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덱스 레스터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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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4 20:47

1. 서론

제가 보드게임을 제일 처음 접한 때가 2001년이었습니다. 저는 발더스게이트(PC게임) -> TRPG -> 보드게임의 단계로 넘어갔었는데 그 시절 한국에 소개된 보드게임이라고 해 봐야 그렇게 종류가 많지는 않았습니다. 한글판이라고 해봐야 기억도 안날만큼 없었고 대부분이 파티게임이었고, 그때도 유명한 메가히트게임 카탄정도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보드게임을 조금 깊게 알던 사람들에게서 유명한 알레아 빅박스 시리즈가 있었습니다.

- 웅장한 ALEA 빅박스 시리즈들 -

제가 학생때 보드게임을 즐길 때에도 4번 피렌체의 제후와 7번 푸에르토 리코는 압도적인 재미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었지만, 제가 좋아하던 작품은 알레아 1번 3번을 만든 작가 크니지아 박사님의 작품들이었습니다. 그 시절 경매 보드게임중 3대장이라고 불리던 라, 메디치, 모던아트를 만든 크니지아 박사님 작품을 정말 좋아하고 실물로도 소장하고 있었지만, 대학과 군대를 지나는 사이에 어느샌가 제 기억속에서도 보드게임은 잊힌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2010년대 후반 다시 보드게임을 접하게 되었고, 제일 처음 찾게 된 작품들이 크니지아 박사님의 작품들이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알게된 것이 이 책박스 시리즈였습니다.

- 책박스 시리즈-

2. 레오나르도 다빈치 코덱스 레스터

이번에 소개할 게임은 책박스 시리즈 신작 코덱스 레스터입니다. 책박스 시리즈가 다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작품들이 고전게임의 세련된 리메이크입니다. 이번 작품인 코덱스 레스터도 2006년작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컴포와 디자인 박스를 일신하여 새롭게 출시한 걸로 알고있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2006년작이라 그 시절에 즐겨보지는 못하였지만, 다른 책박스 시리즈가 컴포와 디자인정도를 고쳐서 나오는 것과 달리 이번 코덱스 레스터는 룰도 대폭 추가하여 거의 새로운 게임이 되었다고 소개를 했는데, 실제로 게임을 즐겨보고 이전 작품을 찾아보니 정말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코덱스 레스터 -

세련되어진 디자인과 컴포넌트와 보관함의 품질 등은 여러 개봉기에서 다루었으니 길게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그보다는 게임 자체가 고전게임의 클래식함을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촌스럽지 않은 현대 보드게임들의 다양한 요소들을 접목해서, 지금 즐기기에도 재미가 최신 보드게임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았습니다.

3. 게임의 목적과 진행

코덱스 레스터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남긴 발명품 노트이며 플레이어들은 다빈치의 노트를 토대로 재료를 모으고 발명품을 만들어 가장 많은 금화를 얻은 플레이어가 승리하는 게임입니다.

게임은 총 7라운드로 진행이 되며 각각의 라운드는 크게 3가지 페이즈로 나뉩니다.

1) 발명품 선언 단계

발명품 선언 단계에서는 각자 자신이 작업할 발명품을 고르는 단계입니다. 왼쪽에는 현재 발명품, 오른쪽은 미래발명품, 보드판 아래에는 게임이 끝났을 때 큰 점수를 주는 에픽발명품이 있는데

필요한 재료만 있다면 자유롭게 작업할 발명품을 선언할 수 있습니다.

2. 일꾼 배치 단계

일꾼 배치단계에서는 보드판 A부터 I까지(사진쪽 보드판은 3인용 보드판) 혹은 자신의 개인판 작업장에 일꾼을 놓는 단계입니다. 일꾼은 마스터 일꾼과 조수일꾼이 있으며 각각의 배치규칙에 따라서 순서대로 모든 일꾼이 배치될 때 까지 일꾼을 놓습니다.

- 여러 발명품 카드들 - - 보드판 내 지역들 -

3) 지역 실행 단계

A에서부터 차례대로 지역별로 배치된 일꾼에 따라 행동을 수행하게 됩니다. 각각의 지역마다 총 4번의 행동을 할 수 있으며(플레이어 통 틀어서) 행동의 비용은 시세트랙에 따라 정해집니다.(첫번째는 0원이며 4번째는 4원)

4. 게임의 특징과 장점

위에서 간단하게 게임의 진행을 요약해서 설명했는데, 고전게임답게 저 커다란 틀에서 몇가지 잔룰만 설명하면 될 정도로 게임의 진행이 심플하고 목적이 간결합니다.
최근의 전략 보드게임의 특징이 다양한 목적과 수단, 그리고 경로를 제시하여 플레이어들에게 다채로운 경험을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게임이 대부분입니다.(최근 발매작인 다윈의 여정이 제가 생각하는 현대적 보드게임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나 코덱스 레스터(이하 코덱스)는 게임의 목적이 발명품 카드를 완성하는 것에 집중되어 있으며 보드판 지역 액션과 카드들의 보상 또한 심플하게 되어있어서 한눈에 들어올 정도입니다. 공용 보드판 지역의 액션이 A는 턴오더, B는 개인판 구성물, C는 일꾼 늘리기이며 D부터는 특정 재료를 얻기 위한 칸인것을 생각하면, 최근의 보드게임 지역들에 비해 심할정도로 심플하게 되어있습니다.

그렇다면 지역에서 자원먹어서 발명품 얻으면 끝나는 단순한 게임인가? 하지만 코덱스에서는 1번과 2번에서 플레이어간의 경쟁요소가 최근보드게임에 비해 많이 첨가되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사실 고전 보드게임은 기본적으로 플레이간의 상호작용이 전제되어 있고, 그걸 토대로 밸런스를 맞추는 게임이 대부분이었습니다.(일례로 피렌체의 제후는 카드와 보드판 시설물을 플레이어간의 경매를 통해 획득하는 것으로 게임의 밸런스를 플레이어간에 자체적으로 조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호작용 부분이 호불호가 꽤나 갈리는 데다가 불쾌하게 생각하는 플레이어들도 많기 때문에 요즘 게임들은 상호작용 요소를 줄이거나 특정 부분에 한해서 적용되게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전략부분에서 상호작용 요소가 많이 들어가면, 지는 플레이어가 수 시간동안 계획한 것들이 무너지는 경험을 불쾌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아서 최근 작가들이 그렇게 게임을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코덱스는 발명품 단계에서 플레이어들이 완성되지 않은 발명품이라면 자유롭게 작업선언을 할 수 가 있습니다. 다른 플레이가 먼저 작업선언을 했을지라도 본인이 먼저 완성해 버린다면 카드는 먼저 완성한 플레이어가 가져가게 되고 뒤에 완성한 플레이어는 적은 보상을 얻게 됩니다. 그래서 발명품 선언단계에서부터 어떤 플레이어가 어떤 발명품을 노리는지, 어느 재료를 모아놓았는지 끊임없이 눈치를 보게됩니다. 게다가 현재 발명품과 미래발명품, 에픽발명품이 다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 스스로 어느 발명품을 노리고 최종적으로 어느 에픽발명품을 완성하여 이익을 극대화할지 계획을 짜게되고, 다른 플레이어 눈치를 보게 게임이 디자인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지역실행단계에서 지역마다 플레이어들의 일꾼이 액션을 수행하게 되는데, 일꾼의 영향력을 토대로 액션의 순서를 정하고, 순서에 따라 액션의 가격이 달라지기 때문에 일꾼놓기단계에서도 눈치싸움이 치열하게 됩니다. 일꾼은 또한 개인작업장에서 발명품을 만들기 위해서 액션 또한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각자의 한정된 일꾼을 라운드마다 어떻게 배분해야 할지 잘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꾼들이 곧 플레이어의 힘이지만, 일꾼이 많으면 월급단계에서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조정하는 것도 굉장히 게임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 개인 작업장 -

시세트랙도 이 게임의 독특한 요소입니다. 지역실행단계에서 A부터 작업을 수행하게 되는데 B지역부터는 시세트랙에 따라서 액션의 가격이 정해집니다. 플레이어 순서가 영향력으로 정해지고 게임의 점수는 최종적으로 가지고 있는 돈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돈이 곧 점수인 이 게임에서 돈을 얼마나 쓸것인지를 정하는 것도 승리에서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업적과 카드 일부에서 이 시세트랙 비용을 조정해주는 경우가 있지만, 결국에 처음 플레이어가 아닌 이상 돈을 꽤나 지불해야하기때문에, 어느지역에서 얼마만큼 써서 효율을 이끌어 낼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게임입니다.

5. 소감

코덱스 레스터는 2023년에 나온 최신 게임이고, 구성품과 트레이 디자인등은 2023년 최신 게임에 걸맞는 퀄리티지만, 게임플레이는 매운맛 상호작용을 자랑하던 고전게임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게임입니다. 하지만 심플한 게임의 목표와, 어렵지 않고 깔끔한 룰에 불쾌하지 않는 경쟁요소를 통해 이 게임만의 독특하면서도 재미있는 경험을 제공해 줍니다. 듀얼레이어로 이루지인 3개의 게임판과, 이쁜 자원 컴포넌트와 트레이, 클레이칩으로 된 돈 덕분에 컴포업글도 필요없을만큼 구성품도 만족스럽습니다.

전략게임 입문보다 약간 어려운 전략게임을 원하는 사람, 치열한 상호작용을 선호하는 사람, 깔끔하고 정갈한 룰의 보드게임을 선호하는 사람, 원박스에 깔끔하게 구성물이 정리되는 보드게임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번 코덱스 레스터 보드게임을 정말 추천합니다. 정말 믿고사는 책박스 시리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