 있으니 웬일로 같이 하겠다고 먼저 흔쾌히 말을 꺼내서 아싸 하고 바로 판을 깔았습니다. (살면서 다시 안 올 행운일 수도;) 여자친구가 독일군, 제가 연합군을 맡았습니다. 보급선과 EZOC 개념을 조금 어려워하긴 했지만 게임의 기초적인 방법은 쉬운 편이라 워게임을 해본 적이 없는데도 빠르게 습득해서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게임은 29점으로 제가 이기긴 했지만 워게임 경험이 없는 플레이어인 걸 감안하면 굉장히 선전했습니다. 특히 중앙의 프랑스 유닛 두 개를 보고 '전투 안해도 이래놨으니까 그냥 죽는 거 아니냐?' 해서 전투 안하고 8점을 꽁으로 따내는 걸 보니까 (정리하기 직전이라 다소 사진이 산만한데 원래는 독일군 1603 유닛이 더 우측에 있어서 보급선을 막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다른 보드게임 경험이 많은 분들이라면 더더욱 쉽게 게임의 정수를 터득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하르코프와 컴퍼스는 아직 플레이해보지 않아서 사진이 없는데, 규칙서를 보니 하르코프는 도시를 점령해서 점수를 얻는 개념이 또 추가된 모양이더군요. 다행히 이번 주에는 바쁜 일이 조금 덜어져서 게임할 시간이 났는데, 게임의 나머지 분량도 마저 소개해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사족: 상대적으로 쉬운 워게임을 다른 사람에게 영업해서 성공한 적이 있으신 분은 경험담 공유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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