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해본 세키가하라
모임 후배가 세키가하라를 구매했다고해서 같이 플레이를 해보게 됬습니다. 모임에 나가보니 이미 다른 분과 플레이 중이더군요. '재밌나?' 넌지시 물어보니. '음.. 잘 모르겠어요' 라기에 묘하게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한 게임이 끝나고 바로 저와 2차전에 들어갔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다시 해본 세키가하라는
1. 게임이 이쁘다.
- 다시 본 세키가하라는 되게 이뻣습니다. 게임테마에 맞는 맵 디자인과 블럭, 카드 디자인은 워게임에서 손에 꼽을 만큼 이뻤습니다. 맵위에 올라온 블럭들은 워게임의 뽕참을 느끼게 되더군요. 박스까지 이뻐서 그냥 소장하고픈 마음이 저절로 듭니다
2. 기억보다 쾌적한 플레이
- 이동잔룰이 거리척거리는 느낌은 여전했지만 다른 부분의 룰들은 쾌적했습니다. 기억보다 빠른 핸드회전과 플레이어가 공격적으로 나오면 나름 전투도 빠르게 돌아가더군요. 카드로 뭐하고 카드로 행동에 보너스받고, 처음 플레이에는 이건지 저건지 헷갈릴 만큼 직관적이진 않지만 조금만 익숙해지면 충분히 쾌적하게 할만 합니다
3. 긴장감 있는 전투
- 자신의 최대 가용전투력을 알고 출진시킬 병력들을 선택할 수 있고 출진한 병력들의 전투력이 딱딱 계산되어 틀에 맞는 '수학적으로 통제된 전투'를 하게되지만 전투시작시작 시에야 공개되는 상대방의 병력과 카드로 긴장감 있는 전투가 됩니다. 워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쫄깃쫄깃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4. 전략적인 기동로.
- 맵의 기동로는 다시해봐도 정말 치밀한 디자인의 고민이 들어갔다고 느꼈습니다. 그다지 넓지않은 전장에 유기적으로 엃혀있는 기동로는 좁게 압축되어 있는만큼 전략적인 기동을 고민하게 합니다.
5. 좋은 손맛
- 워게임은 주사위 굴리는 맛이지! 라는 개인적 신념을 가졌지만 세키가하라의 두툼한 블럭의 손맛이 만족감을 줍니다. 이동하거나 충원할 때 그리고 긴장감 있는 전투에서 블럭 하나하나 공개할 때 퀄리티 있는 블럭을 다루는 느낌이 정말 좋습니다.
게임이 끝나고 세키가하라에 대한 평을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후배가 다시해보자라는 말에는 망설이게되고 거절하게 되더군요.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 순서가 뒤바뀐, 혹은 예측불가로 널뛰는 긴장감 -
제가 생각하는 워게임에서의 직관적인 흐름은 '전투준비는 스스로 하고 전투결과는 운명에 맡긴다'입니다. 하지만 세키가하라는 이것이 거꾸로 되어있습니다. '전투준비는 운명에 맡기고 전투는 스스로!'로 되어있습니다. 핸드관리는 충분히 되는데?? 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이것은 순전히 운빨로 돌아간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운명에 맡겨야하는 부분이 제 취향과는 너무나 상반되기에 말씀 드리는 것이죠.
이는 소설의 전개가 자연스럽게 발단 - 전개 - 위기 - 절정 - 결말로 이어진다면 세키가하라에선 순서가 좀 뒤바꼈다고 느끼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처음 플레이를 해보시는 분은 위기 - 결말 - 위기 - 위기로 느끼실지도 모르겠네요.
정말로 치밀한 구성으로 되어있는 세키가하라가 제 취향에 맞지않는 점을 다시 확인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너무나 잘 디자인된 게임이지만 그 맛을 알기도 전에 '아몰랑뭐가 뭔지도 모르겠고 귀찮고 피곤하니 너도 나도 한 데 병력 뭉쳐서 한타로 끝내자' 로 끝나는 경우가 흔히 일어납니다.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는 게임이죠.
세키가하라를 끝내고 아쉬움에 반지전쟁 한 번 돌리고 모임을 끝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