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덱스 레스터 리뷰와 후기
안녕하세요, 보드게임에 입문한지 1년 반쯤 되어가는 대학생입니다.
이번 달에 구매한 보드게임 코덱스 레스터 후기를 남겨봅니다.
이 게임의 테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업 노트 코덱스 레스터를 기반으로 발명품을 만들어내는 발명가가 되어서 제작하고자 하는 발명품을 선언하고 작업을 진행하여 돈을 모으는 게임입니다. 하지만 테마는 테마일 뿐, 게임을 하면 크게 눈에 들어오진 않습니다.
게임은 1~5인이서 할 수 있고, 플레이타임은 1인당 30분으로 되어 있습니다만... 저는 처음 1인플 하는 데 규칙서를 꼼꼼히 읽어 보고 방해꾼 액션 찾아보고 하느라 1시간 반 넘게 걸렸네요.
익숙해지면 금방할 것 같습니다.
이 게임은 플레이하기도 전에 훌륭한 컴포넌트가 시선을 끕니다.
듀얼 레이어 개인보드, dicetree games 로고가 박혀있는 투명한 컴포 통 12개 뿐만 아니라 미니 칩도 기본으로 게임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요즘 보드게임 가격이 정말 비싼 것을 감안하면 정말 혜자스러운 구성입니다.
미니칩은 1원 20개 2원 14개 5원 12개 10원 12개 20원 12개 들어있습니다. 이정도면 웬만한 게임들에 범용으로 써도 괜찮을 것 같아요.
저는 이 게임을 1인플 4인플 해 보았는데요, 서로 치고받는 인터랙션 강한 영향력 게임의 맛이 잘 드러나는 게임이었습니다.
게임을 한 줄로 설명하자면, 상당히 매운 일꾼놓기 영향력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4인플 플레이 후기 >
한 라운드는 발명품 선언 단계 > 일꾼 배치 단계 > 지역 실행 단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발명품 선언 단계에서는 메인보드판 하단에 깔린 발명품 카드 중에서 어느 발명품을 만들 것인지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단계입니다.
당연하게도 먼저 만든 사람에게는 더 좋은 보상이 주어지기 때문에 여기 들어가는 것부터 눈치싸움의 시작입니다.
상대방보다 먼저 발명품을 만들어야 하기에, 상대방이 이미 선언한 발명품을 자기도 선언할 경우, 상대방보다 많은 일꾼을 나의 작업장에 때려박아서 먼저 완성시켜버리거나, 혹은 2등 완성 보상만 챙기거나 해야합니다.
일꾼 배치 단계는 이 게임의 핵심 매커니즘인 영향력 싸움이 이루어지는 단계입니다.
이 영향력 싸움은 공개적으로, 그리고 턴 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 게임의 묘미가 살아납니다.
선부터 돌아가면서 원하는 만큼의 일꾼을 원하는 액션칸에 배치하는데, 이 때의 배치 규칙 때문에 눈치 싸움을 잘 해야 합니다.
각자의 일꾼과 배치 규칙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해 보겠습니다.
개인이 가진 일꾼은 영향력이 1인 조수와 영향력이 2인 마스터가 있습니다. 조수는 3명으로 시작해서 최대 9명까지 늘릴 수 있고, 마스터는 게임 내내 단 1명 뿐입니다.
자신의 턴에는 액션칸 하나를 골라 원하는 만큼의 일꾼을 배치하여야 합니다.
이 때 조수가 이미 있는 곳에 마스터를 놓거나 마스터가 이미 있는 곳에 조수를 놓는 것은 가능하지만, 조수가 있는 곳에 조수를 추가적으로 두는 것은 안 됩니다.
예를 들어 내가 이번 라운드 B 액션칸에 2명의 조수를 두었다면, 다른 사람이 3명의 조수를 두었다고 해서 다음 턴에 내가 조수를 추가적으로 두는 것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영향력 2의 마스터를 추가 배치하는 것 뿐입니다. (다만 상대방도 마스터를 추가로 배치할 수 있죠. 출혈경쟁입니다.)
이번에 원하는 액션을 원하는 가격에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일꾼들을 잘 눈치봐서 배치해야 합니다.
'이번에 3개만 배치하면 공짜로 액션할 수 있겠지?' -> ???: 어림도 없지 바로 조수 4개
모두가 일꾼을 배치하고 나면 A부터 I까지 차례대로 지역 실행 단계를 가집니다.
A와 I를 제외한 각 지역에서는 일꾼이 가장 많은 사람이 영향력 1위를 차지하여 해당 칸 액션을 공짜로(!) 할 수 있고, 2위는 2원, 3위는 3원, 4위는 4원을 내고 액션을 할 수 있습니다.
초반에는 돈이 부족해도 너무 부족하기 때문에 3~4순위로 밀리면 거의 못 한다고 봐야합니다.
여태까지 일꾼 놓기 눈치싸움만 줄곧 얘기했지만 결국 이 게임은 발명품을 만들어서 돈을 벌어야 하는 게임입니다. ㅎㅎ
그 액션 칸 눈치보는 와중에도 최대한 일꾼들을 아껴서 나의 작업장에 배치시켜야 발명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게임에는 업적 달성을 통한 능력 해금, 발명품 완성 보상을 이용한 소소한 테크트리도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귀여운 (강화된) 오토마타
오토마타는 개인 작업장에 장착할 수 있는 친구인데, 일반 오토마타는 1, 강화 오토마타는 2의 행동력으로 작업을 진행해 줍니다. ㄱㅇㅇ!
4인플 플레이 사진입니다. 사진을 잘 남겨 놨다 생각했는데 이것 밖에 없네요 ㅎㅎ 다인플 할 때는 결국에 6~7라운드에 15주 짜리 에픽 발명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 발명품을 못 만드는 플레이어가 있으면 그 플레이어가 꼴찌 확정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 때는 4명 다 에픽 발명품을 만들었어요.
이 팟에서는 게임 중 첫 발명품을 가장 늦게 4라운드에 완성했던 플레이어가 의외로 1등을 차지했습니다.
에픽 발명품을 제외하면 일반 발명품 완성 보상으로 적게는 3~4원에서 많게는 12원을 주는데, 매 라운드 액션 할 때마다 2~4원을 쓰는 것을 남발하면 우승하기 힘들었습니다.
자기 턴 올때매다 돈 팍팍 쓰면서 액션하는 게 아니라 필요한 만큼만 잘 해야 했습니다.
< 1인플 플레이 후기 >
플레이어 간의 상호작용이 주요한 매커니즘인 게임에서 1인플이 어떤 재미를 줄 수 있는지가 궁금했는데,
실제로 1인플을 플레이 해 보니 사람의 역할을 대신하는 방해꾼 2명이 있어서 이 방해꾼들을 잘 피해가며 최적화 퍼즐을 푸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게임에 들어 있는 다용도 카드 44장은 우측 상단이 아이콘 용도, 가운데가 시작 자원 용도, 아래쪽이 1인플 방해꾼 용도로 사용되는 다소 귀엽고 발칙한 구성입니다ㅎㅎ
다용도 카드 하단의 알파벳들이 바로 각 라운드에서 방해꾼 한 명의 일꾼들이 들어가는 일꾼 칸들입니다.
1인플에서는 다인플과 달리 자신의 일꾼을 한 번에 배치한다는 규칙이 독특한데요, 이 때문에 후 턴을 잡는 것이 상당히 유리합니다.
이번 라운드 선이 다음 라운드의 선을 정하는 것도 아니고 A액션 칸의 영햑력 1위가 먼저 원하는 위치로 들어가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후턴을 계속 유지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것도 모르고 몇 라운드를 방해꾼들에게 당했습니다ㅋㅋ
방해꾼들이 자리를 다 잡고 나서 내 일꾼들을 배치하면, 필요한 만큼만 일꾼을 들여서 액션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동일한 영향력이라면 먼저 들어간 사람이 우선권을 가지기 때문에, 항상 방해꾼들보다 1개 많은 일꾼을 갈아넣어야 합니다...
1인플 후턴의 중요성... 제가 빨간색입니다. 게임 후반인데 A액션에 일꾼을 5개씩이나 알박기해버리는 방해꾼들이 괘씸해서 한 컷 남겨 봤습니다.
제가 플레이 할 때는 짧은 작업기간의 발명품 카드가 많이 나왔어서 상당히 많은 양의 발명품을 만들어 냈고, 에픽 발명품의 아이콘도 잘 맞게 떠서 에픽 발명품 하나로 25원 정도를 벌었네요.
게임은 46원으로 마무리 했습니다.
개발 후기를 보니 1인플을 직접 개발하신 것 같던데, 사실 1인플 굉장히 재미있게 했고 다음에 또 꺼내서 할 것 같지만 아쉬운 점은 몇 가지 있었습니다.
1) 방해꾼은 에픽 발명품을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에픽 발명품을 가지고 벌이는 눈치싸움은 구현할 수 없다.
2) 방해꾼의 토근 2개 혹은 3개가 쌓여야 카드가 버려지는데, 결국 내가 발명품을 완성 안 하면 카드가 잘 안 빠진다. -> 근데 이건 다인플일 때도 마찬가지이긴 합니다. 모두가 같은 발명품만 붙잡고 있으면 순환이 안 되긴 해요.
3) 방해꾼의 점수 계산 없이 플레이어의 고득점 기록 게임이다. -> 영리한 여우처럼 게임 결과 자신의 성취도를 확인할만 한 지표가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1번 2번 같은 경우는 이것 조차 게임의 일부라고 받아들이면 계획 수립의 전략적 요소로 볼 수도 있기 때문에 그렇게 크리티컬하다고 보진 않습니다.
본질적으로는 상호작용에 재미가 있는 게임이라 1인플을 주력으로 할 만한 게임은 아니지만, 한 번씩 꺼내서 하기엔 괜찮은 것 같습니다.
< 결론 >
재미있는 영향력 게임이었습니다. 친한 사람들과 하면 더욱 우애를 다질 수 있는 게임인 것 같아요 ^^
또 하고 싶은데 같이 할 사람을 구하고 시간을 내는 것이 참 힘듭니다ㅜㅜ
생각보다 후기를 쓰는 게 쉽지 않네요. 리뷰 글 쓰시는 분들 존경스럽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