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미있게 플레이한 게임들 몰아쓰는 후기입니다
대충 휴대폰에 앨범 보다가 생각나는대로 꺼내나보니 순서는 즐긴 순서와는 무관합니다
1. 크립티드
별바가 역사속으로 사라지며 한글판이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아 11마존으로 구매했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별바가 뜬금없이 생존신고를 하길래 좀만 더 참을걸... 이라며 후회한 뒤 어언 1년이 지나 그 사이 수없이 플레이하게 되며 의문의 1승을 하게 된 게임, 크립티드입니다.
소거법 추리 게임으로의 장점은 비주얼이 이쁘다는 것, 딱히 메모나 일일히 외우거나 체크할 필요 없이 직관적으로, 시각적으로 게임 보드에서 추리가 가능하다는 점이겠죠.
규칙도 매우 간단해서 보린이, 추리를 좋아하는 일반인에게도 충분히 소화 가능한 것도 장점입니다.
단점이라면 룰마를 하는 플레이어(아마도 게임의 주인)은 여러 파티를 거치며 반복 숙달되다보니 실력의 차이가 발생하다보니 본의아니게 뉴비 절단기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인원수가 적을 수록 추리가 쉽다보니 두 턴 만에 찍어서 정답을 맞추기도 하는 등 숙련자와 초심자의 실력 차이가 발생하는 점이 아쉽습니다.
5인플을 가득 채우면 좀 더 어려워지기 때문에
실력 차이는 조금 줄어들긴 합니다.
2. 다윈의 여정
현재 가장 핫한 유로게임, 다윈의 여정입니다.
우베 로젠버그의 오딘을 위하여, 알렉산더 피스터의
마라카이보처럼 시모네 작가의 종합 선물세트와도같은 포지션입니다.
뭐 그렇다고 아그리콜라가 오딘의 하위호환,
그웨트가 마라카이보의 하위호환이 아닌 것 처럼
다윈의 여정도 다른 시모네 게임의
상위호환은 아니지만요.
규칙서를 보면서, 플레이를 하면서
아, 이 부분은 로렌초같네~ 이 부분은 뉴턴같고~
이 부분은 버라지의 느낌도 나는군, 하는 지점이 꽤 있습니다만 앞에 언급한 게임들과는 또 다른 맛의 재미가 있습니다.
3인플로 했는데 4인플보다 오히려 빡빡할 수도 있다고 느낀게 3인플 기준으로는 책을 기준으로 누군가가(본인포함) 이미 일꾼을 놓았다면 그 다음으로 같은 책 액션칸에 들어오는 플레이어부터는 2 주화를 내야하는데,
4인플은 책마다 가운데에 책갈피를 넣어서 페이지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3인플이라면 4구역인 것이 4인플에선 7구역으로 두배 가까이 늘어나는지라 일꾼 칸 들어갈 때 돈 내는 부담이 조금 줄어들 것 같네요.
좋은 리뷰가 워낙 많고 이 게임에서 느낀 재미를 글로 풀자니 필력이 부족하여 제가 즐긴 시모네 게임들을 기준으로 평가를 내리자면,
버라지(9.0) > 다윈의여정(8.5) > 위대한 로렌초(8.0)=촐킨(8.0) > 그오호=마폴(7.5) > 뉴턴=골렘(7.0)
으로 시모네류 2티어 정도가 될 것 같네요. 불의 땅 확장을 넣으면 더욱 갓겜이 된다는데, 버라지와 함께 1티어가 될지 기대되는군요.
3. 밀레 피오리
11마존에서 우주패스를 구독하는 사람들에겐 저주가 내려집니다. 매월 우주패스 쿠폰으로 뭔가를 지르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저주요.
그래서 지난 달 쿠폰이 만료되기 얼마 전, 빨리 뭐라도 사야지 손해(?)를 안보겠다는 생각에 찾아보다가 지르게 된 밀레 피오리입니다.
사실 처음엔 패키지 디자인만 보고는 저언~혀 땡기지 않았는데, 여러 사람들의 후기를 보고 왠지 갓겜의 냄새가 나서 구매를 결정하게 되었고 결론적으로 상당히 재밌게 했습니다.
일단 크니지아 선생님의 게임답게 테마는 거들뿐이구요.
크게 다섯 가지의 점수 획득 방식을 통한 포인트 샐러드 게임인데, 그런데 이제 인터랙션을 곁들인... 그런 재미가 있습니다.
어떤 구역이든간에 한 사람이 독점하게되면 점수를 크게 획득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중간중간 견제하기 좋은 구간을 만들어놓아서 견제도 하고 본인의 이득도 챙길 수 있도록 설계를 잘 해놨더라구요.
다만 룰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위에 얘기했던 견제에 대한 이해도라던가 성향이 있는 플레이어들끼리 해야 더욱 치열하고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원재료 구간에서 빨간 플레이어(저)를 아무도 견제하지 않아 꽤나 큰 점수를 뽑아냈고 결국 1등을 했기 때문에 룰마는 1등 안하는게 국룰 아니냐라는 원망을 들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4. 빅보스
요즘 핫한 게임(을 호소하는) 빅 보스입니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11마존에서 쿠폰을 쓰려고 샀구요. 사고 나서 얼마 안있다가 세일을 해버려서 쿠폰 쓴 가격보다 싸게 살 수 있던건 비밀이구요.
한글 룰북도 제작하고, 국내 기업 리테마 자료도 만들고 개봉기까지 올리면서 '이래도 안사? 나만 한글판의 제물이 될 순 없지!(왠지 제가 사면 한글판이 나오더군요)'
라는 마음을 가지게 된 이 게임은 어떤 점에서 게임을 해보지도 않고 제가 설레발을 치게 만들었을까요.
일단 어콰이어라는 게임을 제법 재밌게 했었고, 그런데 그 게임이 구하기가 엄청 어렵고, 그만큼 더욱 가지고 싶었는데, 레니게이드에서 신판이 나온다는 소식에 매우 기뻤더랬죠.
아무튼 어콰이어에 대한 인식은 그랬는데 11마존에서 빅 보스를 발견하고 긱에서 정보를 찾아보니
'어콰이어를 기반으로 한 볼프강 크라머의 게임, 그런데 이제 이 게임도 수십년간 절판되어 환상종이 되어버린'
라는 두근두근 거릴 수 밖에 없는 스토리텔링을 알게 되고 정신이 들고 보니 저는 개봉기도 올리고 한글화 자료도 만들고... 그렇게 되어버린 것이었습니다.
뭐 그래서 중요한건 게임은 어땠냐 라는 것인데,
다행히 재밌었습니다. 어콰이어를 대체할 수 있냐, 라고 물어본다면 그건 아니지만 또 다른 재미를 주긴 합니다.
어콰이어가 무작위성과 플레이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의 비율이 6:4의 느낌이라면 빅 보스는 5:5의 느낌? 여기서 좀 더 무작위성을 줄인 신판의 규칙으로 한다면 4:6까지도 바뀌는 것 같습니다만 두 규칙으로 다 즐겨본 결과 구판 규칙이 더 재미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게임에서는 예측 불가한 영역에서 재미가 빵 터지기도 하는데, 신판 규칙으로 했을 때에는 요즘게임처럼 정돈된 느낌을 주지만 되려 심심해지는 것 같더라구요.
5인플로 신판 규칙, 6인플로 구판 규칙으로 두 번 플레이했는데 장고하는 사람만 없다면 다운타임이 크지 않아 많은 인원이 플레이하기 좋은 입문 전략급 게임이라는 점에서 꽤 오래 소장할 것 같은 게임입니다.
5. 롤링 하이츠
후기를 쓰다보니 11마존 게임들이 많군요. 이 게임도 11마존의 저주로 구매하게 되었는데, 플레이 해보니 언젠가 한글판이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들 정도로 마음에 드는 게임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나만 한글판의 제물이 될 순 없지' 라는 마인드로 이 게임도 직접 한글화 자료를 만들었으니 한글판의 제물이 두렵지 않으신 분들은 도전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일단 제 사진에서도 그렇고, 많은 후기들을 봐도 가장 돋보이는 것은 단연 비주얼.
사실 컴포넌트를 하나하나 뜯어보면 꽂기 용이하게 요철이 있는 여러 색의 큐브와 여러 색의 플라스틱 미플들이라 구성물만 봤을 땐 이쁜 게임이라는 생각이 잘 안드는데 게임이 끝나고 완성된 도시의 모습을 보면 그 어떤 시티빌딩류 게임들보다 가장 그럴싸한 모습이 되는 점이 아주 매력적입니다.
주사위도 굴리고(큐비토스, 레디셋벳, 스페이스 베이스) 함선에서 큐브도 굴리고(데드 레코닝) 암튼 일단 굴리고 보는 걸 좋아하는 존 디 클레어 작가님이 이번엔 미플을 굴립니다.
미플을 굴려서 굴린 미플마다 자원을 얻는데 설렁설렁 일하면(옆으로 서면) 자원 하나를, 열심히 일하면(똑바로 서면) 자원 두개를 주는 식으로 일꾼의 포지션에 따라 자원을 얻어서 얻은 자원으로 건물 짓고, 건물 지어서 얻은 보너스로 고오급 일꾼을 얻어 또 굴리고...
운빨 요소의 보정을 위해 내가 굴리는 총 일꾼의 절반이 일할 때까지는 얼마든지 재굴림이 가능하고 절반 이상이 일한 뒤 부터는 푸시유어럭으로 적절한 타이밍에 스톱 하거나 다시 굴린 일꾼들이 모두 누워서 파업을 할 때까지 다시 굴릴 수 있는 쫄깃함도 있습니다. 파업을 하게되면 일하는 일꾼들의 절반이 파업에 동참하기 때문에 신중히 굴려야 하죠.
규칙은 단순하지만 미플 굴리는 맛이 꽤 괜찮고 깊이가 있진 않지만 묘하게 재밌더라구요.
단점이라면 플레이타임이 제법 깁니다. 평균적으로 3인플 기준 2~3시간이 걸리는데, 이걸 해소하려면 어떤 플레이어가 턴을 마무리할 때 쯤 미플들을 미리 굴리는 방법도 있습니다만 이런 경우 각자 게임하는 느낌이 강해지기 때문에 성향에 따라 플레이하시면 될 듯합니다.
6. 트릭케리언 빅박스
최근 돌아간 게임중 웨이트가 가장 높았고, 플레이 타임도 가장 길었으며, 플레이한 멤버들의 피로도도 가장 높았던 게임입니다.
유독 장고를 길게 하는 멤버가 있어서 그 멤버가 끼게 되면 플레이타임을 1.5배를 잡아야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룰 설명 포함 5시간이나 걸렸기에 더욱 힘들었었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은 매우 재밌었습니다.
규칙의 양이 좀 있어서 그렇지 공연 파트를 제외하면 규칙 자체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구요.
일꾼을 어디에 보낼지 미리 계획하고 들어가는 순서에 따라 액션 칸의 효율도 달라지기에 여기서 오는 눈치싸움과 계획한 것을 또 어떤 순서로 하느냐 때문에 장고를 유발하게 됩니다.
공연파트는 첫플때는 룰마가 계속 체크해줘야 될 정도로 조금 복잡하긴 합니다만 협력과 경쟁에서 줄타기를 하는 묘한 인터랙션이 꽤 재미있었구요.
공연에 쓰는 트릭끼리 잘 조합해야하는 퍼즐 요소도 좀 뜬금 없지만 재미있습니다. 16점, 36점에 도달했을 때 상위 마술이 해금되는 요소도 제법 성취감을 줍니다.
단점이라면 개인보드가 버라지 급으로 커서 4인플을 하려면 꽤나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점, 아까도 얘기했듯이 플레이 시간이 꽤 길다는 점이 있겠네요.
7. 워터딥의 군주들
D&D 관련 게임들은 한글판이 안 나올 것이다라는 암묵적인 룰(?)이 있었는데 최근에 언더다크의 폭군들이 한글판이 나오면서 덩달아 긴장중인 게임, 워터딥의 군주들을 최근에야 접했습니다.
그러고보니 이 게임도 11마존의 영향으로 사게 됐군요.
스컬포트 확장이 필수라는 말에 간만에 11마존 아닌 아마존으로 스컬포트와 용병 미플도 구했고 고퀄리티의 한글화 자료를 올려주신 푸르기님 덕분에 한글화도 열심히 해서 본의아니게 많은 애정을 쏟아버린 게임입니다.
이제는 연식이 좀 된 게임임에도 저는 꽤 재밌게 했지만, 아쉽게도 같이 한 멤버들이 직접적인 인터랙션(누구 한명을 지정해서 공격하는 등)을 싫어하다보니 다음 플레이는 또 언제 할 수 있을지 조금 걱정이 되긴 합니다.
어쨌든 10년이 넘게 보드게임긱 Top100위권을 지키고 있는 게임인만큼 재미는 보장되는 게임입니다. 스컬포트 확장을 끼지 않는다면 보린이들도 할 수 있을만큼 일꾼놓기 입문 게임 포지션이라 생각되고, 확장을 끼면 게이머들도 충분이 재밌게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워낙 리뷰도 많고 검증된 게임이니 더 이상 할 말이 없군요.
8. 어-쓰
윙스팬 게 섯거라! 입문 전략 엔진빌딩은 앞으로 어-쓰가 책임진다! 라는 당찬 캐치프라이즈를 가진(그런 적 없음) 게임입니다.
일단 보시다시피 이 게임의 비주얼은 귀여운 캐노피 미플이 책임지고 있습니다. TMI로 슬리브가 안씌워져 있는 점은 택배가 온 당일 급하게 하다보니 그랬었고 지금은 팝콘에듀 블랙라벨로 잘 씌워주었으니 불편하신 분들은 불편함을 거둬주시기 바랍니다.
어스는 신기하게도 게임에 대한 인상을 떠올리면 저에겐 단점이 먼저 떠오르는데도 결론은 재밌다라는 인상이 남는 묘한 게임입니다.
이 게임만의 독특한 메커니즘이 있지도 않고, 하다보면 약간 번잡스럽게도 느껴지고, 인터랙션도 좀 약한 것 같고, 카드의 액션 컬러와 개인판의 액션 컬러의 차이가 있어 얼핏 보면 헷갈릴 수도 있는 아트워크적인 단점도 있습니다만...
그냥 재밌습니다. 갓겜까진 아니지만 언제든 플레이하고픈 재미를 주는 게임이에요. 체급이 좀 더 높은 테포마와 체급이 좀 더 낮은 윙스팬의 사이를 잘 비집고 들어온 적절한 포지션의 게임이라 테포마 하기엔 좀 피곤하고 윙스팬 하자니 가볍게 할 분위기가 아니고(?) 이런 내 마음을 나도 모르겠다 싶을 때 꺼내기 좋은 것 같습니다.
이 외에도 즐겼지만 사진은 없어서 몇몇 게임은 짧게 소감만 남기겠습니다.
9. 윙스팬: 아시아
와이프가 새덕후라 정말 좋아하는 윙스팬을 아시아의 듀오 모드로 즐겼는데, 앞으로 2인플은 무조건 아시아로 해도 될 것 같네요. 작은 변주로 2인플이 더욱 훌륭해졌습니다.
10. 클랭크: 카타콤
11마존의 희생양, 한글판의 제물이 될지도 모르는 카타콤입니다만 멋지게 한글화를 해주신 FROOM님 덕분에 한글판 부럽지 않게 즐기고 있습니다.
다음 맵엔 무엇이 나올까 두근두근하는 맛 덕분에 던전을 탐험하는 느낌이 더욱 배가되어 클랭크의 완성형 버전이다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기존 클랭크의 단점을 잡았습니다.
누구랑 같이 해야하나, 고민하다 아직도 시작을 못한 클랭크레거시도 빨리 하고 싶네요
11. 언더다크의 폭군들
덱빌딩+영향력 게임이지만 사실 이 게임은 덱빌딩+영향력 게임이더라구요. 덱빌딩을 하는 것도 재밌었지만 보드 위에서 아웅다웅 하는게 제일 재미있는 부분인 것 같네요. 물론 그 둘을 잘 융화시켰기 때문에 더 재미있게 느껴졌지 않았나 싶군요.
12. 고고시티
콘에서 충동구매했던 게임인데, 의외로 물건이었습니다. 정말 간단한 룰과 플레이 타임에 이 정도 재미와 고민거리를 안겨주다니. 아트워크가 좀 성의없어 보이긴 한데 보다보면 이것이 일본감성?스럽기도 하고 귀엽게 보이기도 합니다.
13. 크로키놀
글 작성을 누르고 나니 갑자기 떠올라 후기에 추가하게 된 게임, 크로키놀입니다. 이게 뭔데 알까기 주제에 긱 100위 안에 있는거야? 라는 의심 반 경외심 반으로 구매했고,우리집 놀러오는 사람들마다 한번씩 시켜줬는데 이거 남녀노소 일반인 보드게이머 무조건 성공합니다.
물론 게임 꺼낼 때 '뭐야, 밥상이야?' '원터치 텐트 아냐?' 라는 반응은 버텨내셔야 합니다.
약 3~4달치 플레이했던 게임 중 기억에 남고 재밌었던 게임들 위주로만 썼는데, 생각보다 글이 길어졌네요.
제 후기가 여러분 지갑의 안전을 지켜드리지 못하길 바라면서...
그럼, 긴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