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돈을 아껴드립니다 리뷰시리즈 2: 어떤 추리게임
오늘 소개해 드릴 게임은 머더 미스터리 파티 케이스 파일: 애들러슈타인의 화재 입니다. 제목이 길어요
게임박스 뒤쪽을 보면 뭔가 실제 수사자료를 보여주는 듯한 사진이 있습니다.
굉장히 현실적인 게임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그 생각은 어느정도 맞아 떨어지며,
이 점은 게임으로서의 장점이자 단점이 됩니다.
추리 게임을 하다보면 (특히 방탈출 형식과 결합된 추리게임이라면 더더욱)
내가 왜 이 문제를 풀고 있지? 그냥 가서 조사하면 되는 거 아닌가?
이게 과연 현실성이 있는 수사방법인거야?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경찰이 조사하면 바로 나올 만한 내용을 무슨 수수께끼나 풀면서 알아내고 있으니까요.
정말 현실적이고 실제 상황을 담은 추리 게임은 없을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이 게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리뷰에서도 정말 조사관이 된 것 같다, 실감이 난다, 현실적이다, 라는 평이 보입니다.
이런 현실성이 게임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요?
박스를 열면 이렇게 수사 파일안에 모든 자료가 들어 있습니다.
이 게임은 누구한테 뭘 물어봐서 정보를 얻고 어딜 찾아가고 하는 과정은 다 생략되어 있습니다.
누명을 쓴 기자가 잡혀가면서 그동안 자기가 모은 자료를 우리에게 보내며 수사를 부탁하는 스토리여서 필요한 모든 정보는 이미 주어집니다.
주어진 정보를 이용해서 누가 범인인지, 더 정확하게는 누가 범행이 불가능한지를 밝히는 작업이 주입니다.
꽤 세심하게 구성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자료의 디테일들이 살아 있습니다.
저 편지봉투는 제가 접은 것이 아니고 저렇게 접힌 자국이 있는채로 들어 있습니다.
자동차 등록 정보와 누군가 주유소에서 뭔가를 하는 모습, 자동차 번호판이 보이네요.
누군가 비행기표 예약을 했는데 한명은 취소했네요.
한명만 목적지로 향했나 봅니다.
이웃집이 주는 불편에 대한 항의서라던가, 해고에 대한 해명요청서, 사소한 분쟁에 대한 판결문 등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용의자의 원한관계 등을 파악할 수 있겠죠.
신문도 정말 신문처럼 잘 꾸며놨습니다. 이중에 꼭 봐야할 정보는 친절하게 표시를 해 주었네요.
게임이 제공하는 편의성이기도 하지만 누명 쓴 기자가 이렇게 조사활동을 한 것이므로 개연성도 확보하네요.
이 게임의 모~~~든 (혹은 대부분의) 활동은 주어진 자료를 통한 알리바이 파악입니다.
속임수라던가 트릭, 혹은 머리를 열심히 굴려서 기발한 풀이를 해야하는 순간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대부분 두세개의 자료를 조합하면 사건 발생시간에 누가 사건현장에 못 오는 상황이었는지 알 수가 있습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요즘 시대에는 이게 당연한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조사하면 다 나와~ 라는 말이 있듯이 말이죠.
그래서 정말로 현장수사는 이렇게 진행될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 모든 자료를 찾아내는 수고는 생략이 되었지만요.
재미가 없었느냐, 라고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게임의 흐름? 본질? 을 처음에 잘 파악하지 못해서 힌트를 많이 보는 바람에 김이 샜지만,
시리즈의 다음 게임을 하면 더 재미있게 빠져서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사소한 디테일들이 재미있고 좋았습니다.
옆집 개가 시끄럽게 울어서 조용히 시키라고 했는데 개주인이 무시하더라,
내가 20년이나 당신을 위해 일했는데 이유도 없이 해고하다니,
오늘은 아니다 다음주에 꼭 같이 가겠다 이번것은 취소해라,
이런 내용을 읽고 있으면 뭔가 소소한 분쟁이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드라마를 상상하게 됩니다.
추천하느냐, 라고 하면 역시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게임에서 기대하는 게임적인 재미는 그렇게 높지 않다라는 생각이 드네요.
방탈출 류의 머리쓰는 기믹을 기대하신다면 이 게임은 그 부분이 약합니다.
건조하게 증거 기반으로 사실 관계를 따져서 현실적으로 수사하는 기분을 느껴보고 싶으시다면,
아주 추천합니다. 그 목적으로는 이 게임이 아주 적합합니다.
(물론 게임적인 부분이 아예 없지는 않습니다. 굳이 암호풀이가 들어갈 만한 부분이 아닌데 들어가 있더라고요.)
혹시 이 게임을 접하게 되신다면,
그런데 당신이 원하는 그런 스타일의 게임이 아니라면,
제가 돈 아껴드린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