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번역 기사나 팁 등을 적어갈 예정입니다.
모두, 벚꽃 내리는 시대에 결투를!
『벚꽃 내리는 시대의 신 이야기』제６화：성영회(星詠会)
『벚꽃 내리는 시대의 신 이야기』제６화：성영회(星詠会)
2016.11.18 Fri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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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는 앞면이 있다면 당연히 뒷면도 있다. 일반인들이 알 수 있는 역사에는 앞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일 뿐이다.
당연히 사람들이 알고 있는 표면적인 영웅담에도 비밀스러운 뒷면이 존재한다.
하지만 카나에는 알고, 그리고 이야기하는 자다. 카나에의 이야기에는 앞과 뒤 따윈 없어.
그러니까 다음은 무대 뒷쪽의 일부분을――세계를 뒷쪽에서 움직이려고 획책하는 자들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배움터같아 보이지만, 분위기는 다르다. 쾌활한 어린이들이 읽고 닳은 책을 심심하게 넘기는 광경은 없고, 한 변이 빠진 팔각형으로 배치된 긴 책상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우리가 얻은 지식을 어떻게 칼날로 바꿀지를 생각하며 숙고의 불꽃이 조용히 피어오르고 있었다.
넓은 원형의 방은 어둡다. 햇빛을 받아 들이는 창문은 보이질 않고, 여기저기서 반짝이는 불빛이 열 명의 논객을 엷게 비춘다.
「이번 성영회는 이걸로 모두 온걸까요?」
「생각보다 더 왔군. 아니, 이럴 때니까 모였으면 했지만……」
「고마운 이야기 아닙니까. 우리 석성루(碩星楼)의 학자는, 혼자서는 어떠한 일도 한계가 올 수 있다는 걸 이해하고 있으며 그 배움을 살릴 정도의 현명함을 확실히 가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푸근하고 멋부린 듯한 남자의 흐뭇한 웃음소리.
그의 말처럼 이 자리에 있는 얼굴들은 모두 학문을 배운 자들이다. 가문은 달라도 각자의 입장에서 마음껏 그 지식을 활용하여 사람들을 이끌어가는 입장에 서있다. 물론 가문과 가문으로는 대적할 수 있곘지만 그들은 뒤에서 논하고 모두의 이익이 되도록 세상을 움직였다.
석성루(碩星楼). 사람들 사이에서 현자의 대명사이기도 한 이것이 그들이 속한 학도집단의 이름이었다.
그 중에서도 더욱 유능한 학자들로 이루어진, 세상에 관련된 일을 보고하고 바람직한 미래를 논하는 곳이 바로 성영회이다.
「자아……그러면 오늘 의제는 뭘로 할까요? 연금 상회나 해상 교역 관련 이야기는 했었나? 아니면, 대가문 회합까지 한 달남았으니 이것에 대해서일까요?」
「하아……너무 익살떨지 말게나. 이미 답은 나왔겠지.」
「실례……사에키(佐伯) 님도 힘드셨었죠. 아마네 가문 대두의 소식이 벌써 이리 멀리까지 전해지다니.」
일부러 그런 위로를 해도 분위기는 이완되지 않는다. 평소라면 사려 끝에 기다리는 이상적인 미래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찬 이 자리 역시 이번만큼은 조바심을 숨길 수 없는 듯 했다.
「이미 유사시다. 당 가문이 본격적으로 날뛰기 전에 일을 처리해두고 싶군.」
「동감이다. 야생 동물을 방치해두면 머지않아 무리를 이룰지도 모른다.」
의제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논의 방향에 대해서 논쟁하는 자는 없었다.
여하튼 그들에게 있어서는 정밀하게 그려오던 거대한 그림 위에 피로 얼룩진 발로 발길질하고 있는 셈이었으니까.
「아마네를 멈출 수 있는 가문은 없는가? 말해버리자면 그저 한 명의 미코토잖나. 그것도 어린.」
「그렇게 말씀하셔도 북쪽이 얼추 무너지기 전 이야기겠죠. 남쪽은 할 수 없겠지라는 대부분의 예상을 뒤엎고 말았으니 앞으로의 결과에 대해서도 뭐라 할 수 있겠습니까?」
「문하생들의 정보망에서도 동향을 잘못 파악할 정도로 약소했으니, 예측할 수 없어도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눈시울을 찌푸리는 수염이 자란 남자의 얼굴에는 늘어난 귀찮은 일에 대한 피로가 묻어 있었다.
「필승을 장담할 수 있는 미코토에게 상대시킬 수는 없는가?」
「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건 말할 필요도 없이 한 명, 있지. 있기는 하지만, 만일 우리의 말이 닿는다 하더라도 그 용이 움직인다면 사태는 더욱 읽어낼 수 없게 되어버리네.」
「어이, 타츠노미야의 이름을 꺼내는건 안됀다. 근육으로 꽉 찬 머리에서 나올 대답따위 그 어떤 책에도 실리지 않았으니까.」
그들은 어디까지나 지식과 지혜로 세계를 움직이고 있다. 간결하게 말하자면 정치다.
평화로운 세상이 계속되면서 모든 것을 정치에 의해서 원한하게 다스리려던 학자들에게 갑자기 나타난 맹수의 돌진을 막을 수 있을리가 없었다. 그건 자신들이 다스리는 미코토를 포함해서도.
찌푸린 얼굴이 나란히 만들어지며, 침묵이 찾아온다.
누구나가 말을 하기 전에 머릿속에서 부정하고 의견을 내지 않게 되고나서 잠시 후.
후욱, 하고 방의 밝기가 아주 조금 강해졌다.
한순간이었지만, 그걸 기다리던 자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도리가 없다.
「어, 어이! 책이!」
한 남자가 일어나서 방 안――팔각형 책상에 가지런히 꽂힌 한쪽 벽의 더욱 안쪽을 가리켰다.
「오오, 판증의 서에……！」
「무어냐, 무엇이라 적혀있나！」
별안간 자리에서 일어나 앞에 나온다.
모두가 주목하는 방 안은 주먹 하나쯤 높은 마루처럼 되어 있다. 아늑한 빨강으로 물들인 융단이 깔려있고 가운데에는 다리 달린 독서대가 학자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거기에는 한 권의 두루마리가 펼쳐진 상태로 조용히 존재했다.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자는 알고 있다. 이 두루마리의 내용은 지금은 기재되어 있지만, 방금 전까지는 공백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난문에 대한 정확한 조언이 될 내용임을.
「『가책없이 평온을 깨는 자는, 그 행동이 초래하는 재앙을 알지 못하니. 전체를 목표하는 뜻에 원수되는 재난이나 다름없다.』」
「역시나, 글도 아마네를 걱정하고 있는게 로군.」
「당연하겠지. 지금까지 책의 의향을 감안하면서 나라들을 움직였으니까.」
읽다 보면 현 상황을 방치하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학자의 현지에도 관련된 구체적인 사례들이 전국 곳곳에 초점을 맞춘 미래 예상도를 늘어놓았다. 책은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보다 크게 걱정하고 있으며……학자들은 그걸 재확인한다.
「『논밭에 갑자기 산이 솟아오르는 일이 없듯이, 그 흥륭은 기이한 것이다. 서두르지 않으면 과실을 잃게 될지어니.』」
「『야만적인 무법자에게 학문을 설파해도 무의미. 붓은 벚나무 아래에서 휘두르는 것도 아니니. 학으로 불의 산을 멈추어라. 그리고 마땅한 것에 대해서 말해야 하니. 다시 고르게 된 토지에 씨를 뿌리는 건 누구인가.』」
글의 문자는 여기서 멈췄다. 모두가 내용을 머릿속에 넣고 모임이 시작되었을 때처럼 백지들이 드러나도록 독서대로 돌아간다.
그들의 얼굴은 조금 전과는 달리 매우 만접스러웠다.
마치 더 이상 걱정이 없는 것처럼.
「방침은 정해졌다. 그리고 그걸 이룰 강자도 한정 되어있다.」
「근처에 있는 자부터 접촉해가면 되겠나? 문하생을 이용한다면 어떻게든 할 수 있겠지.」
그들은 책의 내용을 답변하고 있었다. 비록 구체적인 지시가 없었더라도 그들에게는 지식과 인연이 있다. 그리고 같은 배움을 얻는 자들로서 책에서 도출되는 구체적인 답 또한 동일.
「그렇다면, 이번 성영회는 이걸로.」
각자 확인을 끝내고 흩어져 가는 학자들.
마지막에는 우두커니 책만이 남았다.
『좀 더 예전부터 기초를 만들게 해둘걸 그랬나……』
아무도 없게 된 회장에서 하나의 념이 생겨난다.
일반인이라면 단 하나도 감지할 수 없으며, 미코토라도 간신히. 육체를 얻은 상태도 아니라면 인식할 수 있는 건 극히 제한된 존재 뿐이다.
그녀의 념에 호응하듯 책은 미미한 빛을 발한다.
『뭐어, 장기말은 아직 남았고, 야생 동물 씨도 말려야 하는건 확실하니까, 나도 조금 더 움직여볼까, 나.』
그렇다, 이 논단에는 처음부터 열한 명째가 있었다.
그녀는 여신, 이름은 신라. 그 권능은 변론.
자신이 조종하는 현자들을 정확하게 평가하는 그녀는, 그 념을 남기고 떠났다.
이번에야말로, 아무런 힘도 없는 책만이 우두커니 남겨졌다.
겉으로는 상냥한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야말로, 뒤에서 뭘 하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신라 이상만큼 무엇을 할지 알 수 없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겠지.
이들 석성우는 확실하게 지금부터 자신들의 이상이 될 세계로 되돌릴 수 있도록 암약해 나가겠지.
그렇지만 그런 정치의 자리까지 파고든 일행의 실을 더욱 뒤에서 잡아 당기는 여신도 있다는 거지.
싫든 좋든 다시 그녀의 수완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가 올거야.
뒤편이라고는 해도, 그녀도 훌륭하게 아마네 유리나와 뒤섞이는 인연을 가지고 있으니까 말이지.
이야기：카나에
『앵강대지전 그림 두루마리 제1권』에서
글：五十嵐月夜 원안：BakaFire 삽화：TOKIAME 번역：EthanEri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