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께 경의를 표하며 진심을 담은 튜링머신 리뷰
안녕하세요. 스위트게임즈 손영익입니다.
오랜만에 게임 리뷰를 작성하네요.
한참 전에 주문했던 게임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기분이 막 두근거리고 좋죠.
어제 퇴근 후 사무실에 도착했던 튜링머신을 개봉해서 오늘 플레이를 해봤습니다.
현재 저는 공유오피스를 사용중인데, 이 곳에 계신 다른 분들도 게임 엄청 좋아하시고 식사 후에 같이 보드게임을 하고 그러는지라
제가 새 게임을 꺼낼 때 마다 눈을 반짝거리며 달려오곤 하시죠.
튜링머신도 "여기저기서 극찬받은 엄청난 게임이다."는 말에 각자 유튜브 영상으로 규칙을 대강 익히고 플레이를 했습니다.
제목에서 써놨듯이 플레이를 했던 모든 분들이 "이 작가는 천재가 분명하다"고 난리였던 시간이었습니다.
1. 들어가기
평소 자주 하던 게임과 전혀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인지
시작 단계에서 차근차근 들어가는 심리적 부담은 조금 있습니다.
단, 숫자야구 게임을 자주 하시던 분이라면, 숫자 맞추기로 대강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그래서 함정에 빠질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유튜브 영상과 게임 설명서를 기준으로 플레이를 시작했습니다만 다른 분들은 이해를 조금 더디게 하셨고, 제가 먼저 이해한대로 설명을 해드렸더니 바로 감 잡고 플레이를 진행했습니다.
설명서에는 "검증기가 테스트하는 기준은, 각 검증기 카드 아래쪽에 나열된 목록 중 단 하나입니다." 라고 되어 있는데요.
검증기 카드를 보면 최소 2개 이상의 검증 기준들이 이미 적혀 있죠.
함께 플레이 했던 분들이 "아니 그러면 둘 중 뭐로 검증하는거지?" 라고 혼란스러워 하시더라구요.
설명서 순서대로 플레이를 해보시면
[임시 코드 만들기] 를 먼저 하셔야 합니다. 숫자 야구 처럼 임의의 숫자를 먼저 한번 정해보는 과정이 필요한데요.
숫자 카드 세개를 가져와서 세자리 숫자를 미리 만들어둬야 합니다.
이렇게 만든 [임시코드] 를 이번 라운드 동안 계속 사용하게 됩니다.
각 검증기의 테스트를 해보면 (임시코드와 검증기 카드를 겹치는 행위) X 아니면 V가 무조건 나옵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임시코드]는 무조건 검증기 내의 한 조건에 해당되게 되어 있어요.
예를들어
정답 2, 3, 4를 맞춰야 한다고 가정 했을 때
임시코드 세모 1,네모 4,동그라미 4 를 골라놓은 상태에서
검증기 중 O > 4 / O = 4 / O < 4 검증기를 테스트 하면
임시코드의 현재 상태인 O=4 가 정답의 상태와 동일한지를 검증하게 되는 겁니다.
만약 임시코드 1,3,5 를 해당 검증기에 넣는다면 임시코드의 O>4 조건을 검증하게 되고
1,4,4는 V를, 1,3,5는 X 를 보게 되겠죠.
검증기의 조건 여러개 중에서 플레이어가 특정한 조건을 골라서 물어보는게 아니라
플레이어가 골라놓은 임시코드를 기준으로 해당 검증기의 여러 조건 중 하나가 자동으로 확인이 되는 것입니다.
완전히 필요가 없는 검증을 시도하는게 아닌 이상 어떻게든 검증기는 여러분에게 힌트를 줍니다.
다른 예시로
맞춰야 되는 코드가 세모 2, 동그라미 2 인데 임시코드가 세모 3, 동그라미 1인 경우
검증기가 세모 > 동그라미, 세모 = 동그라미, 세모 < 동그라미 검증기라면
임시코드가 세모(3) > 동그라미(1) 이므로, 검증기에는 세모 > 동그라미 를 물어보게 되는 것이고
맞춰야 되는 코드가 2,2 이므로 조건상으로는 세모 = 동그라미 인 경우에만 검증기가 V를 보여줄테니
이번 검증에서는 X 를 보게 될겁니다.
첫 판을 한단계씩 따라가면서 해봤는데, 첫 판 끝나자마자 "해볼만한데?" 라는 반응이 나오더라구요.
그래서 연이어서 다음 스테이지까지 계속 진행 하게 되었습니다.
2. 게임 난이도
각 스테이지별 난이도 표시는 이미 제공되기 때문에 함께하는 분들의 게임 적응 정도에 맞춰서 난이도를 조절하시면 됩니다.
난이도가 올라가면 조건 검사 카드의 항목이 늘어나서 자연스럽게 여러 라운드를 플레이 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쉬운 난이도 기준으로 운이 좋으면 첫 라운드에 바로 맞추기도 합니다.
이게 무작정 운이라고 할 수 없는게, 바닥에 깔린 검증기들의 조건을 보고서 어떤 숫자 조합을 검증해야 할지 대강 보입니다.
그 대략적인 윤곽을 점점 잡아서 완성하는게 게임의 목표구요.
함께 플레이 한 분이 중간에 헷갈려서 실수를 하셨기 때문에 비슷한 경험 하지 말라는 의미로 적어 드리자면
"검증기로 검사 했을 때, X 가 나오면 나머지 조건이 맞다는게 아니라 해당 조건이 틀렸다는 의미" 입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검증기 카드에 ㅁ > 3, ㅁ= 3, ㅁ<3 이렇게 적혀 있는데요.
내가 검증했을 때, ㅁ<3 이 나오면, 해당 조건이 틀렸고 나머지 둘 중 하나의 조건이 맞는거니 다시 검증기를 샤용해야 한다는 뜻이죠.
3. 다회차 플레이.
게임의 규칙이나 아이콘들을 완전히 잘못 이해하지 않는 한, 아주 자연스럽게 다회차 플레이 욕구가 생깁니다.
보드게임에 있어서 이게 정말 중요한 부분이라고 늘 생각하는데요.
일단 초급 단계부터 천천히 게임에 적응 해나가면 문제를 푸는게 완전 어렵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라운드와 경쟁요소가 있어서 조금이라도 질문을 덜 하려다 보니 실패를 하더라구요.
완전 난이도 있는 게임이 아니라 그런지 술술 풀리면 잘 풀어서 기분이 일단 좋습니다.
혹여 한개 정도 틀리면 정말 아쉬워서 다시 새 문제 풀고 싶은 욕구도 큽니다.
호기롭게 정답 외쳤다가 틀리면 진짜 아쉬워요. 이게 문제가 이상하거나 왜 이래? 라는 상황도 거의 없고
한끗 차이다 보니 내 실수 같아서 얼른 새판 하고 싶어집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연속으로 여섯판이나 하게 됐어요.
진짜 재미있었습니다.
4. 극찬
함께 플레이 했던 분들 모두 "튜링머신 작가님은 진짜 천재다" 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이 시스템을 만들 생각을 했는지 정말 대단하더라구요.
저도 게임을 만드는 입장에서 큰 산을 만난 기분입니다. 가로막힌 기분 보다는 나도 이런 게임 만드는데 도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확 들더라구요.
콜롬버스의 달걀처럼 기술적으로는 튜링머신 개발을 위해 이러저러한 노력과 방법들을 생각 했을 것 같다는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처음으로 남들에게 선보이는 분은 극찬을 받는 것이 당연합니다.
보드게임 긱에는 "Masterpiece" 라고 누가 썼는데. 진짜 공감합니다.
저는 "운과 실력의 신묘한 밸런스에 신박한 시스템과 딱 좋은 재미" 라고 평가하고 싶네요.
여러 요소들이 육각형으로 완벽하게 배치된 듯한 게임이었습니다.
5. 깔게 없어서 쓰는 단점.
1) 기록용 용지가 너무 적어요. 있는거 금방 다 쓰게 생겼습니다. 스캔해뒀다가 아이패드로 플레이 해야겠어요.
2) 준비할게 많아보여서 첫인상이 되게 어려울것 같다는게 단점입니다.
3) 스테이지
어떤 스테이지 하나를 진행 하다보니 모든 검증기를 여러번 사용하더라도 결국 숫자 하나를 찍어야 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함께 플레이 했던 모든 분들이 이에 동의하셨던 그런 스테이지인데요.
옆에 계신 분은 찍는데 성공해서 맞추셨지만, 저는 못맞췄거든요.
그런 스테이지들이 간혹 있는건 단점인 것 같습니다. 아무튼 제가 져서 단점이라고 적는건 아닙니다. 논리적인 게임에서 찍기 요소는 좀 아닌거 같은데... 저만 그렇게 생각하나요?
위 내용은 다시 확인 해보니 에러플이었네요.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삭제 대신에 취소선으로 대체합니다.
4) 카드 준비
검증기 카드 찾는게 좀 일이긴 합니다. 실은 찾는 것 보다 정리하는게 일이에요. 숫자 오름차순으로 다시 되돌려놓지 않으면 다음에 할 때 찾기가 어려우니 가급적 정리할 때 오름차순 정리를 추천합니다.
정리.
1. 튜링머신 갓겜입니다. 보드게임 관련 대회는 죄다 독식할듯 합니다.
2. 2개살걸 괜히 하나 샀어요. 하나는 사무실에, 하나는 집에 둘걸 그랬네요.
3. 정기적으로 할 것 같아 자주 할 게임 선반에 놔뒀습니다. 마음에 드신다면 다들 그렇게 되실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