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511. 전주 별보게 모임 워게임 후기 [Barbarian at the Gates, Tenkatoitsu, This War Without an En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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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6 20:58

전주에서는 매주 전쟁/유로/전략 게임을 진행하는 '별이 보이는 보드게임' 모임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번 5월 11일에는 최근에 구매한 여러 워게임 테플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참여자: 곰나루, 이우호

Barbarian at the Gates는 워게임 대부 화이트님의 강력 추천으로 구매했던 게임입니다. 상당히 독특한 구조로 되어 있는데, 한 플레이어가 로마 황제를 맡고 다른 한 플레이어가 로마 찬탈자 및 야만족을 맡아 게임을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찬탈자가 황제와의 경쟁에서 승리하여 로마의 황제로 등극할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찬탈자 세력이 황제 플레이어의 소유권으로 바뀝니다. 이렇게 되면 로마 황제를 맡은 플레이어가 찬탈자 세력을 이끌게 되는 특이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게임은 짜임새도 상당합니다. 로마 황제와 연대하는 야만족이 있을 수 있고, 적대하는 야만족이 있을 수 있으며, 그에 따라 규칙이 미세하게 변합니다. 아무래도 로마 황제와 연대하는 야만족들은 비교적 약하게 그려지며, 로마 황제에게 협력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몇가지 제약 조건이 있다보니 로마 황제를 방해하는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약간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지만, 카드에 의해서 특정 장군과 그 장군이 이끌고 있는 군대가 찬탈자가 되는 등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양상으로 전개됩니다.

초기 턴만 진행하여 확실하게 모든 맛을 보지는 못했지만, 화이트님이 괜히 추천하신 작품이 아니었고, Compass Games 치고는 품질도 좋아서 상당히 즐거운 경험을 했습니다. 같이 게임을 즐긴 이우호님도 상당히 구도가 재밌고 카드에 따라서 급변하는 양상이 매우 흥미로웠다며 극찬을 했습니다.

다음 게임으로는 Tenkatoitsu를 진행했습니다. 이 게임은 수 년 전에 제가 번역했던 게임으로, 일본 배경의 게임에 프랑스어 원작인 것을 영어로 번역된 것을 국문으로 중역하다보니 엄청나게 고생했던 게임입니다. 가령 '돌격'을 일반적인 게임처럼 'Assault' 등의 단어로 번역하는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테마를 살려보겠다고 'Totsugeki(도츠게키 = 돌격)'로 적어 놓는다던가... 일본어를 할 줄 모르는 입장에서는 너무 황당했고(...) 프랑스어인 원작을 퍼블리셔 Hexasim에서 직접 영어로 번역했는데, 아무래도 모국어가 아니라서 그런지 그다지 매끄러운 느낌이 들지 않아 쉽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번역을 완수하고도 정말 질려버려서 수 년을 묵혀두고 있다가 이제야 해보게 되었습니다.

세 가지 시나리오는 각각 야마자키 전투, 나가쿠테 전투, 세키가하라 전투로 구분되어 있는데, 잔룰이 가장 적어 입문/테플하기 좋은 나가쿠테 전투를 선택했습니다.

먼저 나가쿠테 전투를 살펴보면, 아케치 미츠히데가 오다 노부나가와 그의 아들 오다 노부타다를 죽인 혼노지의 변이 발단이 되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하시바(훗날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주코쿠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었던 모리 가문과 비밀리에 화친을 맺고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회군하여 야마자키에서 미츠히데의 군대를 쳐부수고 상당한 입지를 다졌습니다. 이후 히데요시는 노부나가의 후계자를 선정하는 키요스 회의에서 노부타다(장남)의 3살짜리 아들 산보시를 지지하였고, 이에 오다 가문의 중신 시바타 카츠이에가 오다 노부타카(셋째)를 지지했으나 비밀 협약을 통해 본래 카츠이에를 지지했던 니와 나가히데의 지지를 자신에게 돌리면서 히데요시의 승리로 회의는 종료되었습니다.

결국 카츠이에는 히데요시에 대항하여 군대를 일으켰으나 시즈가타케 전투에서 패배하여 진압되었고, 히데요시의 창끝은 도쿠가와 이에야스로 향했습니다. 당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노부나가 사후 오다 가문이 점령했던 과거 다케다 가문의 영지를 잠식하며 오다 노부카츠(둘째)와 연합하여 히데요시를 견제하고 있었습니다. 노부카츠가 히데요시에 대항하여 군대를 일으키고, 이에야스와 강화를 체결하자 히데요시는 크게 분노하여 군대를 이끌고 이에야스의 영지를 향해 진격했고, 그 두 세력이 격돌한 전투가 바로 '코마키 나가쿠테 전투'입니다. 그 중에서 이 시나리오는 나가쿠테 전투만 다루고 있습니다.

파란색은 도쿠가와 진영이며, 청록색은 하시바 진영입니다. 위의 지도를 보시면, 전장 서쪽의 상황인데 상당 수의 하시바군이 포진해 있고 도쿠가와군은 수가 적으며, 남북으로 흩어져 있습니다.

전장 중앙에서는 도쿠가와군은 아직 보이지 않으며, 하시바군이 포진해 있습니다. 다만, 북쪽에서 도쿠가와의 지원군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중앙의 하시바군이 함부로 동쪽이나 서쪽을 지원해주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동쪽은 도쿠가와군의 니와 우지시게 홀로 이와사키 성을 지키고 있고, 그 앞에는 하시바군의 총사령관 이케다 츠네오키가 진격해오고 있습니다. 도쿠가와군에게는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순간입니다.

전투는 주로 서쪽에서 벌어졌습니다. 도쿠가와군의 사키카바라 야스마사와 오스가 야스타카의 부대가 저돌적으로 진격하여 하시바군의 진영을 흩어놓았고, 하시바군은 큰 피해를 입으며 다급하게 강을 도하하여 방어선을 구축하고자 했습니다. 도쿠가와군은 빠른 속도로 하시바군을 추격하며 그들을 위협하였는데, 하시바군은 병력이 많아 퇴로에서 병목 현상을 일으키며 퇴각이 지연되는 불상사에 처했습니다.

조금 더 진행했다면 훨씬 흥미진진한 상황이 많이 벌어졌을 것 같지만, 테플인 관계로 대략 1턴만 진행했습니다. 한글화만 잘 완비하면 생각보다 쉽게 즐길 수 있는 전국시대 배경의 수작 전술 게임이구나 생각했습니다. 이우호님은 도쿠가와군이 이렇게 강할 줄은 몰랐다면서 저돌적인 진격에 놀랐지만, 하시바군이 강을 도하하여 전선을 다시 구축하고 도쿠가와군에게 소모전을 강요했다면 어땠을지 매우 기대가 된다며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영국 내전(크롬웰의 공화파로 유명한)을 배경으로 한 This War Without an Enemy를 잠깐 살펴보고 해산했습니다. 아직 제대로 플레이해보진 못했지만, 이 게임도 블록 게임 중에서는 상당히 괜찮은 시스템으로 보이고, 아무래도 잘 짜여진 카드와 테마에 몰입할 수 있는 다양한 역사적 상황을 잘 그려낸 것 같아 많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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