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플레이한 엑시트 게임 4가지 간단 후기 (각 게임의 아이덴티티 퍼즐을 중심으로)
안녕하세요,
오랫만에 시간이 나서 (사실은 억지로 시간을 내서)
엑시트 게임들을 몇개 플레이 했습니다.
향후 아이와의 플레이를 상정하여 주로 난이도 2개짜리를 플레이 했네요.
엑시트에는 하나씩 각 게임을 대표하는 퍼즐이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첫 작품인 버려진 오두막이죠.
여기에서 보여진 틀을 깨는 퍼즐은 엑시트 전체의 정체성을 규정했다고 봅니다.
플레이어가 자기도 모르게 "이만큼이 구성물이야" 라고 생각한 것을,
"난 그런말 한적 없는데?" 라고 깨 버린 작품이죠.
그러다보니 엑시트를 하게 되면 약간 작가와의 메타게임을 하게 됩니다.
이번에는 어디에다 또 틀을 깨는 혹은 기가막힌 장치를 넣어놨을까, 라고 생각하며 말이죠.
그렇게 한 작품을 생각할 때, 아 그 퍼즐! 이라고 떠올릴만한 문제를 각 게임의 "아이덴티티" 퍼즐이라고 지칭하고,
그 놈들을 중심으로 후기를 남겨볼까 합니다.
아쉽게도 사진을 많이 못 찍었네요.
1. Sunken Treasure 심해의 보물선
요새 최강야구에서 예능감을 뽐내고 있는 모 옹이 생각나는 성큰 트레져 입니다.
레벨 2 답게 선형적이고 무난한 구성을 보여줍니다.
요놈의 아이덴티티라고 할만한 퍼즐은 게임의 테마와 비슷한 "뭔가 형태를 만드는" 그 문제인 것 같습니다.
오, 이걸 이렇게 해서 이런 그럴듯? 한걸 만들 수 있다니! 라고 생각할 법한 기믹입니다.
문제는, 제가 느끼기에, 이건 좋은 퍼즐을 만들고 그 퍼즐을 담을 장치를 생각했다기 보다는,
오~ 테마에 맞는 이런 기믹이 있으면 좋겠어, 라고 생각하고 거기에 퍼즐을 끼워 맞춘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문제 자체는 특별히 기발하게 뭘 발견하거나 하는 건 아니었거든요.
이건 아마 제가 1인플로 하기 때문에 나오는 감상이지 싶습니다.
아무래도 혼자 하다보니 기발한 장치를 통한 놀라움보다는 지적유희를 더 선호하게 되더라고요.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별로 안 좋게 본 이 포인트가 반대로 아이들에게는 재미있게 다가올 수 있겠다 여겨집니다.
눈 앞에서 뭔가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스스로 보게 되는 경험은 꽤 근사한 경험이죠.
2. Stormy Flight 폭풍의 비행
이건 잘 알려지지 않았는지 보라에는 후기가 전혀 없네요.
사진이라도 찍어 올릴 걸 했습니다.
이것도 꽤 재미있게 했습니다.
역시 선형구조여서 한번에 하나씩만 풀어 나갈 수 있는 형태이고요,
전반적으로 테마에 맞는 형태로 납득할만한 문제를 던저 주었던 것 같네요.
이 게임의 아이덴티티는, 룰을 벗어난 듯 아닌듯 살짝 걸쳐있는 바로 그 지점입니다.
처음에 박스를 열면 엑시트 경험자라면 누구나 수상해 할만한 상황이 나옵니다.
그러다가 게임을 진행하면서 그 수상한 놈이 별 수상한 짓 없이 자기 역할을 하게 되면서
아 진짜 그런 건가보다 하고 방심하는 순간, 짜잔, 이건 이런거야 라고 실체를 드러내죠.
이에 대해서 긱에서도 한 커플이 이거 맞다 아니다로 서로 의견을 고수하며 플레이를 했다고 하네요.
이 부분은 기존의 엑시트의 틀을 또 한번 벗어나는 꽤 괜찮은 시도라고 보여졌습니다.
이게 지금 진실이 뭔지 작가와 메타게임을 벌이는 느낌이랄까요?
아이러니하게도, 이 아이덴티티의 퍼즐이 아이에게는 확 다가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특히 엑시트 경험이 별로 없다면 더더욱 그럴것 같네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요 퍼즐이 꽤 마음에 들었지만 플레이 순위는 후순위로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3. Cursed Labyrinth 저주받은 미로
방금 끝낸 따끈따끈한 게임입니다.
요건 사진 몇장 찍었네요.
역시 난이도 두개짜리, 뭔가 미로를 와리가리하며 문제를 풀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퐉 옵니다.
카드 들어가는 칸을 저렇게 딱 맞게 만들어 준 것도 마음에 드네요. 뭔가 기능이 있으려나요?
구성물이 뭔가 풍족한 느낌입니다.
다른 엑시트에 비해 아이템이 좀 더 들어있네요.
누가 봐도 수상한 저 미로를 보십숑.
근데 또 수상하다고 다 쓰이는 건 아니고 또 안 쓰이는 건 아니니 끝까지 신경을 쓰고 있어야 겠네요.
이 게임의 아이덴티티를 저는 이 뱀 퍼즐을 꼽고 싶습니다.
사실 주어진 힌트를 보면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너무 잘 보여서 특별한 기믹이랄건 없지만,
특별하지 않은 기믹에 담긴 숫자를 제시해 주는 장소가, 오 그렇지 여기있는 정보도 사용해 볼 수 있지, 라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제 엑시트에 있는 구석구석을 다 알아, 라고 생각할 때 응 여기도 있어, 라고 던져주는 느낌?
사실 기믹적으로는 다른 퍼즐이 아이덴티티가 되어야 할 것 같고,
그 퍼즐도 어렵진 않으면서 구성물을 잘 활용한 엑시트다운 퍼즐을 제시해 주긴 하는데,
뭔가 그 방식을 통해 찾아야 하는 답이 너무 인위적이라고 할 법한 지점이 있어서 아쉬웠습니다.
가끔 방탈출 문제 보다보면 아니, 이건 이렇게도 보여지는 거 아니야? 라고 생각되는 딱 그 지점입니다.
테마적으로는 아이들에게 아주 재미있게 다가올 법한 게임입니다.
문제들도 아이들에게 잘 맞을 것 같고요.
세 게임을 1인플 혹은 어른들 파티에 추천한다면
폭풍의 비행 > 저주받은 미로 >> 심해의 보물선 입니다.
심해의 보물선은 굳이? 안해도 될 법한 느낌이에요.
하지만, 아이와 플레이를 하신다면 (10세 미만정도?)
심해의 보물선 > 저주받은 미로 >> 폭풍의 비행 입니다.
폭풍의 비행의 그 기믹은 좀더 경험을 쌓아서 그 의미를 더 생각할 수 있을 때 하고 싶네요.
4. 보너스로 레벨 3개짜리 저주받은 섬
한줄요약: 무난 그 잡채, 그래서 뉴비보다는 돌아온 엑시터들에게 추천할만한 게임.
요건 난이도 3개짜리 입니다.
표지만 봐도 배경과 스토리가 그려지는 그런 무난한 배경의 게임이죠.
별 두개짜리와 다른 점은 이런 식으로 한번에 여러가지 퍼즐이 동시에 진행된다는 점.
뭐를 어디에 써야 하는지, 내가 이 문제를 풀기에 충분한 정보가 있는 것인지 등을 함께 생각하며 풀어나가야 합니다.
이 게임은, 글쎄요, 뭔가 아이덴티티라고 할만한 퍼즐이 딱 떠오르지 않네요.
그야말로 무난 그 잡채입니다.
문제의 난이도는 적당한 문제와 살짝 어려운 문제가 섞여 있는 것 같고,
억지스럽거나 다르게 보일만한 부분은 안 보였던 듯 합니다.
하지만 엑시트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Wow moment 도 딱히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면에서 엑시트의 첫 게임으로는 별로 추천하지 않아야 겠네요.
아무래도 엑시트 게임은 기발함에 놀라는 순간이 가장 재미있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요 게임은 그래서,
(모바일 게임에서 많이 사용하는 용어죠) 복귀유저를 위한 게임이라고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엑시트를 예전에 재미있게 플레이 했었고, 게임의 전반적인 접근법도 알고 있는 플레이어가,
오랫만에 봤더니 새로운 엑시트가 너무 많이 나와서 뭐부터 해야할지 모른다면,
요놈을 시작으로 워밍업을 해 주면 좋겠다, 라는 감상입니다.
뭐, 요약하면 꼭 해 볼 필요는 없는 친구다, 가 되고 있네요 ㅎㅎ
이상 짧은 후기입니다. 조만간 하나 더 할 것 같은데 다음주쯤 소개드릴게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