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3월 회사 동료들과 보드게임 모임 후기입니다. (5차)
안녕하세요.
회사 동료들과 보드게임 모임을 진행하고 있는 라쓰입니다.
저의 게으름으로 3월 후기를 4월초가 되어서야 올리게 되었네요. ㅋ
지난 3월에는 사정이 생겨 ㅠ 모임이 겨우 한번 열렸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와이프가 함께 해준 이야기까지 곁들여, 다사다난 했던 후기를 적어보려 합니다.
* 지난 2021년 모임후기 *
https://www.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18791&tb=community_post
* 지난 2022년 모임후기 *
https://www.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21625&tb=community_post
* 지난 2023년 1월 모임후기 *
https://www.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21869&tb=community_post
* 지난 2023년 2월 모임후기 *
https://www.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22118&tb=community_post
3월 11일. 토요일.
이날 모임은 집주인 이씨를 포함하여 초창기 멤버 고씨, 임씨와 그리고 무서운 신입 곽씨입니다.
저는 항상 보드게임 신작을 돌려보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동료들은 오랜만에 모인만큼 경험있고 인증된 게임을 더 선호하더군요.
결국 저도 이런 부분에서 합의점을 찾아 게임 선정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씨, 우리 지난번 세레니시마 팀전 너무 재밌게 했는데, 또 뭐 팀전 없을까요?"
"그러면 오랜만에 사이드 팀전으로 가시죠."
"오! 좋습니다! 그럼 팀은 어찌 갈까요?"
"저랑 곽씨가 같은팀. 그리고 고씨와 임씨가 한팀. 오케이?"
"대박 기대됩니다~!!! ㅎㅎ"
첫 게임은 사이드 2:2 팀전입니다.
사이드는 거의 모르시는 분들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게임인데요. 1920년대 유로파 디젤펑크 평행 세계관을 배경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게임의 일러스트는 '야쿱 로잘스키'라는 폴란드 화가분 작품인데, 전시 상황에서의 농민들 모습이 너무도 잘 그려져 있습니다.
정말 카드 하나하나에 박힌 일러스트에 감탄만 나옵니다.
게임은 낫(농민)을 의미하는 'SCYTHE' 라는 제목부터 냉전시대 농민들을 그리는 함축된 의미를 잘 전달해 주는듯 싶네요.
사이드의 개인판에는 4가지 행동구역이 있으며, 각 행동구역은 다시 상/하부로 나뉘어 있습니다.
상단에는 이동이나 생산 등 비교적 비용이 적은 행동들이 있고, 하단에는 건설이나 메카 생산 등 자원이 많이 들어가는 행동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플레이 방식은 서로 돌아가며 행동 2가지씩을 하는데, 4가지 행동 구역중 하나를 정해서 해당 구역의 상/하부 행동을 진행합니다.
그러다 누군가 풀업그레이드, 메카 4개생산, 건물 4개건설 등 10가지 업적 항목 중에 6가지를 달성하면 게임이 종료됩니다.
이후 차지하고 있는 땅과 업적 달성 정도에 따라 보상금이 지급되며, 결국 돈을 가장 많이 번 플레이어가 승리합니다.
저희는 팀전(하우스룰)이기에, 게임 종료 후 팀끼리 돈을 합쳐서 더 많이 번 팀이 승리하도록 했습니다.
아침 9시에 모여 차분히 룰 설명을 30분정도 한듯합니다.
"잘 보면, 일러스트들이 전쟁 준비는 겁나 하는데.. 막상 불을 뿜는 장면은 잘 없어요. 이 게임도 서로 으르렁 대다 몇대 치고 받을 겁니다."
"아~ 그러네요. 좋아! 가봅시다."
곽씨가 초플이라 모든 확장은 싹 빼고 본판으로만 진행했는데, 테이블이 꽉차네요.
국가는 작센(독일), 폴라니아(폴란드), 크리미아(우크라이나), 러스비에트(러시아) 중에 서로 뽑기로 랜덤하게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시작되는 첫 게임. 저는 폴란드(하얀색)을 맡았고 같은 팀인 곽씨는 독일(검정색)을 맡았습니다.
상대팀 고씨는 러시아(빨강), 임씨는 우크라이나(노랑)입니다.
다들 오랜만에 만나서 모임하는데, 집주인인 제가 첫게임부터 먼저 포문을 열기는 좀 그래서.. 첫 게임은 평화주의 정책으로 나갔습니다.
상대팀 고씨(빨강)가 땅을 넓히고 임씨(노랑)가 내실을 다지는 사이에 저는 착실히 평판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다들 좀 게임을 익히면서 평화롭게 가는가 했는데, 역시 우리의 빌런 곽씨는 전쟁준비를 하고 있었죠.
첫 전투는 광개토대왕 고씨와 불도저 곽씨가 만나면서 발발했습니다.
"자~! 난 일꾼 데려왔어요. 어디 함 때려봐요. 평판 떨어질텐데?ㅋ"
"저는 그런거 모릅니다. 붙어보시죠."
"크으~! 우리 곽씨 믓지다!!"
곽씨는 고씨를 무찌르고 치는김에 평화로운 임씨네 마을까지 털어버립니다. 덕분에 곽씨의 평판은 바닥까지 떨어졌네요.
"와... 이젠 나한테까지 온다고?"
"가야죠!"
"아... 아군이라 다행이야. 잘한다 곽씨! ㅎㅎ"
곽씨는 동쪽땅에 임씨가 모아놓은 석유자원까지 꿀꺽하며 상대팀 멘탈을 흔들어 주더군요.
게임 종반부에 팩토리는 광개토대왕 고씨에게 빼앗긴 채로 게임이 끝났지만, 곽씨덕에 제가 평판 3단계 입성을 완료하여 꽤 짭짤한 수익을 냈던 것 같습니다.
첫 게임은 저와 곽씨가 승리했습니다.
사이드는 생각보다 게임의 템포가 빠르고, 플레이 타임이 짧습니다. 한 판하는데 1시간 반 정도면 충분했습니다.
"우리 곽씨 활약덕에 이겼네. 역시 불꽃남자!"
"와~ 역시 팀전이다. 졌어도 전에 개인전 했을때보다 훨씬 재밌네요."
"어우 너무 아쉬운데? 이제 좀 본격적으로 가보죠. 안 봐줄겁니다!"
"어디 그럼 바로 2차전 가보시죠. ㅎㅎ "
그리고 이어진 두번째 판.
제가 독일, 곽씨는 러시아를 맡았고 상대팀 임씨는 우크라이나, 고씨는 폴란드를 맡았습니다.
첫 판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제가 좀 치고 나가려 했습니다.
메카 4개를 다 뽑아내고 개인 미션과 전투를 앞세우는 사이, 아군인 곽씨도 땅을 넓히는데 여념이 없습니다.
"아니 폴란드는 이거 영토 밖으로 나갈수가 없어요... 이씨 아까 어떻게 게임했어요?"
"터널이라도 놔요. ㅋㅋ"
"하아... 우크라이나와 폴란드끼리 편되면... 망하는거 같아요."
둘째판도 불평 불만이 가득한 고씨와 임씨 연합을 가볍게 눌러줬습니다.
"러시아와 독일은 같은 편되면 너무 사기에요."
"와 진짜 한번을 못이겼네. 다시 가시죠!"
"좋아. 막판 가 보시죠~!"
셋째판도 저는 독일입니다. 그리고 곽씨가 우크라이나. 상대팀 임씨는 폴란드, 고씨는 러시아입니다.
독일은 또 전쟁 아니겠습니까. 메카 4개를 뽑고 이제 치러 나가려는데... 고씨의 조우카드에서 이상한게 뽑혔습니다.
- 함장의 보호를 받기로 합의합니다 : 상대방 1명에게 3원 지불하고, 상대를 공격하기 전까진 먼저 공격받지 않음. -
고씨는 냅다 저에게 3원을 주고는 이후로 제 입구를 봉쇄하더군요.
"이씨, 거기 좀 계세요. 독일은 나오면 안되. ㅋㅋ"
"응? 뭐여 이 3원은... 아~ 싫어~ 도로 가져가 ㅋㅋㅋ"
뭐 후에 독일 특수 능력으로 어찌어찌 빠져는 나갔지만, 정말 플레이가 답답해 지더군요. ㅎㅎㅎ
옆에 앉은 곽씨도 고씨와 임씨의 견제에 영토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었습니다.
게임이 길어지면 정말 지겠다 싶어, 제가 풀 일꾼 배치로 급하게 업적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그리고 돈 지급 결과. 양 팀이 동점입니다!!
타이브레이커 룰을 찾아보니, 동점인 경우 일꾼, 메크, 건축물 수가 많은 팀이 승자가 되네요.
"하아... 건물이라도 많이 지어 놓을걸..."
"임씨가 건물까지 지어 놓은게 승부수였네요."
"뭐 좋아. 그래도 2:1 이니. 곽씨와 내가 이긴거죠? 훗~."
"에이~ 무슨 소리에요. 마지막에 이긴 팀이 이긴거지. ㅋㅋ"
뭐 끝까지 서로 이겼다가 우겨대며 그렇게 사이드 팀전은 끝이 났습니다.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너무나 재밌게 즐겼습니다~!
시계를 보니 오후 3시 정도 되었는데, 임씨는 저녁약속이 있어서 4시 전에 나가야 한다고 하네요.
책장을 둘러보다 오랜만에 저의 최애 파티게임을 꺼냈습니다.
"오랜만에 이거나 한판 합시다. 곽씨는 처음이죠? ㅎ"
"아~ 위너스 서클~. 명작이죠. 곽씨. 이거 진짜 재밌습니다."
위너스 서클은 제가 정말 좋아하기도 하고 제 후기에도 너무 많이 등장한 경마 도박 게임입니다.
게임은 너무 즐거운데, 곽씨는 좀 지쳐 보이더군요.
짧막한 게임 한판이 지나가고 임씨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두 분은 좀 더 하다가 가세요. 오늘 정말 재밌었습니다."
"곽씨, 상태 괜찮아요? 더 할수 있죠? ㅎㅎ"
임씨가 가고 고씨와 저는 슬슬 좀비가 되어가는 보린이 곽씨를 달래가며 다음 게임을 고르고 있었습니다.
"티펜탈의 선술집. 이거 어때요? 쉽고 재밌는 덱빌딩!"
"고씨, 그게 재밌긴 한데 곽씨가 너무 피곤해 보이니까. 곽씨 해봤던 게임으로 돌립시다."
그렇게 꺼낸 마지막 게임은 푸에르토리코였습니다.
혼이 나가 멍 때리고 앉아 있는 곽씨를 뒤로하고 고씨와 저는 신나게 세팅을 마쳤습니다.
"자~! 곽씨부터 선. 가시죠~!"
"... ..."
"뭘 멀뚱히 있어요. 어서 해요. ㅋㅋㅋ"
"저 이 게임 모르는데요? 처음인데요?"
"응? 아까 해봤다고 했잖아요..."
"저 그런소리 안 했어요..."
"응? 아니 이 양반아, 그럼 신나게 셋팅할 동안 말을 했어야지 ㅋㅋㅋ"
"에효... 이왕 이리된거 룰 설명부터 갑시다...ㅎㅎ"
상태는 좀비같아도 곽씨도 곧잘 따라와 주었습니다.
고씨의 승리로 푸에르토리코를 딱 한판 끝냈는데... 곽씨 상태가 말이 아닙니다.
저희 집에서 차로 한시간 거리인 고씨는 뭔가 아쉬운 표정이었지만, 더 했다간 곽씨의 다크써클이 발톱까지 내려갈 지경입니다.
그리하여 이날 모임은 5시즘 끝났습니다.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회사에서 임씨를 만났습니다.
"저 가고 나서 뭐 재밌는거 또 하셨어요?"
"음... 푸코 돌렸는데 끝나고 곽씨 상태가 말이 아니었어요. ㅎㅎ"
"저 그날 끝나고 집가서 떡실신했어요..."
"몇시까지 돌렸는데요?"
"한 5시즘?"
"응? 얼마 안 했는데?"
"예??? 그게 얼마 안 한거에요? 저는 떡실신 했다니까요. ㄷㄷ"
"우리 보통 모임 하면 저녁 6~7시즘 되잖아요."
"와... 이 사람들 대단한 사람들..."
이때 지나가던 고씨도 옆에서 듣고는 한마디 거듭니다.
"곽씨 운동좀 해요. ㅋㅋ"
여담이지만 최근 곽씨는 스쿼시를 시작해서 월수금마다 죽을라고 합니다. ㅎㅎ
3월 25일. 토요일.
이 날은 고씨와 곽씨가 모여서 같이 위쳐를 하기로 한 날입니다.
그런데 올해 고씨가 책임 진급을 하면서 하필이면 전날인 금요일에 술을 진탕 마신 모양입니다.
토요일 아침. 고씨에게서 문자가 왔는데, 밤새 토했다면서 모임 참석은 어렵다 하더군요.
뭐 어느정도는 예상했습니다. ㅎㅎ
(도미넌트 스피시즈와 위쳐는 이렇게 돌려보질 못했네요...)
문제는 모임이 펑크 나면서 와이프가 같이 테니스 치러 나가자고 저를 협박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나간 테니스장에서 와이프의 이상한? 서브를 어떻게든 받아내려 애쓰다 그만... 허리를 다쳤습니다.
허리가 정말 끔찍하게 아프더군요. 토요일 내내 침대에 누워 꼼짝달싹 못했습니다.
3월 26일. 일요일.
하루가 지나고 거동이 좀 가능해 질 정도가 되어, 혼자... 쓸쓸히... 돌려보지 못한 위쳐를 설정샷으로 찍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접으려는데, 제 신세가 딱해 보였는지 와이프가 와서는 같이 해주겠다고 합니다.
와~ 얼마만에 와이프와 같이 게임을 하는건지 모르겠습니다. ㅋㅋ
아마도 테니스장에서의 미안함이 좀 남아있어서 그런게 아닐까요.
위쳐는 본판에 '전설적인 사냥 확장'을 추가하여 진행했습니다.
게임은 최종보스인 '보이지 않는 자들의 장로(최상급 뱀파이어)'를 먼저 잡는 사람이 승리합니다.
위쳐는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스킬을 업그레이드 하거나 괴물을 잡아서 새로운 능력을 터득하게 됩니다.
그리고 매 라운드 카드를 한장씩 더 먹게 되는데, 카드덱 수가 전투시 체력이 되어 결국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강해지는 구조입니다.
또한 사이드 때와 같이 탐험 카드를 통해 다양한 이벤트가 벌어지는데, 이런 부분은 PC 위쳐3 에서의 서브퀘스트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더군요.
플레이 하는법도 간단하고 다양한 이벤트에, 스스로가 점점 강해지는 성장형 요소까지. 와이프와 플레이 하는 내내 너무 재밌었습니다.
다만, 문제는 플레이 타임입니다.
매번 탐험 글을 읽어주고, 선택하고 고민하고 전투하고 갬블하고... 장고가 크게 발생하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게임이 너무 길어지더군요.
3인플은 차라리 안 하는게 정신 건강상 좋아보입니다.
2인플도 길기는 한데... 차분히 플레이 하다보면 위쳐 세계관에 빠져들게 되는 매력이 있어서, 게임이 루즈하진 않았습니다.
"음... 이 게임 목적은 말야... 최종 보스인 이놈을 잡는거야."
"아~ 알어. 근데 그거 아직 잡지 말아바."
"아니 얼마큼 더 강해지려구...;;"
초반엔 1레벨 짜리 괴물도 겨우 잡다가 점검 강해지는 뽕맛에 취해, 와이프는 보스는 안 잡고 3레벨 괴물들 씨를 말리러 돌아다닙니다...
게임 후반부에 와서는 와이프 공격 한방에 3레벨 괴물들이 반피가 넘게 날아갑니다.
그렇게 3레벨 괴물이 마지막 3마리 남을 무렵. 제가 ... 너무 힘들더군요. 이미 플레이 타임은 3시간 반을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이거 최종 보스 오빠가 잡는다? 응?"
"응. 잡어 이제."
"뭐지? 이거 잡으면 오빠가 이기는건데? 잡아?."
"알어. 잡어 이제."
와이프 만큰은 아니지만 이제 강해질대로 강해진 저는 가볍게 최종보스를 제압하고 마무리 했습니다.
개인판 아래에 괴물 트로피를 잔뜩 보유한 곰교단 최강의 전사 와이프님은 그렇게 만족한 표정으로 일어나더군요.
"재밌네. 이제 정리해라."
오늘 교훈을 얻었습니다.
다음에 와이프와 하게 되면 반드시 턴수가 정해진 '와일드 헌트' 확장으로 해야겠구나...
4월 1일. 토요일.
이 날은 배송 온 스카페이스 솔플을 시도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겁나게 털렸습니다...
사진에서와 같이 게임이 끝나자 주변에 다 퍼런색이네요;
멘탈이 다 나갈 정도입니다.
아직 초플이라 범행 조건을 맞추기가 힘들었고, 협력자 능력을 십분 활용하지 못했던 결과인 듯합니다.
후에 기회가 되면 다인플로 즐겨보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스카페이스 정리사진들 올리면서 3월의 아쉬운 후기를 마치겠습니다.
4월에는 요즘 핫한 듄 불멸 확장을 계획하고 있어요.
그러면 4월말에 또 돌아오겠습니다~!
다들 즐거운 보드라이프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