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1900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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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4 12:05

1400 에 이어 1900 리뷰입니다. (1400 리뷰 보러가기)

제가 1400 리뷰에서 마치 이 게임이 리플레이성이 있는 것처럼 오해될만한 말을 썼는데, 이 부분을 바로 잡겠습니다.

"레거시 게임처럼 1회플에 돌아갈 수 없는 결정이 나서 다시 플레이 못하는 건 아니다", 정도의 뜻입니다.

펜데믹처럼 뭘 붙이거나, 머더미스테리처럼 누가 범인인줄 알거나, 이런 치명적인 1회플 게임은 아니다, 라는 정도입니다.

한 번에 어느 정도 진상을 다 파악한다면 2회차 플레이는 그저 반복이 될 수도 있겠죠.

1900의 특징은 퍼즐카드입니다.

방탈출 느낌을 주는 퍼즐들이 스토리에 녹아 있어 두 가지 장르를 함께 즐길 수 있죠.

튜토리얼과 첫번째 시나리오들만 끝낸 첫 인상으로는 1900이 가장 좋았습니다.

여기에는 아마 아날로그를 선호하는 제 성향이 한 몫 하는 것 같은데요,

저는 보드게임에서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언락을 해보고 그 거부감이 조금 더 커졌는데,

어브벤쳐 게임을 하면서 책자를 뒤적이는 번거로움과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서는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것도 괜찮다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건의 재구성은 책자를 뒤적이는 번거로움을 없앤 것에서 더 나아가 아예 책자를 없앴습니다.

인물 1 에게 아이템 13에 대해 물어보려면 책자에서 113번을 찾아 읽는 게 아니라,

그냥 인물과 아이템을 차례로 스캔하면 되죠.

그래서인지 긱포럼에 이게 디지털 게임이 메인이고 보드게임이 보조인거 아니냐, 이런 말들도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아날로그 감성을 충만하게 담은 퍼즐카드가 들어있으니 제가 좋아하지 않을수가 없었죠.

더군다나 초반 시나리오들에서는 퍼즐을 제시해주는 방법이 시나리오에 잘 녹아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시나리오를 진행할수록 아쉬움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간명하게 요약한다면 "퍼즐을 위한 시나리오" 라고 할 수 있겠네요.

추리소설 중에 그런거 있잖아요,

기가 막힌 트릭이 생각나서 그 트릭을 통한 반전을 보여주려고 소설을 쓴 느낌.

그런데 사실 현실적으로는 트릭을 굳이 밝히지 않아도 사건이 해결될텐데 왜 저러지 하는 느낌.

밀실이라든가, 다잉메세지라든가, 사라진 흉기라든가 뭐 그런 종류들 말이죠.

히가시노 게이고의 "명탐정의 규칙" 이라는 책을 읽어보셨다면 어떤 느낌인지 더 잘 와 닿으실 것 같네요.

진행하면서 퍼즐을 만나게 되면

아니, 이걸 왜 풀어야하지? 그냥 가서 조사하면 되는 거 아니야?

라고 생각될만한 상황을 종종 만나게 됩니다.

아무래도 몰입감이 떨어지겠죠.

퍼즐의 수준이나 정교함이 월등하다면 이런 단점도 상쇄될텐데,

이것도 그리 참신하거나 기발하거나 시원한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준수한 정도 수준?

엑시트 게임들중에 아이디어는 괜찮지만 개인의 실행방식에 의해 방법을 알아도 답이 잘 안 보이는 그런 문제들 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