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패인가 발명가인가 - 레오나르도 다빈치 코덱스 레스터 후기
# 들어가면서
보드피아의 책박스에서 나오는 게임들은 어떤 게임인지는 몰라도 우선은 찾아보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제일 큰 이유는 보드피아 사장님의 약간은 변태스러울 정도로 집요한 컴포 퀄리티에 대한 집착 때문이죠.
매 책박스마다 가격대비 이렇게 구성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품질 좋은 컴포넌트가 꽉꽉 들어차 있습니다.
이번에 새로 판매가 시작된 레오나르도 다빈치 - 코덱스 레스터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솔직히 박스 열어보고 놀랬습니다. 프린팅된 나무 자원하며 유리 토큰, 더블 레이어 개인판, 수납용 컴포넌트 트레이까지..
킥스 디럭스 보드게임을 적잖이 받아봤지만 이 정도 수준이면 어지간한 킥스 디럭스 못지 않게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거기다가 구성물 대비 가격은 정말 싼 편이구요.
40달러 금액으로 이 정도 컴포 퀄리티 해서 킥스에 내놓으면 아마 양키 성님들 입 떡 벌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유리 토큰, 프린팅된 자원 등 컴포 퀄리티가 정말 훌륭합니다.
#그래서 게임은?
다들 아시다시피 이 게임은 2006년작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개선 버전입니다. 그 때문에 인터랙션 강한 옛 유로의 향기가 적잖게 납니다.
주로 쓰인 메커니즘은 경매의 느낌이 나는 일꾼 놓기 + 영향력 싸움, 계약서 달성 등이 되겠습니다.
큰 흐름을 간략히 설명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여러 일꾼 칸에 플레이어들이 저마다 원하는 수의 일꾼들을 배치하고 그 혜택을 받아 발명품을 완성해 갑니다.
2. 각 일꾼 칸에 높은 영향력을(주로 일꾼 머리 수) 지닌 플레이어부터 싼 가격에 혜택을 받고, 후순위가 될 수록 점점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3. 발명품 완성은 자원을 넣고 개발을 진행해야 하는데, 일정한 개발 진척도를 달성해야 합니다. 개발 진척도는 일꾼을 작업장에 보내 일을 시키거나 다른 효과를 통해 올릴 수 있습니다.
4. 발명품을 완성하면 돈도 받고 혜택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7라운드를 진행한 뒤, 제일 돈을 많이 번 사람이 승리합니다.
#이게... 발명가?
보통 유로 게임에서 테마라 하면 메커니즘을 덮는 요소로써 그 향만 첨가하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레오나르도 다빈치에서의 테마는 정말 놀라우리만큼 게임과 1도 상관이 없습니다.
발명은 그냥 여타 게임에서 보던 계약서 달성과 같고 각 일꾼 칸의 성격, 거기다가 머릿수가 많은 쪽 부터 좋은 혜택을 받는다는 것 까지, 이게 왜 레오나르도 다빈치여야 했는지 전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오히려 건달들이 머리수로 각 나와바리를 장악해서 특혜를 얻고, 일꾼을 갈아넣어 밀수품을 만들어내 공급한다..는 테마가 차라리 더 어울리지 않나 싶네요.
아트워크는 유려하고 게임의 분위기를 잘 살려주지만, 제 눈에 보이는건 발명가를 자처하며 플로렌스 거리를 주먹으로 활보하는 르네상스의 건달들이 아닌가 합니다.
솔직히 머리수 1등이면 자원 공짜로 가져가는데 그게 깡패가 아니고 뭘까요...?
갱스 오브 플로렌스가 차라리 더 나은 타이틀이 아니었을까요..?
#빡센 인터랙션
코덱스 레스터의 모든 요소들은 인터랙션으로 꽉꽉 채워져 있습니다.
어디 일꾼칸 한 군데 들어가서 효과를 보려해도 다른 플레이어들과 머릿수 눈치싸움을 해야하며, 계약서 달성도 레이싱 싸움이기에 맘 편히 진행하다간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단물 다 빨리기 십상입니다.
플레이어 순서 차례도 영향력 대결을 통해 발생하며, 맨 마지막 라운드에서 자원을 점수로 치환하는 것 조차도 서로 싸워가며 효율좋은 칸을 얻어내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코덱스 레스터의 재미는 최근 유로 게임들처럼 촘촘히 짜인 게임의 시스템에서 오는 퍼즐적인 재미가 아니라, 플레이어 간 눈치싸움과 경쟁에서 오는 긴장감에서 발생합니다.
선 플레이어는 일꾼 칸 싸움에서 동률이면 먼저 혜택을 받기에 상대적으로 유리하지만, 후 순위 플레이어는 일꾼 수만 많다면앞선 플레이어들의 플레이를 보고 확실하게 원하는 칸의 혜택을 싼 금액으로 가져갈 수 있습니다.
주요 자원이자 동시에 승점 역할을 하는 돈이 매우 빡빡하게 굴러가기 때문에 발명품을 무조건 완성할 요량으로 돈을 펑펑 쓰다보면 발명을 먼저 해 놓고도 적자를 보는 상황도 종종 일어납니다.
더욱이 자신이 무엇을 발명할 것인지 미리 예고해두는 시스템 때문에 몇몇 플레이어가 같은 발명품 개발을 예고해두면 그때부터는 정말 피튀기는 레이싱 게임이 시작되죠.
자원은 영롱하니 예쁘지만, 저걸 싸게 갖고 오려면 누구와 싸워야할런지 알 수 없습니다.
#간단하고 기본적인 엔진빌딩
코덱스 레스터에도 발명품 개발에 효율성을 더해주는 엔진빌딩 요소가 있습니다.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이나 일꾼 배치 칸을 늘린다던가, 일꾼과 오토마 수 자체를 늘리는 등의 방식으로 엔진이 구성됩니다.
후반에 여러 발명품을 개발해서 돈을 얻으려면 초반에는 이를 위해 엔진을 준비하는 데 좀 더 집중해야 합니다.
엔진 자체는 직관적이고 쉬운 편이구요, 아이콘도 알기 쉽게 되어 있어서 전체적인 게임의 난이도는 낮은 편입니다.
완전 초급은 아니지만 체감상 웨이트는 2.7 ~ 2.9 정도였네요.
개인판과 작업장의 구성. UI도 간단하고 보기 쉽게 잘 되어 있습니다.
#2인플 및 솔플 소감
주로 아내와 함께 게임을 하거나 솔플을 하는 터라 이에 대한 소감입니다.
2인플은 쓰지 않는 색상의 일꾼들이 각 칸마다 한개씩 들어가고 이후에 후발 플레이어 선택으로 해당 일꾼을 1개 제거하는 등, 2인플에서도 좀 더 빡빡한 다인플의 맛을 내도록 하는 조정이 있습니다.
자원 칸에 대해서는 서로 특별히 겹치지 않는 이상 좀 원활하게 플레이가 가능했지만, 아무래도 초반 엔진빌딩을 위한 B, C칸 등에서 좀 더 활발하게 경쟁이 이루어지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결론은 생각보다 꽤 재미있었습니다.
영향력 싸움 게임들 특징이 2인플이 별로인 경우가 많다는 건데, 코덱스 레스터는 영향력 싸움을 바탕으로 이후 자원/효과를 얻는 방식이다보니 이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크게 두드러지진 않았던 것 같네요.
물론 3인플 이상으로 했을 때 더 활발하게 경쟁이 붙겠지만 2인은 그 나름대로 충분히 재미있었습니다.
반면 솔플은 여러가지 아쉬움이 많았네요.
물론 플레이어간 인터랙션이 주요 재미요소인 게임이다보니 크게 기대를 하지 않긴 했지만, 게임의 핵심 재미인 일꾼 놓기 눈치싸움의 요소가 솔플에서는 완전히 제거됩니다.
방해꾼 플레이어들의 일꾼이 들어가는 위치에 따라 내 행동에 제약이 생기는 방식인데 오토마도 아니고 단순 하이스코어링 방식이라 더더욱 심심해집니다.
제일 아쉬웠던 건, 하이스코어링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점수 가이드라인 자체도 없었던 부분입니다. 점수를 내긴 했는데 얼마나 잘 한건지 알 수가 없었어요.
그렇다고 퍼즐적인 재미가 크지 않기에 여러번 솔플을 해서 비교할만큼 매력을 느끼지도 못 하겠구요.
솔플 위주로 플레이하시는 분에게는 솔직히 추천드리기 어렵겠습니다.
사진 찍어둔 게 솔플할 때 뿐이긴 한데, 솔직히 다시 솔플 해보고 싶은 생각은 안 들었습니다.
# 마치며
레오나르도 다빈치 - 코덱스 레스터는 듀얼 레이어와 훌륭한 컴포가 매력적이지만 인터랙션이 눈물날 만큼 매운 게임이다보니 이런 부분을 고려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요소 하나하나에 다 경쟁이 들어가는 부분이다보니 심약한 분들, 경쟁에서 뒤쳐지는데 스트레스를 받는 분들에게는 추천 드리기 어렵겠네요.
하지만 친분이 있는 분들끼리는 서로 평화롭게 엿을 먹여가며 플레이하기 매우 좋은 게임입니다.
특히 한끝 차로 발명품을 선점했을 때 상대방 놀려먹는 맛이 정말 재미집니다.
솔플은 실망스러웠지만 2인플은 충분히 괜찮았습니다. 컴포 자체가 훌륭하다보니 손맛, 듀얼 레이어에 끼워넣는 맛도 좋았구요.
매운 인터랙션 게임 중 쉬운 난이도와 훌륭한 컴포 품질을 찾는 분들에게 딱이라고 생각됩니다.
개인적인 평점은 7.5 - 솔플이 너무 아쉬워서 0.5점 감점 - 입니다.
구매 고려하시는 분들에게 도움되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