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스 & 펀딩 살펴보기 - Scholars of the South Tigris
일러두기
* 킥스타터 및 해외 펀딩을 둘러보다 관심이 생기는 펀딩들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고 의견을 나눠 보려 합니다.
* 플레이 경험은 솔플 - 오토마 플레이, 또는 좌뇌 우뇌 플레이에 기반합니다. 그래서 다소의 에러플이나 부정확한 정보가 있을 수 있습니다.
* TARGET 분석은 다이스 타워의 Zee Garcia 아저씨가 리뷰에서 썼던 포맷인데 꽤 괜찮은 것 같아 차용했습니다.
1. 들어가면서
저는 Garphill Games, 특히 Shem Phillps 작가의 게임을 좋아합니다. 서쪽 왕국 3부작은 한국 미출시된 서왕작까지 모두 콜렉터 박스로 다 가지고 있어요. 스키티아 침략자도 갖고 있구요.
특히 서왕성, 서왕작은 그 중에서도 각자의 매력이 잘 살아있는 게임이라 특히 아끼는 편입니다. 서왕성은 일꾼 색깔 바꿔먹는 효율성 퍼즐의 재미가, 서왕작은 론델과 일꾼 카드 프로그래밍의 재미가 뛰어나 어떤게 더 낫다 하기 어려울 정도로 좋아합니다.
특히 아내랑 게임을 하지 못하면 주로 솔플을 즐기는 저에겐 솔플 오토마 구성이 구매의 큰 기준 중 하나인데 Shem Phillps 작가는 오토마 구성도 상당히 잘하는 편이에요. 너무 어렵지도 않게, 하지만 너무 단조롭지도 않게. 서왕작 오토마는 그 중에서도 성향, 난이도 세팅이 가능하고 트랙킹도 엄청 편해서 최고라고 생각하는 오토마입니다.
그런데 남쪽 티그리스 3부작 중 첫 번째 Wayfarer는 이상하게 땡기지가 않아서 안 해봤습니다. 카드에 달 그림, 지형 그림만 주로 있는게 너무 심심해보였어요. 해보면 재미있겠지만 왠지 손이 가지는 않는?
반면 두 번째 작품이자 지금 킥스중인 Scholars of the South Tigris, 남티그리스의 학자들은 나오기 전부터 기대했었습니다. 고대 중동에서 고문서의 언어를 번역하는 테마였거든요. 정말 듣기만 해도 설레지 않나요? 저만 그런건지ㅋㅋ
그래서 킥스가 나온 이후 룰북 보고 솔플 돌려보고 느낀 인상을 남겨보려고 합니다. 약간 편향적일 수 있다는 점 미리 알아두시면 좋겠네요ㅋㅋ
우선 킥스 링크 걸어봅니다. (https://www.kickstarter.com/projects/shem/scholars-of-the-south-tigris?ref=nav_search&result=project&term=scholars)
2. 게임 구성물
주사위 일꾼 놓기가 메인 메커니즘인 만큼 다량의 주사위가 눈에 띕니다. 나머지는 기존 Garphill Games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타일의 구성입니다.
3. 메커니즘 소개
간략히 설명을 드리려고 하긴 하는데... 정말 난감하네요ㅋㅋ 세부적인 항목들이 워낙 많아서 여기에는 수박에 겉핥기 수준으로만 아주 간략히 써보겠습니다.
기본적으로 남티그리스 학자들은 1. 주사위 일꾼 놓기, 2. 주사위 백빌딩, 3. 주사위 조정 4. 기술 트랙, 5. 자원관리가 주요 메커니즘이고 여기에 더해 부분적으로 론델, 계약서 달성, 프로그래밍, 영향력 요소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플레이어들은 칼리프의 명에 따라 여러 나라의 언어로 적힌 각종 고문서를 해독하고, 그 과정에서 번역가도 모집하고, 각종 학문에 대한 기술 수준도 올리면서, 길드에 대한 영향력도 행사해야 합니다.
게임은 오를레앙처럼 백에서 주사위를 뽑고 굴린 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여러 행동들을 수행합니다. 행동은 카드를 내려놓으면서 수행하는데, 각 행동마다 주사위 색깔이 중요하거나, 주사위 눈이 중요하거나, 아니면 둘 다 중요할 때도 있습니다.
주사위 조정 부분이 상당히 특이하면서 골때립니다. 주사위를 놓으면서 플레이어는 미플 일꾼들을 함께 쓸 수가 있는데 말이 일꾼이지 그냥 주사위 보정 장치입니다.
주사위와 같은 색깔의 일꾼을 놓으면 주사위 눈이 6으로 고정되고, 다른 색깔의 일꾼을 놓으면 그 일꾼의 색깔로 주사위 색깔이 변화하는 걸로 간주합니다.
한 주사위당 일꾼 두개까지 쓸 수 있어, 원한다면 색깔과 눈을 다 조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행동 한번에 주사위를 최대 두개까지 쓸 수 있는데 기본 색상 주사위(빨, 파, 노)가 행동 카드 위에 놓이면 주사위의 색깔들이 섞이게 됩니다???
즉, 빨간색 + 파란색 조합이 되면 해당 행동칸은 보라색으로 간주됩니다. 같은 방식으로 파란색+노란색 = 초록색, 노란색 + 빨간색 = 주황색으로 간주되죠.
이 보라색, 초록색, 주황색은 2차 색상이라 하여 더 고급으로 보시면 됩니다.
막상 해보면 그렇게 어렵지는 않은데 아마 메커니즘 설명에서 스크롤 내리시는 분들도 계실 거 같습니다ㅋㅋ 암튼 뭐가 많아요.
이렇게 주사위 조정을 해서, 총 4가지의 행동 중 하나를 수행합니다. 행동 가짓수 자체는 별로 많지는 않습니다. 번역가 고용, 론델 이동, 기술 트랙 올리기, 고문서 해석 4가지 밖에 없어요.
고문서 번역의 과정을 간단하게 보자면, 1) 번역가 고용, 2) 론델로 이동하며 고문서를 길드로 갖다 주기, 3) 길드의 고문서를 번역하기, 4) 번역에 필요한 능력을 가진 번역가 물색하고 금 지불하기, 5) 금을 충분히 획득한 번역가는 은퇴해서 소유한 플레이어에게 점수+엔진빌딩 요소 제공... 정도가 됩니다.
그러니까 플레이어들은 행동을 수행할 때, 1) 나에게 적합한 주사위 색깔과 눈이 있는지, 2) 나에게 충분한 자원이 있는지, 3) 번역을 수행할 번역가 환경이 갖춰져 있는지 + 4) 수익 획득에 프로그래밍 요소가 있기에 어떤 카드를 써야할 지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다른 게임들과의 차별점을 꼽으라면,
1) 참신해도 너무 참신한 주사위 조정 메커니즘
2) 고문서 번역도 참신합니다. A의 언어를 D로 번역해야 한다고 가정했을 때, A, D 둘다 가능한 번역가가 있으면 바로 맡기면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A, B가 가능한 번역가, B, C가 가능한 번역가, C, D가 가능한 번역가를 통해 번역을 완료해야 합니다.
3) 완전히 흩어져 있는 포인트 샐러드 시스템. 그런데 한 두군데에 집중하기보단 전체가 다 맞물려 있기 때문에 고루고루 신경써줘야 합니다.
전체적으로 게임 자체는 매우 빡빡합니다. 게임 종료 시점은 라운드제가 아니라 사전에 세팅된 덱이 공개되면서 조건을 달성하면 종료되는데 이는 게임을 하다보면 자연히 흘러가기에 플레이어 성향에 따라 늘어지거나 하진 않습니다.
4. TARGET 분석
Theme 테마 구현 : 테마는 서왕작, 서왕성 정도의 테마네요. 있긴 있고 나름 게임 속에 구현되어 있긴 하지만 엄청 크게 느껴지진 않습니다. 메커니즘을 위한 테마라고 봐야할 것 같아요.
Aesthetic 심미성 : 무난한 Garphill Games 스타일의 아트웍입니다. 이번에도 미코가 일러스트를 맡았네요. 다른 게임에서 본 듯한 캐릭터들이 보입니다ㅋㅋ
Replayability 리플성 : 초기 스타팅에서 플레이어별 비대칭성이 있습니다만 리플성 보조장치가 막 크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게임의 흐름을 찾는 거 자체가 상당히 큰 과제라서 이게 저에겐 리플성을 올려 주네요. 솔플 나름 3번째인데도 전혀 질린다는 느낌을 못 받겠습니다.
Game Arc 게임의 흐름 : 엔진 빌딩, 풀 빌딩 요소가 있어서 점점 성장한다는 느낌을 충분히 줍니다. 기술 트랙 올라간 수준따라 수입도 결정되기에 초반과 후반의 게임은 확실히 다른 양상을 보여줍니다.
Ease of Play 플레이 용이성: 여태까지 제가 해본 Garphill Games 중에 단연 최고 난이도라 봅니다. 서왕성도 헤비 유로에 들어가는데 얘는 서왕성보다 훨씬 어려워요. 근데 이게 게임 자체가 복잡하고 어렵다기보단, 게임 요소 습득 난이도(중상) + 전략 수행 난이도(중상)이 합쳐져서 상당한 난이도를 만들어 낸 것 같습니다. 3번째 하는데도 아직 어떻게해야 잘하겠다는 감이 잘 안오네요. 제 머리 탓일 수도 있겠지만요.
Tactics/Luck/Strategy 전략/운/전술 : 주사위 일꾼에 백빌딩이 있는 만큼 운의 요소가 꽤 있습니다. 그런데 해본 경험으론 주사위를 보조해주는 일꾼 수급이 꽤 되기 때문에 올 흰색 1, 1, 1, 1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그렇게 불합리하다 느껴지진 않았어요. 그냥 여러가지 랜덤한 조건이 갖춰지고 그에 따라 퍼즐을 풀어 나가는 느낌입니다. 전략/전술 부분에선... 전 이 게임하면서 큰 그림은 못 그릴 거 같으네요;;
5. 그래서 게임은 대체 어떤데?
재밌습니다! 뭐가 많고 할 때는 머리가 지끈지끈한데 하고 나면 자꾸 생각이 나요. 주사위 조정하는 것도 재미있고, 번역가 환경 맞추는 것도 재미있고, 보상 프로그래밍 짜는 것도 재미있고, 기술 트랙 올리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근데 남한테 추천은 못하겠어요. 큰 그림이 잡히지도 않고, 이런저런 요소는 많고, 거기에다가 헤비 유로에서 주사위 운빨 + 백빌딩 운빨까지 보유하고 있으니 사람 엄청 탈 것 같습니다. 비록 충분히 극복 가능한 운빨이지만요. 호불호 되게 갈릴 게임이라 생각해요.
솔직히 Garphill Games 팬인 저도, 킥스 들어갈지말지 아직 고민 중입니다. 사게 되면 사실상 솔플 확정각인데, 너무 빡세지 않나 싶기도 하고... 근데 또 안 사면 눈 앞에 아른 거릴거 같기도 하고..
재미있는데 영업할 자신은 솔직히 없습니다. 저희 아내에게 이 게임 설명할 자신이 없어요...
아, 그리고 자신의 게임팟에 심각한 장고러가 있다. 꺼내지 마세요. 진짜 지옥을 맛보게 될겁니다.
6. 그 외에 펀딩에 고려할 요소 - 언어요소
언어요소는 고문서가 어떤 언어인지 나오는 것과 플레이어 가이드 외엔 없습니다.
고문서가 쓰인 언어도 Hebrew(히브리어), Persian(페르시아어), Syriac(시리아어), Sanskrit(산스크리트어), Chinese(중국어), Greek(그리스어), Arabic(아랍어) 이게 다예요.
7. 구매 가이드
솔직히 Garphill Games에서 나오는 게임들은 킥스할 의미가 크게 없습니다. 특전 요소라고는 킥스 프로모랑 해외 리테일보다 빨리 받는다, 가격이 좀 싸다가 전부입니다.
근데 킥스 프로모는 해외 리테일 통해서는 구하기 쉽지 않지만 한국어판 나오면 거의 딸려올 가능성이 크고, 리테일 가격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킥스 가격보다 싸집니다. 배송비 포함하면 더 격차가 날 수도 있구요.
거기에 더해 킥스 페이지에 한국어판도 타 언어 생산 스케줄에 따라 진행할 예정이라 기재되어 있어서 더더욱 킥스 펀딩할 의미가 없습니다..(난 왜 이 글을 쓴 거지)
근데 서왕작도 아직 한국어판 안 나왔고, Wayfarer도 안나온 상황이라 생각보다 발매 시기에 차이가 좀 날 것 같긴 해요.
빨리 해보고 싶다는 찐팬 아니면 크게 킥스 들어갈 동기는 적습니다.
가격은 본판 + 프로모 + 한국 배송비가 NZD 114, 한화 9만2천원이고 메탈코인 포함판이 NZD 134, 한화 10만8천원이네요.
글쓰다보니 저도 그냥 안들어가야겠습니다. 한국어판 기다릴래요. 그 동안 생각나면 TTS나 하죠 뭐.
복잡하긴 하지만 짜릿한 중독성이 있는 남티그리스의 학자들 펀딩 프리뷰였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아마 다음번엔 Andromeda's Edge 편을 써볼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