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스 & 펀딩 살펴보기 - Project L
1. 들어가면서
Project L의 개발사 Boardcubator는 한번 죽었다 살아난 업체입니다.
Project L의 펀딩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동명의 비디오게임 Kingdom Come : Deliverance 원작의 보드게임을 야심차게 준비했었죠.
게임파운드에서 2000명, 약 30 유로를 기록하면서 꽤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는데 별안간 프로젝트 취소와 제작사 폐업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개략적인 이유는, Kingdom Come : Deliverance를 개발하는데 어플 지원 및 상당히 많은 자본이 들어갔으나, 펀딩 성적이 기대치를 크게 밑돌아 결국 프로젝트 폐기와 폐업을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는 거였습니다.
이 때문에 당시에 펀딩 페이지에 기재된 100% 달성 목표와 업체들의 실제 펀딩 목표가 전혀 다르다고 이런저런 말들이 나왔었죠.
그 이후에도 Boardcubator는 남은 Project L과 자신들의 전작 Space Race 물량을 푸는 펀딩을 게임파운드에서 더 진행했었고 이제 진짜 사라지나 싶었습니다만, Project L이 꽤나 성공을 거두었었는지 외부 지원을 받아 다시 펀딩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해외 리테일도 리프린트를 진행했던 것 같네요.
서론이 길어졌지만, 아무튼 Project L은 죽었던 한 업체를 다시 되살릴만한 인기를 갖고 있었던 듯 합니다. 현재 진행중인 킥스에도 약 8500 여 명의 후원자, 40만 달러를 기록하며 꽤 성공적인 기록을 거두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이 Project L이 제가 보드게임 입문하고 처음 들어갔던 킥스라서 좀 더 각별한 느낌이 있습니다ㅎ
2. 간략 소개
핵심 매력인 컴포 아트워크 및 품질은 제 Top 5에 꼽을 만큼 유려합니다.
Project L은 기본적으로 매우 가벼운 폴리오미노 퍼즐 & 엔진빌딩 게임입니다.
자신의 차례에 퍼즐(피스를 끼워 넣는 판)을 가져오고 거기에 피스(폴리오미노)를 끼워넣어 완성하면 퍼즐에 해당하는 승점과 보상을 받는 게임입니다.
퍼즐은 화이트와 블랙 퍼즐이 있는데, 화이트는 크기가 작으며 점수가 적고 엔진빌딩용 보상이 좀 더 큰 퍼즐이라면, 블랙 퍼즐은 더 완성하기가 어렵고 점수 보상이 큰 대신 엔진빌딩용 보상은 적습니다.
피스는 1레벨의 작은 피스부터 4레벨(고스트 확장이 있을 경우 5레벨까지) 존재합니다.
처음에는 1레벨과 2레벨 피스 1개씩을 들고 시작하지만, 게임을 진행하면서 엔진빌딩 보상을 받게 되면 더 많은 피스, 더 많은 업그레이드 기회를 받게 되기에 퍼즐 완성에 가속이 붙기 시작합니다.
매 차례에는 3개의 행동 기회밖에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더 많은 퍼즐을 완성하려면 한정된 행동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게 중요합니다.
특히 매 차례에 딱 한번 할 수 있는 마스터 액션은 내게 놓인 모든 퍼즐에 1개의 피스를 각각 놓을 수 있기 때문에 이 액션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나게 됩니다.
기본적인 게임의 흐름을 잘 보여주는 그림입니다. 저 모든 퍼즐이 다 듀얼레이어입니다(...)
3. 게임 소감
본판 기준으로 봤을 때, 처음 플레이해보고 난 뒤에 전 바로 BGG의 다른 변형룰부터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첫 킥스인데다 컴포 품질이 정말 훌륭하긴 했지만 본판만 봤을 땐 너무너무 심심했었거든요.
포지션이 유사한 입문자용 엔진빌딩인 스플렌더랑 비교했을 때, 스플렌더는 특정 보석이 없으면 달성하지 못하는 카드가 있고, 한 보석을 독점하여 다른 플레이어들을 막는 등의 제법 센 인터랙션이 있는 반면, Project L은 모든 피스로 퍼즐을 완성할 수 있기에 제약을 뚫는 재미도 없었고, 플레이어 간 인터랙션도 거의 전무합니다.
솔직히 첫 판 해본 뒤에는 스플렌더가 더 낫다라는 느낌이 머리에서 가시질 않았어요. 참고로 저는 스플렌더도 메커니즘 뼈대만 남기고 간략화한 느낌이라 썩 좋아하진 않습니다.
오로지 다른 플레이어와 효율성 대결만을 벌이는 느낌인데, 그것도 게임 진행 중엔 크게 와닿지 않아서 누가 뭘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게임이 끝나기 전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가족 게임으로 하기엔, 이 효율성 퍼즐이라는 측면이 아이들에게 크게 어필하지를 않더라구요. 게임은 어렵지 않으니 플레이는 가능한데, 이 재미요소를 저희 아이들(8살, 6살)이 이해하지를 못하니 무표정으로 퍼즐만 또닥또닥 놓더군요. 아무래도 좀 더 고학년은 되어야 이 부분에 대해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컴포 품질이 너무 좋고 아트 디자인도 매력적이라 어떻게 다르게 활용할 방법이 없을까 해서 변형룰을 찾아봤었죠... 마땅한 걸 찾지는 못했지만.
그만큼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게임이었습니다.
3. 확장 소개
확장이 필수라는 말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지만, Project L은 본판의 단조로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확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1) Ghost Piece 확장
제일 큰 5레벨 피스가 추가됩니다. 이 피스는 일반적인 피스로는 얻을 수 없고 위 퍼즐의 아이콘이 있어야 업그레이드가 가능합니다.
블랙 피스는 그 자체로도 쓸 수 있지만 딱 한번 분리시켜 낮은 레벨 피스로 교환할 수 있습니다.
솔직히 얘는 본판에 포함되었어야 할 확장이라 생각합니다. 분리 타이밍을 잡는다는 데서 그나마 좀 더 생각할 거리가 생겨납니다.
2) Finesse 확장
게임의 종료 조건을 바꾸는 확장.
그러면서 게임 중에 라운드 타일의 조건을 만족시키면 크레딧을 받습니다. 이 크레딧 2개를 써서 추가 액션이 가능해집니다. 좀 더 미리 계획하고 피스를 쓰도록 유도하는 확장이죠.
개인적으로 Project L은 확장이 다 들어가야 어느 정도 할만해진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 전에는 피스 배치 제약도 없고, 오로지 효율성 대결 뿐이라 크게 다가오는 치열함이 없습니다.
Finesse 확장은 같은 값이면 라운드에서 지정된 행동을 계획하고 수행해서 보너스를 받는 개념이라 좀 더 고민할 여지를 주고, Ghost Piece 확장도 더 가치가 높은 퍼즐을 선점하는 부분, 피스 쪼개는 타이밍 등을 생각하는 재미를 더해줍니다.
사실 본판 한번 해보고 어떤 느낌인지 감을 잡았다면, 바로 모든 확장을 넣고 게임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4. 마무리 지으며
제 첫 킥스기도 하고 컴포 품질이 워낙 좋아서 계속 소장하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포지션이 살짝 애매하다는 느낌은 계속 지워지지가 않네요.
철저히 입문자용 게임이면서, 타인과 효율성으로 경쟁하는 퍼즐 게임이되 누가 앞서가고 있는지는 쉽게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플레이어들이 퍼즐을 가져가는 것 외에는 크게 인터랙션도 없구요.
분명히 Project L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만족감을 줄 품질이지만 아무에게나 구매를 권하기는 쉽지 않은 게임인 것 같습니다.
코보게에서 나오는 버전은 리테일버전이라 하고, 킥스 페이지에 이후 리테일로도 확장을 낼 계획이라 하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킥스에 1달러 걸어두시고 리테일 찍먹해보시는 것도 괜찮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