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글) 윷놀이와 닮았다? 하인라인 의식의 흐름

하인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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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8 오후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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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하인라인입니다.

레인 오브 다이스를 플레이할 때나 설명할 때면 자주 윷놀이가 언급되곤 했습니다.

주로 맵 디자인, "페이즈 1 주사위 이동으로 적 처치" 부분에서요

사실 저는 그동안 윷놀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왜 기분이 좋지 않았는지에 대해 제 내면과 깊은 대화를 나눠 봤습니다.

제가 속이 좁고 옹졸한 인간인지라 꽤 힘들었습니다만 결국 대화에 성공했습니다.

일단 게임속 유사성부터 살펴보자면...

(2017년 06월의 모습)

~~처음엔 진짜 윷놀이였던 거임 엌ㅋㅋㅋㅋ~~

1. 초창기 버전은 진짜 MOBA향 입힌 윷놀이였다!

: 불과 1년전까지는 진짜 "주사위로 하는 윷놀이" 형태였습니다. . 위 소개문에 보시면 대놓고 윷놀이+AOS라고 적혀 있네요ㅋㅋ

2. 그치만...이젠 윷놀이 자나이!

: 그뒤로 많은 패치를 걸쳐 지금 시스템을 완성했습니다.

레오다는 이제 뱀주사위 장르도 아니고, 플레이어들이 어딘가에 도착해야만 승리하는 게임도 아니며, 주사위 이동은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보조 수단에 가깝습니다.

주사위보다는 카드와 영웅 능력이 주가 되는 게임이죠.

그래서인가요? 저의 내면은 "이젠 더 이상 윷놀이가 아니다!"라고 외쳤던 것입니다.

흑역사를 잊고 싶은 방어기제? 물론 이것도 한 부분이 될 수 있겠습니다만...

뭔가 진실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습니다. 흑역사라기엔... 저는 심심할 때마다 초기 버전 꺼내놓으면서 놀거든요. "우리 애가 이만큼이나 컸어~"하는 부모처럼..

저는 부끄러워하는 제 내면을 더 파헤쳐 봤습니다.

저는 이때까지 "보드게임 초심자"로서 저를 내세웠습니다만, 어쨌거나 게임도 점점 많이 하고 있고 얻어들은 풍월이 많으니 저도 모르게 뭔가의 "부심"이 생겨나고 있었던 건 아닌가 싶습니다.

윷놀이는 하잘것 없는 게임- 이라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한층바뀐) 내 게임을 수준 낮은 게임(물론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닙니다)와 비교하다니!"라는 생각을 가암히 했을 수도?

그리고 맵디자인에 관해서라면 어떨까요 ?.?

(현재 폐기된, 작년 6월의 맵 디자인/일러스트 "고대의 미궁")

게임이 완성되지 않았을 땐, 게임 맵이 여러가지 있는 구조였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위 이미지구요 (킬로 승점을 내는 데스매치)

(2017년 09월)

두 번째 맵이 이 "올리언즈 공성전" (현재 에피소드 8) 입니다.

그 뒤로 "하나의 맵으로 여러가지 시나리오를즐길 수 있게 만들자"싶어 새 맵을 고안한 게 바로

현재 맵입니다.

전 원래 MOBA 장르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3 라인" 디자인을 생각하고 맵을 고안했건만... 심히 유감스럽게도 윷판으로 보였나 봅니다.

저는 이 사실을 연신 부정했습니다만...

얼마 전 부산에서 열린 보드게임 콘에서 많은 부모님들이 지나가며 "윷놀이네"를 연발하고

마침내 "그렇게 보이는구나"하고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 물론 "여기가 부시예요?" "여기가 정글?"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저는 롤을 안 해서 잘 모릅니다. 히오스 하세요. 조만간 전 배틀라이트로 떠납니다)

"여러가지 요소를 잘 버무려 전략 게임으로 만들었는데 윷놀이라니..."하는 생각에 처음엔 뭔가 기분이 몹시 상하기도 했는데요,

다시 생각해보니 속상해할 만한 일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이미 맵은 인쇄되었고, 구조로 따지면 현재 게임 시스템에 이것만큼 잘 들어맞는 맵 구조는 없기에 딱히 당장 바꿀 필요는 없지요.

외적 디자인은 재판때 신경써서 바꾸면 되는 거고요 :D

이런 것보다도 더 중요한 건, 애초에 "내가 이 게임을 왜 만들었는가" 즉 초심이었습니다.

학원 강사로 일하던 2014년에 게임을 첫 제작했을 때는, "학생들과 재밌게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었습니다.

작년에 펀딩/출시를 생각했을 때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재밌고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자"는 마음이었고요.

"복잡한 심층 전략, 완벽한 게임성 등을 갖춰 좋은 평가를 받자"가 아니라요.

그런 제 초심에서 생각해봤을 때, 처음 보는 사람들이 윷놀이를 떠올리는 건 전혀 나쁜 것이 아닌 거죠.

실제로 저부터가 초창기 프로토타입을 만들 땐 윷놀이 기반으로 만들었고 (가장 많이 해본 게임중 하나가 윷놀이였으니)

보드게임 행사장에서 레오다를 찾아주신 가족 손님들은 대게 "익숙한 구조"를 보고 찾아와 주셨습니다.

이는 조금만 다시 생각해보면 매우 고무적인 일인 것입니다.

장기, 바둑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윷놀이 안 해본 사람은 거의 없거든요.

물론 게임을 해본 뒤 느끼는 평이야 다 다르겠지만, 비 보드게이머를 일단 자리에 앉힐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축복이죠 :)

이런 연유로 저는 요새 평안을 얻었습니다.

가족 손님이나 어린 친구들을 보면 아예 "윷놀이랑 진행 방식이 비슷"하다고도 말해주죠.

어머님 아버님들에게 괜히 영웅이니 궁극기니 하는 것보단 그 편이 훨씬 더 빠르게 인식되거든요.

간만에 내면속 깊은 자아와 대화를 나누니 재밌더군요.

덧 :

가족에게 레인 오브 다이스를 플레이시켜보려고 구구절절 설명했을 때, 처음 반응이 영 좋지 않아 실패했습니다.

부모님과 동생은 "도무지 뭔 소린지 모르겠다"고 하시구요 ㅠㅠ

하지만 깨달음을 얻은 뒤로 방식을 바꿔 봤습니다.

그냥 맵을 보여주며 "윷놀이랑 비슷한 거야"라고 말하니 일단 자리에 앉으시더군요!

그리고 제작자 특제 하우스룰을 도입했습니다.

영웅을 없애고 카드와 주사위만으로 튜토리얼을 플레이! (능력과 관련된 카드들도 다 빼고)

띠용- 성공했습니다ㅋㅋㅋㅋ

몇 판만 더 하면 이제 영웅 끼우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와~ 이걸 이렇게 성공하다니...!!!

역시 윷놀이는 대한민국의 탑티어 놀이 콘텐츠였던 것입니다.

게임이라곤 하나도 안 해본 우리 부모님이 보드게임을, 그것도 레오다처럼 카드가 많은 게임을 할 수 있다니 ㅠㅠ

역시... 게임은 씹고 뜯으니보단, 즐겨야 제맛입니다. 특히 보드게임은 더 그렇습니다 :)

저는,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좋아요

그러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더욱더 많이, 즐겁게 할 수 있을 테니까요 ^^

덧 2 :

"어 뭐야 맵만 닮은 게 아니라 진짜 윷놀이였네"라고 진짜로 생각하시는 분이 혹시 계실까봐 노파심에 적어둡니다.

레인 오브 다이스는 주로 영웅 능력/카드를 이용해 전투를 벌이는 전략 게임입니다.

주사위 숫자 5나 6이 나온다고 한번 더 던지진 않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총총

AOS(MOBA)의 맵들에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추가.

LOL의 "소환사의 협곡" 맵.

(들어보니 시즌마다 맵이 달라진다고 하는데, 무슨 시즌때 맵인진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서비스종료한 카오스온라인의 미니맵

사이퍼즈의 맵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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