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 워게임 입문 모임 후기
6/10 3인 워게임 입문 모임 후기입니다!
https://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3405&tb=meet_calendar
해본 워게임 경험이라곤 황투, 제투가 전부였다 보니 그동안 관심은 많았지만 참가하기 부담스러웠는데
마침 예테보리님이 좋은 기회 마련해주신 덕분에 참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자리 마련해주시고 룰마까지 맡느라 고생하신 예테보리님, 디토님 감사드립니다 _ _
첫 게임은 승리와 비극의 태평양 판이라고 불리는 정복과 결과를 플레이했습니다.
제가 소련과 중국 공산당을 맡고 예테보리님이 추축국 일본, 디토님이 미국과 영국, 중국 국민당을 비롯한 연합국을 맡았습니다.
시작전 보드 세팅중인 모습입니다.
벌써부터 알록달록 비쥬얼에 기대감 뿜뿜
게임 초기 몇턴은 조용하게 흘러갔습니다.
사실 이때까지만해도 제가 룰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서 빨치산을 흩뿌렸어야 했는데 영향력을 놓느라 카드들을 좀 허비하게 됩니다.
미국은 공업력을 쌓고, 일본은 병력 큐브들을 보강하며 전쟁준비를 하게 됩니다.
드디어 시작된 일본의 중국 국민당을 향한 선전포고!
중일전쟁이 터짐과 동시에 베이징이 일본 수중에 넘어가고 칭따오와 쓰촨도 침략당합니다.
공산당은 중국 남부에서 야금야금 영토 빼먹는중..
하지만 생각보다 국민당의 저항이 거셌고, 이 틈을 탄 공산당의 만주국 빨치산 침투로 일본군의 시선을 끌어내는데 성공하여
일본군의 진군을 조금이나마 늦추게 되고 국민당의 전열을 가담는 시간을 벌게 됩니다.
좀처럼 칭따오 라인에서 뚫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전선이 고착화 되어가는 중일전쟁..
결국 일본의 선택은..!
미군을 향한 선전포고로 미일전쟁이 개막됩니다.
인도차이나 반도나 네덜란드령 식민지 등을 좀처럼 확보해놓지 못한 일본은 전시 상황으로 전환되면서
공업력이 후달려서 빠르게 전쟁을 끝내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반면 미국은 이 일본의 선제공격 라운드만 이겨내고 어떻게든 버티면 웃을 수 있는 그림이 나오는 상황..!
이때까지도 소련과 공산당은 아직도 판세를 못읽고 중국의 남은 군벌들이나 소탕하며 빨치산 게릴라 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뒤늦게라도 국민당의 뒤통수를 치거나 선전포고를 통해서 적극적으로 개입했어야 하는데.. ㅜㅜ
제가 뻘짓을 하는 바람에 이미 클대로 커버린 미국을 막지 못하고 결국 연합국의 승리로 게임이 접어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결국 미국이 승리를 목전에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소련이 마지막 발악을 쳐봅니다.
그거슨 바로 인도를 향한 백도어
한편 일본은 공세가 막히고 답이 없는 생산량 차이로 본토까지 위협당하는 상황에서 마지막 결단을 내립니다.
가용가능한 대부분의 병력을 끌어모은 마지막 한타..!!
비행기 수와 기술 우위를 가지고 가미카제까지 동원하며 미군을 저지해보려 하지만
압도적인 물량과 다이스갓의 배신으로 쓴맛을 맛보고 후퇴하게 됩니다.
이후도 몇번의 접전이 있었지만 끝끝내 미국의 봉쇄를 이겨내지 못한 일본과
국민당의 공세에 공산당이 점차 라인이 밀리며 무너지고
결국 1945년 마지막 라운드 미국이 승점 25점 이상을 챙기며 경제승리로 연합국이 이기게 됩니다.
마지막까지도 게임을 완전히 이해를 못한감이 있어서 이게 올바른 후기가 맞나 싶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재밌는 게임이였습니다.
한 후기에서 승리와 비극은 역사적인 이벤트 고증이 크게 없이 규칙과 게임의 지형만 가지고도
실제 역사를 재현해낸 부분이 훌륭하다는 평이 있었는데, 해보니 너무 공감되는 말이였네요.
중국 전선에서 일어나는 일본, 공산당, 국민당의 눈치싸움과 일본의 미국을 향한 선전포고 타이밍,
그리고 소련과 영국의 그레이트 게임을 연상케하는 아프간쪽 뒷길과 만주국 등등
왜 3인 베스트 웰메이드 게임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이 게임의 원판인 승리와 비극도 언젠가 꼭 해보고 싶다고 생각들게 되는 경험이였네요.
기세를 이어 바로 다음 게임으로 넘어갔습니다.
다음 게임은 유고내전을 그린 브라더후드&유니티 입니다.
이름만 들어봤지, 생소한 테마라 난해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게임이 직관적이고
세력마다 해야할 역할이 분명하게 나뉘어있어서 위의 정복과 결과처럼 비대칭적인 양상이 나오게 되는 게임인 것 같았습니다.
이번 게임도 역시 예테보리님이 처음부터 강세지만 갈수록 힘이 빠져서 초반부터 스노우볼을 굴려야하는 세르비아를 맡으셨고
제가 존버형 세력 보스니아를 디토님이 중립 스탠스를 취하(는척 하며 뒤통수를 노리)는 크로아티아를 플레이합니다.
처음엔 역시 강국 세르비아답게 쭉쭉 승점을 치고 나갑니다.
보스니아는 2라운드 동안 전투에 패널티를 받기 때문에 소극적으로 요새를 짓고,
크로아티아도 세르비아와 보스니아 사이에 끼어서 눈치보며 소극적인 확장을 펼쳐나갑니다.
하지만 조용했던 전반전도 그만, 후기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보스니아가 각성하고 사라예보에 총공세를 퍼붓기 시작합니다.
주요거점들은 모두 장악당한 상태로 사라예보에 있던 절반의 세르비아군이 포위 섬멸당하고 맙니다.
보스니아군은 이 기세를 타고 쭉쭉 동쪽으로 뻗어나가고,
크로아티아 또한 세르비아가 보스니아의 진군에 정신팔려있는 사이에 서쪽으로 서서히 확장해나가기 시작합니다.
세르비아 입장에선 더이상 동쪽을 내주다간 남은 사라예보 병력 또한 보급이 끊기고 지역 승점을 많이 내줘야 하는 상황..!
더이상 빼앗길 순 없었던 세르비아였기에 공세를 퍼붓는 보스니아와
그 병력들을 싸먹으려는 세르비아의 후기 두턴간의 치열한 혈전이 벌어지게 됩니다.
한편 두 세력이 치고박는걸 보고있던 크로아티아
어부지리로 이 틈을 타 신나게 확장을 하기 시작합니다.
맵 절반을 가로지르는 파랑의 물결..
세르비아와 보스니아의 점수를 합쳐도 크로아티아를 못넘는 상황까지 오고야 맙니다.
뒤늦게 저지해보려 하지만 이미 동부전선에 몰빵되있으면서 이동력이 낮은 보스니아 군과
그 동부를 막겠다고 다른 곳이 털릴대로 털린 세르비아군..
결국 이번 게임도 크로아티아(디토님)의 승리로 끝이 납니다.
정복과 결과에서도 제가 강대국만 견제하다보니 한쪽 세력이 지나치게 커져서 끝났었는데
이 게임도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버려서 많이 아쉬웠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잘만들었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초반 강국 세르비아와 어떻게든 버텨서 후기를 노려야하는 보스니아, 그리고 그 사이를 저울질 하는 크로이타이아의
오묘한 벨런스가 정말 직관적으로 와닿았고 카드 효과 하나하나도 상황은 타지만 강력한 것들이 많아서 뽕맛도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요소들이 거의 게임이 다 끝날때쯤이되서야 보이니까 문제였지만 따흑..ㅜ
특히나 정복과 결과가 룰설명 포함해서 5시간 넘게 걸렸던것에 비해서
브-유는 3시간 남짓에 끝나는 워게임 치곤 빨리 끝나는 축임에도 불구하고 재미와 뽕맛은 살아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오늘 느낀점을 되는대로 적어보자면..
아마 다른 분들도 이렇게 생각하시겠지만 워게임이 타보드게임들과 다르게 잔룰이 많고
게임에 뒤쳐지는 플레이어를 위한 규칙이 없어서 무자비한 측면이 있는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만큼의 장점도 있는게 유로게임에선 느끼기 힘든 직접적이고 공격적인 인터액션들이 밥먹듯이 일어나다보니
저는 게임에서 감정상한다기 보다는 진검승부를 겨룬다는 느낌이 너무 좋았습니다.
또한 단순히 게임 매커니즘을 즐기는 것 뿐만 아니라 플레이어간의 일종의 외교 행위가 당연히 용납되는 분위기도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너무 당연한 말이라 의아해하시는 분들도 계실텐데, 뭐랄까 제가 생각하는 보드게임은 일반적으로 순수한 개인전을 지향하니 (특히 유로게임)
서로 합심해서 뭔가를 공모하는 행위는 게임이 그런 협잡이 아닌 이상 암묵적으로 금지되는게 당연하다고 여겼거든요.
오늘 해본 워게임들은 플레이어들간의 대립과 어제의 적이 오늘은 친구가 되는 느낌을 의도적으로 넣고자 한 방향성이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제 개인적으론 너무 좋았어요.
그동안 2인만 해봤지 다인 워게임은 거의 처음이다보니 더 그렇게 느껴진 것도 있던 것 같습니다.
한 세력만 죽어라 팬것도 2인 게임의 영향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ㅋㅋㅋ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게임의 여운이 다 가시지가 않네요.
왜 워게이머분들이 이렇게나 많은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열광하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ㅋㅋ
두서없는 얕디 얕은 깊이의 글이지만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