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램웨이즈 관련 메일 받고 적는 개인적인 글] (글이 기니 왠만하면 패스를 권장합니다.)

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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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7 오후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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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하고 번거로운 일에 개입하기에 시간 부족과 열정 부족으로 눈팅만 하고 있었는데 (사실 좀 부화가 치밀어 오르긴 했음) 저한테 다음과 같은 메일이 와서 제가 생각하는 점을 ~~몇 자~~ 많이 적습니다.

글을 길게 쓰는 고질병이 있어 긴 글 피곤하신 분들은 패스를 권합니다. ^^;;;

또한 글의 끝에 정리가 있으니 그곳만 읽으셔도 무방...

안녕하세요, 딜라이트입니다.
최근 트램웨이즈 게임의 역이름 관련하여 '해외의 지명을 국내 지명으로 하는 것은 싫다'는 문의를 주신 분들이 계셨습니다.

=> 정확히 말하면 이건 두 가지 문제를 한 가지로 줄여서 말하는 것인데

1) (한글화가 아니라) 한국화 자체가 싫은 것인지

2) 한국화에 대한 반발보다는 트램이라는 테마와 너무 동떨어진 지명 선택이 싫은 것인지

제가 느끼는 보드게이머들의 반발은 2)가 더 우세한 것 같습니다.

한글화를 할 당시, 다음과 같은 점들 때문에, 국내 지명으로 역이름을 변경하였습니다.

-원문의 지명이 생소한 거리명(ANGOVE AVE, VIA RD, T.GOULIOU AVE)들이다

=> 이해가 됩니다.
-영문 그대로의 표기는 한글화를 하는 입장에서 성의 부족으로 보일 수 있다
=> 이해가 됩니다.

이에 영문판의 지명을 한글로 표기하거나, => 한글화

국내 지명으로 변경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 한국화

국내 지명은, 기존의 트램의 테마를 중시하여 서울 등의 특정 지역으로 설정 할 수도 있었으나,

=> 이 정도만 되었어도 반발이 훨씬 더 적었을 것 같습니다.

지역 형평성을 고려하여 제주도를 제외한 특별시, 광역시, 도 등을 기준으로 고르게 선정하였으며,

=> 정부에서 어떤 정책을 펴는 것도 아닌데 지역 형평성이 왜 중요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자신이 사는 지역이나 잘 아는 지역이 나온다면 반갑고 친숙하겠지만 그게 게임 테마와의 어울림과 몰입도를 깰 만큼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 하셨다는 것일까요? 그럴거라면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트램을 지우고 아에 기차로 바꿔 ‘트레인웨이즈’나 ‘기찻길’로 출시하시는 것이 나았을 것 같습니다. ^^;;;

영문판에서와 마찬가지로 규모가 있는 도시들은 조금 더 크게 표기하였습니다.

프로젝트 진행 도중에 역명 변경을 반대하시는 분들도 계셨으나,

=> 이미 인지를 하고 있으셨군요.

역명 변경을 선호하시는 분들도 계셨으며,

=> 전 이 게임을 후원했지만 지명의 한글화는 고사하고 한국화에 대한 어떤 조사나 의견 제시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럼 이 선호도는 누구에게 조사를 한 것일까요? 그냥 주변사람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일까요? 어떤 납득할만한 공식적인 조사 없이 ‘선호하는 분들도 있다’는 주장은 그냥 본인들의 생각에 그랬다는 말과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라디오에서 들으니 국내에서 ‘독도는 우리땅이다’라고 설문조사를 해도 몇 퍼센트는 반대로 나온다고 합니다. 반대하는 사람도 있으니 ‘독도는 우리땅이 아니라고 합시다’라고 주장할 셈인가요?

누구나 다 그렇게 생각할만한 일도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 것인데 그걸 근거로 일을 진행했다는 주장은 참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보다 많은 분들에게 트램웨이즈라는 게임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하여, 국내 지명으로 변경하기로 하고 프로젝트 페이지를 제작하였습니다.

저희는 이번 사태를 한글화된 이미지를 공개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확인하지 못하고 후원을 해 주신 분들이 부주의 하셨다기 보다는, 저희에게 무조건적인 믿음을 보여주신 분들이라고 인지하고 있습니다.

=> 뭔가 구매자의 책임은 아니라는 것 같지만 구매자의 책임 같기도 하다(우리가 이미지를 이미 공개했는데… 아무튼 그렇다고~)는 뉘앙스가 느껴지는 것은 저만의 억측일까요? 그냥 액면의 뜻으로 이해하겠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후원자분들을 중심으로 정확한 수요 조사를 하고, 재생산에 들어가고 싶지만, 이미 생산이 시작된 관계로 역명 변경을 위한 스티커 제작이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일 것 같습니다.

=> 여기까지 진행된 상황에서 이 이상의 실질적인 조치는 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에 스티커에 대한 수요 조사를 위한 서베이를 텀블벅 페이지를 통해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수정 스티커를 원하시는 모든 후원자 분들께' (단 한 분이라도) 수정 스티커를 함께 발송드리도록 하여 모든 분들이 원하는 역명으로 플레이 하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스티커 제작은,
1) 원문 그대로 (ex> VIA RD)
2) 한글로 발음만 바꾸어서 (ex> 비아 로드)
중 보다 많은 분들께서 원하시는 한가지 방향으로 제작될 예정입니다.

=> 정리 및 종합적인 의견

1) 게임에 나오는 이름이 낯설고 적응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2) 적응도를 높이기 위해 한글화를 고려하는 것은 충분히 생각해 볼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는 너무 낯선 이름들이라 한글화 하더라도 크게 적응도가 높아질 것 같지는 않다는 것도 인정)

3) 그럼에도 한글화가 아닌 한국화라는 것은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했습니다. (적응도를 높이기 위한) 게임의 번역 방법이 아니라 게임의 재창조이기 때문입니다.

4) 한국화 자체만으로도 논란이 될 문제인데 거기에 테마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는 한국화라니!!! 게임에서 테마는 게임 룰을 납득시키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자 게임의 몰입도를 올려주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러한 테마의 고려 없는 한국화는 게임의 완성도를 매우 저해시킬 수가 있습니다.

=>러시아 책을 읽는데 등장 인물의 이름이 다 비슷한 것 같아 도저히 기억이 안 되더라고요. 그렇다고 그 이름들을 친숙한 이름인 철수, 영희로 바꾼다면 책이 더 재미있어 질까요?

5) 현재의 한국화 지명 선택 이유를 형평성 때문이라고 했는데 수 많은 게임을 접해보면서 이런 이유는 처음 들어봅니다. 트램을 다루는 것에 불만이 많은 버스, 택시, KTX, 비행기 등의 항의는 어떻게 하시려고~^^;;;

게임 내에서 지명이던 사건이던 등장인물이던 어떤 이름의 선택은 게임에서 선택한 테마에 따라 고려되는 것이지 (기계적인) 형평성에 고려되는 것은 아닙니다. 게임이 정부 정책은 아니잖아요.

(‘부산’ 게임의 디자이너들은 반성하라! 국내에 ‘인천’, ‘울산’ 등의 항구 등이 있는데 형평성을 고려해야지 왜 부산만 나오는가!!!)

6) 한국화를 원하는 분들이 있어 진행했다고 했는데 그게 누구입니까? 어떻게 선정한 분들이기에 구매자들을 대표한 것일까요? 까놓고 말해서 판매자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것에 구매자에게 모든 의견을 구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결정의 비난이나 비판은 감수할 수 밖에 없습니다. 왜 미리 이런 중요 결정 사항을 구매자들에게 의견을 구하지 않았을까요?

7) 종합하면, 한글화를 넘은 한국화의 의도는 좋았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보드게임과 보드게이머들에 대한 이해도가 전체적으로 낮아 그들이 어느 지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전혀 몰랐던 것 같습니다. 또한 문제가 된 이후의 대처도 솔직하지 못하고 변명에 치우친다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심지어 핵심을 잘 이해 못하거나 또는 일부러 안 하려고 하는 느낌도 받습니다. (다른 딜라이트 게임들의 문제에 대한 대처를 포함해서) 이러한 태도는 딜라이트의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부디 추후에는 현명한 대처로 신뢰를 다시 회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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