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4일, 1박 2일 대전 워게임 캠프 후기

곰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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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3-7 오후 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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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전주에서 시작한 전국구 워게임 캠프가 벌써 세번째 모임을 맞이했습니다. 2월에는 회기에서 진행했고, 이번 3월에는 대전에서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이후 4월에는 성남에서 진행하기로 확정했습니다. 저는 전주팀과 함께 미리 대전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고 모임 시간인 12시에 맞춰서 대전광역시청 부근에 위치한 보드게임 체스카페에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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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은 미리 참여자들끼리 각자 원하는 게임을 선정해서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2월 회기 모임에서는 미리 도착하는 분들이 계셔서 다른 게임을 미리 진행했지만, 이번에는 모두 12시에 모여 거의 동시에 게임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이전 캠프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게임을 어느정도 끝내면 플레이어들이 서로 섞여서 다른 게임을 진행하기로 했는데, 2월 캠프처럼 한 테이블은 요지부동이었습니다. 그게 바로 저희 테이블이었고...

아우스터리츠: 라이징 이글 팀: 곰나루 vs 윈드, 아이사 vs 이성호
처칠 팀: 거만이 vs 뜨거운 달 vs 이우호
골란 팀: 센탁 vs 뜨내기

◎ 널브러진 보드게임. 뜨내기님에게 중고로 구매한 스페인 내전(의자/패딩 위)과 여러 게임을 즐기기 위해 가져오기만 했던 여러 보드게임들(책상 위)

원래 처칠 팀은 신의 놀이터(God's Playground)를 할 예정이었지만, 제가 멍청하게도 책상 위에 놓고 오는 바람에 다급하게 처칠로 변경했습니다. 뜨거운 달님과 거만이님이 꽤 기대하셨던 것 같은데 그 기대를 저버리게 되어 정말 슬프고 죄송할 따름이었습니다 ㅠㅠㅠ 다행스럽게도 제 테이블에서 그 치열함이 느껴질 정도로 세 분이 재밌게 플레이 해주셨습니다.

처칠은 영국의 처칠, 미국의 루즈벨트, 소련의 스탈린을 맡아 2차대전을 이끌고 세계 정세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도록 삼파전을 벌이는 게임으로 최근에 재판 버전이 나올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은 게임입니다. 개인적으로 삼파전의 묘미를 일깨워준 게임이었으며, 후속작 빈회의를 정말정말 기대하고 있습니다.

(작전 계획을 입안하는 고민하는 뒷통수가 걸작...)

아우스터리츠 팀과 처칠 팀은 금방 정해졌는데, 센탁님과 뜨내기님을 어떤 게임에 배정할 것인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처음에 두 분이서 원하는 게임을 불렀지만, 서로 말하는 게임마다 번번히 상대편의 취향이 아니었고(...) 모임 직전까지도 고민이 깊었습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현대전에 대한 관심은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파악하여 긴밀한 협의를 통해 FAB 골란을 하게 되었습니다.

FAB 골란은 지금은 GMT에서 버려진(또는 개편될 예정인) 시스템인데, 한 때 벌지 등의 시리즈 게임이 많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나무블럭을 사용하여 전장의 안개를 나타내는 게임인데, 특이하게도 특수부대 부류를 자산(Asset)이라 하여 아이템처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꽤 괜찮은 시스템이라고 생각하지만, 벌지는 구하기가 어렵고 다른 시리즈 게임은 테마가 취향이 아니라 후속작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최근 FAB 시리즈를 버리고 개편된 시리즈를 내놓는다는 발표가 있어 걱정반 기대반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뜨내기님이 사정상 가장 먼저 일어나셨는데, 가실 적에 함박 웃음을 짓고 계시는걸로 봐서는 즐겁게 하신 것 같았습니다. 다 즐거우신 것 같다고 하니 뭔가 주작스럽기도 하지만 ㅋㅋㅋ 웃음은 즐거움의 대표적인 방증이 아니겠습니까~

상황은 잘 모르지만 아이사 vs 이성호 두 분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고 있는 모습입니다. 프랑스군은 다부가 적은 부대를 이끌고 다급하게 텔니츠를 방어하기 위해서 온 상황이라 열세이고, 오스트리아-러시아 연합은 막대한 물량을 바탕으로 몰아치는 상황이었습니다. 오직 다부의 능력과 프랑스의 정예병에 의존해야 하는 특별한 상황의 게임이었습니다.

아우스터리츠는 France of Eagles 시리즈로 라이징 이글(아우스터리츠), 라스트 이글(카트르브라, 리니), 폴른 이글(워털루)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워털루는 최근에 게임을 개편하여 재판 버전이 아니라 워털루 2를 출시하는 특이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게임이지만 게임할 상대가 없어서 코로나 시기 동안 묵혀두고 있었던 게임인데, 이번에 하게되어 정말 기뻤습니다.

(이제부터 프랑스군은 파랑색, 러시아-오스트리아 연합은 빨간색으로 표시합니다)

저는 란과 뮈라가 이끄는 프랑스군을 맡았고, 윈드님이 바그라티온과 리히텐슈타인이 이끄는 러시아-오스트리아 연합을 맡았습니다.

이 게임은 특이하게 '지리적 목표'가 있어서 프랑스군은 화살표 방향으로만 진격할 수 있고 퇴각할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러시아-오스트리아 연합은 빨간색 화살표 방향으로만 진격할 수 있고 퇴각할 수 없습니다. 프랑스군이 파란색 화살표를 따라서 Krug와 Hollubitz를 점령하면 양 진영이 딱 1번만 명령을 바꿀 수 있습니다. 만약 프랑스군이 그 일대를 점령하면 연합군의 보급로에 가까워지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초기에는 양 진영이 동시에 공세를 하는 상황이지만, 이 시점부터 연합군이 방어 포지션으로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하기 때문에 명령을 해제하거나 방어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됩니다. 반대로 연합군이 빨간색 화살표를 따라 Santon 고지를 점령하면 즉시 게임이 종료됩니다. 프랑스는 Santon 고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 Krug와 Hollubitz를 신속하게 확보해야만 합니다.

프랑스군은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란의 본대를 활성화하여 파란색 화살표 방향으로 맹공을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주사위 신이 란의 뚝배기를 깨버린 덕분에 란은 부상을 입고 말았으며, 전투에 참여한 모든 프랑스 부대가 큰 피해를 입고 퇴각하고 말았습니다. 이제부터 란의 부대는 그의 능력 혜택을 받지 못하며, 란은 그저 일반 엑스트라 장군1 수준으로 전락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란의 부대 중에서 1/3이 큰 피해를 입은 탓에 란의 공세는 크게 주춤하기 시작했습니다.

아... 주사위... (병)신...

아니나 다를까 바그라티온의 러시아군은 빠른 속도로 프랑스군을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러시아군의 우익에 머무르고 있었던 바그라티온이 좌익으로 빠르게 이동하였고, 곧장 공세를 감행했습니다. 란의 본대는 사실상 불구 상태나 다름이 없었기에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했고 뒤로 밀려났습니다.

란이 무너지자 프랑스군은 더이상 그 방면으로 공세를 펼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결국 프랑스군은 뮈라의 정예기병대를 빠르게 동쪽으로 이동시켜 목표인 Krug와 Hollubitz를 확보하는 도박을 시도했습니다.

뮈라의 공세는 성공적이었습니다. 뮈라는 아무리 화기가 대세인 시대일지라도 지형적인 장애물이 없는 곳에서 기병 돌격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보여주었습니다. 뮈라의 본대가 리히텐슈타인의 좌익을 향해 빠르게 돌진하여 적들을 무너뜨렸고, 리히텐슈타인의 좌익은 궤멸하여 무너졌습니다(빨간색 표시). 후속으로 밀려 들어온 뮈라의 후위대가 리히텐슈타인 본대를 향해 돌진하였고, 그들은 전선을 유지하는 데에 급급할 정도로 절박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리히텐슈타인은 엄청난 도박수를 발휘했습니다. 전장 인근 Blaziowitz에 머물고 있는 러시아군을 뮈라 본대의 후위로 진격하게 하고, 점차 밀리고 있는 자신의 본대를 뮈라 본대의 전방으로 진격하게 하였습니다. 결국 뮈라의 본대는 예상치도 못하게 순식간에 포위되었습니다. 또한 뮈라의 후위대를 맞이하고 있었던 본대에 남은 부대도 적의 약한 부분을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리히텐슈타인 본대의 공세는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하고 오히려 피해를 입고 말았으나 뮈라의 본대가 엄청난 피해를 입고 말았습니다. 뮈라의 정예 기병대가 순식간에 들이닥쳐 Krug와 Hollubitz를 점령할 기세를 보였으나 리히텐슈타인의 도박수가 크게 성공하여 뮈라가 무너지고 만 것입니다.

란의 본대는 더이상 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하여 대대적인 포격(빨간색 원 + 검은색 별)을 가하여 러시아군 일부를 궤멸시키고, 궤멸된 러시아군이 퇴각하여 빈 틈이 생기자 곧장 러시아군에 바짝 다가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전투가 벌어지는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의 대공세가 시작되었습니다.

러시아군 일부가 프랑스군에 밀려 퇴각하고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지만, 공세의 규모에 비해 프랑스군이 얻은 성과는 거의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란이 부상을 당한 상황에서 바그라티온의 역습을 받으면 란의 부대는 회생하기 어려웠고, 뮈라의 본대도 리히텐슈타인에 비해 우세함에도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프랑스군의 항복으로 게임은 종료되었습니다.

프랑스군과 러시아군의 피해 상황입니다. 러시아군이 더 많은 피해를 입은 것처럼 보이지만, 프랑스군은 정예 드라군 2부대와 포병 1부대가 제거되었고, 러시아군은 정예 퀴러시어 1부대와 경기병 2부대 및 경보병 1부대가 제거되어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즐기는 Eagles of France 시리즈의 Austerlitz였습니다. 게임의 난이도가 꽤 높은 편이었고 과거에 번역한 자료라 오역이 적지 않았지만 윈드님의 상당한 탐구력과 도움 덕분에 겨우 돌릴 수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나폴레옹 전쟁의 전술을 그대로 구현한 게임이라 할 수 있었고, 게임 메커니즘이 대체로 역사적인 '상식' 선에서 구현되어 있다보니 두세번 해보면 금방 익힐 것 같았습니다(물론 객관적으로도 어려운 게임인건 사실이기에 또 모르는 일입니다). 아이사님과 이성호님도 워게임을 입문하신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잘 따라와주셔서 정말 감사했네요.

처칠이 끝나자 거만이님이 가셨고, 아직 아우스터리츠는 진행되는 상황 속에서 뜨거운 달, 센탁, 이우호 세 분이서 병참장군 냉전을 진행했습니다. 게임이 모두 끝난 이후 밥을 먹고 해산했으며, 저와 이우호, 아이사, 이성호 4명은 3월 5일의 게임을 기약하고 숙소/찜질방에서 잤다가 다시 모였습니다.

3월 5일에 방문한 보드게임 카페는 정말 최악이었습니다(...) 엄청난 냄새와 비용, 그리고 협소하기까지... 보드게임 체스카페 외에 괜찮은 장소를 물색하고자 변경했던 것인데 어리석은 판단이었습니다. 어떤 곳인지 밝힐 수는 없으나 대전은 정말 게임할 곳이 마땅치 않은 것 같습니다 ㅠㅠㅠ..

어찌되었건 남은 4명이 즐긴 게임은 우선 Time of Crisis입니다. 각 플레이어가 로마 군인 황제 시절 각 파벌을 맡아 즐기는 게임으로 역사 테마의 유로 게임이며 정치/협잡이 가득한 게임입니다. 사산조 페르시아와 고트 족의 맹렬한 침공으로 아이사님이 게임 내내 고통 받느라 사실상 3인 게임(...)이 진행되었는데, 이성호님이 빠른 속도로 황제를 차지하고 승점을 펌핑했습니다. 저는 독한 카페 내의 냄새로 혼미해진 머리 속과 함께 변방에 처박혀 나오지 못하다가 뒤늦게 견제를 시작했고, 이우호님은 내정만 하다가 제가 견제를 시작하니 그제서야 이성호님을 견제하기 시작하여 별 이변 없이 게임이 끝났습니다.

그 다음에 즐긴 것은 소문으로만 들었던 워체스트였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가볍지만 전략적이고 재밌는 게임이었고, 역시 David Thomson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사 게임에 대한 여러 아이디어가 떠올라 정말 좋은 경험을 했네요.

저와 아이사님이 팀을 하고, 이성호님과 이우호님이 팀을 했는데, 정말 한 끝 차이로 저희 팀이 패배할 정도로 치열한 게임을 즐겼습니다.

4월 첫째주 토요일로 예정된 제4차 워게임 캠프는 성남 모란역 근처로 확정되었습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게시글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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