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11월 회사 동료들과 보드게임 모임 후기입니다. (31~33차)
안녕하세요.
회사 동료들과 보드게임 모임을 진행하고 있는 라쓰입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고 올 한해도 이제 한달정도만 남았네요.
시간이 정말 빨리가는 것 같습니다.
11월에는 보드게임 페스타에도 다녀오고 해서, 모임을 두번밖에 열지 못했습니다.
* 지난 2021년 모임후기 *
https://www.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18791&tb=community_post
* 지난 2022년 모임후기 *
https://www.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21625&tb=community_post
* 지난 2023년 1월 모임후기 *
https://www.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21869&tb=community_post
* 지난 2023년 2월 모임후기 *
https://www.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22118&tb=community_post
* 지난 2023년 3월 모임후기 *
https://www.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22555&tb=community_post
* 지난 2023년 4월 모임후기 *
https://www.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22738&tb=community_post
* 지난 2023년 5월(1/2) 모임후기 *
https://www.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22952&tb=community_post
* 지난 2023년 5월(2/2) 모임후기 *
https://www.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23015&tb=community_post
* 지난 2023년 6월(1/2) 모임후기 *
https://www.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23137&tb=community_post
* 지난 2023년 6월(2/2) 모임후기 *
https://www.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23298&tb=community_post
* 지난 2023년 7월 모임후기 *
https://www.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23613&tb=community_post
* 지난 2023년 8월 모임후기 *
https://www.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23954&id=ldh88888&tb=community_post&game_category=
* 지난 2023년 9월 모임후기 *
https://www.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24225&id=ldh88888&tb=community_post&game_category=
* 지난 2023년 10월 모임후기 *
https://www.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24407&id=ldh88888&tb=community_post&game_category=
11월 5일. 일요일.
아침 9시. 회사 동료 곽씨와 고인메리호 톡방 방장님이신 차씨가 방문해 주셨습니다.
첫 게임은 눈이 즐거운 게임. 백로성 3인플입니다.
백로성은 일본의 히메지성을 테마로 한 주사위 일꾼 놓기 게임입니다.
매 라운드 시작에 하얀색, 까만색, 붉은색 다리마다 주사위들이 놓여지고,
플레이어들은 돌아가며 다리 위의 주사위를 하나씩 가져다 행동칸에 배치하면서 진행합니다.
대부분의 행동들이 자원을 먹거나, 또는 자원을 써서 자기 개인판에 배치된 미플들을 보드판으로 옮기는 것들입니다.
즉, 백로성에 자기 색깔의 미플들을 많이 보낼수록 승점을 크게 챙겨갈수 있다고 보면 됩니다.
미플에는 정원사, 가신, 병사 등이 있는데 각기 요구되는 자원이나 승점등이 다릅니다.
그래서 게임이 끝났을 때, 서로 승점 테크가 달라서 엎치락 뒷치락 하는 맛이 있더군요.
"어? 이 게임 생각보다 완성도가 높은데요?!"
"맞아요! 간단한데 또 콤보 터트리기 위해 브레인 버닝하는 맛도 좀 나요."
"그리고 점차 후반부로 갈수록 개인판 엔진빌딩 하는맛도 살짝납니다. ㅋㅋ"
게임은 3인으로 1시간이 좀 안걸렸던 거 같습니다. 플레이 타임도 짧은게 또 장점이네요.
연달아 두판을 했는데, 첫판은 다들 초플이었어서 그런지 제가 승리를 가져갔고, 둘째판은 곽씨가 우승했네요.
백로성이 딱 끝날때즘 공업소에 들렀다 온 고씨가 도착했습니다.
이날은 사실 한달 전부터 4인으로 헤게모니를 하기로 약속된 날이었거든요. ^^
'헤게모니' 라는 타이틀을 킥스에서 처음 보았을때, 이게 뭐하는 게임이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헤게모니의 의미를 찾아보니, 패권이란 뜻인데.
통상적으로는 어느 집단/국가/문화가 다른 집단/국가/문화를 지배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라고 하네요.
이제 게임 박스 타이틀 아래에 적힌 '당신의 사회 계층을 승리로 이끄세요.' 라는 문구가 조금 이해가기 시작합니다.
처음 룰북을 펼쳐보니, 룰 분량도 많고 컴포도 많고.. 보드판의 정책 부분은 뭔가 딱딱해 보이기까지 하니..
게임이 많이 어려워 보이더군요.
보통은 이렇게 어려워 보여도 룰을 익혀가며 테스트 플레이를 하다보면, 차츰 이해가고 쉬워지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그렇지 않더군요. ㅋㅋㅋ
어느 토요일. 하루 종일 룰북을 정독하고, 다음날 테스트 플레이로 1인 4역을(노동자, 중산층, 자본가, 정부) 해봤습니다.
머리가 정말 어질어질하니 터질거 같았습니다.
그래도 각 계층의 입장이 되어.. 최선을 다해서 왼손, 왼발과 오른손, 오른발을 동원한 테스트 플레이를 해보았습니다.
음... 일단 노동자의 파업으로 기업은 쪽박나고, 세금이 적어서 국고는 위태로운데,
정부는 승점내려고 곳간을 풀어 자선사업을 강행하다보니 IMF가 오고..
정부의 공기업들이 줄창 문을 닫으니 노동자와 중산층 실업자가 대거 생겨나더군요.
'아... 이게 이렇게 되는구나... 이게 나라냐... 허허허'
그렇게 어느 주말을 갈아넣은 테스트 플레이가 끝나고, 4인 모임 일정을 잡은 것이었습니다.
"우와~ 이거는 보드판부터 뭔가 다르네요."
"이 게임이 회사 커피타임 때마다 이씨가 그렇게 이야기 하던 헤게모니군요."
"자 이제 여러분은... 이 게임을 끝내야 집에 갈 수 있습니다. 후우~ㅋ "
자본가는 곽씨, 노동자는 차씨가 맡았고. 중산층은 제가, 정부는 고씨가 맡았습니다.
룰 설명이 한시간 가량 이어지고, 이제 목이 쉬어갈때 즘에서야 플레이를 할 수 있었습니다.
"최저 임금제 레벨1이라 그런지.. 돈 벌이가 적네.. 곽씨 식량이 얼마에요?"
"방금 올려서 하나에 15원입니당~!"
"왓?! 이런.. 월급좀 올려줘요! 몰라 나 파업이야!"
"이씨, 아까 파업하면 어떻게 된다고 했죠?"
"월급 맥스로 안올려 주면, 파업한 채로 라운드 마무리 되요. 그러면 노동자 임금 안주는데 회사도 생산 안합니다."
"감히 파업을 해!? ㅋ 식량 공장 매각할게요!!"
"... ..."
게임 초반부터 자본가 곽씨와 노동자 차씨의 불꽃 갈등이 장난아니더군요.
이 때부터 흑화한 곽씨의 행포기 시작되었습니다.
곽씨는 오히려 관세를 최대치로 올리고, 노동자 차씨의 식량 수급이 어려워 지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자멸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었어요.
정부 고씨는 노동자 차씨에게 금전적인 도움을 주고, 중산층인 저는 식량 공장을 확충하여 내수를 통해 돈 맛좀 봤습니다.
노동자, 중산층, 정부가 무리없이 돌아가는 가운데 자본가 곽씨는 홀로 고전하고 있었습니다.
높아진 관세 정책으로 인해 사업거래 카드가 깔리지 않고, 몇 안 남은 기업의 생산력으로는 큰 돈을 벌 수 없었습니다.
기업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니 세금이 적어서 국고가 위태로워지고, 마지막에 IMF가 오긴 했지만 정부 고씨는 정책 방어를 잘 해나가며 엄청나게 훌륭한 플레이를 보여주었습니다.
게임은 결국 배부른 노동자인 차씨의 우승으로 끝이 났습니다.
"하아... 이 게임은 혼자서 잘한다고 잘 되는 게임이 아니네요."
"그래, 곽씨. 차라리 게임 초반에 노동자에게 식량 가격이라도 낮춰 주었으면 차씨가 파업을 안 했을지도 몰라."
"게임 하는 내내 3:1 플레이로 느껴졌었는데, 이제야 좀 알거 같아요. 많이 아쉽네요. ㅎㅎ"
"와... 진짜 재밌었습니다. 이씨 덕분에 간만에 정말 심도 깊은 게임 해봤네요."
약 4시간 정도 플레이를 한 듯 합니다.
그러나 긴 플레이 타임을 떠나서, 정말로 실제 사회가 돌아가는 이치를 많이 배운 것 같은 느낌이었고.
여운이 많이 남은 만큼 우리는 30분 이상을 토론? 하다 헤어졌습니다.
11월 11일. 토요일.
이 날은 회사동료 강씨와 곽씨가 찾아주셨습니다.
첫 게임은 독일의 괴짜 작가 '프리드만 프리제'님의 파이어아벤트(Feierabend) 라는 게임입니다.
독일어 사전에서 Feierabend는 Feier(연회)+Abend(저녁)으로, 퇴근 후 여가 시간을 의미합니다.
게임 플레이는 단순한 일꾼놓기입니다.
자기 개인판(회사)에 있는 미플 7개를 여가 장소에 보내면서 행복도를 올립니다.
테이블 위에 보이는 동그란 보드판 3곳이 모두 여가 시간을 보내는 곳입니다.
맨 오른쪽 동그라미는 체육공원 같은 곳인데, 돈은 안들지만 행복도가 조금밖에 안오릅니다.
가운데 동그라미는 놀이동산 같은 곳인데, 노는데 돈이 들지만 그만큼 행복도가 크게 오릅니다.
특이한 점은 가운데에 포차? 같은곳이 있어서 여기서 연인을 사귈수도 있습니다.
왼쪽 동그라미는 휴가 여행지라서, 파업토큰을 통해? 회사에서 휴가를 얻어야만 갈 수 있는 곳입니다.
그 외에 술집에서 술을 마시거나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더 모을수도 있고.
노조를 방문해서 파업토큰을 얻을수도 있습니다.
그러다 미플이 다 떨어지면 다시 개인판(회사)으로 싹 가져갑니다. (출근 ;;)
그러면 힘들게 올린 행복도가.. 격렬한 스트레스로 인해 행복도가 -16 정도 떨어집니다. ㅋㅋㅋ
결국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다가 누군가 행복도 40점을 넘기면 종료 트리거가 됩니다.
파업토큰을 써서 임금을 올리거나 근로시간을 줄여서 받는 스트레스를 줄이기도 하는데, 여기서 서로 전략이 갈리더군요.
"뭐지... 이 게임... 재밌는데... 현타와요. 와 출근이라니.. ㅋㅋ"
"아니 잠깐.. 스트레스로 -16? 룰이.. 그게 맞아요? 행복도 다시 0 인데요?? ㅋㅋㅋ"
"룰 이거 맞아요 ㅋㅋㅋ 슬퍼서 미치겠따 ㅋㅋㅋ"
게임하면서 우릐들 회사원 느낌이 공감되어 재밌지만 슬펐습니다.
주말에 열심히 보드게임하며 행복도를 올리면... 월요일 출근해서 팀장보고 시작하는 순간 스트레스로 -160000000... !!!
게임은 맥주집에서 알바까지 해가며, 돈을 모아 연인과 함께 휴양지로 떠나던 강씨가 우승했네요.
단순한 일꾼놓기 게임이지만, 정말 테마가 와닿는 게임이었습니다.
역시 프리드만 프리제...
다음으로 꺼낸 게임은 다시 헤게모니입니다.
지난 모임에서의 헤게모니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3인이지만 정부 없이 진행해 보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자본가를 맡고, 강씨가 노동자, 곽씨가 중산층을 맡아 플레이를 했습니다.
게임 초반부터 노동자 강씨와 중산층 곽씨는 합심하고 최저임금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잡더군요.
저는 게임 중반부가 되어 돈을 버는대로 임금과 세금으로 쪽쪽 빨리다 보니, 대출 카드를 4장이나 받게 되었습니다.
플레이어가 없는 정부도 역시 공기업 근로자들 임금을 주다가 결국 국고가 텅텅비고 IMF가 터졌네요.
IMF 이후에는 정책들이 리셋되면서 오히려 자본가인 저에게는 살아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 라운드. 해외 수출로 크게 벌어 대출금 200을 다 완납했지만 노동자와 중산층의 승점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결국 번영도 경쟁에서 노동자 강씨를 누른 중산층 곽씨의 승리로 게임이 끝났습니다.
"와~ 엄청 재밌다! 정부 없이 3인으로도 엄청 재밌는데요?! "
"아 근데, 정책 견제를 생각하면 정부가 있어야 확실히 밸런스가 맞는 느낌이네요."
"저희 이거 한판만 다시 해보면 안될까요? 너무 재밌어서 다른 게임 못할거 같아요. ㅋㅋ"
"아니, 강씨랑 곽씨 체력들이 되요? 나야 상관은 없지만... 좋습니다. 가시죠! ㅎ"
헤게모니는 플레이 타임이나 체력적으로 소모가 큰 게임이라, 원래는 이후에 짧고 쉬운 게임으로 마무리 지을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강씨와 곽씨가 모두 '한판더!' 를 외치니, 이 기회에 연달아 플레이 해주는 것이 인지상정!
두번째판 때는 강씨가 그대로 노동자를 하고, 곽씨와 제가 서로 역할을 바꾸어 플레이 했습니다.
플레이 하는 내내 이전 게임에서 IMF가 터진 것을 반성하며, 무정부 시대지만 각자 다들 마음속 1/4 정도는 정부를 걱정하게 되더군요.
"곽씨, 자본가 회사좀 더 지어봐요. 공기업 월급받다가 국고 바닥나겠어욧!"
"대신 이거 임금좀 낮춥시다. 제가 식량은 최저가로 드릴게요."
"아니, 교육하고 의료 복지 무상 서비스가 문제에요. 국가가 돈도 없는데 무상이라니.. ; "
마지막 라운드. 자본가 곽씨는 2중 탈세까지 해먹으며, 돈을 엄청나게 벌어 들였습니다.
그리고 결국엔 선두로 달리던 노동자를 1점차로 앞지르며 우승했네요.
"미쳣다. 게임 미쳤다! "
"헤게모니는 게임 이상의.. 경제 시뮬레이션 교육 프로그램이네요."
"진짜 게임이 테마와 맞물려서, 너무 세련된 느낌이에요."
모임을 마치고도 헤게모니의 여운이 가시질 않더군요.
이후 회사에서 커피타임 할 때마다 헤게모니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고,
이야기를 나눌수록 노동자나 정부 등 다음번엔 못 해본 계층을 해보고 싶어지네요.
헤게모니를 아직 못해보신 분들이 계시다면, 꼭 한번은 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11월 19일 일요일.
지난주 일요일에는 와이프와 보드게임 페스타에 가서 다양한 체험도 하고, 소박하게?ㅋ 사왔습니다.
일단 정리는 끝내놓았고, 업세션 포함해서 룰북 읽다보면 이번 주말도 금방 지나가겠네요.
12월에는 크리스마스도 있고 해서 두번 정도로만 모임 계획을 하고 잡고 있어요.
또 모임 진행되면 2023년의 마지막 후기를 올리러 오겠습니다.
추운 날씨에 감기 조심하시고, 모두들 즐거운 보드라이프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