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1400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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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4-3 오후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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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밀레니엄 시리즈에 대한 간단 후기를 썼습니다.

이제 모든 시리즈를 마지막 파트까지 끝내고 하나씩 리뷰를 써 보려고 합니다.

각각의 리뷰 안에 밀레니엄 시리즈 전체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씩 풀어보려 합니다.

1인플로 꽤 재미있게 각 파트를 여러번 플레이 했기에 추리물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강력히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참고로 저는 사건의 재구성 본판은 해 보지 못했습니다.

사건의 재구성 밀레니엄 시리즈는 파리를 배경으로 1400년, 1900년, 2400년에 일어난 사건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같은 집안 출신이고, 여타 등장인물들이나 배경에서 서로 연결되는 포인트들이 있으니 찾아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순서대로 해 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먼저 1400입니다.

1400의 아이덴티티는 "개꿈"입니다.

1400을 상징하는 개와 꿈 카드들입니다.

시나리오 시작시에 정해진 꿈 카드를 펼쳐놓게 됩니다. 주인공이 간밤에 사건에 대한 꿈을 꾸는 설정입니다.

이 꿈의 내용은 일어난 일일수도 있고, 앞으로 일어나게 될 일일수도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그 꿈대로 사건이 진행되도록 추리를 진행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이 꿈 카드가 너무 작위적인 것 아닌가, 추리를 쉽게 해주는 장치에 불과한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시리즈 전체를 하고 보니 전체 시리즈에 대한 가이드를 제시하는 훌륭한 장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건의 재구성이 다른 방탈출 게임이나 추리물과 다른 점은 게임 안에서의 행위로만 시간이 흐른다는 점입니다.

장소 이동에 20분, 대화에 5분, 누군가에게 무언가에 대해 물어보는데 5분, 이런 식으로요.

플레이어가 게임을 멈추고 취합된 정보를 정리하고 생각하는 동안에는 게임내에 시간이 흐르지 않습니다.

언락이나 엑시트 혹은 제가 리뷰했던 어브벤쳐게임 등 많은 방탈출류의 게임들이 플레이하는 실제 시간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깁니다.

그래서 빨리 단서를 찾고 빨리 단서를 모으고 빨리 문제를 푸는게 중요하죠.

사건의 재구성은 다릅니다.

정확하게 단서를 찾고 정확하게 단서를 모으고 정확하게 문제를 푸는게 중요합니다.

이 점에서 약간 AP (action point) 시스템 적인 느낌이 납니다.

시나리오에 따라 정해진 시간만큼 AP 가 있고,

장소 이동에 4AP, 대화에 1AP 이런식으로 사용하는 거죠.

주어진 액션포인트 내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렇다보니 쓸데없는 이동으로 쓸데없는 질문으로 쓸데없는 단서찾기로 시간을 낭비하면 낭패입니다.

(보통 사건을 조사하다가 시간이 다 되면 강제로 본부로 돌아가서 질문에 대답을 하게 되는데,

어떤 시나리오는 아예 그런 기회조차 안 주고 게임이 끝나 버립니다.

어느정도 윤곽은 파악했는데 더 조사하다가 100점 만점에 30점 받고 끝나서 너무 황당했죠.)

꿈카드가 게임의 이런 특성을 이해하고 풀어나가는 방법을 찾는데에 가이드를 해 주는 느낌입니다.

다른 시리즈를 하더라도 마치 꿈카드를 보고 하던 방법처럼 가설을 세워보라는 거죠.

무턱대고 아무한테나 이것저것 물어볼 것이 아니라,

얘랑 쟤랑 아는 사이라면? 저놈이 이거에 대해 알고 있는 거라면?

이런 식으로 나만의 가설을 만들고 검증하는 식으로 진행해야 방향을 잘 잡을 수 있습니다.

단서를 빨리 모아 풀어내는 형식에 익숙했던 저는 처음에 아주 중구난방 가관이었습니다.

특히 장소를 자꾸 이동해가며 저기서 이거 물어보고 다시 와서 여기서 이거 물어보고 또 다시 가고, 하느라 시간 낭비가 심했죠.

한 장소에서 현재 필요한 정보를 다~~~~~~~ 가져가는 것은 매우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다른데 갔다가 아! 그것도 물어봤어야지, 하고 돌아갔다 다시 가면 벌써 이동에만 40분 소요됩니다.

그래서 한 장소에서 검증 가능한 가설들을 어느정도 윤곽을 잡고 넘어가는 게 중요하죠.

쓸데없는 질문에 액션포인트 낭비하지 말자 vs. 왔다갔다 이동에 시간 낭비 말자, 요 선택이 재미있습니다.

꿈 카드는 이런 게임의 특성을 잘 이해시키고 도와주는 장치로 훌륭하게 작동합니다.

혹시 조금 어렵게 플레이를 해 보고 싶으시다면 첫회플은 꿈카드 없이 해보시면 어떨까 싶네요.

이론적으로 꿈 카드 없어도 해결은 가능합니다.

다음은 개 카드입니다.

물건의 냄새를 맡아서 사건해결을 도와주죠.

이 장치는 단서찾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가르쳐주는 느낌입니다.

이 친구가 아무거나 들이댄다고 냄새를 따라가는 게 아니고, 잘 반응하는 특정 카테고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사건현장을 수색할 때 그런 종류를 더 자세히 보게되죠.

결국 이것도 단서를 찾을 때 그냥 눈에 보이는 것을 다 찾는다 생각할 것이 아니라,

무엇이 있으면 추리에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엔 이런게 있을거야, 라는 가설도 가지고 찾아라 라고 말해주는 듯 합니다.

2400 이었나요, 도저히 화면으로는 A 처럼 보이지 않는 단서가 사실 A 여서 근데 또 그게 결정적인 단서라서 점수를 많이 못 받았었는데,

생각해보니 A라는 단서가 거기 있을 법 하기는 했거든요 정황상.

개 카드를 사용할 때 주의점은,

해당 장소에서 볼 일을 다 마치고 사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괜히 이거 냄새 맡아볼래? 했다가

개가 마구 뛰어가면 강제로 장소를 옮기게 됩니다.

말씀 드렸죠? 다시 돌아왔다 가면 40분.

결론적으로 개꿈이라는 장치는

대화와 조사를 통해 귀납적으로 단서를 모아가지만

가설과 검증이라는 연역적 추리방법을 함께 활용해야 한다는

본 시리즈의 성격을 잘 대변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는 것이나 추리를 하는 면에 있어서는 전체적으로 억지스러운 부분은 없었던 거 같습니다.

리뷰를 보니 본판에는 어떤 특정한 행동을 놓치면 진행이 막히는 부분도 있다고 하던데,

요 시리즈는 정답을 알게 되는 루트가 다양하게 있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는 어떤 사람에게 뭘 잘못 말하면 기분 상해서 아예 대화를 거부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진행 가능하더라고요.

이런 점은 약간의 리플레이성을 주기도 합니다.

다음엔 이 사람과도 대화해 봐야겠다, 다음엔 저 사람을 이렇게 해 봐야겠다, 등등 (스포가 될 수 있어 자세히는 못 쓰겠네요)

1400의 스토리들은,

꽤 그럴싸하게 있을법하게 재미있게 구성해 놨습니다.

있을 법 하다는 것은 실제로라기 보다는, 그 시대 배경의 드라마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정도의 느낌입니다.

그 때에는 이런 방법으로 사건이 진행되고 해결 되었겠구나, 상상도 해 볼 수 있었고요.

범죄자들도 약간은 어수룩하고 순진한 느낌도 들더라고요.

리플레이성을 보자면,

우선 등장인물들이 다른나라 사람들인 건 아주 좋습니다.

이름이 잘 안 외워져서 기억이 잘 안나거든요 ㅎㅎ

내가 정답을 다 알고 있어도,

다른 그룹에게 소개시켜주고 구경하다보면,

어? 저건 나도 모르는 이야기인데? 라고 할법한 부분도 분명히 나올겁니다.

저는 플레이 후에 궁금한 것들을 찾아보다가 플레이스루도 몇개 봤는데,

못 보고 지나친 부분이 많이 나옵니다.

(아 한분은 저처럼 시간 오버해서 정답 말할 기회도 없었어요, 어찌나 반갑던지)

참고로 저는 1400을 10회플 정도 한 것 같네요.

이상 사건의 재구성 밀레니엄 시리즈 첫번째 1400 리뷰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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