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 플레이어가 본 다윈의 여정 리뷰
다윈의 여정, 솔플 리뷰입니다.
솔플 위주의 게임으로써 다윈의 여정이 어떤 게임인지, 얼마나 솔플로 할만한 게임인지를 다뤄봅니다.
사정상 솔플 위주로만 게임을 하시거나, 솔플 그 자체를 즐기시는 동지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하면서 써봅니다.
1. 게임의 간략 소개
다윈의 여정은 다윈의 발자취를 따라 배를 몰며 갈라파고스 군도를 조사하고, 새로이 찾은 동식물 샘플을 학계에 보고해 박물관에 등록하고, 편지를 써서 협회에 로비(!)를 하는 내용을 담은 게임입니다...만, 테마는 어디까지나 거들뿐, 결국은 승점외엔 눈에 보이는게 없는 전형적인 유로 게임입니다.
승점 먹는 방법은 곳곳에 퍼져있는 포인트 샐러드 방식인데요, 그래도 크게는 승점 루트가 파트별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1) 배 몰면서 받는 점수
2) 섬을 탐험하면서 받는 점수
3) 동식물 샘플을 조사하고 학계에 보고하면서 받는 진화 이론 트랙 점수
4) 라운드별 목표 타일에 따른 점수
5) 일꾼 인장을 끝까지 채워넣음에 따라 받는 점수
6) 개인판 목표칸을 채워넣는데 따른 점수
엄청 뭐가 많아보이지만 주로 점수 루트는 2, 3, 4, 5번의 비중이 큰 편입니다. 플레이어들은 이 점수 루트 중에서 몇 가지를 집중해서 올리거나 고루고루 올리는 방식으로 점수를 얻습니다.
게임의 느낌은, 뭐랄까... 좀 더 복잡해진 영리한 여우와도 비슷한 느낌입니다.
그렇다고 재미가 똑같다는 말은 아니구요, 플레이어마다 주어진 행동을 함에 있어서 이 행동을 통해 다른 트랙을 올리고, 그 다른 트랙에서 또 다른 트랙을 올리는 콤보 연계 뽕맛이 잘 살아있는 게임입니다.
영리한 여우에서 가끔씩 주사위 하나로 트랙 3, 4개씩 채워나가는 그 순간의 짜릿함 있죠? 다윈의 여정에서도 그러한 짜릿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그걸 위해서는 준비해야하는게 좀 더 많긴 하지만요.
공용보드가 복잡해 보이긴 하지만 대애충 알고나면 크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아, 하지만 왼쪽 밑의 특수 행동 아이콘들은 룰북을 참조해야 될 때가 많습니다.
그러면 다윈의 여정은 다른 유로 게임들과 어떤점에서 다를까요?
1) 인장을 통해 표현한 일꾼 업그레이드
게임을 진행해나가면서 플레이어들은 인장을 얻어 일꾼 칸에 배치해서 일꾼 능력을 높입니다.
인장이 늘어남에 따라 더 높은 효율을 지닌 행동칸도 갈 수 있고, 특수한 행동도 할 수 있으며, 어느 수준 이상 인장을 모으면 행동할 때 마다 추가 보너스도 얻습니다.
사실 저는 일꾼 업그레이드라는 개념 때문에 엄청 기대를 했었는데요, 기대보다는 일꾼 업그레이드가 가져다주는 참신한 재미는 좀 덜했습니다.
정확하게 표현은 못하겠지만... 마르코폴로 개인 능력처럼 좀 더 게임을 찢는 그런 업그레이드를 기대했었는데, 좀 더 조신한? 느낌으로 업그레이드가 이뤄지더라구요ㅋㅋ
그렇다고 불호는 아닙니다. 분명히 재미있는 요소가 많고 업그레이드하면서 얻는 쾌감도 충분히 있습니다. 다만 제 기대가 좀 더 많이x2 컸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엔 휑하지만 인장을 채워넣음에 따라 점점 일꾼이 업그레이드가 됩니다. 점수도 얻고 엔진도 얻고
2) 영리한 여우 방식의 트랙 진행 콤보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트랙의 연쇄 효과로 한 가지 행동으로 이것도 하고, 저게 발동해서 다음 것도 하고, 그러다보니 돈도 얻네? 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행동을 하는 것과 미리 생각하고 탐색을 하는 것 사이의 격차가 꽤 큰 편입니다. 특히 초반에는 일꾼의 인장들이 적기 때문에 갈 수 있는 행동칸에 한계가 있어 일꾼들을 어느 순서로 보내야하는지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야합니다.
게임의 핵심 재미가 포진된 부분입니다. 잘 맞춰서 터트리면 행동 한 번으로 짜릿한 콤보를 터트릴 수 있습니다. 물론 돈도 빡빡하고, 여건을 맞추기도 생각보다 쉽지 않아 매번 콤보가 터지는 건 아니지만, 한번 터지면 그 희열이 엄청나죠.
이런 요소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더 볼 필요 없이 무조건 구매각입니다. 진짜 재미있어요ㅋㅋ
좀 크고 복잡해서 금방 눈에 들어오진 않지만 온갖 콤보의 가능성을 두고 있는 탐색 지도입니다. 들리는가 뽕맛의 소리가.
3) 상당한 수준의 인터랙션
다윈의 여정은 선점의 방식으로 인터랙션이 발생하는데요, 이게 꽤 적지 않습니다. 같은 구역에 이미 일꾼이 놓여져 있으면 추가 비용을 내야 그 칸의 행동을 수행할 수 있는 것도 있고, 업그레이드된 행동 칸이나 특수 행동칸에는 누가 이미 들어가버리면 다시 못 들어가는 곳도 있습니다.
지도에서도 남의 탐험가가 올라간 칸은 제가 못 올라가고 지나쳐야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표본칸에서 알박기를 하고 있거나하면 꽤 골 아파지는 경우가 생깁니다. 표본 등록도 먼저 하는 사람만 보너스를 얻을 수 있구요.
거기에 더해 약간의 미니게임 형식으로 영향력 싸움 요소도 있어서, 다른 플레이어들의 행동에 대해 어느 정도는 계속 주시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행동들이 작정하고 남을 엿먹이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 걸 하다보니 서로 부딪치는 부분이 생기는 느낌에 가까워서 서로 기분이 나쁘거나 할 요소는 크지 않습니다.
최근에 나오는 게임들이 인터랙션을 상당 부분 덜어내서 아쉬우셨다면, 다윈의 여정은 비의도적이긴 하지만 인터랙션이 상당히 빡빡하기 때문에 이런 점을 좋아하실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표본 선점 싸움이 꽤 치열합니다. 한 턴만 더 있었으면 돈도 받고 점수도 먹을 수 있었는데 상대방이 먼저 먹어버리면 눈물나죠.
2. 그러면 솔플은 어떨까?
다윈의 여정은 오토마 플레이어 방식으로 솔플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하이스코어링 갱신 방식이 아니라 오토마를 돌려야하다보니 이 부분에서 호불호가 꽤 나뉠 것 같긴 합니다.
몇 가지 제가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를 기준으로 솔플이 어떤지 평가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세팅 편의성
이 정도 웨이트의 게임에 이 정도 세팅이면 꽤 양호하다고 생각합니다. 목표 타일이나 행동 타일 등 타일 깔 것들은 꽤 되지만 그래도 크게 부담없는 수준입니다.
간혹 어떤 게임들은 할 마음이 가득하다가도 세팅할 생각하다 접어버리는 것들이 있지만 다윈의 여정은 약간의 의욕만 있다면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오토마 세팅 역시 별도의 추가 요소가 많은 건 아니고, 그냥 일반 플레이어 세팅 + 오토마 카드 덱 세팅 정도라 적당한 편입니다.
2) 오토마 복잡성
투르치 아저씨가 디자인한 오토마라서 좀 복잡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역시나 막 쉬운 오토마는 아니네요.
일꾼 배치 방식이 1. 카드 확인 -> 2. 상단부부터 수행가능여부 체크 -> 3. 일꾼 인장 체크 -> 4. 행동 가능한 칸 체크 -> 5. 특정 행동에 따라 선택지 우선도 체크 -> 행동 수행, 이런 방식이라 처음에는 따라가기도 어렵고 우선 순위 확인하는 것도 좀 까다롭습니다. 약간의 잔룰도 있구요.
하지만 한 두번 정도 룰북 확인하며 진행하다보면 크게 못 돌릴 오토마는 아닙니다. 다만 약간의 진입 장벽이 있다는 점은 확실합니다.
우선은 처음에 게임 룰부터 익힌 뒤에 좌뇌 우뇌플로 1, 2라운드 정도 돌려보고 어느 정도 감 잡았다 싶으시면 솔로 오토마 돌려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처음부터 오토마 돌리시려면 좀 막막하실 수 있어서 비추천합니다. 물론 이런 류 경험이 많으시다면 괜찮겠지만요.
오토마 룰 익히신 뒤에는 BGG에 레퍼런스 시트 참조하시면 훨씬 쾌적하게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 레퍼런스 시트 링크
특히 인장 놓는 순서나 오토마 행동 수행 요약이 잘 되어 있어 엄청 편합니다.
3) 오토마 다양성
플레이어 색깔에 따라 오토마가 총 4가지 난이도로 나뉘기 때문에 비교적 다양한 편입니다. 성향이라던가 이런 부분은 따로 구분되지는 않지만 난이도 분화는 꽤 괜찮은 것 같습니다.
개인판 뒤쪽이 오토마 개인판인데 어떤 색깔을 쓰느냐에 따라 난이도가 결정됩니다. 1, 2단계까진 이겨봤는데 3단계 오토마는 아직 못 이겨봤네요.
4) 리플성
다윈의 여정 자체가 목표 타일이나 게임 자체에서 지원하는 세팅 배리에이션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리플성도 덩달아 꽤 높습니다.
특히 라운드 목표 타일이 어떻게 깔리는지, 특수 행동칸 타일이 어떻게 깔리는지에 따라 게임의 전체적인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에 같은 게임이라도 사뭇 다가오는 느낌이 다릅니다. 이 부분도 상당히 마음에 드네요.
그러다보니 맨 처음 전체적인 보드의 상태를 보고, 승무원 카드 선택과 개인 목표 타일 선택 등을 확인하고 운용해나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확장이나 미니 확장 모듈들로 추가되는 부분들도 있어서 리플성은 차고 넘칠 것 같습니다.
확장까지 아직 다 해본게 아니라서 확장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만, 대형 확장인 Fireland Expansion은 시간 자원 개념이 들어가 어떻게 운용하는지에 따라 페널티가 될 수도, 어드밴티지가 될 수도 있다하니 기대중입니다.
게임 컴포의 디자인도 상당히 예쁘게 잘 빠졌습니다. 고무 인장들끼리 살짝 들러붙는 점만 제외하고는 디럭스 버전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싶네요.
다윈의 여정은 최근 나오는 유로 게임들 중에 모처럼 퍼즐성과 인터랙션 양쪽 모두를 고루 잘 잡은 게임이라 생각합니다.
그 때문에 솔로 플레이 역시 오토마를 상대로 꽤 쾌적하게 즐길 수 있도록 디자인이 잘 짜여 있습니다.
비록 오토마 운용에 처음에는 약간의 진입 장벽이 있지만, 익숙해지면 오토마 턴을 수행하고 금방 다시 자신의 턴에 집중할 수 있어 좋았네요.
개인적인 평점은 솔로 기준 9점입니다.
게임 자체의 재미로 보면 이전에 제가 9.5점 줬던 Legacy of Yu와 견주어도 손색 없는 재미이지만 아무래도 세팅이 Legacy of Yu보다는 조금 더 부담스럽다는 점 때문에 0.5점 차감했습니다.
아마 제 올해의 탑 5 게임에 포함되지 않을까 싶네요. 콤보 뽕맛과 그 환경을 위한 운용의 재미가 정말 끝내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