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키가하라를 통해 보는 워게임 운영
제가 할 때마다 깨달음과 충격을 받는 게임이 있습니다. 바로 패스 오브 글로리입니다. 저에겐 아직까지 패스오브글로리를 제낀 게임이 없는 독보적 게임입니다. 횟수로 40판 넘게 해본 것 같지만 여전히 온라인 대전에선 거의 이겨본 적이 없는 초보티를 벗어나지 못한 게임이기도 합니다. 고수분들에게 깨지며 배운 것이 있다면 워게임에는 전투보다 운영이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한 두 번의 큰 승리가 꼭 전쟁에서의 승리가 되지는 않는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처음 세키가하라를 접했을 때에 저도 착각한 것이 있다면 이시다는 방어측, 도쿠가와는 공격측이라고 생각한 점입니다.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입니다.
세키가하라는 이시다, 도쿠가와 양측 모두 병력블럭이 48개씩 있습니다. 이시다쪽에는 오사카수비대로 모리가문 5개의 블럭이 묶여있으니 실질적으론 도쿠가와보다 병력이 적은 셈입니다. 심지어 총병력의 거의 20%에 해당하는 병력이 동부에 따로 묶여있습니다(동부운영은 저번 게시글에) 병력이 적으니 당연히 방어적으로 해야하는 거 아니냐하실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저번 게시글에도 다뤘듯이 도쿠가와는 자원지역, 성확보가 이시다보다 유리한 점이 있기 때문에 이시다가 방어적으로 플레이한다면 도쿠가와는 많은 병력을 뽑을 때까지 천천~~히 운영하기만 한다면 중후반 한타싸움에서 질래야 질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유일하게 자원을 상대보다 카드 한 장, 병력 한 블럭을 더 확보할 수 있는 요소도 전투로서 먹을 수 있는 성과 자원지역을 확보해야하기에 이시다측은 방어가 아닌 오히려 공격을 해야 전쟁에서 이길 수 있습니다.
공격을 해야하는 이시다측인데 오히려 상대보다 병력이 적습니다. 그렇다면 이시다측은 어떻게든 상대보다 유리한 싸움을 해야합니다. 그러한 싸움이 가능한 곳은 당연히 서부 근처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시다측 증원지역이 몰린 게 보이시나요??(이시다 우에스기가문 증원지역은 그냥 버려도 무방합니다) 반면 도쿠가와측 서부증원지역은 2개고 다테와 도쿠가와측은 굉장히 멀리있지요? 여기서 디자이너의 의도된 디자인을 알 수 있습니다. 방어측이라 생각했던 이시다가 오히려 초반부터 서부지역을 몰아치지 못한다면 게임에서 결코 이길 수 없다는 것이죠. 또한 동부쪽에 있는 병력의 역할까지 분명합니다(저번 게시글참고)
조금만 더 디테일하게 보자면 이시다측은 핸드가 한 가문으로 몰려나오든 여러가문이 섞이든 병력을 상대보다 유연하게 운영이 가능합니다. 반면 도쿠가와측 서부 위쪽의 메다 가문의 경우는 공세가 아니라면 후쿠지마와 도쿠가와 진영과 합세하는 게 어렵기 때문에 이시다측과 따로 전투가 붙었을 시 매다가문 카드가 손에 다수 집혀있는 상태가 아니라면 전투에서 불리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세키가하라를 보면서 다시 느끼는 점은 워게임은 역시 디자이너의 의도를 명확히 파악해야 제대로된 게임이 가능하겠다는 점입니다. 이는 워게임이 가지는 비대칭성 때문일 것입니다. 워게임의 비대칭성은 각 진영의 독특한 매력을 가지는 매력적인 시스템이지만 게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플레이가 어려워지는 단점이기도 합니다.
연휴동안 세키가하라를 보면서 요런저런 생각과 분석으로 참 재밌었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게임의 깊이가 그리 깊지않은 점이겠네요. 그렇지만 워게임 엔트리게임으로써는 다시보게된 게임이고 게임에 대한 이해만 조금 받쳐준다면 누구나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게임임에는 분명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