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추천 받을 겸, 입문 1주년 맞이 올리는 개인적인 Top 10

김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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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8-22 오전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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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보드게임 카페 가서 파티게임만 맛보다가, 작년 5월에 제대로 된 보겜 모임이 하나 생겨 그때부터 게이머즈 게임에 입문하게 된 보린이입니다.

지금까지 긱에 평점 매긴 게임은 61개, 그 중에서도 제가 가장 재미있게 즐겼던 게임 10개를 꼽아봤습니다.

저랑 취향이 비슷하신 분들, 아니면 제 취향을 보고 추천할 게임이 있으시면 언제든 댓글로 남겨주세요!

10. 정령섬

보드게임 카페 가서 게임을 즐기던 시절, 팬데믹을 해보고 충격을 받아서 비슷한 게임을 찾다가 정령섬이라는 게임을 처음 들었습니다.

침략자들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상황을 붙잡으면서, 감당 가능한 수준을 겨우 지켜 나갈 때의 긴장감,

카드 사용과 능력 사용의 효율적인 순서 배치를 고민하며, 섬의 다한과 침략자들의 상황을 계속 확인해야 하는 점,

내 정령과 동료 정령의 장단점을 서로 보완하기 위해 끊임없이 친구와 소통하는 재미.

카드플레이라는 것이 운에 좌우되고, 나레이션처럼 텍스트가 개입해서 직접적인 효과를 준다는 점에서 불호라고 생각했던 저의 생각을 바꿔 준 게임입니다.

컴포넌트에 손이 많이 간다는 단점이 있지만, 저는 이것 역시도 보드게임을 하는 이유이자 재미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너무 나쁘게 보이지만은 않습니다.

9. 브라스: 버밍엄

긱 1위의 명작, 산업 혁명 시대의 네트워크 건설 게임이 9등을 차지했습니다.

가장 먼저 칭찬하고 싶은 것은 역시 아트입니다. 어두운 톤의 게임판에 올라가는 밝은 색의 큐브와 타일들, 그리고 화려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도시 카드들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제가 오늘 얘기할 게임 10개 중에서도, 가장 머리 빠지게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최선의 플레이를 고민하게 만든 게임은 역시 브라스입니다.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게임판의 상황, 한 턴 차이로 나의 상품이 팔리느냐 친구의 상품이 팔리느냐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서 머리를 정말 많이 쓰게 되는 게임입니다.

또한 제가 지어 놓은 맥주나 석탄을 친구들이 가져다 쓰면서 저에게 점수가 들어오는 시스템은 제가 정말 사랑하는 매커니즘입니다.

아직은 게임을 몇 판 해보지 못해서, 이 게임이 주는 진정한 가치를 알아보지 못한 것 같은 느낌마저도 듭니다.

추후에 제가 더 플레이하게 된다면, 언제든 순위가 더 올라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8. 보난자

보난자는 제가 꽤 예전부터 즐겼던 게임입니다. 쉬운 룰과 가벼운 플레이타임 덕분에 보드게임 카페에서도 많이 볼 수 있죠.

이 게임의 특별한 점은, 말을 정말 많이 하고 싶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거래가 성사되면 보는 이득은 물론이고, 서로 카드를 교환할 때 느껴지는 특별한 재미는 터무니없는 거래라도 친구들에게 제시하게 만듭니다.

협상, 협잡, 배짱, 속임수 등 정말 많은 상황이 펼쳐지고 그것에 참여하고 보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좋은 카드와 나쁜 카드는 정해져 있는 것 같지만, 내게 필요한 카드는 그와 다르다는 것이 또 하나의 재미입니다.

게임이 끝났을 때 수확한 콩의 차이가 1점, 2점 등으로 고만고만하게 점수가 나는 것을 보면 정말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한 번 더 들게 만드는 게임입니다.

7. 어콰이어

주식과 합병의 세계에 영원한 승자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어콰이어입니다.

제가 어릴 때 도서관에서 빌려서 봤던 책 중에 보드게임을 추천해 주는 책이 있었습니다.

당시에 별 5개 만점을 받은 게임은 단 두 개, 카탄과 어콰이어였습니다. 책 제목을 지금은 못 찾겠네요.

어콰이어 박스를 보게 되는 것은 10년이 훌쩍 넘어서였지만, 그때 적혀 있던 게임 설명과 별 5개의 강렬함을 잊지 못해 바로 플레이하게 됩니다.

이 게임은 주식 게임 답게 싸게 사서 비싸게 팔 때의 쾌감이 엄청났습니다.

최근에 주식과 코인으로 인해 투자와 주주라는 테마가 엄청나게 대중성이 높아져서 그런지, 이름도 붙이고 투자 관련 용어도 써 가면서 하니까 더 재미있었습니다.

어콰이어가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는, ‘나만 알고 있는 정보’가 있다는 것입니다.

자기 앞에 놓인 타일이 정보로 느껴지고, 이것을 기반해 투자의 흐름을 읽는 상황 자체가 너무 흥미롭습니다.

보면 볼수록 주식 투자의 여러 가지 재미를 어떻게 이렇게까지 잘 표현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게임입니다.

6. 티칼

5월에 보드게임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제가 좋아하는 보드 게임이 어떤 것들인지 확신을 주게 된 게임입니다.

티칼은 정말 지루했던 구간이 없을 정도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집중해서 했었습니다.

친구가 하는 행동이 나에게도 영향을 끼치고, 내가 원래 계획했던 것에 어느 정도 차질이 있을지 생각해서 계획을 수정하거나 타협하는 등의 과정이 저는 보드게임을 하면서 제일 재미있었던 경험이었습니다.

또한, 탑이 하나 둘 완성되며 맵 곳곳에 사원이 건설되고, 게임이 끝났을 때에도 플레이어들이 힘을 합쳐 하나의 세상을 창조해낸 듯한 만족감은 처음으로 느껴본 것이었습니다.

티칼은 제가 한동안 최고의 게임으로 생각했던 게임이고, 앞으로도 제 유로게임 첫사랑으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습니다.

5. 매직 메이즈

조금 뜬금없는 선정에 의아해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드게임을 하면서 가장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집중도와 몰입도도 하는 내내 최고점에서 떨어지지 않았던 유일한 게임입니다.

이 게임은 정말 가볍고, 약간 바보스럽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게임을 하다 보면 바보들이 서로를 바보라고 생각하며 답답해하는 그 장면이 너무 재미있습니다.

게임 자체로만 봐도 점진적인 난이도 구성으로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고,

모든 사람이 자신의 역할과 특수 능력을 잘 이용해야만 클리어할 수 있다는 점과 소통할 수 없다는 특성이 결합되어 협동게임의 고질적인 문제인 알파 플레이어를 해결한 게임이기도 합니다.

오히려 알파 플레이어가 되었을 법한 사람이 답답해서 속이 터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이 게임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저는 이런 류의 게임을 정말 좋아해서, 후반부에 살짝 내려간 텐션에서 하는 진지하고 조용한 분위기의 플레이도 재미있게 즐겼습니다.

4. 스페이스 크루

소통의 단절 두 번째, 그러나 이번에는 사뭇 진지한 분위기의 스페이스 크루입니다.

스페이스 크루는 협동이지만 소통하지 않는다는 큰 아이디어를 트릭테이킹에 얹어서, 정말 완벽한 협동 게임을 만들어냈다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친구가 낸 카드 단 한 장을 보면서 그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고, 보이지 않는 미래 속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재미는 어떤 게임도 따라올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트릭테이킹에 대한 이해 역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저희 파티는 스페이스 크루를 하기 전까지는 트릭테이킹을 많이 접해 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게임을 하면서 트릭테이킹으로 원하는 카드를 먹는 어떠한 수가 있는지,

미션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말하지 않아도 누구에게 어떠한 카드가 있는지 등에 대해 생각하면서 트릭테이킹에 대한 이해 역시 많이 성장한 것 같습니다.

미션을 실패하더라도 패를 섞으며 이 미션 도중 어디에서 잘못되었고 어떠한 해결법이 있었는지 서로 토의하는 과정 역시도 너무 즐거웠기 때문에, 이 게임은 실패에서도 가치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스페이스 크루는 아직 마지막 10개 미션 정도를 남겨두고 있지만, 앞으로 발매될 딥 씨 크루 역시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게임입니다.

3. 모던 아트

가장 경매 게임 다운 게임이자, 가장 살아있다고 느껴진 시장이 있는 모던 아트입니다.

이 게임 역시 첫 플레이는 꽤나 오래 전이었습니다. 당시 군인으로 휴가를 나왔던 저는 친구들과 보드게임 카페에 갔다가 모던 아트를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는 정말 룰을 표면적으로 듣고, 게임 역시 많이 접해보지 않았을 때였기 때문에 저는 그림의 납품 가격에만 집중해서 경매를 했습니다. 그림을 파는 사람의 입장에서의 수익은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죠.

그런 식으로 한 모던아트에서도 저는 물건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는 순수한 재미를 즐겼고, 나중에 집에 돌아와서도 모던 아트가 계속 생각났기 때문에 커뮤니티에서 모던 아트에 관한 글을 계속 읽어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저는 이 글을 보게 됩니다.

https://divedice.net/kor/board/free?viewMode=view&ca=&sel_search=all&txt_search=%ED%96%87%EB%B0%98&orderby=&page=1&idx=192531

다이브다이스에 햇반님이 쓰신 모던 아트가 숙련도별로 어떻게 다가오는지에 대한 글입니다.

내용도 훌륭하지만 글 역시 읽기 쉽고 재미있기 때문에 추천 드립니다. 모던 아트 공략에 가까운 글이기도 하기 때문에 모던 아트를 플레이하지 않으셨거나, 게임을 잘하는 법이 스포일러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저와 같은 분들은 플레이 전까지 아껴두시는 것을 권합니다.

이 글과 모던 아트는 보드게임 카페 가는 것을 좋아하던 일반인에서 취미가 보드게임인 사람으로 저를 바꿔 놓은 가장 큰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 가지 게임에 얼마만큼의 깊이가 있고, 시스템 아래서 보이지 않는 힘들이 플레이어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 눈으로 본 순간 저는 보드게임에 빠져버렸습니다.

물론 모던 아트는 아름다운 디자인과,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는 재미,

경매를 좋아하는 저에게는 초호화 뷔페처럼 보이는 경매 방식 5종세트 등 이 게임을 높은 위치에 놓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너무 많습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이 게임에 반했던 것은 보드게임이 정해 놓은 룰, 그리고 시스템 속에서 플레이어는 보이지 않는 힘들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통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언젠가 저도 이런 깊은 통찰을 사유해낼 수 있는 게이머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도 게임을 보면서 작은 실마리들을 하나 둘 찾으며 즐거워하고는 합니다.

2. 파워 그리드

전력을 다해 전력 회사를 경영하는 게임, 파워 그리드입니다.

5인이 가능하다는 장점 역시 있어서, 고정4인인 저희 파티에 가끔 손님이 올 때 선정하게 되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파워 그리드는 제가 첫 번째로 구매한 게임입니다. 오래된 게임이지만 운이 좋게도 제가 파티를 시작한 작년에 재충전이 발매되었습니다.

이 게임을 제가 처음으로 구매하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간단합니다. 모던 아트에 빠져 있던 제가, 경매가 있고 생동감 넘치는 시장이 있는 게임을 원했기 때문입니다.

파워 그리드는 제가 기대했던 것 보다도 훨씬 재미있는 게임이었습니다.

플레이어가 발전소와 자원, 부동산에 균형 있게 돈을 투자해야 하는 점,

부동산은 정해진 가격이 있지만, 자원은 차례가 돌아갈수록 가격이 바뀌고, 발전소는 초 단위로 가격이 요동친다는 점,

발전소의 가격이 차례 순서의 가격이기도 해서, 차례 순서를 위해 얼마만큼 지불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

어느 시점에 내가 발전소를 바꾸고 또 얼마만큼의 가격으로 구매해야 가장 효율적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 등이 게임을 하는 동안 계속해서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완벽한 정답이 존재하는 산수에 가까운 최적화지만, 여러 명이 플레이하면서 가격이 바뀌고 땅을 뺏길 것을 고려하여 어느 정도 안전한 금액을 선정하는 것, 그런 직감에 가까운 투자 결단을 내리는 순간이 이 게임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었습니다.

1. 버라지

저에게 있어 최고의 게임이자, 가장 큰 재미를 준 게임은 버라지입니다.

버라지는 사실 컴포 이슈도 있었고, 인기도가 브라스나 가이아, 테포마 등에 비해 낮았기 때문에 제가 재미있게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하루는 어떤 리뷰에서 버라지의 독창성을 칭찬하는 글을 읽고 본격적으로 관심이 가기 시작했는데, 버라지의 핵심 시스템인 댐-도관-발전소, 물을 플레이어들끼리 이용하고 공유하는 매커니즘을 보자마자 ‘이 게임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튼튼한 핵심 시스템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자리 싸움, 자원 순환 퍼즐, 그 과정에서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 개인 판 능력과 부관 능력 등, 이 게임에는 각양각색의 재미가 빈틈없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재미들이 서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한 행동이 다른 행동에 영향을 주고, 여러 차례에 걸친 나의 행동이 완전한 시스템을 이루어 작동하는 것을 보는 것은 엄청나게 만족스럽습니다.

그러면서도 게임은 절대로 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의 행동 하나하나가 거슬리고 나의 계획에 어떠한 영향이 있을까 보드에서 눈을 뗄 수 없이, 계속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게임은 길고 복잡하지만 그 사이사이를 지치지 않게 메워주는 계약 타일과 라운드 목표 타일은 길을 잃지 않도록 만들어 놓은 이정표 같습니다.

나의 건물로 전부 완성하지 않아도 도관과 물, 중립 댐 등을 빌려서 사용하고, 또 나의 것을 빌려주면서 돈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은 역시 기분이 좋아집니다.

게임이 끝나고 나서 플레이어들이 만들어낸 알프스 산맥의 발전소들을 바라볼 때면, 티칼에서 느꼈던, 하나의 작은 세계를 창조하고 그 안에 이야기들이 쓰여진 느낌입니다.

번외 – 아쉽게 후보에서 제외된 게임들

카네기, 다윈의 여정

제가 정말 재미있게 한 두 게임입니다. 카네기에서는 액션 드래프팅을 예측하는 것이, 다윈에서는 제자들과 나의 컬렉션을 완성해 나가는 것이 특별히 재미있었습니다.

p.s. 모아 놓고 보니, 저는 중앙 판에서 복작대는 것과 경매, 계속해서 변하는 시장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아예 말하지 않는 것 역시도 좋아하네요. 저랑 취향이 비슷하신 분들께, 또한 제 취향에 잘 맞을 것 같은 게임은 다양하게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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