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게모니 간단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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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7 16:22

안녕하세요. 주말에 한번씩 친구들과 보드게임을 즐기고 있는 Grayswan입니다.

3월 말에 갑자기 친구 한명이 거금을 들여 킥스 들어간 게임인 헤게모니가 왔다고 하네요. 뭔지 아는게 없어서 찾아보니 한국어 버전은 아직 배송이 안된 듯한데 이 녀석이 영문판을 질러서 조금 빨리 받은 것 같더군요. 영어룰북 36장의 압박에 원래는 바로 돌릴 생각이 없었는데 시간 날때마다 번역하다보니 번역이 거의 끝나버린데다 마침 그주 주말에 4명이 모여 숙소를 잡고 보드게임을 하기로 해서 헤게모니를 돌려보기로 정했습니다. 펀칭하고 초기세팅하는데 1시간 + 다 모이고 룰설명 1시간 + 게임플레이 5시간으로 7시간 정도 걸렸네요. 중간중간 막히는 부분이 있어 룰북 찾아가면서 한데다 번역했던 게 인터넷에 돌아다니던 구판 룰북이어서(BGG에서 받았어야 했습니다.) 혼선이 좀 있었지만 다행히 게임 끝나고 검토해 보니 자본가 투표 큐브를 몇개 더 넣었던 것 외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끝나고 찍어서 그런지 개판입니다

게임은 나머지 3세력이 첫판이라 헤매는 사이에 숨만 쉬어도 점수가 쌓이는 정부가 1위를 하게 되었네요. 노동자 계급은 중후반에 정부와 친하게 지내며 점수를 열심히 쌓았지만 1라운드에 식량부터 구매하면서 생긴 손실을 만회하지 못해 4위, 중산층은 1라운드에 식량 구매+첫 회사를 미디어로 지어 처음부터 끝까지 고통받았지만 매 라운드 영향력을 4씩 생산하며 정책을 본인이 원하는대로 12345B로 고정하는데 성공해 5라운드에 4위로 시작했지만 2위까지 올라갔습니다. 자본가는 1라운드에 세금을 B로 낮추는 데 성공했지만 정부의 어그로를 끌어 2라운드에 관세를 A로 올리는 견제를 받아 힘이 좀 빠졌고 자본가 득점 특성상 매 라운드 돈을 적당히 버는 것보단 기모아서 한번에 크게 버는 것이 중요하다는걸 늦게 깨달아 3위에 그쳤습니다.

플탐이 길긴 했지만 첫판인데다 룰북보는 시간 때문에 늘어진 거고 게임 자체는 1라운드에 5턴밖에 없어서 빠르게 진행된다고 느꼈습니다. 라운드마다 각 세력이 고정적으로 해야만 하는 액션이 있어서 큰 그림 그리는 데 쓸 수 있는 액션은 라운드당 1~2번 정도로 생각됩니다. 특히 이번판에서는 중산층이 나머지 3세력을 합친 것만큼 영향력을 확보했기 때문에 액션을 낭비해 정책 변경을 시도하기 힘들었고 정책이 양 끝단으로 가기보단 B로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네요. 너무나 명확한 진영간 비대칭성 때문에 본인 할일에만 집중하면 자연스럽게 승점경쟁에서 밀리게 되어 있고 계급간 정치 투쟁이 주요 테마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 테마에 충실하게 플레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by 노동자)도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