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vs 추리: 새로운 입문용 추리게임 ‘당신은 사건 현장에 있습니다’
- 게임북 ‘당신은 사건 현장에 있습니다’ 시즌 1.
라이트게이머 무이입니다.
‘당신은 사건 현장에 있습니다’는 현재까지 시즌 1, 2 이렇게 두 권이 출판된
추리 게임북으로, 각 권에는 사건이 열두 개나 수록돼 있어 가성비가
좋습니다. (한권이 2만5천원 정도 합니다.)
1. 게임 소개
게임은 그림 5~10장을 보며 단서를 수집해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예를 들어 아래 사진과 같은 전체 사건 현장을 보다 쓰레기통 안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하면 해당 페이지를 펼쳐
- 스페인어판의 한 페이지
아래와 같은 그림을 보게 됩니다.
- 스페인어판의 한 페이지
2. 특징
이 게임북은 그림책이라 그런지 텍스트가 굉장히 적습니다. 어느 정도냐면,
사건 현장에 대해 간단히 설명할 뿐이라서 그림에 등장하는 사람이 누구며
사건 전후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조차 플레이어 스스로 알아내야 하죠.
그래서 플레이를 막 시작했을 때에는 (역시나 그림으로 추리하는)
미크로 마크로처럼 좀 막연합니다.
하지만, 미크로 마크로가 엄청나게 넓은 지도에서 하는 숨은 그림 찾기라면,
이 게임은 방 탈출이라고나 할까요? 똑같은 장면을 몇 번이나 봤는데도
단서를 못 찾다가
“뭐야, 여기에 단서가 있었잖아!”
라는 말을 자주 하게 됩니다.
한편, 그림에서 찾아낸 많은 단서들을 직소퍼즐마냥 이리저리 짜맞춰
등장 인물이 누구며 사건 당일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등 플레이어가 직접
스토리를 쓰다시피 하게 된다는 점도 이 게임이 보여 주는 특징입니다.
추리게임을 꽤 해 봤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이네요. 텍스트에 숨겨진 결정적 단서 한두 개만
찾아내면 되는 여타 추리게임과는 확실히 다르더라구요.
3. 난이도
이 게임에선 단서 대부분이 스토리를 알아내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다 보니,
정작 범인을 특정하는데 할당된 단서가 굉장히 적습니다. 심지어 하나뿐인
경우도 있어서, 범인이 누군지 크로스 체크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점은, 결정적 단서 하나를 발견하면 그동안 그냥 지나쳤던 수많은 단서들이
모두 범인을 가리키고 있음을 깨닫게 되는 여타 추리게임과 달랐습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이 게임의 난이도가 낮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범인을
특정할 단서가 (작가의 의도와 달리) 여러 가지 의미로 읽히게 되면
(크로스 체크가 안 되니) 사건은 미궁에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마치 정답인지 아닌지 딱 한 번만 확인할 수 있는 (방 탈출 시리즈)
이스케이프 덱이 난이도를 높여서 성공한 예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나 할까요?
이런 관점에서, 시즌 1은 사건 3까지, 시즌 2는 사건 6까지는 아주 재밌으면서도
개연성이 좋아 입문용으로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이후 사건들은
선을 씨게 넘었다고 생각해 좀 풀다가 관뒀습니다. 작가가
“어디 맞힐 테면 맞혀 봐!”
라고 말하는 것만 같아서, 난이도 높은 추리 문제에 도전해 보고 싶은 분에게만
추천 드립니다.
4. 결론
원래 초등 2학년인 딸아이와 플레이하려고 구매했는데, 적어도 초등 저학년을
위한 게임은 아니다 싶었습니다. 일단 내용상으로 너무 무리인 게,
아이가 용의자 세 사람 중 피해자와 가족인 두 명을 배제하고 난
나머지 한 명을 범인으로 지목하며
“가족끼리 죽일 리는 없잖아.”
라는데,
“가족끼리도 서로 죽일 수 있어.”
라고 말할 수는 없더라구요; 게다가 알고 있어야 하는 상식도 많아서,
애초에 성인을 위한 게임이 아닌가 싶네요.
조금 색다른 추리게임 혹은 입문용 추리게임을 찾으시는 분에게 추천드리며,
두 권 중에 한 권만 해 보시려면 시즌 2를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관찰력을 많이 요구하는 게임이라 두 명 이상이 함께 플레이하시길
권해 드립니다.
- 모든 사진은 시즌 2의 텀블벅 펀딩 페이지에서 가져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