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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다크의 폭군들" 솔플 후기

3,029 조회

2023.05.10 20:25

덱빌딩은 저를 보드게임으로 인도한 메커니즘이고, 아직도 가장 좋아하는 시스템입니다.

저를 실망시켰던 덱빌딩 게임도 하나 있었습니다. F로 시작하는 게임인데.. 내용이 길어지니 생략하고.

하여튼 덱빌딩 게임은 별 고민없이 구매하는 편입니다.

이번 보드게임콘에서도 #덱빌딩, #영향력, #D&D 키워드만 보고 '언더다크의 폭군들'을 낼름 집어왔습니다.

집에 쌓여가는 노플 게임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던 저는 '보드게임은, 집에 도착한 날, 바로 개시한다'는 엄중한 규율을 세우게 됩니다.

'언더다크의 폭군들'도 예외가 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영향력 대결 구도의 게임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솔플을 해보자.

오피셜 1인 규칙은 없었지만, 유저 1인 규칙은 몇 개 있더군요.

그 중에 제가 고른 것은 One Stop Co-op Shop에서 만든 것이었습니다. 먼저 해본 사람들의 평가가 좋았습니다.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bdEQYUdmzGo

2페이지 정도 되는 짧은 규칙서에 AI 움직임을 결정하는 테이블이 하나 있습니다.

언닼에서는 어센션이나 스타렐름 같이 랜덤 마켓이 깔리는데요. 여기에 깔리는 카드의 아이콘으로 AI의 다음 행동을 결정합니다.

예를 들어, '악의' 1장, '정복' 2장 나왔다면, AI는 자신과 인접한 곳에 있는 타 부대를 암살하고, 부대 4개를 우선 순위에 따른 지역에 배치하게 됩니다.

같은 아이콘이 여러 개 뜨면 꽤 강력한 한 방을 사용하고, 여러 아이콘이 골고루 나오면 콤보가 발생하니 대처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웠습니다.

AI는 초반에 카드 3장을 사용하다가 후반에는 카드 4-5장을 사용하면서 강력해집니다.

AI에 대처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1. 마켓에 깔린 아이콘으로 AI의 움직임을 미리 파악하고,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플레이하기.

2. 마켓의 카드를 구매해서 아이콘을 교체함으로써 AI의 행동을 제어하기.

게임 초반 모습입니다. 승점 토큰은 아이언클레이로 대신했습니다. (만능 아클) 제가 빨강, AI가 파랑입니다.

AI가 지역을 택할 때는 높은 승점의 도시를 완전 장악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 뒤로 우선 순위가 쭈르륵 몇 개 더 있는데 헷갈리기 딱 좋습니다)

따라서 AI는 5점이 걸린 북쪽 도시를 일찌감치 장악했습니다.

중반쯤에 첩자를 통해 적의 심장부로 들어가 부대를 배치하고 튀었습니다. 4점 달달합니다.

AI는 남쪽에서 격전을 벌이느라 여기엔 끝까지 관심을 주지 않았습니다.

AI가 도시를 완전 장악하게 되면 매 턴 승점 2점을 헌납해야 하기 때문에 첩자를 꾸준히 심어서 방해하던가.. 여튼 조취를 취해야 합니다. 전 손 빨았습니다.

격전지였던 남서부 지역입니다. 여기에서 물고 물리는 싸움을 반복한 끝에 저와 AI가 2 지역씩 먹었습니다.

지역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에러플을 좀 했는데 그게 누구한테 유리한 거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ㅠㅠ (양심고백하자면 저한테 유리하게 뒀습니다)

중원은 제껍니다. 이 곳은 처음에 중립 부대가 뺵빽한 곳이라 들어가기 쉽지 않은데요. AI도 이 지역은 승점이 낮다는 이유로 들어가지 않더라고요.

의도한건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똑똑한 AI입니다. 후반에는 제가 꾸역꾸역 들어가서 다 처먹었습니다.

게임 종료.

AI는 뒤로 갈수록 강력해지기 때문에 빨리 끝내는게 좋습니다. 부대를 모두 배치하는 쪽이 나오면 게임이 끝납니다.

내 영향력이 더 큰 지역의 점수를 받고요. 독식하면 2점을 추가로 받습니다. 내가 때려잡은 부대 당 1점. 모은 카드, 토큰 점수를 합해 승점을 계산합니다.

승점 계산이 좀 귀찮긴 한데요. 게임 내내 상대 점수 알고 하는 것보다는 클라이막스가 확실한 이 편을 선호합니다.

92대 82로 진땀승을 거뒀습니다.

평가의 시간

한 시간 반쯤 걸렸습니다. 마음 놓고 장고해도 되니 기분이 조트라구요..

제가 덱빌딩 게임에선 장고를 잘 안 하는 편인데, 영향력 보드가 생기고 AI의 행동까지 계산하려니 생각이 깊어졌습니다.

카드 간의 밸런스도 좋았고,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카드의 가치 변화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초반에 무작정 내실을 다지고, 후반을 도모하는 단순한 플레이가 이 게임에선 통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배치된 부대 하나를 제거하려면 부대 3개를 소모해야 해서 초반에도 적당히 영향력(부대)에 투자하게 됩니다.

오피셜로 솔플이 나왔어도 이만했을까 싶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1인 규칙이었습니다. 물론 게임 자체도 대단히 좋았고요.

9 / 10 매우 만족

게임의 실물 만듦새가 너무 별로여서 뜯자마자 구매를 후회했던 게임인데, 이렇게 게임성으로 평가가 역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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