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한 수원페스타 후기
라이트게이머 무이입니다.
작년 8월에 처음으로 보드게임 행사에 참석한 이후,
1년만에 ‘2023 보드게임 페스타 in SUWON’에 참석했습니다.
아내와 딸이 거절할까 봐 끙끙대다 행사 하루 전날에 겨우 말을 꺼냈는데,
작년에 워낙 즐거운 시간을 보낸 덕에 흔쾌히 가겠다고 하더군요.
괜히 혼자 고민했네요.
작년 참석으로 두 가지 교훈을 얻었는데,
첫 번째는 행사장은 주차가 비싸고 게임을 많이 사도
주차 요금 할인이 안 된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게임을 너~무 많이 사게 된다는 것이었죠.
그래서, 여기에 대한 대비가 필요했는데... 찾아 보니 행사장 바로 옆에 있는
롯데몰은 롯데백화점 앱만 깔아도 3시간 주차 무료에
5만원 이상 구매하면 추가로 3시간 더 무료라, 점심, 저녁을 모두
여기서 해결하면 주차비 걱정은 없겠더라구요.
그리고, 딸 아이에게
“젤 재밌는 게임 하나만 살 거니까,
어떤 게임이 더 재밌는지 생각해 봐~”
라고 미리 일러두었습니다. 더 살 게임이 있으면 선심 쓰듯 살 요량이었구요.
열두 시쯤 도착해서, (너무 별로였던) 베이커리 카페에서 점심을 떼우고는
급히 행사장으로 향했는데, 행사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던 저는
일단 압도적으로 큰 코보게 부스에 가 봤습니다.
1. 그레이트 킹덤
이 게임은 이세돌 9단이 만들었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레이지니님이 워낙 대단한 리뷰를 남기셔서 궁금했는데,
이세돌 9단이 만든 새로운 바둑 - 그레이트 킹덤 (플레이 소감)
직접 해 보니 리뷰 그대로의 멋진 게임이더군요. 행사장에서 그리 인기 있는
게임은 아닌 탓에 한 자리에 앉아서 꽤 여러 판 할 수 있었는데,
“뭐야, 벌써 끝났어?”
라고 자주 말하게 될 정도로 캐주얼하면서, 언뜻 봐도 파고들 여지가
꽤 있더군요. 하지만, 저는 포메이션, 빌라봉, 글룩스처럼 좀 더 간단한
추상전략을 좋아하는 탓에, 다행히 이 비싼 게임을 구매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2. 스트라이크!
그 다음으로는 라마나타님 방송에서 자주 접했던 스트라이크를 해 봤습니다.
이 게임 물건이더군요. 깔끔한 규칙에, 운걸기와 손재주(?)가 잘 어우러졌고,
특히 경기장에 있는 주사위를 다 없애서 다음 차례 플레이어를 물 먹일 수
있다는 확실한 재미 포인트가 있었습니다. 라스베가스 버금가는
명절게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봤네요.
3. 크로키놀
가이오트님과 크로키놀을 플레이하는 ‘가이오트에게 도전!’ 이벤트가
진행 중이었는데, 그 바로 뒤 테이블에서 크로키놀을 플레이했습니다.
긱랭킹이 높아서 좀 복잡한 게임이려니 했는데, 생각보다 규칙이 간단해
놀랐네요. 호감도 급상승! 하지만, 아이가 알까기 경험이 없어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 없었고, 다시 플레이하지도 않겠다는 겁니다.
덕분에, 게임을 제대로 파악 못 했는데, 엄청 비싸기도 해서
구매는 깨끗하게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플레이해 보고 싶은 게임이네요.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서, 아내한테 교실에 하나 놔 두는 건 어떠냐고
물었더니 게임 판이 너무 크다고 질색하네요.
4. 캐치 스케치
그 다음으론, (어느 회사 게임인진 모르겠지만;) 그림 그리는 파티게임을
극한까지 단순화한 캐치 스케치를 해 봤습니다.
주제어 카드에 적힌 쉬운 단어와 어려운 단어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해서
아이들을 배려했더군요. 실제로도, 올해 초2인 아이가 저보다 잘 했구요.
아이가 즐길 수 있는 파티게임이라 너무 호감 갔지만, 파티게임을
너~무 많이 갖고 있어서 구매는 일단 패스했습니다.
5. 머니
크니치아 게임을 많이 출판했던 게임올로지에서 머니를 출시했더군요.
예전에 앱으로 엄청 즐겼던 게임이라 반가운 마음에 바로 플레이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내는 카드를 보니 게임을 전혀 이해 못 하고 있더라구요.
어쩔 수 없이 아내의 플레이만 신경썼는데, 끝나고 점수를 계산해 보니
아이가 한 종류를 거의 다 모아서 550점으로 1등을 해 버린 겁니다.
아내도 저랑 똑같이 생각했던 터라 둘이서 한참 웃었네요.
너무 재밌게 플레이했고 게임도 무척 쌌지만, 예전에 독일에서
중고를 산 탓에 구매하지는 않았습니다.
6. 파이프 워크
그 다음으론, 젬블로의 게임들을 해 봤습니다.
우선, 파이프 워크는 개봉노플로 갖고 있는 게임이라 패스하려고 했는데,
아이가 학교에서 해 봤다며 하자고 해서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 사진 출처: 보드게임긱
이 게임은 (위 사진과 같이) 같은 색깔 원마커를 파이프로 이으면 되는
순발력 퍼즐게임인데, 워낙에 잘 알려진 퍼즐이라, 굳이 게임으로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생각하고 있었더랬습니다. (근데, 왜 샀을까요?)
하지만, 막상 플레이해 보니 이미 알려진 그 퍼즐과 살짝 다르더군요.
파이프엔 일직선과 ㄱ자 이렇게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원래의 퍼즐과는 달리 둘 다 개수가 충분치 않아, 일직선만 주로 사용하거나
ㄱ자만 주로 사용해서는 이을 수 없는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죠.
그래서, 파이프로 잇다가 필요한 파이프가 부족하면, 원래 생각했던 길을
변형해서 새로운 길을 생각해내야 하는데, 바로 이 부분에서 원래의 퍼즐과
확실히 차별화되고 난이도도 올라가더라구요.
구성물 개수를 줄임으로써 비용도 절감하고 퍼즐도 업그레이드한 젬블로에
호감도가 확 올라갔네요.
7. 매치 매드니스 블랙
파이프워크를 하다가 도우미로 일하고 있는 포드님을 발견하곤
인사를 나눴습니다.
댁에도 자주 놀러 갔었는데, 코로나로 모임도 안 열리고
결국엔 해체되는 통에 정말 오랜만에 뵈었네요.
포드님이 시도해 보라고 하셔서, 매치 매드니스 블랙 테이블에 앉았는데,
맞추라고 만든 퍼즐이 아니더군요. 각자 한 문제씩 겨우 풀고 일어섰네요.
저는 술술 잘 풀리는 퍼즐을 좋아해서 취향이 아니었습니다.
파이프 워크는 좋았는데... 아쉬웠네요.
8. 라온 주사위 & 라온 조각
보드게임 경력이 제법 됨에도 아직 라온을 못 해 봤는데, 행사장에서
드디어 (본판은 아니지만) 라온 주사위, 라온 조각을 해 봤습니다.
라온 주사위가 좀 더 쉬운 게임이고 라온 조각이 좀 더 까다로운
게임이었는데, 두 게임 모두 아이가 웬만큼 플레이할 수 있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캐치 스케치에 이어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파티게임이 여럿 생겨서 좋네요.
다음엔 꼭 라온 본판을 해 보고 싶더라구요.
9. 스트라이크! 한 번 더
젬블로 게임을 모두 플레이한 뒤, 어디로 갈까 둘러보고 있는데
아이가 스트라이크를 한 번 더 하자고 해서 다시 코보게 부스로
향했습니다. 아까 플레이할 때, 아이가 다음 차례인 저를 여러 번
물 먹이며 깔깔댔는데, 그게 너무 좋았나 봅니다.
근데, 요번에는 아이가 엄마한테 여러 번 물 먹더니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네요. 과연, 이 게임은 아이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요?
10. 아기돼지 삼형제 퍼즐
코보게 부스는 넓고 해 보고 싶은 게임도 많아서 다음엔 뭘 할까 고민하다,
잠깐 쉴 겸 아이에게 아기돼지 삼형제 퍼즐을 풀게 했습니다.
- 사진 출처: 다이브다이스
이 퍼즐 좋더군요. 문제를 낮 문제 24개, 밤 문제 24개로 나눴는데,
낮 문제는 우봉고와 유사하지만, 밤 문제는 제가 좋아하는 코잉스와
유사하더군요.
일곱 살 딸과 즐긴 코잉스 퍼즐 후기: 1인용 테트리스 퍼즐
게다가 낮 문제에선 돼지가 (위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테트리스 조각 위에 있는)
집 밖에 있어야 하지만, 밤 문제에선 늑대가 (게임판에) 나타나서
돼지가 집 안에 있어야 한다는 규칙이 테마에 잘 맞더라구요.
테마를 잘 살려 두 가지 퍼즐을 멋지게 합쳤구요!
근데, 유아용 퍼즐이라 아이에게 좀 쉬웠던지, 몰두하며 마지막 문제까지
계~속 푸는 바람에 마감 시간이 다 되었고, 결국 MTS게임즈는 구경도
못 가고 말았네요.
11. 구매 게임
마지막으로, 아이에게 어떤 게임이 젤 재밌었는지 물어 보니
스트라이크라네요. 스트라이크에 대한 좋은 기억과
안 좋은 기억이 충돌하다 좋은 기억이 승리했나 봅니다.
급히 구매해 행사장을 나섰습니다.
근데, 다음 날 아이가 엄마, 외할머니랑 같이 스트라이크를 하다
몇 번 물 먹더니 이젠 안 한다고 하네요. (아이가 잘 할 수 있는
캐치 스케치를 안 산 게 아쉬움으로 남네요.)
12. 글을 마치며
보드게임 행사 참여가 두 번째여서, 재미가 예전만 못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괜한 걱정이었습니다. 이렇게까지 재밌을 줄 몰랐네요.
앞으로 행사가 있을 때마다 참여해야겠어요.
수원은 잘 안 가 봐서 몰랐는데, 인천에서 가기엔 무척 가까운 곳이더군요.
가을에 수원화성 둘레길 걸으러 다시 방문해야겠어요.
목이 쉬도록 열정적으로 규칙을 설명해 주신 도우미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