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게임 2인플 후 감상(긴 글, 사진 없음 주의!)
주말에 짝꿍과 함께한
가벼운 게임들에 대한 감상입니다.(후기라기엔 부족합니다)
1. 보타닉 가든
안갯속의 카르카손을 하다가 연이은 실패에 둘이 스트레스가 정수리까지 올라왔어요.
"아... 안개카손 우리랑 안 맞아. 접자..."
그러고는 마음을 다독이고자 보타닉 가든을 꺼냈습니다.
초록초록을 보자마자
묘지와 유령으로 인해 가슴 터질 것 같았던 답답함이 뚫리는 듯했어요.
일단 저도 남편도 즐겁게 했고, 저는 끝나고 몇 시간 지나니 또 하고 싶더라고요.
(잘 준비 하고 있는데 갑자기 훅 들어오는 보타닉 가든)
브레인버닝 아니고요, 기분 좋게 한 판 할 수 있는 게임인 것 같아요.
점수를 얻겠다고 하면 각 잡고 앉아야겠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 게임이었습니다.
내 방을 꾸미고
식물 사이를 걸어다니고
푸르름이 부족해 보이면 물도 주고 거름도 주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앞으로 플레이를 다양하게 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과,
깊이...는 의문이지만
목표카드를 넣으면 다른 재미,
그리고 3인 이상 하면 또 다른 재미일 것 같아서
팔아야겠다는 생각은 안 들더라고요.
(한 번 해 보고 느낌 없으면 방출할 생각부터 하는 성격입니다...)
신기한 건,
제가 1인플에 대해서는 관심이 하나도 없는데요.
이건 시간 날 때 혼자 해 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우선 부담이 전혀 없고요,
싱그러운 그림들 보고 카드 만지작거리는 것만으로
마음에 초록이 들어올 것만 같은 느낌!
왠지 그냥 펼쳐 보고 싶은 게임이에요.
지금도 보타닉 가든 카드 꺼내고 싶네요.ㅎㅎ
(그래도 끝내주는 퍼즐 찾기는 계속됩니다.)
2. 스키티아의 침략자
보라에 제가 믿는(?) 분들이 몇 분 계시는데요,
전에 제가 쓴 글에 댓글로 진지하게 의견 주셨던
슬*단잠 님...
이번에 제가 믿는(?) 분으로 등극하셨습니다.
슬*단잠 님은 기억 안 나시겠지만,
제가 좋아하는 게임 두 개만 언급했을 뿐인데
스키티아의 침략자는 제가 하는 게임들에 비해 다소 재미가 부족할 수도 있어서 비추... 라고 하셨어요.
그럼에도 저는 남편에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게임을 소개해 주고 싶은 마음에 중고를 구했고
남편은 참 재미있어 해서 이틀 연속으로 돌렸는데
저는... 앞으로 안 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단잠 님 대단하십니다!)
처음에 스키티아가 마음에 들었던 건
부족민 중 반 이상이 여성이라는 거였고,
그리고 입문전략으로도 나쁘지 않겠다는 거였는데 ㅠㅠ
룰은 언뜻 복잡해 보였는데
해 보니 엄청 깔끔하더라고요!
이건 정말 큰 장점인 듯했습니다.
그리고 일꾼 색깔에 따른 행동들,
일꾼 놓기+일꾼 가져오기 시스템,
그리스 침략 부담을 감수하는 플레이 vs. 퀘스트 집중 등
밸런스를 정말 잘 맞춘 것 같았는데(제가 게임을 잘은 모르지만요!)
다만 제게는 흥미가, 재미가 다소... 떨어...
이것저것 자원을 모아서 어떤 행동을 하러 가는 행위 자체에서 흥미를 못 느끼겠고,
(스키티아 말고도 많은 게임이 이러지 않나요? 게임을 하지 말아야 하는 건가...)
행동의 반복 또한 조금 밋밋했어요.
하지만 부족민 각자의 능력이랑 동물 카드가 매력이 있었고
부족민이 상처를 입는 부분, 그리고 상처의 크기가 주사위로 결정되는 부분이 신선했습니다.
스키티아 했으니 북침 풀확장은 못 할 것 같고요(스키티아 깔끔!),
관심도 안 생기네요.
짝꿍이 좋아하니 몇 번 더 하게 되겠지만
그 이후로 소장여부는 불투명한데,
쓰고 보니 장점도 많고 잘 만들어진 게임은 맞는 것 같아서
몇 번 더 하는 동안 좋아하게 되는 건 아닌지...
3. 다섯 부족
제가 좋아하는 게임 이겁니다.
다섯 부족!
자주 생각나고요, 스키티아 하고 나니 더 하고 싶었던
다섯 부족!
장인 확장까지 본판에 넣어 보관하다가
이번에 장인을 다시 빼서 원래 박스에 고이 넣어 두었습니다.
본판의 깔끔함과,
본판만으로도 충분히 느껴지는 즐거움과,
특히 그 긴장감+가슴 조여 오는 기분(계획해 놓은 것들 망가질까)은
스키티아를 두 판 하면서 찾을 수 없었던 바로 그것이었지요.
자원을 모아서 점수를 낸다,
크게 보면 스키티아나 다섯 부족이나 그렇게 점수를 내는 건데? 싶지만
자원을 그냥 모으는 게 아니라 특정한 방식으로 모으는데
그 방식 자체가 일단 재미있으면서 바로 점수로 이어지고,
자원 모아서 다른 행동을 하러 가는 게 아니라
모은 자원의 수와 특수 능력, 그리고 자원이 모인 그 자리에 따라 점수 얻는 방법이 다양해지고...
제가 게임을 많이 못 해 보고, 다른 게임들 잘 몰라서 비교하기 어렵지만
(글로 설명도 잘 못 하고요)
간결한 룰에 어떻게 이런 재미가 있을 수 있는지!
하여튼 재미의 수준이 뭔가 다른 느낌이에요.
강하다는 초록색 테크를 노리지만 제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노란색 많이 먹어 10점 더 얻을 수 있겠다?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에요.
흰색의 점수를 높여 주는 정령이 있다? 마음대로 하게끔 상대가 놔 두지 않아요.
정신 놓고 있으면 돈은 바닥을 보이는데 파란색은 보이지 않고
다른 것 신경 쓰는 사이에 짝꿍은 빨간색 암살자 능력까지 기막히게 설계합니다.
하지만 다섯 부족은, 이렇게 마음대로 하기 힘든 게임이라기보다
최선/차선/최적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진짜 즐겁고
그 맛이 은근히(아니, 참으로) 달콤한 게임이에요.
내 계획 망가져도, 내 차례 아니어도
상대가 하는 것 보는 재미도 있고요.
물품 토큰으로 만칼라 고민이 꽤 쉬워지고
점수 팡팡인 장인 확장보다
저희는 무조건 본판입니다!
평소대로라면 안 하게 되는 게임은 바로 방출인데
다섯 부족은 정말 좋아하는 게임이니
장인 확장 보내지 않고, 오히려 술탄도 사 볼까 해요.
어차피 평생 할 거니
돌리다 보면 이 확장, 저 확장 가끔 넣지 않을까.
2인플 정말정말 추천하는, 사랑하는 다섯 부족입니다. :)
플레이 후 감상으로 시작했지만
만칼라와 론델부터 하나씩 해 봐야겠다는 깨달음과
다섯 부족 예찬으로 끝나는 긴 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섯 부족 같은 게임 어디에서 찾나요. 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